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4개의 클론이 들러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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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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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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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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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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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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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낯선 곳

DUMMY

#3-1장 그와의 만남


허난설헌(허초희)


패닉에 휩싸여 내 몸을 둘러싼 바늘 들을 마구 뽑아내며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 그가 들어왔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내 행동을 분석하듯 지켜보던 사람들이 물결이 갈라지듯 그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흩어졌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앞에 선 낯선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잠시 나를 내려다보다가 주위 사람 둘에게 물러나라고 말했다.


 "내가 왔으니, 수고했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어색하게나마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가 조선인가?'


그를 따르던 무리가 물러났다. 그들이 나가는 모습을 건조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남자는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


그가 내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그를 경계하며 그의 행동을 주시했다.


 "저는··· 죽은 몸입니다. 여기가··· 저승인가요?"


가뭄에 갈라진 밭처럼 메마른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가 내 말을 듣고 슬며시 웃었다.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그 모습··· 그 표정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의아함과 불안함을 동시에 느꼈다.


#3-2장 그 남자


그는 내 물음에 잠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시 말을 꺼내려 했다. 그 순간,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김강우라고 합니다."


"···"


그의 눈빛은 마치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는 갑작스러운 갈증을 느끼며 손을 목에 가져다 대었다. 내 행동을 본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목이 마르시군요. 하지만 갑자기 물을 드시면 몸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물에 적신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간이 의자에 앉아, 손을 들어 내 입술에 손수건을 대었다. 촉촉한 감촉이 입술을 적시며, 서서히 내 목구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누구이기에··· 나에게 이리 다정한가?'


그의 다정한 손길과 차분한 말투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었고, 그 속에, 나에 대한 어떤 강한 감정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나는 그가 누군지, 왜 나를 이렇게 돌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존재는 묘하게도 내게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친절함 속에 감춰진 진짜 의도를 알 수 없어, 마음 깊은 곳에서 경계심이 솟아올랐다.


#3-3장 그 남자의 의도


그가 웃으며 살포시 내 손을 잡았다. 그의 손길은 부드럽지만, 그 속에는 어떤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혼란스러우실지 압니다. 그래도, 지금은 몸만 생각하세요. 몸만 회복되면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은 다정했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한 의도가 엿보였다. 나는 그를 믿어야 할지, 의심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느긋하게 생각하세요. 분명한 것은 그대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치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의 말에 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죽지 않았어?'


나는 자신에게 묻듯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곧 현실임을 깨달으면서, 그 혼란은 더욱 깊어졌다.


 "그만 생각하시고 쉬십시오···"


그는 조용히 내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떨며 그의 행동에 반발했다.


 '난 지아비가 있는 아녀자인데···.'


"무슨 짓이에요! 감히···!"


나는 소리치며 그를 밀어냈다. 내 목소리는 떨렸지만, 내 안에 있던 불안과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가 내 반응을 보며 낮게 웃었다.


그의 웃음 속에는 어떤 깊은 비밀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이 희미하게 흐려지며, 마치 내 지아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지만, 다시 보니 그저 김강우의 얼굴일 뿐이었다.


이 미묘한 감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서 경계심이 더 강해졌다. 그는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3-4장 영혼의 만남


나는 걸음부터 다시 익혀야 했다.


 "마지막입니다. 한 걸음만··· 잘했습니다··· 조금 더 해볼까요?"


내가 회복되는 동안 그는 언제나 나의 곁에 있었다. 그의 존재는 나에게 안심을 주었지만, 동시에 이유를 알 수 없는 갑갑함을 느끼게 했다. 그의 목소리와 손길은 나를 부드럽게 이끌었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무언가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와 만남 이후, 나는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내가 깨어난 후 처음 보았던 이들조차 사라졌다. 이 세상에 그와 나, 둘만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하얗게 빛나는 이곳, 백색의 세계에서 나는 고립되어 있었다.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 나는 가쁜 숨을 고르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요함이 가득 찬 이 공간에서 내 숨소리만이 유일하게 들려왔다.


그때, 내 귀에 웅성웅성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야, 10번, 네가 말해보렴···'


 '싫어··· 이번에도 들리지 않을 거야··· 흑···'


희미한 목소리들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분명히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 백색의 세계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그 목소리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떨리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의문과 두려움이 내 안에서 점점 커져만 갔다.


#3-5장 그의 성


자동차라는 가마를 타고 달리던 중, 속이 울렁거려 나는 참을 수 없이 불편함을 느꼈다. 내 상태를 눈치챈 그가 말없이 창문을 열어주었다.


"위-잉"


차창이 내려가자마자, 그동안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숲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다. 답답했던 공기가 순식간에 맑아지며, 내 머릿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했다.


숲의 내음을 맡으면서도 우리는 한참을 더 달렸다. 길고 고요한 숲길을 지나, 어느덧 하늘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자동차에서 내린 나는, 검푸른 하늘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어둠이 서서히 깔리며, 나무들 사이로 희미한 별빛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자동차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다.


 "이곳이 제 집입니다. 환영합니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맞이했지만, 그 미소 속에는 알 수 없는 차가움과 낯섦이 스며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그의 집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은 거대한 검은 기와지붕이 전체를 덮고 있었고, 그 지붕을 지탱하는 나무 기둥들은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수호자처럼 견고하고 단단해 보였다. 그 기둥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딘 듯했지만, 여전히 강인하고 힘차게 서 있었다.


벽은 차가운 하얀 돌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 돌들은 매우 단단하고 매끄러웠다.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매끄럽게 다듬어진 그 벽들은 이 집의 강한 보호막을 상징하는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벽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기운이 손끝에 닿아 마치 얼음처럼 얼얼하게 느껴졌다.


그의 안내에 따라 큰 대문을 지나자, 대문이 스르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부드럽게 흘러갔지만, 묘하게도 무겁게 들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곳에서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다시 한번 그 집의 고요함과 압도적인 분위기에 눌려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곳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는 성체 같았다.


나는 이 아름다운 감옥에 갇혔다.


#3~6장 알 수 없는 목소리


나는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모든 것이 정확히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듯, 책 한 권, 작은 장식품 하나조차 흐트러짐 없이 놓여 있었다. 이 완벽한 질서와 정돈은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바닥은 매끈한 대리석으로 덮여 있어, 마치 내가 얼음 위를 걷는 듯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게 했다. 차가운 공기와 대리석의 냉기가 온몸을 감싸며, 이 집이 마치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라, 박제된 공간 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어느 곳도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차를 내오겠습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집 안을 좀 더 둘러보았다. 그 순간, 이 환한 집안에서 유일하게 빛이 들어오지 않는 구석의 문이 눈에 들어왔다. 그 문은 마치 집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문득 호기심이 일어, 나는 그 문으로 다가가려 했다. 그때,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차 준비됐습니다. 이리로 오세요."


그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서 폭신한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자꾸만 그 어두운 문으로 눈길이 갔다.


그가 차를 따라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저곳은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지하실 입니다. 그대가 관심 둘 곳이 못 됩니다. 제 창피한 부분이니 부디 관심을 거두어 주세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그 안에는 묘한 강압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의 말이 내 호기심을 더 자극했지만, 나는 그가 더 이상 이야기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


'105번, 제 목소리가 들려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존재조차 잊은 채, 나는 그 목소리의 출처를 찾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저 차분하게 차를 마시는 그가 있을 뿐이었다.


또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더 분명하게.


'내가 미친 건가?'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 목소리가 현실인지, 아니면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환상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집이 단순히 차가운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곳에는 나에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그녀는 22세기의 고도로 발전된 기술과 낯선 환경에 혼란스러워하지만, 자신을 돌봐주고 있는 김강우라는 남자가 자신을 구해준 구원자라고 믿으며 그에게 의지합니다.

김강우는 그녀에게 천천히 적응하라고 말하며, 현대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허난설헌은 여전히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고, 그 기억의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느낍니다.

허난설헌은 김강우의 집 안을 탐색하며, 이곳이 그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김강우는 그녀가 자신의 상태에 적응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말하며 그녀를 돌봅니다. 하지만 허난설헌은 집 안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목소리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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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허난설헌과 초희: 자유를 향한 동맹 24.09.11 7 0 12쪽
20 난설헌의 각성: 가상세계에서의 진실 24.09.10 7 0 12쪽
19 변화의 조짐 24.09.09 9 0 11쪽
18 모든 것이 틀어진다 24.09.07 8 0 12쪽
17 김강우가 만든 세계 24.09.06 6 0 13쪽
16 김강우의 가상세계로 24.09.05 8 0 13쪽
15 김강우의 비빌 24.09.04 8 0 13쪽
14 허난설헌이 아닌 진짜 나 24.09.03 7 0 12쪽
13 선택의 기로 24.09.02 7 0 12쪽
12 위기일발 24.08.31 9 0 11쪽
11 진실의 조각들 24.08.30 8 0 13쪽
10 그녀의 선택 24.08.29 10 0 10쪽
9 형사와의 공조 24.08.28 11 0 14쪽
8 의혹의 그림자 24.08.27 10 0 14쪽
7 자유의 대가 24.08.26 11 0 12쪽
6 탈출의 시작 24.08.24 11 0 12쪽
5 금단의 문 앞에서 24.08.23 9 0 10쪽
4 목소리의 정체 24.08.22 11 0 12쪽
» 익숙하지만 낯선 곳 24.08.22 11 0 11쪽
2 김강우 24.08.22 12 0 10쪽
1 과거에서 미래로 24.08.22 3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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