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4개의 클론이 들러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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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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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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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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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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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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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서 미래로

DUMMY

허초희의 일기


오늘은 남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그를 사랑하지만, 너무나도 무섭다.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가 나를 살려내어 고맙다. 그와 동시에 고맙지 않다.


나는 내 죽음으로 남겨진 이들과 이루지 못한 꿈에 슬프고 억울했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였다. 나의 죽음을··· 나의 끝을.


그러나 그런 나를 억지로 이 세계로 끌어낸 사람은 바로 그였다. 그는 나를 그의 집에 가두었다.


그가 만들어낸 이 차가운 울타리 안에 나를 가둬놓았다. 내가 만지는 것, 내가 느끼는 것, 이 모든 것을 그가 다 만들어냈다.


나를 창조했듯이, 그는 이 작은 세계의 신이며, 동시에 이 나라의 폭군이다.


나는 이곳에서 안주하고 싶은 마음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때로는 미친 듯이 갑갑해 숨이 막히지만, 또 때로는 나를 가둬놓은 이 흰 벽 속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이곳에서 그는 나의 유일한 가족이며, 지인이고, 친구이며, 사랑이다.


그는 나를 숨막히게 하면서도, 그의 품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내가 재생되면서 뇌에 이상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곳을 떠나는 것이다. 저 알 수 없는 미지 사이로 숨어야 한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된다.


초침이 느리게 흘러간다. 그가 곧 자신이 만든 나라로 돌아올 것이다.


#1-1장 허난설헌의 죽음


허난설헌은 가쁜 숨을 들이쉬며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근래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그녀는 점점 쇠약해져 갔고,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다정한 남편 손정립(孫鼎立)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힘을 내시오, 부인,”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곁에 있소.”


허난설헌은 힘겹게 눈을 떠,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열로 인해 시야가 흐려졌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저미는 고통이 그녀를 괴롭혔다.


“서방님··· 왜 이리 계십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남편을 걱정하며 말했다.


그녀는 한 번 더 깊게 숨을 들이켰다.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서방님···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허난설헌은 마지막 힘을 내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남편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딱··· 1년만 저를 그리워해 주셔요··· 그리고 놓아주세요. 저는 속 좁은 아녀자라 바로 놓아 드리지 못합니다.”


그녀의 손을 이마에 대며, 손정립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이 몸이 당신을 놓을 일은 없을 것이오. 그러니 잠시 쉬시오. 자고 일어나면 다 좋아져 있을 게요.”


허난설헌은 남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점점 눈을 감아갔다. 그녀의 숨소리는 점차 잦아들었고, 마침내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나이, 겨우27살이었다.


 

#1-2장 김강우


강우는VR 기계를 벗어던지고, 소파에 앉아 지친 듯 팔을 늘어뜨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에는 집착의 불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제 됐어··· 드디어 그녀를 완벽하게 내 곁으로 데려올 수 있다.”


강우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의 신체는 이제 완전해졌다.


그가 그녀의 신경세포에 가상현실을 이식하고, 그 안에서 그녀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하고도 복잡했다.


그러나 그 모든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가상현실 속에서 그녀를 만나 사랑을 속삭였던 순간들, 그 안에서 함께했던 시간이 그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내 아내··· 이제 내가 당신을 살릴 겁니다. 부인, 잊지 않았지요? 이 몸이 당신을 놓을 일은 없을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우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광기가 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를 현실로 불러들이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일어나 곧 깨어날 그녀의 투명한 관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유리 너머로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여보, 이제 다 됐습니다. 내가 다 만들어놨습니다. 그대가 이루려 했던 모든 것을 내가 이루게 해줄 겁니다.”


강우는 무릎을 굽혀 투명한 관을 안으며, 그녀의 얼굴이 비치는 투명한 벽에 키스를 했다. 마치 백설공주가 깨어나기를 바라는 왕자처럼, 갈망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오랜 기다림도 곧 끝이 날 것이다. 그녀가 깨어나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것이다. 강우의 마음속에는 그녀와 함께하는 해피엔딩만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 단지 환상일 뿐이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현실이든 아니든, 그에게는 상관없었다. 그녀가 그의 곁에 있기만 하면 모든 것이 완벽할 것이었다.


 

#1-3장 깨어난 허난설헌


허난설헌, 아니 허초희는 깊은 안개가 내려앉은 고요한 강가의 나루터에 앉아 있었다.


고운 신부복을 입고 조각배에 탄 채로, 그녀는 물결 하나 없는 강물 위에서 배가 미동도 없이 정지해 있는 것을 느꼈다.


주변의 모든 것이 정지한 듯,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배가 움직이기를 기다리던 그녀는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놀랐다. 비는 그녀의 손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녀는 손을 들어 손가락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손바닥을 지나 나룻배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모든 것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거꾸로 매달린 듯, 주위의 모든 것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쩍-억!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그녀의 귀를 때렸고, 그 순간 강의 표면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하며 거대한 블랙홀이 형성되었다. 강은 거대한 힘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악!!” 허난설헌은 당황하며 비명을 질렀다. 어둠이 그녀를 덮쳤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끌려갔다.


그 순간, “삐··· 삐···” 알 수 없는 기계음이 그녀의 귀를 때렸고, 환한 빛이 그녀의 눈을 찔렀다.


눈을 간신히 떠보니, 그녀는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동굴 같은 공간에 누워 있었다. 온통 네모난 상자들이 그녀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헉!” 허난설헌은 갑자기 코로 밀려 들어오는 차가운 산소에 놀라, 과호흡으로 숨이 막혔다.


그녀는 혼란과 공포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려 애썼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허난설헌은 두려움 속에서 이 낯선 세계의 의미를 알아내려 애썼다.


모든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그리고 그녀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인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허난설헌은 손을 뻗어 주변을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매끄럽고 차가운,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낯선 표면이었다. 둥글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벽의 감촉이 척추를 따라 전율을 일으키며 소름이 돋았다.


그 느낌은 이질적이었고, 그녀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물질을 접한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는 수십 개의 바늘이 꽂혀 있었고, 그것들은 섬세한 철사 같은 실로 연결되어 있었다. 허난설헌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려고 애썼지만, 마음속엔 공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의지할 것을 잡으려 했지만, 손끝에 닿는 것은 자꾸만 미끄러졌다. 점점 패닉에 빠지며, 심장이 귀를 찌를 듯이 요동쳤다.


갑자기 귀청이 터질 듯한 소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삐익! 삐익!” 요란한 경보음과 기계적인 윙윙거리는 소리가 밀폐된 공간을 뒤덮었다. 소리가 너무 커서 고통스럽게 느껴질 정도였고, 그녀는 점점 숨이 막혀왔다. 그때, 서둘러 다가오는 발소리와 낮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하얀 옷을 입은 의사들과 기술자들이 그녀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어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허난설헌은 그들에게 여기가 어딘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목에 걸린 투명한 튜브 때문에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숨이 막혀 말이 나오기 전에 고통이 밀려왔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정밀하게 바늘을 조정하고, 그녀를 둘러싼 기계를 점검하면서도 그녀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들의 행동은 기계적이고 효율적이었지만,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경보음은 계속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그녀가 처한 이 이상하고 무서운 현실을 끊임없이 일깨웠다.


하얀 벽, 낯선 기계음, 차가운 공기가 그녀를 둘러싼 이곳이 저승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곳인지 혼란스러웠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이곳은 저승인가?’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내세라면, 왜 여전히 의식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여긴 저승이 아닌 다른 곳일까? 그렇다면 난 어디에 있는 거지?’


허난설헌의 마음속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다. 눈앞에 펼쳐진 이 기묘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녀의 머릿속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의문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가의말

작가의 말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의 본질은 무엇인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을 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과연 그 복제된 존재는 ‘나’일까요, 아니면 그저 나를 흉내 낸 또 다른 껍데기에 불과할까요?


**“내 이름은 허초희(許楚姬): 105번 클론이 들러붙다”**는 단순히 복제 인간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탐구하는 여정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도덕적 딜레마, 그리고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작품 속 허난설헌이라는 인물은 그 시대를 초월한 천재 시인이자, 억압된 사회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으려 했던 강한 존재입니다. 그녀를 현대에 복제해내는 설정은, 그녀가 겪었던 고통과 한을 오늘날의 시점에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저의 상상력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여러 질문들과 마주하길 바랍니다.


이 작품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보라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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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허난설헌과 초희: 자유를 향한 동맹 24.09.11 6 0 12쪽
20 난설헌의 각성: 가상세계에서의 진실 24.09.10 7 0 12쪽
19 변화의 조짐 24.09.09 9 0 11쪽
18 모든 것이 틀어진다 24.09.07 8 0 12쪽
17 김강우가 만든 세계 24.09.06 6 0 13쪽
16 김강우의 가상세계로 24.09.05 8 0 13쪽
15 김강우의 비빌 24.09.04 8 0 13쪽
14 허난설헌이 아닌 진짜 나 24.09.03 7 0 12쪽
13 선택의 기로 24.09.02 7 0 12쪽
12 위기일발 24.08.31 8 0 11쪽
11 진실의 조각들 24.08.30 8 0 13쪽
10 그녀의 선택 24.08.29 9 0 10쪽
9 형사와의 공조 24.08.28 11 0 14쪽
8 의혹의 그림자 24.08.27 10 0 14쪽
7 자유의 대가 24.08.26 11 0 12쪽
6 탈출의 시작 24.08.24 10 0 12쪽
5 금단의 문 앞에서 24.08.23 8 0 10쪽
4 목소리의 정체 24.08.22 10 0 12쪽
3 익숙하지만 낯선 곳 24.08.22 11 0 11쪽
2 김강우 24.08.22 12 0 10쪽
» 과거에서 미래로 24.08.22 3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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