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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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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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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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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낭인촌

DUMMY

“충격에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모양인데...난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집에 가서 바지나 빨아라.”


중년 남자는 매몰차게 거절하고는 몸을 돌렸다. 천천히 자리를 떠나려는 그의 앞에 악화결이 보법을 사용해 가로막았다.


‘흐음...’


중년 사내의 눈이 이채(異彩)를 발했다. 보법의 숙련도는 솔직히 말해 그로선 봐주기도 힘들 정도였지만 그 치졸함 속에서도 현묘함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래. 나름대로 한 수는 있는 것 같구나. 꼴이 아주 거지꼴이라 어디 굴러먹던 거지새끼인줄 알았더니. 이미 무공 한 자락은 익혔으니 충분한 거다. 가서 혼자 정진하던 말든 알아서 하도록 해라.”


중년 사내는 더없이 냉정한 눈으로 악화결을 살피며 말했다. 그렇게 매섭게 말을 마친 그가 걸음을 옮겨 악화결의 옆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악화결은 단념을 못했는지 중년 사내의 팔을 붙잡기 위해 팔을 뻗은 그 순간, 중년 사내가 움직였다.


뻐억!


어깨에 놓여져 있던 창대가 어느 순간 내려와 악화결의 명치를 찔렀다.


“커억!”


악화결의 입에서 한줄기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무인의 몸에 함부로 손대는 게 아니지.”


중년 사내는 말을 마치고 창을 회수하기 위해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그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창대의 무게가 손에 느껴졌다.


중년 사내가 다시 눈길을 악화결에게 돌렸다. 사내의 눈에 비친 것은 악화결이 양손으로 창대를 꽉 쥐어 잡은 채로 매달려 있던 모습이었다.


‘...나름대로 적당한 타격을 날렸을 텐데?’


중년 남자는 약간 호기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가 방금 전의 타격을 다시 떠올려도 결코 저만한 아이가 견딜만한 타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눈앞의 추레한 꼬마는 기절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창대를 있는 힘껏 쥐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


중년 남자가 무언가 살짝 떨리는 것을 기감으로 느끼고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악화결의 발은 떨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재미있군.’


중년 사내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너 뭐냐. 너 뭔데?”


중년 사내가 약간 흥이 난 어조로 물었다.


“...저에게 남아 있는 거라곤 강해지는 것 뿐입니다. ...아무것도...없습니다. 살기 위해서...제가 살아가 갔다는 것을 남기기 위해선-”


“아니 그딴 건 아무래도 됐고. 너 지금 어떻게 서있는 거냐고.”


“...”


사내에게 자신의 뜻이 조금이라도 전해진 것이라고 착각했던 악화결은 마음이 조금 싸늘히 식는 것을 느꼈다.


‘...이 자...나를 장난감 취급하고 있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악화결은 이 사내와의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무공은 익히긴 한 것 같다만...암만 봐도 일천한 경지고, 방금 전의 타격이라면 조금 전에 죽어나갔던 녀석들도 한 순간 정도는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텐데...”


중년 사내는 말을 하다 말고 손을 뻗었다.


악화결에게 있어서 미쳐 반응할 수도 없는 그런 속도로 뻗어진 손이었다.


파바바밧.


중년 사내의 손은 순식간에 악화결의 요혈은 주요 경맥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마치 의원이 진맥 같은 촉진이었다.


“...이거야 원. 몸이 아주 폐물이군.”


꾸우욱.


중년 사내의 말에 악화결이 입을 깨물었다. 그의 악다문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이를 악문 탓에 잇몸이 터진 탓이었다.


‘괴상한 놈이군. 범상치 않은 무공이라도 몸에 지닌 줄 알았는데...그런 것도 아니고. 경맥은 물론 주요 요혈들까지 전부 버러지 수준의 몸인데 말이야.’


지금 중년 사내의 머릿속에 있는 화두는 악화결 뿐이었다. 무료한 일상 속에 떨어진 장난감이랄까? 그 정도였다. 지금의 그가 느끼는 감정은.


‘반응을 봐선 자신의 몸이 어떠한지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중년 사내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악화결을 다시 살폈다.


‘의지? 오기? 무얼까? 지금 이 녀석이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중년 사내는 이 위태위태한 장난감이 지금 멀쩡한 이유가 궁금했다. 또한 이 장난감이 언제 어떻게 망가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잠시 동안의 유흥거리로는 제격이군.’


중년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 좋아. 아무래도 내가 네 녀석에게 조금은 관심이 생긴 것 같다.”


“...!! 그러면-”


“그래. 일단 네 녀석이 내 장난감에 걸맞은지 확인 해봐야겠다.”


“무공을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


악화결은 사내의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고 중년 사내에게 매달렸다.


“...허. 이 얼치기 녀석. 무공이란 것이 무슨 땡중들이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그렇게 베풀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냐?”


“...”


악화결이 무공을 배운 것은 숭협련의 안. 숭협련은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 사승제도를 개편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무공들은 무고처럼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익힐 수 있었다.


그런 곳에서 자란 악화결이 중년 사내가 말했던 것을 떠올릴 수 없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이 곳 낭인촌에서 살아남아 보거라.”


“...살아남으라 하시면?”


“이곳 낭인촌은 아무나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곳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아. 이곳의 거주민으로 정식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나름대로의 자격이 필요하지.”


“...”


“물론 이곳에서 머물다 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죽어 나자빠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만. 어떻게 할 거냐?”


중년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이곳에서 살아남고 거주민으로 인정받으면 무공을 가르쳐 주시는 겁니까?”


“이 녀석. 아주 거저먹으려 드는구만. 난 제자를 둘 생각이 없어. 단지...네 녀석을 강해지는데 조금의 도움은 줄 수 있겠지.”


“...그 말 사실입니까?”


“물론.”


중년 사내는 어깨를 들썩이며 흥겹게 말했다.


“물론 네가 얼마만큼 나를 즐겁게 해주느냐 달린 일이다만. 뭐 일단 살아남아 보거라. 여기에서 살아남지도 못한다면 뭐. 네 그릇이 거기까지란 이야기겠지.”


사내의 말에 악화결의 눈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그릇’ 정말 인정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중년 사내는 악화결의 심상치 않은 눈을 살피며 조소했다.


“큭....큭큭큭큭큭큭큭크.하하하하하.”


중년 사내는 폭소를 터트리며 발길을 옮겼다.


악화결은 주먹을 움켜진 채로 중년 사내의 등을 더없이 뜨거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간다. 저기까지 무조건 간다. 살아남아서, 꼭 살아남아서 저런 고수의 경지까지 올라간다.’


그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자만이 태울 수 있는 의지의 불이었다. 다만 그 불의 연료가 목숨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그것은 악화결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잃은 채로 죽을 수 없다는 사실 뿐이었다.



***

낭인촌.


마도천하의 시대. 마교의 손길을 거부하며 모인 자들의 마을. 달리 보면 시대의 패배자라고 말 할 수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시대에, 마교에 패배해 이곳에까지 이른 자들이다.


허나 패배자라고 한들 패배자만의 긍지가 있을 때도 있는 법. 이곳에 있는 자들이 대부분 그러했다. 대부분이 말이다.


아무리 고상한 뜻을 품은 집단이라도 티는 존재하는 법. 특히나 패배자들 중에선 자신의 처지에 절망해 죽지못해 살아가는 자도 있었고,


누군가를 자신보다 더한 구렁텅이로 떨구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자 역시,


낭인촌에는 존재했다.


"시발. 갈 데까지 갔구만. 천하의 낭인촌이 언제부터 거지새끼를 받아줬냐고."


악화결의 근처에서 대놓고 들리라는 듯이 말하는 이. 그의 이름은 서문휘였다.


그 스스로 말하기를 명망 있던 서문세가의 적통이라고 칭하는 이였다. 물론 그 진실 여부는 누가 확인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스스로 증명한 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 자신이 그렇게 자칭할 뿐.


낭인촌에서 과거를 캐묻는 것은 일종의 금기시 되어있고 대부분이 과거를 잊고 살아가기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특이한 이이기도 했다.


물론 그 실상을 들어다보면 단순히 마을에 사는 이들의 경멸에서 비롯된 무시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지만 서문휘로선 그것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가문이 쌓아올린 명성이 지금 이곳에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악화결은 참을 수 없는 존재였다.


자신마저 저런 거지와 동급으로 취급될까 무척이나 불쾌했고, 그것이 지금 벌어지는 시비의 이유였다.


"..."


악화결은 그저 무시했다. 이미 마을에 속한 이 같은데 이런 유치한 도발로 싸울 여유 따윈 없었다. 악화결은 그저 서문휘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눈길을 돌렸다.


"하."


서문휘로선 어처구니가 없었다. 감히 대 서문세가의 후예인 자신이 말을 했는데도 저따위 반응이라니. 용서할 수 없었다.


"일어나."


“...”


악화결은 상대의 말을 계속 무시했다. 그 모습에 서문휘의 이마에 지렁이가 새겨졌다. 화가 상당히 났을 때 나타나는 그의 보편적인 반응이었다.


손을 부르르 떨릴 정도로 움켜진 서문휘가 주먹을 휘둘렀다.


홰액!


악화결이 앉아있던 곳에서 벌떡 일어나며 서문휘의 주먹을 피했다.


"...뭐하는 짓이야."


"내가 할 말이다. 네놈 따위가 무슨 짓이냐. 일냥지사(一兩之事)를 하다니. 여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으로 보이냐? "


꽤나 시끄러워졌는데도 마을에선 딱히 말리거나 하는 반응을 보이는 이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호기심으로 지켜보는 이들 마저 있을 정도였다.


이것이 낭인촌의 민낯이었다. 지극히 자유롭고 법도 따윈 없는 곳.


아니 법도가 있다고 한다면 딱 하나. 일냥지사(一兩之事)였다.


낭인촌이 아무리 세상과 떨어져 살아간다고 한들 먹고 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낭인촌의 사람들은 낭인으로 고용되어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전통대로 은전 한 냥으로 고용되어 낭인이 되는 신고식을 치르는 것이 일냥지사였다.


일냥지사라고 해봐야 과정은 별 다른게 없다. 바닥에 쓴 한 일자 쓴다. 그리고 그것을 본 누군가가 의뢰를 하고, 그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면 낭인촌의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낭인촌의 일냥지사였다.


악화결은 중년남자의 말을 들은 후 주변 마을에서 귀동냥을 해 일냥지사를 알아냈다. 그리고 지금 낭인촌의 낭인들이 의뢰인을 기다리는 공터에서 한일자를 쓰고 기다리던 상화이었다. 그런 와중에 시비가 걸린 것이다.


서문휘는 악화결이 멀찍이 물러나자 바닥을 힐끔 보고는 바닥에 쓴 일자를 발로 지워버렸다.


"정말이지. 네 놈 따위가 낭인촌에 발붙이려 들다니. 가서 동냥이나 해도 모자랄 판에."


악화결의 눈에서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어쭈? 눈길 보게."


"다시 써."


"뭐?"


"다시 써놓으라고 했다."


"미.친.놈."


서문휘가 빈정거리듯이 웃으며 대꾸했다.


"..."


악활결이 얼굴이 싸늘히 굳었다. 그리고 악화결은 주먹을 움켜쥐고 서문휘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본다고 네놈이 뭘 할 수 있는데?"


뿌드드득.


이 갈리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정말이지 누가 너 같은 거지새끼를 싸질러가지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문휘의 말이 끝나자마자 악화결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그에게 있어 가문과 자신의 이버지는 깊은 상처로 남겨져 있는 바, 마지막 말은 그로선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죽어!!!!"


두 명의 사내가 그렇게 엉겨 붙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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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구명지은 24.09.01 158 2 12쪽
5 5화-승리 24.08.27 180 4 14쪽
» 4화-낭인촌 24.08.25 198 3 12쪽
3 3화-혼의 울림 24.08.24 199 5 13쪽
2 2화-근골 24.08.24 225 3 14쪽
1 1화-추방 24.08.24 33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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