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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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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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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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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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DUMMY

‘없어···.’


희망을 품고 쭉 훑어봤지만, 능력에 관한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악의 상황은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된 거다.


그건 행운이 아니라 불행이다.


나 홀로 이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몸이 떨렸다.


‘각성한 인원이 소수라서 없는 거겠지.'


나는 애써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무척 소수라면 이 아파트 단지 내 한 명도 없다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외부의 도움이 없다면 자력으로 여길 뚫고 나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우리가 여기서 농성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빈집을 털어 어떻게 식량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시간만 조금 버는 거지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죽는다.


내 능력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가진 힘은 좀비와 상극인 능력이었으니 그 힘을 잘만 활용한다면 이건 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이 상황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내 위험은 최소화 하고 안전이 보장된 상태로 공격하는 거다.


“그게 가능해?”


나는 연우 누나의 물음에 베란다 아래 바글거리는 좀비를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하지.”


난 그렇게 말하며 누나 베란다에 있는 분무기의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칙! 칙! 칙!


잘 작동되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분무기의 물을 쳐다봤다.


검에 신성력을 싣는 게 가능하다면 물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파아아앗!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분무기 안에 들어있는 물이 빛에 휩싸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져나가는 마력의 소모도 적었다.


“뭐 성수가 별건가. 이런 게 성수지.”


나는 심드렁한 얼굴로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분무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날이 덥긴 했지만, 해가 가장 뜨거울 때는 아니라 땅까지 충분히 닿으리라 생각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분무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이 닿았는지 순백의 빛을 뿜어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아저씨가 너무 놀라 육성으로 내뱉었다가 황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


수많은 좀비가 일제히 그 아저씨에게 고개를 돌렸는데 그 광경이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그워어어!”

“으어어어!”


소리를 낸 아저씨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했지만, 숫자가 워낙 많아서 제대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재미있는 건 내가 물을 뿌려서 생기는 빈 공간에 의해서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거였다.


“이거 대박이네.”


엄청난 숫자의 좀비가 순식간에 빛에 휩싸여 사라지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 찰나에 물에 닿은 좀비 수 십이 아니, 수 십이 뭐야 거의 수 백이 사라지는 모습에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굳게 닫혀있던 베란다 문이 하나, 둘 열리기 시작했다.


“누나가 뿌려봐.”

“내, 내가? 이거 내가 뿌려도 되는 거야?”

“될 거야. 검에는 실었지만, 물에는 주입 했으니까.”


검에 신성력은 싣는 것보다 물에 주입할 때 들어가는 마력이 훨씬 적었다.


빛나는 검을 휘두르며 좀비를 상대하는 게 폼은 더 날지 모르겠지만, 지독히 비효율적인 방법이란 얘기다.


“되, 된다! 진짜야 돼!”


나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혹시 분무기 또 없어?”

“분무기? 그 탈취제 있는데 그거면 되지 않을까?”

“좋네, 아주 향긋하게 죽일 수 있겠어.”


* * *


치익, 칙, 치익, 칙!


세상에서 가장 무료한 일이 반복 작업이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뿌릴 때마다 확실히 줄어드는 게 보인다는 거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김수현]

레벨 : 10

나이 : 25세

신장 : 183.7cm, 78.3kg

직업 : 아포칼립스의 성자


[근력 4] [민첩 3] [내구 3] [체력 5] [마력 8] [행운 7]


잔여 포인트 : 11


[능력]

신성력 Lv.1

- 마력을 치환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신앙 Lv.1

- 타인의 믿음에 비례해 신성력이 증가합니다.


10레벨을 찍자 새로운 스킬이 주어졌는데 이 스킬이 성자라는 직업에 딱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연우 누나가 분무기를 뿌려 죽여도 경험치는 내게 들어오는 것도 확인했다.


‘거기다 10이 되니까 보너스 포인트를 2개 줬어.’


그렇다는 건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능력을 올릴 수 있는 포인트를 더욱 늘릴 수 있다는 말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며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분무기를 뿌리는 걸 멈추지 않고 있을 때였다.


“학생!”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바로 아랫집 베란다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나도 좀 부탁해도 될까?”


분무기를 들어 보이며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잠시만 기다리세요.”


새롭게 얻은 신앙이라는 스킬이 어떻게 발동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사람은 나를 믿기에 부탁을 한 거다.


그러면 그 믿음에 상응하는 보답을 준다면 내 힘도 강해지고 덩달아 경험치도 올라간다는 얘기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연우 누나는 그 요청에 알아서 분무기를 내려놓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면 될까?”


누나는 물병을 들고 있었는데 캡 형태로 뚜껑을 여닫는 형태였다.


“여기다가 줄 같은 걸 매달아서 아래 주면 계속 성수를 보충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네.”

“그럼 내가 묶어서 아래 내려줄 만한 걸 찾아볼게.”

“수건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묶어서 이렇게 연결하면 될 것 같은데.”

“가능할 것 같다.”


누나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쉬지 않고 분무기를 뿌리면서 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좀비를 느긋하게 감상하며 먼 곳을 바라봤다.


간간이 멀리서 비명이 들려왔고, 폭발하는 소리는 물론이고 총기를 사용하는 소리도 들렸다.


‘진짜 비현실적이네···.’


도로는 이미 어지럽게 얽혀 있었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그런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헬기가 요란하게 움직이기도 하고 평소엔 잘 볼 수 없는 전투기 같은 것들도 비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곳에도 있네.’


조금 떨어진 곳이긴 했지만, 아까 봤던 검은색 구체가 도로 한복판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게 있다면 크기였는데 경비실 옆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검은색 구체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저 정도로 보이면 엄청 큰 것 같은데?’


저게 쓸데없이 크기만 클 리가 없다.


게이트의 크기에 따라서 더 강력한 좀비가 나오거나 더 많은 숫자의 좀비가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능한 밖으로 나갈 때 저 곳은 피하는 게 좋겠네.’


* * *


아랫집은 물론이고 몇몇 집이 더 요구해서 성수를 만들어 건네줬다.


그에 따라 좀비가 줄어드는 숫자는 훨씬 빨라졌지만, 아파트 단지는 넓었고, 여전히 좀비는 많았다.


“배달을 가야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내 말에 연우 누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문을 놔두고 오르지도 못할 아파트 위를 바라보고 있는 좀비를 보며 말했다.


“저놈들 지능이 낮아. 소리만 내지 않으면 아파트 내부로 들어오려고 하지도 않을 거야.”

“그래서 뭐 어쩌려고?”

“물을 뿌릴 수 있는 사람을 늘려야지.”


모든 집에 분무기가 있진 않겠지만, 탈취제 같은 것도 따지고 보면 내용물만 비우면 분무기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아파트 단지까지 배달하는 건 위험하다고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겐 충분히 가능했다.


“날이 점점 더워져서 너무 고층에 사시는 분들은 좀 힘들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최대한 소리를 내서 좀비를 끌어모았다고 하지만 건물 내부에 처리가 안 된 놈들도 분명히 있을 거다.


‘문이 닫혀 있을 수도 있고, 고층까진 소리가 전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분무기를 조절해 분사가 아니라 일직선으로 길게 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출장 좀 다녀올게.”

“지금도 충분하지 않아?”

“더 충분하면 좋잖아. 우리 아파트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 전체를 안전지대로 만들면 더 좋고.”


무엇보다 내 신앙 스킬을 활용하기 위해선 최대한 다수의 인원에게 능력을 보이는 게 좋았다.


“그럼 금방 돌고 올게. 누나는 문단속 잘 하고 계속 여기서 뿌리고 있어.”

“알겠어.”


나는 분무기에 물을 가득 채운 뒤 혹시 몰라 내 방에서 500ml 생수 두 병을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탄약 두 발 챙겼고···. 분무기에 물도 가득 담았고.’


나는 최종적으로 점검한 뒤에 층을 돌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수월하게 진행됐다.


베란다에서 분무기를 통해 나와 연우 누나가 좀비를 죽이는 걸 봤기에 기다리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그렇게 순차적으로 저층부터 고층까지 차근차근 방문하고 있을 때였다.


“어···. 그러니까 이 욕조 물 전체에 물을 담아 달라는 말씀이시죠?”


한 집에선 아예 작정을 했는지 내가 오기도 전에 욕조에 물을 가득 담아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4인 가정이었는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들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을 가진 집이었다.


‘준비를 굉장히 철저히 하셨네.’


가족들은 비장함마저 감도는 얼굴로 물총을 모두 손에 쥐고 있었는데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혹시, 힘드실까요?”

“음,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대량의 물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요.”


내 말에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말했다.


“만약에 안 된다면 최대한 많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시다시피 물을 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고사리 손이라도 빌릴 수 있으면 빌려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올라오면서 꽤 많은 마력을 소모했기에 확신은 없었지만, 정 힘들다 싶으면 마력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보너스 포인트 안 쓰길 잘했네.’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욕조 안에 가득 담겨 있는 물 위로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무척 신기하단 얼굴로 쳐다보고 있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이 물 전부를 성수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까?”


뭔가 상당히 사이비 같은 말이긴 했지만 이 상황에서 신앙이라는 스킬이 적용이 된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전 믿어요!”


초등학생 여자 아이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가장 먼저 대답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는 떨떠름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내심 기대하는 눈빛이긴 했다.


‘두 분도 확실히 믿는 것 같고.’


베란다를 통해서 본 게 있으니까 의심 20%, 믿음 80% 정도 될까?


아니면 의심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건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그 어떠한 믿음보다 어린 아이의 믿음에 비할 바가 아니니까.


무조건적인 아이의 믿음, 그게 지금 이곳에 있으니까.


화아아악!


마력이 거의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때보다 욕조의 물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내가 가진 힘이 어떤 건지, 내가 새롭게 얻은 신앙이란 스킬이 어떤 건지 알 것 같았다.


작가의말

어제 연재분 올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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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60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402 11 11쪽
»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3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7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9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1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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