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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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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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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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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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DUMMY

끝끝내 남아 전투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쉴 수밖에 없었다.


소방차를 운용할 수 있을 정도의 인원만 남으면 충분하다고 누차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숨 좀 그만 쉬어라. 그러다 땅 꺼지겠다.”

“아직도 안 꺼졌나?”


내 말에 연우 누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린다.


“성자님을 돕겠다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남았는데 기쁘시지 않습니까?”


김정웅의 물음에 나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물론 기쁘죠.”


가족들과 생이별하면서 나를 돕겠다고 남았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기쁜데···. 부담스럽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죠. 걱정도 되고.”


내 말에 연우 누나는 내 어깨를 퍽퍽 때리며 말한다.


“걱정하지 마. 이 누나가 있잖아.”


능력을 얻더니 자신감이 아주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아 있다.


“솔직히 걱정할 게 뭐가 있냐? 네 능력이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망자는커녕 부상자도 나오지 않을 텐데.”

“그걸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걱정이지. 즉사하는 경우엔 내가 손을 쓸 수가 없잖아. 게다가 이번엔 규모 자체가 달라. 우리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이 제일 적은 거 알지? 시간도 많이 지났고···. 아마,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야.”


죽은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상대해야 할 좀비가 많다는 거다.


그 말은 우리가 감수해야 할 위험도 역시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 남은 사람 중에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예, 그렇겠죠. 그러니까 부담이 되는 거예요. 여기서 한 명이라도 죽는다면 저는 그분 가족에게 알려야 하겠죠.”


머릿속으로 누군가 죽어 내가 그 사람 가족 앞에 서서 죽은 사실을 알려주는 상상을 해봤다.


‘생각보다 더 끔찍한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내가 바란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 바람대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믿음이 부담스럽고 걱정이 된다.


“힘을 가졌으면 짊어져야 하는 무게라고 생각해.”


연우 누나가 내 어깨에 팔을 두르며 날 쳐다봤는데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웠다.


나보다 키가 작아서 어깨동무가 아니라 어깨 걸기 같은 느낌이었다.


김정웅은 그런 우리 둘을 바라보다가 멀리서 날아오는 헬기를 보며 말했다.


“저희가 요구했던 소방 헬기가 오는 것 같습니다. 슬슬 준비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야겠네요.”


나는 어깨에 걸쳐져 있는 연우 누나의 팔목을 붙잡아 내리곤 다가오는 헬기를 쳐다봤다.


* * *


소방 헬기에 담긴 물을 성수로 바꾸기 위해 착륙 지점에 도착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위님이 여긴 또 어쩐 일이십니까?”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은 헬기 때문에 바람이 일었는데 그녀의 단발 머리가 그 바람에 흔들렸다.


“사령관님께서 김수현 씨가 최대한 빠르게 합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라고 하셨습니다. 일종의 파견 같은 거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방사의 사정도 썩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곳에 와도 괜찮은 겁니까?”

“자이언트 좀비가 떼거지로 오거나 수방사 내부에 블랙 게이트가 생성되지 않는 이상은 괜찮을 겁니다. 제가 파견 나온 대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각성자 한 명은 부대로 복귀할 거고요.”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최악의 상황에는 수방사에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다.


“걱정되시면 빠르게 합류해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생존자를 구하시는 편이 좋겠죠?”

“그렇네요.”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나를 직접 이곳에 보낼 정도면 내가 가진 힘을 꽤 높이 평가한다는 말이 된다.


“아, 그리고 말씀하신 소방차를 모으기 위해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수방사에 합류하시기 전에 최소 100대 이상의 소방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가적으로 두 분의 가족 위치도 파악했습니다. 무사하신 거 확인했고, 현재 구조 중에 있습니다. 각성한 인원 한 명이 직접 갔으니 무사히 수방사로 복귀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연우 누나가 입을 틀어막더니 말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예, 사실입니다. 몇 번이나 확인한 사항입니다. 가족 분들께 두 분의 생존 사실 역시 알려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정말,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다!”


연우 누나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누나를 끌어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서로 내색도 하지 않고 먼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도 않았지만, 그 어떠한 것보다 궁금했던 소식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연우 누나를 달래주고 있는데 별안간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온다.


“성자님!”


뒤를 돌아보니 김진국이 의아한 얼굴로 울고 있는 연우 누나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준비 다 끝났습니다.”


노을 진 하늘을 힐끗 바라본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작전은 모두 정확하게 숙지시켰나요?”

“예,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습니다. 기계처럼 움직일 겁니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다. 슬픈 소식을 가지고 수방사로 복귀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내 말에 김진국은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말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웃음에 나도 씩 웃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대기해 주세요. 준비가 끝나는 대로 이동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진국은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뒤로 돌려 소리친다.


“신호하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대기!”

“대기!”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대기하라고 하십니다!”


그 말을 목청껏 소리치며 전달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훅! 하고 숨을 내뱉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연우 누나의 어깨를 붙잡아 말했다.


“얼른 사람들 구하고 가족들 보러 가자.”


내 말에 연우 누나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둘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하나는 이연우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는 것 같아지자 물었다.


“저는 뭘 하면 될까요?”

“이곳을 지켜 주시면 됩니다. 생존자들을 이곳까지 무사히 이동시키면 수송 헬기에 태워 주시면 됩니다. 아, 물론. 불로 태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내 말에 이하나는 잘못 들었나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고, 연우 누나 역시 두 눈을 깜빡이며 날 올려다봤다.


분위기가 싸해지려는 무렵 웃음을 힘겹게 참는 소리가 들렸다.


“풋! 큽!”


나를 포함해 모두의 고개가 김정웅에게 향했다.


“크흠! 험! 죄송합니다. 풋 큭큭! 불로 태우라는 말이 너무···. 킥! 크흠! 험, 죄송합니다.”


표정을 애써 딱딱하게 굳히고 웃지 않으려고 해봤지만, 입꼬리가 연신 실룩이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런 나를 경멸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두 쌍의 눈이 보였다.


‘그렇게 별로였나···.’


* * *


어쨌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 같긴 했다.


헬기에 담겨 있는 물을 신성력으로 바꿨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마력이 크게 소모되지 않았다.


“소방 헬기가 아니라 밤버비킷을 단 거라서 물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담수량이 어느 정도입니까?”

“400~800L 정도 됩니다.”


그 말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이 많진 않지만 공중에서 거리의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니까 분명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다.


물을 보급할 수 있도록 몇 곳의 물탱크를 지정했으니 작전하는데 제약은 없을 거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옆에 있던 김정웅이 내게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 개시하겠습니다.”


내 말에 김정웅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작전 개시!”


그 목소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아파트의 생존자 구출을 위해 자진해서 남은 인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전 개시”!


작전 개시라는 말과 동시에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애애애애애앵!


그 소리가 신호가 되어 차량으로 막아둔 입구를 연우 누나가 연다.


그와 동시에 옥상에 있던 소화전에서 물이 뿜어져 나가기 시작한다.


쏴아아아아!


낮이야 물을 뿌려도 바닥이 금방 말랐지만, 해가 넘어가는 지금은 확실히 덜할 거다.


물을 최대한 아껴가며 작전의 지속 시간을 늘린다면 아파트 단지 내부에 바글거리는 좀비를 모두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이동!”


이동이라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인원이 연우 누나가 연 입구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소방차 4대를 선두로 차량에 탑승한 인원 일부와 도보로 이동하는 인원 일부가 빠르게 타 아파트 단지로 향한다.


모두가 안전하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과 연우 누나가 선두에 서서 이동하는 것을 확인한 나는 이하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보다 경험이 더 많으실 테니 걱정하진 않습니다. 잘 해주실 거라 믿거든요. 그럼.”


나는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나갔다.


적당한 부담은 능률을 높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나 다를까 슬쩍 뒤를 돌아 확인한 그녀의 얼굴엔 부담감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알아서 잘하시겠네.’


군인이라는 책임감도 있을 거고 어쨌든 내게 점수를 따야 하는 입장이었으니 최선을 다할 거다.


나를 금세 선두를 따라 잡았고, 사방에서 물밀듯이 밀려드는 좀비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소방차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싸우라고 지시했지만, 작전을 위해선 결국 벗어나야 하는 인원들이 생긴다.


“첫 번째, 두 번째 아파트에서 좀비가 더 나오지 않습니다!”

“1조, 2조 투입! 옥상에 있는 물탱크 확보가 우선입니다!”

“예!”

“1조, 2조 투입! 투입!”

“이동해!”

“소방차! 1조, 2조가 이동하는 방향 뚫어줘! 나머지 인원들 지원 사격해줘!”


소방차로 길을 뚫고 최대한 지원 사격을 한다.


마치 모세처럼 좀비의 강을 가르고 들어가 아파트 입구로 향한다.


“입구 봉쇄!”

“입구 봉쇄조 투입!”


물탱크를 확보하기 위해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인원들을 따라 들어가는 좀비를 막기 위해 봉쇄조가 투입된다.


머리 위로는 정신없기 헬기가 날아다니며 물을 뿌려댄다.


“젖은 땅에서 벗어나지 마! 무조건 젖은 땅 위로 다녀!”

“저쪽 지원! 저쪽도 물 뿌려줘!”

“소방차! 소방차!”


정신없이 고성이 오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체계적으로 작전이 진행됐다.


사이렌 소리를 듣고 아파트 단지 내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좀비를 최대한 처리한다.


어느 정도 나오는 숫자가 줄어든 것 같으면 아파트 내부에 인원을 투입한다.


투입한 인원을 따라 들어가는 좀비를 막기 위해 입구에 봉쇄조가 자리를 잡는다.


최대한 바닥을 적셔 안전한 영토를 최대한 늘린다.


“좀비한테 쏘지 말라고! 땅! 땅에 쏴! 땅을 적시란 말이야!”

“성수 낭비 하지 말고 땅에 뿌리라고! 땅!”


직접 좀비를 겨냥하는 방식에서 광범위하게 땅을 적시는 방향으로 바꿨다.


‘확실히 이게 훨씬 더 효과적이네.’


그럴 거로 예상했지만, 실제로 그 생각이 맞았다는 걸 확인하니 알게 모르게 희열이 느껴졌다.


그 희열엔 내 생각이 맞았다는 점도 있지만 전투하는 인원들의 안전이 더 올라갔다는 부분도 있었다.


“그어어어어!”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나는 허공에서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좀비를 쳐다봤다.


작가의말

작은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갔다가 장지까지 가느라 어제 연재를 못 했습니다...


어제 연재 못한 건 일요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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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신의 계획이거나, 신의 장난이거나. +2 24.09.19 102 2 12쪽
24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24.09.18 146 4 12쪽
»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24.09.17 167 3 12쪽
22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4 5 12쪽
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3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7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8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1 5 11쪽
17 필수불가결 24.09.09 20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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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24.09.06 24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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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60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401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2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7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9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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