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4개의 클론이 들러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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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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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작품등록일 :
2024.08.22 08:24
최근연재일 :
2024.09.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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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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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대가

DUMMY

#7-1장 인간의 조건


"헉···. 헉···."

초희의 거친 숨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녀는 공허한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과 달빛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저 무의미한 어둠일 뿐이었다.


산기슭의 부러진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초희는 자신의 비참한 상황을 되새겼다. 한때 고아하고 청초했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넝마를 걸친 야생동물 같은 모습만 남았다.


'배고파···.'


육체의 고통은 그녀를 괴롭혔지만, 더 큰 고통은 마음속에서 왔다. 자괴감과 절망감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 없이는 넌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머릿속의 목소리가 그녀를 비난했다. 초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비난 말고는 할 말이 없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다른 목소리가 달래듯 말했다. "미안, 우리도 당황해서 그래···. 88번이 좀 다혈질이야···. 그 아이도 속상해서 그러니 이해해 줘···."


초희는 눅눅한 고목 기둥에 기대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해라···. 왜 모두 저에게 이해하라, 기다리라 하는 거죠? 전 더 이상 그리 살고 싶지 않아요. 지난 생으로 충분하다고요!"


그녀는 체념한 듯 말했다.

"후···. 짐승 발소리가 멀어진 것 같으니 좀 더 움직여 보죠···."


초희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몸을 일으켰다. 습관처럼 옷의 먼지를 털어내는 그녀의 모습은 한때의 품위를 간직한 마지막 몸짓 같았다.

절 뚝···. 절 뚝···.


그녀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갔다.


#7-2장 은밀한 관찰자


김강우는 허초희의 꿍꿍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너무나 투명한 그녀이기에. 그녀가 느끼는 모든 것을 그는 알 수 있다.


그는 아내가 어디까지 하나 궁금증도 일었다.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으로써 현실의 벽을 느끼고, 그녀 스스로 오롯이 자신의 품으로 오길 기다렸다.


고군분투하는 그녀를 위해 내가 단서 등을 여기저기 놓았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그녀가 보물찾기를 시작한다. 그가 문제를 내고 그녀가 맞추는 일종의 그녀와 그만의 개임···


‘이렇게 행동으로 옮길 줄 몰랐지만···.’


전화벨이 울렸다.


-사모님이 많이 다치신 듯합니다···어찌할까요?-


수화기 너머로 부하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는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초희의 신체 정보 들을 보면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직은···. 그냥 지켜만 보세요.”


그가 수화기를 내려놓은 강우가 손깍지를 끼며 스크린을 보았다.


“부인···좀 더 유희를 즐기다가 내게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그의 입꼬리 한쪽이 비스듬히 올라갔다.


#7-3장 낯선 세계


“빠-앙”


큰 소리에 길바닥에 기절하듯 잠들었던 초희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무슨···여기가···?”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자,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길이 멀리 지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검은 길옆으로 자신이 누워 있던 가로수가 양옆으로 이어져 있었다.


‘드디어 숲에서 빠져나온 건가?’


그때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맞아! 숲을 지난 지는 오래라고···! 우리가 널 얼마나 깨웠는데···!’

‘88번 진정해. 우리는 네가 깨어나길 기다렸어. 이 길은 도로라는 거야···. 이 길 위에 네가 김강우의 집으로 갈 때 탔던 그 자동차라는 것이 다니는 길이지···.’


그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온몸의 마디마디가 비명을 질렀다. “흡...”


‘세상으로 나온 것을 환영해!’ 다른 목소리가 그녀의 탈출을 늦게나마 축하해 주었다.


그녀가 비틀비틀 긴 검을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그녀의 뒤에서 차 한 대가 스르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걸음 속도에 맞추며 차창 문을 열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를 살피며 말을 걸었다.


그녀는 그제야 자동차의 존재를 인지하고 다급하게 답했다. “저를 여기서 나가게 도와주세요···.”


“네?” 차 안의 남자는 당황하며 되물었다.


‘조심해···.’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러나 초희는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배고프고, 온몸이 아프고, 피곤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이 빌어먹을 곳을 벗어나야 하지 않은가?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이렇게 걷기만 하다가 난 길 위에서 굶어 죽을 거예요···.’


#7-4장 처음 마주하는 것들


차 안의 남자는 그녀를 뒷좌석에 태웠다. 그녀는 차를 처음 타는 지 차 문조차 열지 못했다. 그리고 검을 도로를 달렸다.


그는 백미러로 허초희의 동태를 살폈다. 그녀는 간혹 혼잣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친 건가···내 딸 또래 같은데···. 쯧···.’ 그는 측은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가 어떤 눈빛으로 보든지 초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휙-! 휙-! 모든 것이 빠르게 그녀를 스쳤고, 그녀에게 목소리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 등을 알려주었다.

“네···. 네. 아. 그럼, 저것은? 아···영상에서 본 듯해요”

목소리들은 도시로 도착하기 전 많은 것을 알려주려 노력했다.

초희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가감 없이 수많은 정보를 습득했다.


어느덧 어느 소도시에 자동차가 들어섰다.

중년의 남자는 백미러로 그녀를 살피며 천천히 파출소로 직행한다.

‘저 아이는 도움이 필요해···’

파출소에 도착하자 그가 초희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여기서 잠시만 있어요···. 잠시면 돼요!”

초희가 고마운 분에게 으레 그러하듯 공손히 대답했다.

“네, 그리하겠습니다. 일 보시어요.”


생소한 그녀의 어휘에 “허허 그럼···.” 그가 당황을 감추고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초희는 주위를 둘러보느라 그녀가 있는 곳이 파출소 앞이고, 그가 파출소로 가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잠시 후 2명의 순경과 중년의 남자가 함께 초희가 타고 있는 자동차로 다가왔다.


#7-5장 기다림


“큭, 큭.” 김강우는 휴대폰 액정에 떠오른 사진을 보고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초희의 당황한 모습이라니··· 그의 표정에는 묘한 즐거움이 서려 있었다.


휴대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찌하실 겁니까?”-


강우는 턱을 괴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음···”


-이러다가 큰일 나십니다. 조치를···.- 상대방이 긴장한 듯 재촉했다.


그는 도리질을 치며 대답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지켜만 보세요···”


-그러나···.- 목소리에 불안이 섞여 있었다.


강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당신의 생각을 물었습니까? 시키는 대로 하세요. 그게 당신의 용도이니.”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상대방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분부대로 하죠.-


강우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검은 액정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쳤다. “별 거지 같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화면에 떠오른 사진 속 초희의 얼굴을 보았다. 강우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대가 나를 찾을 때까지 난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히 놀고 오세요, 부인.”


그의 목소리에는 여유와 불길한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초희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며, 그는 차분히 그녀가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7-6장 파출소의 밤: 초희의 침묵


파출소 안


“···"

초희는 지금 파출소에 앉아 있다.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으니, 엉덩이가 아파져 왔다. 좀이 쑤셔 엉덩이를 살짝 들썩였다.


파출소 내부는 형광등 불빛 아래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빛났다. 벽에는 각종 공지 사항과 수배 전단이 붙어 있고, 한쪽에는 작은 TV가 소리 없이 켜져 있었다.

접수 창구 뒤로는 경찰관 한 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타이핑하고 있었고. 다른 경찰관은 전화를 받으며 간간이 메모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초희의 맞은편 벽에는 큰 시계가 천천히 초침을 움직이고 있고, 공기 중에는 커피 냄새와 종이 냄새가 옅게 퍼져있다.


초희는 긴장한 듯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꼭 쥐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초희의 뒤편에서는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중년 남성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접수대 앞에서 무료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30대 남성 경찰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저기···. 경찰관님," 그가 망설이듯 입을 열었다. "이분이 불안해 보이는데···. 혹시 여성 경찰 분은 없나요?"

경찰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지금 다 외근으로 나갔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경찰관은 마지못해 초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음, 여성분?" 그가 기계적으로 물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 초희는 입을 열지 않은 채 앞의 형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형사의 얼굴을 세밀하게 훑고 있었다.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그의 눈동자, 망막 세포, 시신경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형사의 자기 말을 무시한 그녀에게 짜증이 났다. 약간 높아진 음성으로 말했다. "여자분!" 그가 책상을 '탁' 쳤다. "대답을 해 주셔야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수 있습니다!"


초희는 그 소리에 놀라 상체를 뒤로 불렀다.

"자, 자." 경찰관이 이를 악물며 말을 이었다.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그 순간, 초희의 귓가에 수많은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어떡하지···.' '나도 이런 일은 생각도 못 했어···.'

목소리들이 당황한 듯 두서없이 떠들어댔다. 초희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형사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이보세요!" 그가 고함을 질렀다. "지금 여기 바쁘게 돌아가는 거 안 보여요?"


형사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져 갔다.

"계속 이렇게 협조 안 하시면 구속할 수 있습니다!" 그가 위협적으로 상체를 숙이며 여드름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초희에게 들이밀었다. "성함 말하세요, 당장!"

파출소 그 안의 누구도 대치 중인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일련의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던 중년 남자는 당혹감에 빠졌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어쩌지···.' 그의 마음속에서 불안감이 고조되었다. 그는 초조한 눈빛으로 파출소 안을 둘러보며 도움을 줄 만한 이를 찾았다.


그때, 마치 구원의 손길처럼 파출소 정문이 열렸다. 일을 마친 듯한 또 다른 형사가 겉옷을 어깨에 걸치며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중년 남자의 눈에는 희망의 빛으로 보였다.


중년 남자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저기···. 경찰관 되시나요?" 그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간절함은 숨길 수 없었다.

이제 막 일을 마치고 들어선 형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눈앞의 짤막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네?" 형사의 대답은 짧았지만, 그 한마디에 많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는 피곤한 눈으로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듯했다.


작가의말

초희는 처음으로 바깥세상에 나가면서 자신의 연약함을 깨닫고, 고통과 혼란 속에서 점점 더 강해지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반면, 김강우는 초희의 탈출을 알면서도 그녀가 스스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관찰자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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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정우의 고뇌 NEW 16시간 전 2 0 11쪽
26 거래 24.09.17 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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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초희를 기다리며 24.09.14 6 0 11쪽
23 허난설헌: 자유를 찾아서 24.09.13 5 0 11쪽
22 현실의 허초희 딜레마에 빠지다 24.09.12 6 0 11쪽
21 허난설헌과 초희: 자유를 향한 동맹 24.09.11 6 0 12쪽
20 난설헌의 각성: 가상세계에서의 진실 24.09.10 7 0 12쪽
19 변화의 조짐 24.09.09 9 0 11쪽
18 모든 것이 틀어진다 24.09.07 8 0 12쪽
17 김강우가 만든 세계 24.09.06 6 0 13쪽
16 김강우의 가상세계로 24.09.05 8 0 13쪽
15 김강우의 비빌 24.09.04 8 0 13쪽
14 허난설헌이 아닌 진짜 나 24.09.03 7 0 12쪽
13 선택의 기로 24.09.02 7 0 12쪽
12 위기일발 24.08.31 8 0 11쪽
11 진실의 조각들 24.08.30 8 0 13쪽
10 그녀의 선택 24.08.29 9 0 10쪽
9 형사와의 공조 24.08.28 11 0 14쪽
8 의혹의 그림자 24.08.27 10 0 14쪽
» 자유의 대가 24.08.26 11 0 12쪽
6 탈출의 시작 24.08.24 10 0 12쪽
5 금단의 문 앞에서 24.08.23 8 0 10쪽
4 목소리의 정체 24.08.22 10 0 12쪽
3 익숙하지만 낯선 곳 24.08.22 11 0 11쪽
2 김강우 24.08.22 12 0 10쪽
1 과거에서 미래로 24.08.22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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