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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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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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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추방

DUMMY



무인이라면 누구나 강해지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


아니, 겉치레 따위 전부 내던져버리고 말한다면 누구나가 한번쯤은 천하제일을 꿈꾸며 수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부조리하고 불공평한 것.


최고의 무인이 되기 위해선 최상의 근골과 절세(絶世)의 신공은 무공을 수련하는데 유리한 정도가 아니라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는 현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현실’


보기 싫어도 강제로 들이밀어진 현실은 수많은 무인들의 꿈을 깨부수고 그들을 현실로 돌려놓는다.


절세(絶世)의 신공이 있더라도 근골 혹은 오성이 부족하다면 최고는커녕 절정에도 다가갈 수가 없다. 반대로 근골과 오성이 충분하더라도 절세의 신공이 없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수중에 신공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골까지 뛰어나지 못하다면 무인으로서 꽃피우기는커녕 강호의 흔한 싸움에서 목숨이 달아나기 십상이다.


더없이 냉혹하고 더없이 비정한 강자존의 세계. 그것이 강호라는 세계이다.


하지만 강호는 넓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 운 좋게 신공과 근골을 타고난 이가 어찌 없겠는가?


허나 그런 이들이 존재하더라도 그들 또한 무인으로 살아가는 이상, 벽을 만나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기기는커녕 범접하는 것마저 할 수 없는 절대고수라는 벽을 말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최강이 될 수 있다’ 라는 꿈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것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받아들이게 된다.


최강이자 최고이기 위해 필요한 신공도, 근골도 없다. 허나 그렇다고 무인임을, 무공을 닦는 것을 포기할 수도 없다. 그것은 강호에 언제나 위험과 죽음이 드리워져있는 세계이기 때문일까?


아니, 아니다.


신기루임을 알아도 신기루를 쫓는 것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제의 나보다는 오늘, 지금의 내가 조금이라도 강해졌다는 것을 스스로가 느끼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무인이라는 슬픈 생물이다. 마치 코뚜레가 꿰어진 소처럼 말이다.


적어도 숭협련의 무인 악화결(岳火決)은 그러했다. 물론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은 아니었다. 그가 속한 숭협련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숭협련.


이 이름은 당금 무림에서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름이다.


협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칭 협객이라곤 찾아볼 수 없게 된 마도천하의 시대. 그런 시대 속에서도 협을 추구하는 단체가 있다면 당연히 가치가 없을 수가 있겠는가.


물론 그 가치란 것이 좋은 쪽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이다.


그 가치라는 것이 결국 아주 오래전 무림맹이란 이름으로 강호를 지배했던 단체의 마지막을 지금 이 수간 직접 보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 동정이라고도 바꿔 말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숭협련은 아주 오래전부터 무림맹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배교와, 때로는 혈교와 혈투를 벌였다.

허나 그들이 지금도 명맥을 잇고 있다는 것은 그런 수많은 부침(浮沈)을 겪으면서도 이겨왔고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것을 뜻하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것이 현 무림에 속한 이들의 중론이었다.


숭협련의 현재 세력권은 장강 이남의 좁은 세력권, 즉 거의 강남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어째서 마교가 바람 앞의 등불같은 숭협련을 없애버리지 않고 남겨두는가는 강호에 수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숭협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만큼 천마가 이끄는 마교는 강했고, 나라의 주인인 황제와 황실에서조차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그에 비해 수많은 부침 속에 조금씩, 조금씩 세를 잃고 약해져 온 숭협련이었으니 대다수가 동정과 비관적인 의견을 보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망해가는 문파나 단체의 모습이란 언제나 보기 힘든 법이다. 세(勢)를 잃고, 사람을 잃으니 자연스레 인재도 없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나라가 망했을 때 수많은 돈이 빠져나간다면 무림의 문파에서는 무공비급이 유실되는 것이 보통이다.


숭협련 또한 수많은 무공비급은 물론 구전으로 된 비전까지 잃은 것이 현 상황이었다. 무공이란 무인의 생명임은 물론, 문파의 재산이나 다름없는 것. 그들은 선택해야만 했다. 문파의 존속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을 떠올리고 행하는 것을 말이다.


우선적으로 그들이 선택한 것은 무공의 유실을 막는 것이었다. 비전 혹은 구전으로 전해지던 무공들을 모두 소속된 무인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무공의 유실을 막는 것과 동시에 소수 정예화를 노리는 일석이조의 계획이었다. 더욱이 그 와중에 인재까지 발굴하는 것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뒤이어 그들이 눈을 돌린 것은 선별이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고르는 것, 즉 다시 말해 옥석 고르기였다.


아무리 비전의 무공들을 한데 모아 전수한다고 해도 그것을 수련자가 전부 소화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그러니 숭협련의 수뇌부는 선택했다. 먼지 익혀야 할 무공, 나중에 익혀야 할 무공, 혹은...익히지 말아야 할 무공을 말이다.


관습과 과거의 위신, 전통에 집착하는 정파의 무림인들치곤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그들이 우선적으로 떠올린 것은 빠르게 강해지는 무공이었다. 소수 정예화를 꾀하는 입장에서 느긋하게 도 닦듯이 무공을 수련할 수는 없는 법. 정파의 후예로서는 너무나도 파격적인 결정이었고, 어떻게 보면 다분히 사파스러운 방법이기도 했지만 반대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그만큼 그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리고 수뇌부들이 빠르게 강해지기 위한 무공을 고르기 위해 주목한 것은 심법이었다. 성취가 빠른 심법이란 무엇인가 그들은 수년에 걸쳐 고민했다.


오랜 세월동안 온갖 이야기가 거론되었고, 수많은 토론을 거쳐 선택된 선별 무공의 기준은 십이경맥을 동시에 사용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십이경맥이란 기의 통로. 그것을 뚫지 않고서 고수라고 칭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토납법 이후 무공 수련의 초반부터 애초에 여러 가지 경맥들을 조금씩 넓히고 사용하는 무공들을 고른 것이다.


비록 초반에 수련할 때는 진전도 느리지만 일류정도만 도달해도 그 순간부터는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해 적은 수의 경맥만을 사용하는 무공과는 그 성취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오랜 세월의 경험과 사례로 충분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그러한 무공들은 근골이라는 자질에 좌지우지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문파의 존속이라는 명분과 문파의 멸문이라는 위험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있는데 그들에게 다른 길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선별작업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무사들과 제자들의 수뇌부의 눈으로 옥과 돌로 구분되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숭협련 안에서도 명문에 속한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무림맹이란 이름을 버리고 새로이 만들어지는 숭협련의 창설에 관여한 명문가라고 해도 말이다. 숭협련에 창설했던 악가. 그런 악가의 위상은 숭협련에게 있어 시조와도 같은 것이었다.


허나 그런 악가도 이 변화를 피해나갈 수 없었기에 지금 악가의 가주는 마음 속 가득한 고민과 근심으로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당대 악가의 가주 악명경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고민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그의 눈은 시종일관 창 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에게 고민을 던지는 존재가 바로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아...”


그의 눈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그의 유일한 아들, 악화결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말 그대로 피땀을 흘려 수련을 하고 있음에도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의 얼굴은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악명경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아들 악화결은 근골이 부족했다. 오성은 범인들에 비하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평범한 시대였다면 분명 저 정도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무인이 될 수 있을 터였다. 평범한 시대였다면 말이다.


무언가에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어디선가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얘기와 동일한 말이었다. 허나 시대가 좋지 못했다.


마도천하의 시대.


그저 노력하는 것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의 아들이 꽃피울 수 있겠냐고 몇 십, 몇 백 번을 자문자답해도 나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분명 대성하기도 전에 어딘가에서 꽃이 지듯이 죽을 것이라는 미래가 뻔히 보였다. 악가는 물론, 숭협련을 이끌어나가는 수뇌부 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아들에게 악가와 숭협련을 결코 맡길 수는 없었다.


몇 달에 걸쳐 고민하던 그가 마침내 결심하자 그의 눈에선 한줄기 신광(神光)이 뿜어져 나왔다.


‘그래. 그것이 네 운명이라면...’


악명경은 곧 하인을 시켜 자신의 아들을 자신의 집무실에 들게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부르자 악화결은 몸을 한 번 닦은 후 악명경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악화결은 집무실에 발을 디디자마자 평소와 다른 중압감을 느꼈다. 게다가 평상시 자신의 아버지가 보이던 눈빛이 아니었다.


‘이상하군.’


마치 무언가를 단단히 결심한 아버지의 표정에 악화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오늘 내가 너를 이렇게 부른 것은 내 결정을 전하기 위해서다.”


“결정이라 하시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악화결을 지켜보던 악명경의 한쪽 눈이 파르르 떨렸다.


‘미안하구나. 이 아비를 용서하지 말거라.’


“너는 오늘부로 숭협련의 소속이 아니다.”


“네??”


“그리고.”


악화결이 악명경의 이야기를 듣고 경악하고 있음에도 악명경의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오늘부터 악가에 악화결란 이름 석 자는 지워졌음이니, 네 좋을대로 나가서 살거라.”


쿠웅!


악화결은 자신의 귓가에 마치 청천벽력과도 같은 굉음이 울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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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승부의 끝 24.09.03 119 2 12쪽
7 7화-십초지적 24.09.01 133 2 12쪽
6 6화-구명지은 24.09.01 159 2 12쪽
5 5화-승리 24.08.27 181 4 14쪽
4 4화-낭인촌 24.08.25 198 3 12쪽
3 3화-혼의 울림 24.08.24 201 5 13쪽
2 2화-근골 24.08.24 227 3 14쪽
» 1화-추방 24.08.24 33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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