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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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S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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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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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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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DUMMY

“연우 누나!”


내 외침에 연우 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알고 있어!”


내 목소리에 즉각 반응한 연우 누나는 자신의 주변에 빛의 화살을 만들어냈다.


상상력이 풍부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능력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선 뛰어났다.


한 개, 두 개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연우 누나의 주변을 가득 메울 정도로 빛의 화살이 생겨났다.


“가라!”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자 수십 개의 빛의 화살이 떨어지는 좀비를 향해 날아간다.


공중에서 바닥으로 고정된 경로를 따라 떨어진다고 하지만, 좀비 여럿을 동시에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집중력이 좋은 건가?’


나라면 저런 복잡한 방법보다는 검막을 만들어서 지붕을 만들었을 거다.


물론, 내 방식이 단순하면서도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건 아니다.


“또 떨어집니다!”

“제가 막을 테니까 공중은 신경 쓰지 마세요! 최대한 물을 뿌리는 범위를 넓혀야 해요!”


그래, 그게 맞다.


땅따먹기를 하는 것처럼 지상을 물로 적셔 천천히 범위를 넓히다 보면 안전은 보장된다.


“더 넓게 퍼져서 뿌리세요! 생존자가 나오면 지금 뿌려놓은 범위도 순식간에 좁아질 수도 있어요!”


내 외침에 물을 뿌리는 인원들이 점차 넓게 퍼져 뿌리기 시작한다.


소방차 지원 사격을 받으며 소방 호스의 물이 닫지 않는 범위까지 늘린다.


나는 마력을 모아 아파트 한 동에 날렸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아파트였는데 그 신호를 본 소방 헬기가 순식간에 이동해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촤아아아악!


시원하게 허공에서 뿌려지는 물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좀비가 녹아내린다.


젖은 바닥을 밟고 그 뒤에 다가오던 좀비들도 빛에 휩싸여 사라지기 시작한다.


“다음 조! 다음 조 누구야! 다음 조 이동해! 두 개 조가 이동해! 뚫어야 돼!”


헬기가 연달아 살포한 성수 덕분에 꽤 넓은 공간이 섬처럼 생겼다.


“제가 열어드릴게요.”


나는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맨몸으로 뚫어야 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화아아아악!


검에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간다.


“그워어어!”


가까이 다가가니 옅은 시체 냄새가 훅 풍겨 왔지만, 그리 강하진 않았다.


시체 냄새가 심하면 코가 아플 지경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다소 이상했다.


‘이것도 성수의 영향인가?’


나는 의아해 하면서도 정신없이 밀려드는 좀비를 베며 길을 뚫었다.


내 양옆으로 물총을 쏴대며 길을 뚫는 전투 요원들이 보였다.


가장 위험한 상황이 어쩌면 지금인지 몰랐다.


소방 호스의 지원에서 벗어난 순간, 어떠한 지원도 없이 모두가 맨몸으로 좀비를 상대해야 한다.


“뚫어 줄게요. 거리 유지하면서 쏘세요!”


나는 좀비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일부러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다.


사이렌 소리와 헬기 소리가 워낙 커서 순간순간 이리저리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오히려 좋은데?’


소리에 민감해서 오히려 혼란이 야기됐다.


정신을 못 차리는 놈들을 뚫고 지나가 헬기로 물에 적신 지대까지 진입했다.


뒤에서 헬기가 날아오며 입구 근처를 겨냥해 물을 뿌린다.


“길 열렸어! 들어와! 안으로 들어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 오던 인원들이 빠르게 진입에 성공한다.


헬기에서 쏟아진 물 덕분에 입구까지 길이 생겨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들어가! 들어가고 일부는 입구에서 바닥에 마르지 않게 물 계속 뿌려!”


아파트 단지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거의 동일하다.


이곳에 나오기 전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몇 차례 훈련을 했는데 그 덕을 보는 것 같았다.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이 동선이나 역할 분담이 철저했다.


‘소방차가 비집고 들어오긴 어렵겠어.’


나는 다시 한번 허공에 신성력을 활용해 신호탄을 두 번 쐈다.


헬기의 지원이 아니면 힘든 곳이 생길 경우 두 번 쏘기로 했는데 마침 이동하던 헬기가 발견하더니 선회한다.


내가 있는 방향이 건물과 건물 사이라 호버링을 하며 물을 뿌리기 시작한다.


촤아아악!


헬기에서 떨어지는 물이 시원하게 입구 주변을 적신다.


“그워어어어!”


호버링을 하고 있던 좀비에게 점프를 하는 좀비가 보여 나는 그대로 신성력을 담은 검기를 날렸다.


서걱!


헬기를 향해 날아가던 좀비가 정확히 그 중간에서 몸체가 반으로 갈라져 떨어진다.


땅과 충돌하기 직전에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고도 좀 더 높이세요.”


좀비의 점프 실력이 형편없지만, 만에 하나 몸이 부딪히기라도 한다면 추락할 가능성이 있었다.


‘위험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지.’


조금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뿌려주려고 방금은 고도를 좀 내리긴 했지만, 좀비가 닿을 정도는 아니었다.


정신없이 뿌리다 보면 방금처럼 고도를 너무 낮추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었다.


‘큰 위협이 안 되긴 했지만, 알아서 고도 높이라고 전달하겠지?’


헬기끼리 수신이 되기 때문에 아까와 같은 위험 요소에 대해선 즉각 전달이 됐을 거다.


나는 다시 좀비를 뚫고 대열에 합류하자 옥상에서 빛이 번쩍인다.


“성자님!”


김진국도 그 빛을 봤는지 나를 불렀다.


“예, 봤습니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플래쉬를 켜고 있는 옥상을 바라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옥상에서 내려와 봤으니 올라가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타앗!


땅을 박찬 뒤 베란다 난간을 발판 삼아 연신 허공으로 뛰어 올라갔다.


순식간에 옥상에 도착한 나는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인원들을 뛰어넘어 물탱크가 있는 곳에 착지했다.


화아아악!


마력을 끌어올려 물탱크 안에 있는 물을 성수로 바뀐 뒤 말했다.


“됐습니다. 바로 쏘세요.”


넋을 놓고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이 내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황급히 움직인다.


“소화전 호스 다 빼!”

“물! 물 틀어!”

“오케이!”


위에 올라와서도 역할 분담이 제대로 돼 있다.


입구에서 올라오는 좀비를 처리하는 인원, 소화전 줄을 빼는 인원, 호스를 붙잡고 있는 인원, 물을 트는 인원이 제 자리에서 맡은 일을 수행한다.


‘좋네.’


나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반대편 아파트의 옥상을 쳐다봤다.


이제 막 올라와 옥상 위로 밀려드는 좀비를 막고 있는 게 보였다.


‘넘어갈 수 있으려나?’


나는 난간에 서서 반대편을 바라봤는데 생각보다 옥상 문을 통해 나오는 좀비들이 많아 보였다.


삽시간에 뒤로 밀렸는데 일부가 황급히 땅을 적셔 보지만, 금방 당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젠장.”


나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도약하려고 발에 힘을 줄 때였다.


다다다다다다!


별안간 헬기가 내 머리 위를 빠르게 지나간다.


촤아아아악!


수세에 몰려 고전하고 있던 인원들 위로 물이 뿌려진다.


“그워어어!”

“으어어어어!”


물에 닿은 좀비가 빛에 휩싸여 사라진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몰아쉬었는데 헬기가 다시 내가 있는 방향으로 돌아온다.


나는 조종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주자 조종사가 미소를 짓더니 따라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러더니 반대편 옥상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래를 가리킨다.


“헬기 받침대를 붙잡으라는 말 같은데요?”


소화전을 붙잡고 물을 뿌리고 있던 사람의 말에 나는 그제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고 조종사가 슬쩍 나를 바라더니 손가락을 동그랗게 마는 게 보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점프해서 절대로 닿을 수 없는 높이였지만, 나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가능합니다.”


나는 손가락을 동그랗게 마는 동시에 입으로도 말을 했다.


조종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오라는 듯 손을 위로 몇 번 올렸다.


나는 양손에 침을 탁 뱉고는 반대편에서 플래쉬를 비추며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인원을 보며 씩 웃었다.


“읏쌰!”


나는 가볍게 도약했다.


받침대를 잡지 못하면 땅으로 곤두박질 치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죽진 않을 거다.


‘많이 아프겠지···.’


나는 서서히 가까워지는 받침대를 노려보며 정확히 붙잡았다.


헬기가 순간 휘청이긴 했지만, 순식간에 중심을 붙잡곤 반대편 아파트 옥상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이야, 기술자는 확실히 다르시네.”


부드럽게 선회하며 반대쪽 옥상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뛰어내려 착지했다.


내가 안전하게 착지하는 모습을 확인한 조종사는 다시 한번 엄지를 치켜든다.


나도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어주니 씩 웃으며 물을 방향을 돌린다.


“다치신 분 없으시죠?”

“아, 아까 올라오면서 물렸는데 물 뿌렸습니다.”


그 말에 나는 상처 부위를 봤는데 아물어 있긴 했지만,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고통이 상당했을 텐데도 물린 부위를 손바닥으로 탁 때리며 말한다.


“별거 아닙니다. 물려도 변하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말했다.


“손 좀 잠깐 줘보세요. 팔뚝을 제대로 물리셨네요.”

“하하, 제 팔뚝에 살이 많아서 그런가 꽤 맛있어 보인 모양입니다.”


나는 그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리곤 신성력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했다.


선명하게 남았던 자국이 완전히 사라졌다.


“어떠세요? 좀 불편해 보이셔서 치료했는데.”


성수로 치료하긴 했지만, 다소 움직임이 불편해 보였는데 그게 완전히 사라졌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괜찮습니다.”


신기하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의 팔뚝을 매만지더니 나를 보며 고개를 푹 숙인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자님. 이런 은혜를···.”

“아이고, 아닙니다. 은혜는 제가 입고 있죠. 자진해서 남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텐데···. 아, 이럴 시간이 없지.”


나는 고개를 몇 번 세게 젓고는 물탱크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손을 얹은 뒤에 마력을 일으키자 내 손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물탱크 전체를 천천히 감싸기 시작한다.


그렇게 완전히 감싸지자 물탱크 안에 담겨 있는 물에서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게 보였다.


“됐습니다. 아파트 입구를 중점적으로 최대한 넓게 분사해 주세요. 아파트 안에 있는 생존자가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요.”

“예, 알겠습니다. 소화전 뿌리는 인원 제외하고 바로 층별로 이동합시다! 소화전으로 복도, 계단 적시는 거 잊으면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바로 이동합시다!”


방금 전까지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으면서도 사람들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다.


자신들의 힘으로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미소를 짓게 만드는 걸 거다.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멸망이 아닌 도약의 시대가 될 지도 몰랐다.


‘야구에서 위기 뒤엔 기회가 찾아 온다고 했지.’


실점 위기를 무사히 넘기면 반드시 득점 찬스가 있다는 말인데 나는 그 말을 꽤 믿는 편이다.


* * *


“거의 대다수의 아파트 수색이 끝났습니다. 생존자는 물을 뿌려둔 길을 따라서 안전하게 수송 헬기에 탑승하고 있습니다.”

“근처에 아예 접근도 하지 못하게 광범위하게 계속 땅이 젖어 있도록 유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김진국은 내 말을 듣고 빠르게 멀어졌다.


“아저씨, 헬기는 계속 지원해 주고 있나요?”

“예, 아직 생존자 수색이 덜 끝난 곳 위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원들도 많이 보냈고 사도님께서 직접 가셨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생존자 수송도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그 말에 나는 마음이 놓여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활약해줘 덕을 많이 봤다.


‘확실히···. 사도를 더 늘릴 필요가 있겠어.’


아직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연우 누나에게만 사도 임명을 써서 몇 명이나 가능한지도 아직 모른다.


‘100% 인원에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역시 가족인데, 가족에게 사용하는 것도 사실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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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NEW 6시간 전 44 0 12쪽
25 신의 계획이거나, 신의 장난이거나. +2 24.09.19 102 2 12쪽
» 사람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면 24.09.18 146 4 12쪽
23 그래, 그것도 예상했다 24.09.17 166 3 12쪽
22 지키려는 자가 있다면... +2 24.09.14 174 5 12쪽
21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24.09.13 173 5 12쪽
20 공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24.09.12 177 5 12쪽
19 괜히 물만 낭비했네 24.09.11 188 5 12쪽
18 안 되면 되게 하라 24.09.10 201 5 11쪽
17 필수불가결 24.09.09 206 3 12쪽
16 쏴 보면 알아 24.09.07 219 5 12쪽
15 신도 욕하는 게 사람인데. 24.09.06 240 9 12쪽
14 내가 아픈 만큼 불안했겠지 24.09.05 247 8 12쪽
13 위기에 강한 민족 +2 24.09.04 253 9 12쪽
1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24.09.03 264 7 12쪽
11 언제나 최악을 생각했어야 했다. 24.09.02 280 7 12쪽
10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24.08.31 30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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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람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24.08.29 330 8 12쪽
7 저건 또 무슨 상황이냐 24.08.28 351 10 11쪽
6 이렇게 쉬운 걸... 24.08.27 360 9 11쪽
5 언제나 사람이지 +2 24.08.26 401 11 11쪽
4 오히려 경험치 이벤트지 24.08.25 432 12 11쪽
3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것 +2 24.08.23 477 13 12쪽
2 게임적으로 접근하자고 +6 24.08.22 558 16 11쪽
1 아포칼립스 세상 : 각성의 시대 24.08.21 71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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