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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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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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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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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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DUMMY

“세···. 세상에.”


연우 누나는 내가 냉장고를 한 손으로 가뿐히 들어 올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나는 조심스럽게 냉장고를 내려놓은 뒤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일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봤던 건데 정말로 들릴 줄은 몰랐다.


[김수현]

레벨 : 1

나이 : 25세

신장 : 183.7cm, 78.3kg

직업 : 아포칼립스의 성자


[근력 4] [민첩 3] [내구 3] [체력 5] [마력 8] [행운 7]


[능력]

신성력 Lv.1

- 마력을 치환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진짜라는 얘기인데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물리적인 힘이야 내가 주먹을 휘두르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마력은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마력을 사용할 줄 알아야 신성력을 쓰던가 말던가 하지.’


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이런 거 말고 그냥 쉽게 생각해 보자면 마력을 사용하려면 스킬을 써야 한다.


그럼 게임에서 스킬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시, 신성력?”


나는 조심스럽게 스킬 이름을 외쳤고, 그와 동시에 내 몸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파아아앗!


그와 동시에 순백의 빛이 양손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은연중에 내가 예상했던 모습이었다.


‘의지, 의념?’


만약에 이 능력이 내가 마음 먹은 바대로 실현이 되는 거라면?


나는 왼손은 내리고 오른손만 든 상태로 이미지를 생성했다.


오른쪽 손에만 신성력이 감도는 모습을.


‘맞았네.’


내 가정이 맞았는지 들고 있는 오른손에만 순백의 빛이 감돌았고, 왼손엔 빛이 사라져 있었다.


그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던 연우 누나를 보며 말했다.


“우리 살 수 있겠는데?”


신체에 주입할 수 있다면 무기에도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작은 방 벽에 걸려 있는 검을 꺼내 들었는데 검도 유단자였기에 진검을 가지고 있었다.


‘이걸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연우 누나는 내가 검을 들고 나오자 물었다.


“뭘 어쩌려고?”

“일단 바깥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하려고.”


언제까지 이곳에 갇혀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바깥에 나가려고?”

“나가고 싶지 않아도 식량 떨어지면 결국 나가야 하잖아.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순 없어. 가족들 걱정 되고.”


집에서 얌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회의적이다.


TV도 나오지 않고 인터넷도 끊겼고, 잘만 오던 통신도 끊겨서 스마트폰도 먹통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구조가 올까?


‘국가 시스템 자체가 마비된 건지도 몰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만약 정말 국가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믿을 건 나 자신 뿐이다.


나는 검을 들고 일단 작은 방으로 향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상대할 필요가 없다.


드르륵!


“뭐, 뭐 하는 거야! 너 미쳤어?”


연우 누나가 내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 소리쳤다.


그 소리에 반응을 한 건지 아니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반응을 한 건지.


‘아마, 둘 다겠지?’


소화기를 뿌릴 때만 해도 시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코를 벌름거리는 게 보인다.


일반적인 좀비의 모습처럼 후각, 청각만 예민해진 시체의 모습이었다.


콰앙! 쾅! 콰앙!


작은 방에 달려 있는 창문의 방범창에 부딪힐 때마다 금방이라도 창문이 깨질 것처럼 흔들린다.


파아아앗!


나는 들고 있는 진검에 신성력을 불어 넣자 검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몸은 솔직하다.


아무리 차분하게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눈앞에 저런 게 보이면 두려움은 커지고 근육은 경직된다.


힘을 최대한 뺀다.


나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적 앞에서 평정심, 부동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내가 벨 수 없는 건 없다.


푸욱!


검 끝이 좀비의 목에 틀어 박힌다.


“키에에엑!”


바람 빠진 목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워 하는 좀비를 보며 나는 검을 회수했다.


틀어 박힌 상처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차 그 빛이 넓어지며 좀비를 삼킨다.


“키, 키에엑!”


사람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겁을 먹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내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성력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듯한 느낌이다.


“겁은 나만 먹는 게 아니구나.”


나는 연달아 빠르게 검을 찔러 넣었다.


* * *


순식간에 문 앞에 있던 좀비를 처리하자 알림 메시지가 하나 떠오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김수현]

레벨 : 2

나이 : 25세

신장 : 183.7cm, 78.3kg

직업 : 아포칼립스의 성자


[근력 4] [민첩 3] [내구 3] [체력 5] [마력 8] [행운 7]


잔여 포인트 : 1


[능력]

신성력 Lv.1

- 마력을 치환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레벨을 올리면 스텟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곳에 박혀 있을 필요가 없지.’


나 혼자 각성한 게 아니라면, 이 능력을 가지고 좋은 쪽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존재할 거다.


그런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좀비가 본능적으로 내 능력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레벨을 올려야겠어.’


숨어있거나 도망을 다닐 게 아니라 사냥을 하러 다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이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걸 할 때다.


“누나 나가자.”


내 말에 연우 누나는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알았어.”


내 힘을 직접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군소리 없이 먹을 것과 음료를 챙겼다.


나는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방범창을 검으로 때려 일부러 소리를 냈다.


“키에에엑!”

“키에엑!”


가까이서 멀리서 그 소리에 반응하는 좀비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레벨이 오르면서 신체가 회복되는 걸 느꼈기에 지금 저 레벨일 때 이러한 부분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젠장.’


나는 떨리는 손에 힘을 줬다.


검이 좀비의 목을 파고 들어가는 그 감각이 손끝에서 머리까지 전달됐다.


과히 좋은 감각은 아닌 지라 손이 나도 모르게 떨려왔다.


‘좀비야, 좀비를 죽인 거야.’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사림이었던 것, 죽은 시체를 찌른 거라고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평정심, 부동심 나불거린 게 우스워졌다.


“후우···.”


나는 깊이 심호흡을 하곤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보폭을 적당히 벌리고 검 끝을 세워 방범창 사이를 집중해서 노려봤다.


정신이 나갈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발소리와 좀비가 내는 그 특유의 기괴한 소리, 날이 무더워서 그런지 지독한 시체의 부패 냄새가 훅 끼쳐온다.


“키에에엑!”

“키에엑!”


나는 검에 신성력을 주입했다.


화아아악!


아까처럼 순백의 빛이 검에서 뿜어져 나오자, 방범창에 달라붙어 있던 놈들이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


동작이 확연히 느려진다.


나는 찔러 넣고, 찔러 넣고, 무수히 찔러 넣었다.


중간, 중간 일부러 방범창을 때려 좀비들을 불러 모았다.


나는 그 와중에 좀비를 파악하기 위해 유심히 관찰했는데 몇 가지 알아낸 게 있었다.


신성력이 주입된 검으로는 목이 아닌 다른 부위를 찔러도 죽는다.


좀비가 된 지 얼마 안 된 좀비들은 시력에 의존하고 시간이 좀 지난 좀비는 시력을 잃게 되면 청각과 후각에 의존한다.


‘그리고···. 손을 못 써.’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손이 축 늘어져 있기만 해서 휘두르거나 손을 뻗지 못한다.


치아로 방범창을 물어 뜯거나 입을 벌려 어떻게든 나를 물어보려고 방범창 사이로 집어 넣는다.


띠링, 띠링, 띠링!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쉴 새 없이 알림 메시지가 들려왔다.


* * *


얼마나 죽였을까?


시작이 어렵다고 계속 검을 찔러 넣다 보니까 감정도 감각도 무뎌진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방범창과 깨진 창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했어.’


나는 온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거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레벨이 올라가는 주기가 길어지며 체력도 마력도 점점 떨어졌다.


그러나 좀비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정말 거의 한계에 다다랐을 때 하늘이 도왔는지 조금씩 숫자가 줄기 시작했다.


‘하···. 진짜 죽다 살았네.’


나는 후! 하곤 숨을 뱉어내곤 고개를 돌렸다.


좀비를 상대하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연우 누나가 그제야 생각났다.


거의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작은 방의 문을 잠갔다.


‘처음엔 미친 듯이 방문을 두드리더니 지금은 조용하네?’


나는 조심스레 손잡이를 붙잡고 돌렸다.


팅!


잠금 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천천히 열었는데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연우 누나가 보였다.


“뭐야···. 누나 울었어?”


누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일차적으로 안도했는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살벌하게 변했다.


“이 미친 새끼야! 진짜 돌았어? 돌았냐고!”

“악! 아파! 누나, 아프다고! 악!”

“아파? 이게 아파? 나는 더 아팠어! 진짜 미쳤어, 미쳤어! 어쩌자고 좀비를 그렇게 불러 모아! 그리고 문은 왜 잠가! 문은! 나중에 감당이 안 되니까 혼자 죽으려고 했어? 혼자 죽으려고 했냐고, 이 자식아!”


솔직히 신체가 강화돼서 그런 건지 몸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마음이 아파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 진짜 미안해. 와, 진짜 나중엔 안 되겠다. 진짜 죽겠구나 싶더라고. 아이고, 그런데 살았네?”


나는 누나의 양 손목을 붙잡고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진짜···.”


연우 누나는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꾹 눌러 참는 표정이었다.


“아이고, 우리 누나 내가 죽을까 봐 아주 밖에서 벌벌 떨었구나? 역시, 누나가 우리 누나보다 백배는 낫다. 우리 누나였으면, 어 안 뒤졌네? 까비. 이랬을 텐데.”


내가 익살스럽게 우리 누나의 성대모사를 곁들여 말하자 연우 누나는 결국 풋! 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어, 울다가 웃으면···.”

“닥쳐.”

“넵.”


나는 재빠르게 대답하곤 연우 누나의 눈치를 살폈다.


누나는 운 게 조금 쪽팔렸는지 얼굴을 훔치면서 눈물 때문에 볼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는 걸 뗐다.


“다시는 그러지 마. 그런 무모한 행동 하지 말라고. 너 진짜 방금 죽을 수도 있었어.”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었어. 충분한 계산을 토대로 나의 생존 가능성을 산출하여···. 알았어. 안 그럴게.”


나는 살벌하게 나를 노려보는 연우 누나의 모습에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내가 일부러 소리를 내서 좀비를 있는 대로 처리했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안전할 거다.


누나는 눈물을 닦으면서 힐끗 창문을 쳐다봤다.


만약에 빛으로 화해 사라지지 않았다면, 좀비 시체로 탑이 쌓여 있어 끔찍한 광경을 자아냈을 거다.


‘뭐, 지금도 썩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지만.’


작가의말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시고, 괜찮으시다면 선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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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398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29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4 13 12쪽
»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4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05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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