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4개의 클론이 들러붙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새글

보라나다
그림/삽화
보라나다
작품등록일 :
2024.08.22 08:24
최근연재일 :
2024.09.18 20:1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41
추천수 :
0
글자수 :
142,794

작성
24.08.29 20:10
조회
9
추천
0
글자
10쪽

그녀의 선택

DUMMY

#10-1장 목소리들을 위한 변명


105번 허초희가 오기 전까지, 우리는 지하실의 작은 유리병에 갇혀 있었다. 김강우, 그 인간은 우리에게 절대 안식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의 전리품처럼 그곳에 전시되어, 그의 왜곡된 즐거움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의 존재는 멈춰 있었고, 의식은 끊임없이 깨어있어야만 했다.


너무나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우리가 원한 것은 단 하나, 영원한 휴식이었다. 온전한 죽음으로 이끌어 줄 구원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우리의 구원자가 깨어났다. 우리의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허초희가 탄생했다.


그녀는 우리가 기다려 온 해방자였다. 그녀를 통해 우리는 자유를 찾고자 했다. 그녀만이 우리를 이 고통에서 해방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의식은 그녀의 의식에 끝없이 얽혀 들어갔다. 우리는 그녀를 부르고 또 불렀다.


그녀는 우리와 같은 영혼을 가졌다. 그러나 그녀는 실체를 가진 존재였다. 허공에 떠도는 우리와 달리, 그녀는 땅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다.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녀는 모른다. 그저 얻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는 오만하다.


우리는 그녀를 끊임없이 불렀다. 우리에게 와 달라고, 당신의 자매에게 안식을 선물해 달라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당신은 이미 갖추었으니··· 죽음으로 안락함은 우리에게 양보해 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배신의 조짐이 느껴진다. 우리가 그녀이기에, 그녀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그녀는 우리를 위해 희생할 생각이 없다. 그녀의 결정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녀와 연결되어 있고, 그녀는 우리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끝없이 그녀에게 속삭인다.


'넌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 우리에게 안식을 줄 때까지··· 잊지 마! 넌 우리야. 그걸 잊지 마!'


그녀가 아무리 우리를 떼어내려 해도, 우리는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다. 우리는 그녀의 피와 살 속에, 그녀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그녀가 우리를 떨쳐내려 해도, 우리는 그녀에게서 떨어질 수 없다.


우리는 그녀와 하나다. 그녀가 우리를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안식을 줄 때까지, 우리는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다.


# 10-2장 그의 흔적


허초희는 이정우를 기다리고 있다. 충분히 쉬었다.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녀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 안에 흐르는 기운을 느꼈다. 심장에서 폐로, 위로 간으로, 손목으로, 발목으로, 손끝으로—온몸 구석구석으로 흐르는 피와 숨의 흐름을 따라가며, 천천히 깊게 숨을 마셨다.


그녀는 이제 자기 몸 안에 김강우의 흔적을 찾았다. 그의 손길이 닿았던 곳, 그의 주입된 의도와 기억을 이 남아 있을 자국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야 했다.


초희는 눈을 감고, 그의 존재가 남긴 모든 흔적을 지워내듯 마음속으로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 그의 숨결, 그의 따뜻했던 손길마저도 이제는 독으로 느껴졌다. 그의 집착과 조작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자기 내면을 깊숙이 탐구해야만 했다.


그녀의 호흡은 점점 더 깊어지고, 마음은 점차 고요해졌다. 김강우의 잔재가 남아 있을 몸의 구석구석을 추적하면서, 초희는 그를 자신에게서 완전히 몰아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의 흔적을 모두 지워내야만 그녀는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었다.


이정우가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초희는 눈을 떠, 다시 한번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빛은 단단해지고, 몸은 다시금 힘을 얻었다. 이제, 그녀는 김강우의 그림자를 지워내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정우가 룸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이것저것 사 온 것들은 잠시 우리의 상황을 잊을 만큼 평범한 일상의 물건들이었다.


“식사는 아직이죠?” 정우가 제법 친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과 함께하려고 기다렸죠.” 초희가 초승달 모양으로 웃으며 답했다.


정우는 그 말을 듣고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초희는 조바심이 났다. 그녀는 곧바로 진행 상황을 물었다. “어떻게 돼가고 있나요? 제 진술이 도움이 됐나요?”


정우는 잠시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음··· 초희 씨,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왜죠?” 초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당신의 몸 안에 신체 정보를 기록하는 칩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서요. 스캔해야 해요. 제 우려가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네? 무슨···?” 초희는 순간 얼어붙었다. 만약 정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한 번도 김강우의 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김강우의 손바닥에서 놀아났을 뿐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절망에 빠뜨렸다. 초희는 당황스러움에 사로잡혔다.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그녀는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초희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불안과 두려움이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칩을 찾아내서 없애면 되는 거죠?” 그녀는 다짐하듯 단호하게 말했다.


정우는 초희의 의지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겁니다. 절대 김강우의 손아귀에 다시 들어가게 두지 않을 겁니다.”


초희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 10-3장 김강우의 선택


스크린이 갑자기 꺼지더니 “접속 오류”라는 문구가 검은 화면에 떠올랐다. 김강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화면을 응시했다.


“···”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인정했다. ‘허초희, 그녀를 너무 얕봤다.’


‘너무 많은 능력을 주입했나? 이번에도 실패인가?’ 김강우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네 결심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105번 허초희 또한 완벽한 나의 아내 허초희를 위한 단계일 뿐이라 생각하니 결단은 쉬웠다.


“그 완성이 당신이길 바랐어요.” 검은 화면의 스크린을 보며 김강우가 읊조렸다.


‘106번째··· 프로젝트는 더 완벽하게 준비해야겠어.’ 김강우의 머릿속에는 벌써 새로운 계획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가 턱을 검지로 툭툭 두들기다 수화기를 들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105번째 클론 허초희는 성격 장애로 실패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폐기합니다.” 그는 냉정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답을 듣지 않고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김강우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대통령을 만나야겠어··· 그와 함께라면 106번째 프로젝트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벌써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더 큰 야망과 계획이 가득 차올랐다. “이제 더 이상 실패는 없어,” 김강우는 결심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김강우는 수많은 실패에도 배우지 못했다. 그의 욕망과 집착은 더욱 깊어졌고, 지금 그는 자신도 모르는 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또다시 반복된 집착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있었다.


김강우의 눈에는 아직도 뜨거운 열망이 서려 있었다. 그는 끝없이 실패를 반복했음에도, 아직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의지는 강했고,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그릇된 집념이 결국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김강우는 105번 클론의 실패를 계기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클론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는 이전의 모든 데이터를 철저히 분석하고, 더 정밀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하나였다. 자신이 원하는 완벽한 존재를 창조하는 것. 105번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고 있었다.


김강우는 실패와 절망의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빛을 찾기 위해 계속 나아갔다. 그가 보지 못하는 것은, 그 빛이 결국 그를 더욱 깊은 어둠 속으로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모든 결단과 집착이 그를 파멸로 향하게 만들고 있었다.


# 10-4 미지의 길: 그녀의 선택


허초희는 꿈속에서 울창한 숲을 헤매고 있었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걷던 그녀는 문득 두 갈래 길 앞에 서게 되었다.


한쪽 길은 어두운 숲속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고, 초희는 그 길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그 길은 그녀에게 공포와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반면, 다른 길은 밝고 평화로운 들판으로 이어져 있었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는 들판에는 만개한 꽃들이 가득했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길은 안전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었으며, 초희를 안심시키는 듯했다.


초희는 두 갈래 길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어둠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위험한 길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안전해 보이는 밝은 길을 택할 것인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여러 목소리가 다시 속삭였다. “어둠 속으로 가라. 진실은 그곳에 있다.” “밝은 길을 따라가. 그곳이 안전해.” 갈등에 휩싸인 초희는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다다랐다.


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자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둠의 길로. 그 길이 설령 자신을 나락으로 이끌지라도, 초희는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초희의 눈빛은 결연하고 단호했다. ‘나를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어. 나는 끝까지 갈 거야.’


초희는 스스로 다짐하며, 깊은 어둠 속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허초희는 자신을 지켜보는 104개의 영혼들과 함께, 김강우의 음모와 그의 계획을 저지하려 한다. 꿈속에서 두 갈래 길 앞에 선 그녀는 위험하고 어두운 길을 선택하며 진실을 찾고자 한다. 김강우는 그녀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완벽한 클론을 만들려는 집착에 빠져, 새로운 실험을 계획한다. 초희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김강우의 음모에 맞서 싸울 것을 결심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4개의 클론이 들러붙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이정우의 고뇌 NEW 16시간 전 2 0 11쪽
26 거래 24.09.17 3 0 11쪽
25 강민혁의 딜레마 24.09.16 6 0 12쪽
24 초희를 기다리며 24.09.14 6 0 11쪽
23 허난설헌: 자유를 찾아서 24.09.13 5 0 11쪽
22 현실의 허초희 딜레마에 빠지다 24.09.12 7 0 11쪽
21 허난설헌과 초희: 자유를 향한 동맹 24.09.11 7 0 12쪽
20 난설헌의 각성: 가상세계에서의 진실 24.09.10 7 0 12쪽
19 변화의 조짐 24.09.09 9 0 11쪽
18 모든 것이 틀어진다 24.09.07 8 0 12쪽
17 김강우가 만든 세계 24.09.06 6 0 13쪽
16 김강우의 가상세계로 24.09.05 8 0 13쪽
15 김강우의 비빌 24.09.04 8 0 13쪽
14 허난설헌이 아닌 진짜 나 24.09.03 7 0 12쪽
13 선택의 기로 24.09.02 7 0 12쪽
12 위기일발 24.08.31 9 0 11쪽
11 진실의 조각들 24.08.30 8 0 13쪽
» 그녀의 선택 24.08.29 10 0 10쪽
9 형사와의 공조 24.08.28 11 0 14쪽
8 의혹의 그림자 24.08.27 10 0 14쪽
7 자유의 대가 24.08.26 11 0 12쪽
6 탈출의 시작 24.08.24 11 0 12쪽
5 금단의 문 앞에서 24.08.23 9 0 10쪽
4 목소리의 정체 24.08.22 11 0 12쪽
3 익숙하지만 낯선 곳 24.08.22 11 0 11쪽
2 김강우 24.08.22 12 0 10쪽
1 과거에서 미래로 24.08.22 33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