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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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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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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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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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저건 또 무슨 상황이냐

DUMMY

장교 출신이 진두지휘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모였다.


숫자도 47명으로 소대 편제 인원보다 훨씬 많았다.


“다들 모이신 것 같으니까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안전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애초에 이곳에 모인 이유가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는 걸 알고 모였기 때문에 특별한 반응은 없었다.


이미 능력은 충분히 보여줬고, 그러한 내 능력을 믿고 나를 따를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언제까지 아파트에 갇혀 있을 순 없습니다. 물론, 집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솔직히 저희를 구조해 줄 군대나 경찰 같은 인력도 멀쩡하다고 생각하긴 어렵습니다.”


내 말에 다들 동의하는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경찰이나 군대도 사람이나 개미처럼 쏟아지는 좀비 앞에서 총은 효과적인 무기는 아니다.


군대는 제법 쓸만한 무기들이 많긴 하지만, 우리와 같이 기습적인 방식으로 당했다면 온전하긴 어려울 거다.


“그래서 우리 살길은 우리가 직접 찾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저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 말에 한 명의 손이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질문이 있는데 혹시 해도 되겠습니까?”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묘했다.


신뢰하는 느낌도 있지만, 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입니다.”


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자 그는 재빨리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그런 능력을 얻은 겁니까?”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 잠들기 전 어떤 게임을 설치했습니다.”

“게임이요?”


갑자기 능력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데 게임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단 얼굴이었다.


“예, 그 게임에서 저는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직업으로 각성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에서 발현되고 있습니다.”


내 말에 반신반의하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믿기 어려우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제가 지금 거짓말을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건 틀린 말이 아니라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현실이 더 게임처럼 변했는데 게임 캐릭터의 능력을 얻었다는 게 왜 말이 안 돼.”

“그건 또 그렇네.”

“저희도 그 게임을 설치하면 당신처럼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겁니까? 그 각성이라는 거 그거 할 수 있어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


만약에 그게 된다면 능력자를 무한히 늘릴 수 있게 되는 거 아닌가?


“아포칼립스 세상 각성의 시대라는 게임인데 혹시 검색이 됩니까?”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 스마트폰을 꺼냈다가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갑작스러운 그 시선에 나는 왜 나를 쳐다보나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인터넷이 안 됩니다.”

“아, 맞다.”


인터넷이 끊겨서 검색도 게임도 다운도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작동이 되는 게 신기했다.


“실행이 되고 계시는 겁니까?”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이걸 실행이 되는 거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화면이 떠 있고, 알림 메시지도 오긴 하는데 그것 뿐입니다. 화면은 이 화면에서 바뀌지 않습니다.”


내가 화면을 보여주자 신기한 듯 우르르 모여서 봤는데 그런다고 방법이 나오진 않았다.


세부적인 건 보여주지 않고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이름, 레벨, 나이, 신장, 직업까지만 보여줬다.


“제가 아는 것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게 됐고 특수한 힘도 생겼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아파트 뿐만이 아니라 이 아파트 단지 전체에 숨 죽이고 있을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단 말입니다.”


내 말에 그들도 충분히 가능성을 봤기 때문인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적어도 이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구해야지.”

“그럽시다. 저 친구 능력이면 우리도 어지간한 좀비는 다 죽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몰살도 가능하지. 소화전 봤잖아.”

“까짓거 그럽시다. 한번 해 봅시다.”


다수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내 의견에 동조했다.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 * *


방식 자체는 솔직히 간단했다.


아파트마다 옥상에 물탱크가 있었으니 그걸 이용하면 아파트 단지 전체에 고루 퍼져있는 좀비를 다 죽일 수 있었다.


물론, 죽인 뒤에 입구를 봉쇄하는 문제가 좀 남긴 했지만, 그건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럼···. 나가겠습니다.”


내 말에 각양각색의 무기를 든 남자들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앗!


확실히 청각이 발달했다.


발소리를 듣자마자 고개가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간다.


“나왔어요!”


베란다에서 누군가 우리가 나오는 모습을 본 모양이다.


“야, 이 개자식들아!”

“여기다! 여기! 여기!”


깡깡깡! 깡깡깡!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다소 당황스러운 소리도 들리긴 했지만, 어쨌든 좀비의 혼을 빼놓기엔 충분했다.


더 큰 소리에 반응하는 것도 맞네.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이동하는 우리에게 관심이 사그라든다.


모두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봤는데, 옥상에서 성수가 담긴 물줄기가 떨어진다.


화아아아악!


순식간에 빛을 뿜으며 사라진다.


나는 소화전 범위 밖으로 나가기 전에 머리 위로 수신호를 보냈다.


여기부턴 옥상에서 뿌리는 소화전의 엄호를 받을 수 없는 구역이란 뜻이었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확실히 뒤까지 전달되는 게 보였다.


‘좋아.’


나는 빠르게 손에 들고 있는 분무기를 뿌리며 앞으로 이동했다.


반대쪽 손에는 검이 들려있었는데 난 적절히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며 길을 뚫었다.


“키에에엑?”

“그어어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쉽게 길이 뚫려 반대편 아파트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 조 이동!’


내 수신호에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 주차장에 있는 상수도 밸브를 잠그기 위해 이동한다.


맞은편 아파트에 나는 소리가 더 커서 우리에게 몰리는 좀비가 그리 많진 않았지만, 없진 않았다.


‘올라갑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속도를 올렸다.


“와!”


순식간에 계단을 올라가는 나를 보며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키에에엑!”


빠르게 올라갈수록 아무래도 소음은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발 뒤늦게 좀비가 계단으로 몰려오는 게 보였다.


“크아아악!”


위층에선 소리를 이미 듣고 몰려있는 좀비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찌익! 찍! 서걱!


나는 분무기와 검을 휘두르며 빠르게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아파트 내부에 있던 좀비들이 소리를 듣고 점차 모여드는 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많아.’


나는 더욱 속도를 높여 옥상으로 향했다.


콰앙!


옥상에 도착하자마자 난 문을 발로 차 날려 버렸다.


발로 찬 문이 찌그러지며 날아가 땅을 긁는 게 보였다.


나는 바로 물탱크에 다가가 손을 얹었다.


화아아아악!


“됐어.”


나는 그 사이 옥상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좀비에게 다가갔다.


분무기를 뿌려 달려드는 좀비를 제거하곤 큰 목소리로 외쳤다.


“소화전 사용 가능!”


내 말에 금세 내가 했던 말이 돌아온다.


“소화전 사용 가능!”


모든 것이 작전대로였다.


* * *


우린 같은 방식으로 모든 아파트의 옥상에 물탱크를 활용해 좀비를 학살하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밀려 들었던 좀비를 막기 위해서 아파트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를 봉쇄했다.


딱히 막을 수 있는 게 없어서 차량을 겹겹이 세워 막았는데 생각보다 제구실을 했다.


“자기들끼리 밟고 올라오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부대 편성을 하고 차량으로 막자는 제안을 한 김정웅이 차에 가로막혀 오지 못하는 좀비를 보며 이어 말했다.


“영화 같은 거 보면 자기들끼리 밟고 올라오고 그러는데 그런 건 불가능한 모양이에요.”

“만약 물리적인 힘을 가해서 죽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라지지 않고 쌓일 테니까요.”

“그렇네요.”


확실히 여러모로 내가 가진 능력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에 붙는 놈들은 지속적으로 처리해서 쌓이지 않게 소화전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부 정리는 진행되고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외부 좀비는 거의 다 처리된 상태입니다.”


아파트 관리실에서 키를 확보한 우리는 내부를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단지 안에 있는 좀비를 완전히 제거하고 있었다.


“인원은 더 늘었나요?”

“예, 거의 천 명 가까이 됩니다.”


아파트 규모가 꽤 크기도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았다.


“정말 부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모였네요.”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아파트 내부도 순조롭게 정리 중이었다.


“그나저나 지시하신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반발이 있을 거로 생각됩니다.”

“어쩔 수 없죠.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입구를 봉쇄하고 아파트 건물 안에 있는 좀비를 처리하면서 부탁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상수도 밸브는 물탱크를 보충할 때를 제외하곤 사용하지 않을 것.


두 번째는 모든 아파트의 냉장고를 회수하겠다는 거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수도를 사용하는 게 그리 안전할 것 같지는 않아요. 확인되기 전까지만 불편해도 참아달라고 해야죠.”


내 말에 어느 정도 김정웅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저도 같은 생각이긴 합니다. 물을 통해서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으니까요. 사실···. 걱정이 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식량이죠?”

“예, 그렇습니다. 효율적으로 분배를 하겠다는 취지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특히, 식량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세대는 뺏긴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그렇겠죠.”


사람이라는 게 본래 힘들 때 본성이 나오는 법이다.


식량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내가 내린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을 거다.


‘그럼 뭐 어쩌겠어.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렇게 따지면 얼마 전에 나도 장을 봤기 때문에 한 달? 아니, 잘 조절해서 먹으면 세 달도 크게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각자가 가진 식량으로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식량이 적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며 굶게 될 거고 그러면 자연스레 분란이 생긴다.


‘그 꼴은 못 보지 내가.’


내가 희생을 하더라도 식량을 모두 걷어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금방 상하는 음식도 있고, 유통기한이 긴 음식도 있겠지만 양 조절이 중요했다.


사람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열량을 사실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


‘활동을 하려면 조금 많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어쨌든 이 부분에 있어선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참···. 웃기네.’


평소에 이런 종류의 게임이나 소설 같은 걸 자주 봤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지 몰랐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길래 고개를 돌렸다.


“저건 무슨 상황이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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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NEW 6시간 전 44 0 12쪽
25 신의 계획이거나, 신의 장난이거나. +2 24.09.19 102 2 12쪽
24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24.09.18 145 4 12쪽
23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24.09.17 166 3 12쪽
22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3 5 12쪽
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3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6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8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1 5 11쪽
17 필수불가결 24.09.09 206 3 12쪽
16 쏴 보면 알아 24.09.07 219 5 12쪽
15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24.09.06 240 9 12쪽
14 내가 아픈 만큼 불안했겠지 24.09.05 247 8 12쪽
13 위기에 강한 민족 +2 24.09.04 253 9 12쪽
1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24.09.03 264 7 12쪽
11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24.09.02 280 7 12쪽
10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24.08.31 301 9 12쪽
9 막고 있는 게 아니라 갇혀 있는 겁니다 24.08.30 320 8 12쪽
8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08.29 330 8 12쪽
» 저건 또 무슨 상황이냐 24.08.28 351 10 11쪽
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60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401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2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7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8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1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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