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4개의 클론이 들러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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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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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작품등록일 :
2024.08.22 08:24
최근연재일 :
2024.09.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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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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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문 앞에서

DUMMY

#5-1장 지하실의 유혹


초희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안해 보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고, 차 표면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눈동자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는 그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의 증상이었다.


‘그이는 언제 오는 거지?’ 그녀는 찻잔을 감싸 쥐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때,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너 같은 게 우리의 성공작이라고? 인정할 수 없어!!’


‘야, 너무 그러지 마··· 이 아이도 우리의 일부야···’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이제 목소리는 그녀를 배제한 채 자신 들끼리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주된 내용은 그녀와 남편에 대한 비난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넌 정말 머릿속이 꽃밭이구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그녀를 찔렀다.


“내가 무엇을 모른다는 거야? 비난만 하지 말고 말하라고!” 초희는 잡고 있던 컵을 집어 던지며 악을 질렀다.


‘큭큭큭···’


‘넌 무지를 이용해 사실을 보고도 눈을 가리고 있어. 이미 인지했잖아?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저 인정할 용기가 없을 뿐···.’


냉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초희는 대꾸할 수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으므로.


‘넌 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을 거야. 네가 죽을 때까지··· 아니지, 그가 너를 죽음으로 도망치게 하지 않을 거야···’


또 다른 목소리가 저주를 퍼부었다.


“이제 결정해! 네가 너의 의지로···너의 뜻으로!”


목소리들이 나를 지하실 문 앞으로 끌어당겼다.


‘문을 열어···우리에게로 와.’


초희는 숨을 들이쉬며 눈을 꾹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맴돌았다.


‘그는 다정하다. 그는 나를 아이 다루듯 한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를 모른다. 알려주지 않으니··· 그는 내가 묻는 것을 싫어한다. 그는 나를 통제한다. 그는 강압적이다. 그는 나를 가두고 놓아주지 않는다.’


초희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래··· 맞다··· 난 앞으로 이곳에서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지하실 앞에 섰다. 그리고 그 검은 문을 밀었다.


스르륵 문이 열렸다.


#5-2장 판도라의 상자


그녀는 문을 열기 전에 그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의 경계심을 눈치채고, 차근차근 그를 안심시키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마치 지하실이라는 존재를 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가 잠이 들면 내 곁에 누워 있다가 슬며시 일어나 자리를 비우는 것을 알았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가 자리를 비우면 그녀는 슬며시 눈을 떠 시간을 확인했다. 전자시계에 ‘AM 03:00’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언제나 일정하네···’


그녀는 그가 이 새벽에 지하실로 간다는 사실을 그의 뒤를 밟아 알아냈다. 그가 어떻게 문을 여는지도.


그리고 이제 그녀의 눈앞에는 암흑 속으로 초대하는 계단이 보였다. 그녀는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이브가 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진실의 사과를 물었던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벽을 짚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계단을 밟아 내려갔다.


‘손전등을 가져올걸···’


후회하는 순간, 갑자기 조명이 켜졌다. 놀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가쁜 숨을 내쉬며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숨을 가다듬은 후 다시 걸어 내려갔다.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내려갔을 때, 냉장고에서 풍겨오는 서늘한 공기와 냄새가 그녀를 덮쳤다. 지하실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겨우 윤곽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희미한 조명이 천장에 달려 있었다. 그 빛마저도 곧 사라질 듯 깜박거렸고, 마치 마지막 숨결처럼 불안정했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광활해 보이는 공간이었다. 벽에서는 오래된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습기와 곰팡내가 진동했다. 바닥은 눅눅해 늪처럼 그녀의 발을 붙잡았고, 발이 떨어질 때마다 습기에 발밑에서 끈적한 소리가 났다.


한쪽 벽에는 수많은 캐비넷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었다. 각각의 서랍마다 번호가 적힌 태그가 붙어 있었고, 캐비넷의 유리문 뒤에는 각종 실험 도구와 유리병 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들 사이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파일들이었다.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얼굴들이 담긴 사진들과 파일들. 그 사진 속 얼굴들은 그녀 자신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다급한 손짓으로 파일을 훑어보는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5-3장 탐색


저녁 시간, 초희와 강우는 둥근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하고 있다. 침묵 속에서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다. 초희의 귀에는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식사하던 초희는 슬며시 눈을 들어 강우를 보았다. 겉으로는 변함없이 식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초희가 다시 식기를 들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들렸다. 심장의 펌프질로 혈액 순환이 빨라지는 소리가 귀에 생생히 느껴졌다. 초희는 그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하실에 다녀왔나?’


그녀는 그가 자신을 살피는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별일 없었소?” 긴 침묵 끝에 그가 물었다.


“뭐 별일이랄 것이 있나요? 그저 당신을 기다리는 일밖에 없는 저인데···” 초희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날카롭게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내 초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냥··· 투정 부린 것입니다. 당신이 요즘 저에게 무심하신 듯하여···” 그녀는 애처롭게 눈을 깔며 말을 이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무료해서 그렇습니다.”


강우는 당황하여 다급히 말했다. “미안하오··· 내가 여러 가지 일들로 그대에게 무심했구려.”


“이제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그는 초희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쌌다.


“네, 믿을게요··· 지금처럼···” 초희는 그의 손길을 느끼며 대답했다.


하지만 하나의 의심이 생겨나자,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졌다.


그토록 믿는다고 생각했던 그를, 이제는 믿기 어렵게 느껴졌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의 문제인가? 아니면 그의 문제인가?’


모든 것을 느끼는 이 능력도 그가 내게 준 것이라 했던가?


초희의 입가에 서글픈 미소가 번졌다.


‘당신은 신이 되고 싶은 건가요?’


‘무엇을 얻고 싶은가요? 내게서?’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까요?”


초희는 그의 반응을 살피며 물었다.


“당신과 데이트라는 것도 하고 싶고요.”


긴장하는 그를 보며 초희는 실없는 농담으로 그를 안심시켰다.


“하하··· 데이트라는 말을 어디서 알게 되었소?” 강우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녀도 그의 웃음을 따라 웃었다. 하지만 말 돌리는 그의 모습을 보며, 초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당신은 말할 생각이 없군요···’


‘일단 이 집에서 벗어나야 해··· 그다음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녀는 결심을 굳혔다.


#5-4장 그를 안심시켜라.


“어떻게 하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초희는 속삭이듯 목소리들에게 물었다.


목소리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이내 하나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그를 안심시켜야 해··· 의심 없이, 완전히 믿게 만들어야 해.’


‘너의 두려움과 불안을 감춰라···’


다른 목소리가 이어받아 말했다.


‘강우가 너를 완전히 신뢰하게 만들어라. 그래야만 그가 틈을 보일 것이다.’


‘그의 마음을 열게 하고, 그의 계획이 완성된 것처럼 행동해.’


초희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를 속여야 한다. 그의 경계심을 풀고, 나를 완전히 믿게 만들어야만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그가 나를 믿게 하자. 그가 생각하는 대로, 순종적인 아내가 되어주자. 그러면 반드시··· 이곳을 벗어날 기회가 올 것이다.’


초희는 결심을 굳히며, 마음속에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나는 할 수 있어. 그가 믿도록 만들어야 해.’


그녀의 눈빛은 결의에 차 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그의 완벽한 아내가 되어줄 것이다. 그가 더 이상 나를 의심하지 않도록··· 그가 나를 완전히 믿게 만들어야만 해.’


그녀는 천천히 심호흡하며, 그를 안심시킬 계획을 세웠다.


‘지금은 그를 속이고, 나를 숨기고, 기회를 기다려야 할 때다.’


저녁이 되자 초희는 그를 기다렸다.


그는 항상 정확한 시간에 집으로 퇴근했다.


그가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초희는 맑은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여보, 어서 오세요.”


그가 평소의 우울하고 예민한 초희가 아닌 밝고 환한 모습을 보며 의아해했지만, 자신을 반기는 모습에 그 의구심을 지워버렸다.


“오늘은 기분이 좀 좋아 보이오. 다행입니다.”


그가 그녀를 살피며 화답했다.


“네···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더 이상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당신 말이 다 맞았어요··· 당신이 제 낭군이라 정말 다행이에요.”


초희는 귀에 속삭이는 ‘거짓말쟁이’라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그의 겉옷을 받아서 들었다.


“당신이 안정되어 다행이오··· 그동안 고생했소··· 그래, 지금처럼 나를 믿고 따라와 주면 됩니다. 다른 것은 내가 다 해결할 것이니.”


그가 그녀의 어깨를 지긋이 잡으며 말했다.


초희는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그녀의 순종에 마음이 들떠 입을 맞추려 했으나, 초희는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을 피하며 말했다.


“시장하시지요? 제가 부족하지만, 저녁 준비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서 살짝 벗어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마침 시장했는데··· 고맙소, 부인.”


그가 멀어지는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작가의말

초희는 강우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지하실에 대한 의심을 감춘 채 순종적인 아내처럼 행동하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그가 잠든 사이 몰래 그의 행동을 살펴보며 지하실의 존재를 확인하고, 강우를 안심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밝고 온화한 모습을 보인다. 초희는 속으로 강우를 완전히 속여야 이곳을 벗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다짐한다. 강우는 그녀의 변화에 안심하고, 초희는 그가 자신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도록 모든 행동을 신중히 계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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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현실의 허초희 딜레마에 빠지다 24.09.12 8 0 11쪽
21 허난설헌과 초희: 자유를 향한 동맹 24.09.11 7 0 12쪽
20 난설헌의 각성: 가상세계에서의 진실 24.09.10 7 0 12쪽
19 변화의 조짐 24.09.09 9 0 11쪽
18 모든 것이 틀어진다 24.09.07 9 0 12쪽
17 김강우가 만든 세계 24.09.06 7 0 13쪽
16 김강우의 가상세계로 24.09.05 8 0 13쪽
15 김강우의 비빌 24.09.04 8 0 13쪽
14 허난설헌이 아닌 진짜 나 24.09.03 7 0 12쪽
13 선택의 기로 24.09.02 7 0 12쪽
12 위기일발 24.08.31 9 0 11쪽
11 진실의 조각들 24.08.30 8 0 13쪽
10 그녀의 선택 24.08.29 10 0 10쪽
9 형사와의 공조 24.08.28 11 0 14쪽
8 의혹의 그림자 24.08.27 11 0 14쪽
7 자유의 대가 24.08.26 13 0 12쪽
6 탈출의 시작 24.08.24 12 0 12쪽
» 금단의 문 앞에서 24.08.23 11 0 10쪽
4 목소리의 정체 24.08.22 13 0 12쪽
3 익숙하지만 낯선 곳 24.08.22 13 0 11쪽
2 김강우 24.08.22 13 0 10쪽
1 과거에서 미래로 24.08.22 3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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