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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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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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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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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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DUMMY

이하나는 내가 하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 세계를 유지하고 구성하는 힘이 무너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내 말에 이하나는 뭔가 떠오른 게 있는지 작게 중얼거리며 나를 쳐다봤다.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파괴하려는 자도 있기 마련이죠. 아까도 말했다시피 두 가지 힘이 작용하고 있잖아요.”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하나는 우릴 지키려는 힘이고.”


나는 스마트폰의 신호 없음 표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하나는 우리를 방해하는 힘이죠. 공교롭게도 두 힘의 작용 방식이 똑같네요. 후자가 조금 더 광범위하긴 하네요.”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어 말했다.


“어쩌면 그게 현 세력의 구도를 나타내는 걸 수도 있겠네요. 우릴 돕는 힘이 지금으로선 더 약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깊이 파고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하나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코를 찡긋거리며 말했다.


“믿기 힘들지만, 그럴듯하게 들리네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통신망의 마비도 설명이 안 되거든요. EMP를 터뜨리거나 수만 명이 작정하고 해킹을 하더라도 이렇게 오랫동안 차단할 순 없어요.”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의 힘이 작용한다고 볼 수밖에 없겠네요.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도 그렇고요. 군에선 검은색 구체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군에선 블랙 게이트라고 이름 붙여서 부르고 있어요. 군 과학자나 기술자들 얘기로는 공간의 비틀림이라고 하는데 타 차원과 연결된 통로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블랙 게이트라···.


검은색 구체와 문을 합쳐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 제법 그럴듯한 이름이다.


“그 게이트가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아, 모르시겠군요. 위성 통신도 안 될 테니까.”

“예.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북한도 이와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아, 북한은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니까···.”


나는 대화를 나누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하나를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내 시선에 이하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아니, 제가 묻는 말에 너무 순순히 대답해 주시는 것 같아서요. 지금 저한테 말하고 있는 거 기밀 사항 아닙니까?”

“맞습니다.”


맞다는 말을 저렇게 해맑게 해도 되는 건가?


대위라는 계급이 내가 병사 생활을 했을 때나 높은 거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리 높은 계급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걸 그렇게 막···. 얘기해줘도 되는 겁니까?”

“그 정도 권한은 있습니다.”

“아···. 각성한 게 어느 정도 힘이 되겠네요.”


내 말에 이번엔 이하나가 나를 쳐다보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죠?”


내가 똑같은 말을 되돌려줘서 웃긴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웃긴 건지 모르겠지만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가 웃는 걸 뚱하니 바라봤더니 황급히 표정을 수습하고 군인 그 자체로 돌아가더니 답했다.


“나이는 어려 보이시는데 상황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아 그랬습니다. 그리고 딱히 기밀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기밀이라는 건 공개되었을 때 국가에 심대한 피해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건데 그런 정보는 아니니까요.”

“음···. 듣고 보니까 그것도 그렇네요.”


군에서 블랙 게이트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그 검은색 구체는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아파트 단지 전체가 다 안다.


북한에도 블랙 게이트가 생겼다는 건 기밀이라면 기밀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것 또한 누구나 알 수 있는 거다.


‘북한은 멀쩡하고 우리나라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 그놈들이 안 쳐들어왔겠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국가 간에 전쟁은 늘 있어왔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절대 침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순진한 게 아니라 무식한 거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하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본론을 꺼냈다.


“제가 원하는 건 정보와 지원 이 두 가지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여기 있는 인원 전부를 수방사로 데려가는 건 무리겠죠?”

“지상이면 무리라고 할 순 있지만, 공중은 아닙니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모두 안전하게 수방사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방사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은데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겁니까?”


내 말에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예, 대통령도 계시는 곳입니다.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수방사 상황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화기를 사용하셨을 테니까요.”


이하나는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화기의 소음을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아마 주변에 있는 좀비가 상당히 몰려들었을 거다.


그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일 거고, 그렇다고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뚫어내지 않으면 섬에 갇힌 거나 다름없으니까.’


그나마 공중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보단 덜 하겠지만, 좋은 상황은 아닐 거다.


“아, 크기가 큰 좀비의 존재도 알고 계십니까? 저는 자이언트 좀비라고 부르고 있는데.”

“예, 물론 알고 있습니다. 수방사를 공격했던 게 자이언트 좀비니까요.”

“얼마나 강합니까?”

“싸워보신 거 아닙니까?”

“싸웠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일격에 원거리에서 죽였으니까요.”


내 말에 이하나가 또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예? 이, 일격에···. 죽이셨단 말입니까? 그 자이언트 좀비를?”

“예.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각성하셨으니 대위님께서도 충분히 가능하신 일 아닙니까?”

“처리하는 건 가능하지만, 일격에 죽이진 못합니다.”

“그렇습니까? 아···. 제 능력이 좀비와 상극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네요.”

“화염도 나름 상극이라면 상극일 텐데···.”

“완전한 상극이라고 보긴 어렵죠.”


나는 상당히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리곤 말을 이었다.


“싸워보셨다면 잘 아시겠네요. 얼마나 강한가요?”


내 물음에 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설명했다.


“일반 좀비에 비해 화염 내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일반 화기들도 통하지 않아서 처리하는 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일격에 죽이셨다고 하니 솔직히 믿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과하게 힘을 사용한 게 아닐 수도 있겠네.’


나는 그때 생각이 다시 나자 오싹했다.


만약, 그때 일격에 죽이지 못했다면 나는 물론이고 이 안에 있는 모두가 죽었을 수도 있다.


“괜찮으십니까?”


내가 표정이 좋지 않자 이하나가 걱정스러운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 예···. 괜찮습니다.”


나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수방사에서 원하는 게 저의 단순한 합류는 아닐 거고 제가 가진 힘을 원하는 거겠죠?”


내 질문에 이하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예, 맞습니다. 김수현 씨가 저희에게 원하는 건 정보와 지원이라고 하셨죠. 저흰 그 두 가지를 모두 드릴 수 있습니다. 그 대가로 김수현 씨는 그 힘을 가지고 서울 회복에 힘을 써 주시면 됩니다. 이미 수방사 안에는 5명의 각성자가 있습니다.”

“5명이나요?”

“예. 수방사에 오지 않은 각성자도 있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마찬가지로 물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각성자들 역시 바라는 건 우리와 같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군요.”


내 말에 이하나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통령이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안전하단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하나 말고도 4명의 각성자가 더 있다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맞다.


거기다 나까지 수방사에 합류한다면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좋습니다. 합류하죠.”


내 말에 이하나가 눈에 띄게 밝은 표정을 지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좀비와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내 말에 당연히 그럴 거라고 예상한 건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날 쳐다봤다.


“하나는 제 가족들과 연우 누나 가족들의 생사 여부입니다.”

“돌아가는 즉시 파악하겠습니다. 두 번째도 말씀하시죠.”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제가 가진 힘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저도 없길 바라는데 사람 일이라는 게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더라고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하나를 쳐다봤다.


내 시선에서 한기가 느껴졌는지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 한 가지는 지금 당장 합류하진 않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제가 한 말 그대로입니다. 합류 시기는 제가 정합니다.”


* * *


갑작스러운 결정이긴 했지만, 모두가 내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곳보다 수도방위사령부가 더 안전하다는 건 세 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그곳에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걸 떠나서 나와 비슷한 힘을 가진 각성자가 5명이나 있다고 하는데 어느 누가 이곳에 남고 싶을까.


‘무엇보다 가족들 생사도 알 수 있고.’


당장 이하나 대위가 타고 온 헬기에 성격 급한 일부 인원이 타고 이동했다.


“저기 옵니다.”


김정웅의 말에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수송 헬기가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날아오는 게 보였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신호탄처럼 신성력을 위로 쏘아 보냈다.


순백의 빛이 불꽃처럼 올라가더니 빛을 뿌리며 터진다.


“여자와 어린 아이들 먼저 태우겠습니다.”


헬기가 점차 접근하는 모습을 본 김정웅이 내게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그의 눈치를 봤다.


“정말 같이 안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담백하게 대답하는 김정웅의 말에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미안하기도 했다.


아무리 수방사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아내와 아이를 보내고 홀로 이곳에 남는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애초에 계획은 이게 아니었는데···.’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서서히 착륙하는 헬기를 쳐다봤다.


공간이 협소하긴 했지만, 착륙하려면 충분히 착륙할 수 있는 장소가 있었다.


강한 바람에 다칠 수도 있어 안전한 곳에 있다가 완전히 착륙한 뒤에 사람들을 태우고 있었다.


“저 혼자 남으려고 했는데 참···. 말하지 말고 그냥 다 태워서 보낼 걸 그랬습니다.”

“그랬다면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김정웅이 고개를 휙 돌려 날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 시선이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서 나도 모르게 움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보내고 혼자 남아서 다른 아파트 단지의 생존자도 구출할 생각이었다.


소방차만 있다면 솔직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 얘기를 꺼냈는데 그 말에 전투 요원으로 편성된 인원들과 김진국 역시 남겠다고 했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서 연우 누나 역시 각성했으니 자기가 그 어떠한 인원보다 도움이 될 거라며 남겠다고 했다.


경계를 담당한 인원들 역시 하루, 이틀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니 경계가 필요할 거라고 말하며 남았고, 보급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보니···. 거의 태반이 남게 됐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진짜, 다 가도 괜찮은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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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신의 계획이거나, 신의 장난이거나. +2 24.09.19 102 2 12쪽
24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24.09.18 145 4 12쪽
23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24.09.17 166 3 12쪽
»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4 5 12쪽
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3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6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8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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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2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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