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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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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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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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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승리

DUMMY

악화결의 손에서 제법 매서운 공격들이 펼쳐졌다. 아직 이십도 되지 않은 이들끼리의 대결이었으나 무공으로서 그 모양새는 제법 갖추어져 있었다.


일견 절도 있는 동작으로 공격을 해오는 악화결의 기세 때문에 서문휘가 잠깐 눌릴 정도였다.


‘뭐..야 이 자식. 단순한 거지가 아니었나?’


서문휘가 얼굴색이 바뀌어 급하게 악화결의 공격을 피했다.


싸움에 있어 선수(先手)란 무척 중요한 것이다.


한번 기운 판세를 뒤집는 것은 상대보다 우월한 무언가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초반의 불리함 속에 잃어버린 것들로 인해 패배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것은 저잣거리의 싸움이나 무림인들의 결투나 똑같이 통용되는 것이었다.


서문휘가 기세에 눌려 피하는 데에만 급급한 사이 주위의 인영들은 점차 모이기 시작했고, 그것은 보이는 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오. 시작했나 본데?”


“...”


“이야, 사형의 제자가 꽤나 용을 쓰는데 그래?”


“누가 누구의 제자란 말입니까. 어디다 갖다 붙이는 겁니까.”


쾌활하게 말하는 남자의 말에 한 여자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다섯 명의 남녀가 그렇게 한데 모여 악화결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아니...자칭 제자도 제자잖아...그렇게 살기 보내지 말라고 사매.”


“...흥.”


사형제간의 대화치고는 꽤나 날이 서있는 대화였다.


“흐음...”


악화결이 제자로 삼아달라고 간청했던 그 남자는 주변의 반응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심유(深幽)한 시선으로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봉두난발의 머릿속에서 그의 눈만이 빛나고 있었다.


“뻔한 싸움입니다. 사형께서 그리 신경쓰실만한...”


여자가 걸어오는 말에 중년 남자는 한손을 들어 멈추게 했다.


“...”


그러자 여자는 바로 말을 멈추고 사내의 말을 기다렸다.


“...사형께서 그렇게 관심을 가지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가만히 침묵을 지키던 이가 중년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킥.”


봉두난발의 머리가 살짝 흔들렸다. 중년 남자는 무엇이 우스웠는지 웃음을 터트렸다. 주변에 있던 그의 사형제들이 의아함에 그를 주시했다.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사형이 무심함으로 일관해온 세월이 몇 날이던가. 이미 삽 십년 넘게 세상사는 물론 주변에 대해서 관심을 끊고 살아온 사형이 무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웃는 것도 드물었다.


그런 자신들의 사형이 이렇게 눈을 빛내고 볼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싸움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럴만한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자신의 생(生)을 바친 수련을 통해 고절한 경지에 이르게 된 그들에게 있어 악화결의 싸움은 저잣거리의 싸움과 별다를 바 없이 느껴졌고, 실제로도 그럴만한 경지에 있는 이들이었다.


“재밌어. 정말이지...재밌군.”


“...?”


중년 남자의 사형제들은 의아한 눈으로 자신의 사형을 바라보았다.


“아아...그렇게들 쳐다볼 것 없어. 좀 신기한 것이 있어서 말이야.”


“...어떤?”


“사형 설마하니, 저 싸움을 보고 동심이라도 떠올리신 거요?”


“하. 설마. 내가 무공을 배우기 전이라도 저것보다는 나았지.”


중년 남자가 자신의 사제의 말에 코웃음 쳤다.


“저 애송이가 내 일성의 공력을 받아냈다면 어때?”


“...”


“에이, 사형 손속에 사정을 너무 두신 거 아니오?”


“그럴 리가...”


“...창대로 녀석의 몸에 남아있는 내 공력까지 회수하며 살폈다. 확실해.”


“...”


중년 사내의 말에 주변에 있던 이들의 눈이 모두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사형은 여기 있는 이들 중 아니 이 마을 안에서 가장 강한 이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모종의 사정으로 본신의 실력을 십분(十分) 발휘할 수 없다고는 하나 일성의 공력이라도 저런 애송이가 견딜만한 것이 아니었다.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맞는 즉시 피를 토하거나 절명해도 이상치 않을 정도임이 확실하거늘...


“재밌지 않아? 나는 저 녀석이 어떻게 그런 기적을 일으켰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고.”


“설마...사형. 정말로 저 꼬마를 제자로 삼겠다는 거요?”


“사형!!!”


여자가 자신의 사형이 내뱉은 말에 작게 소리쳤다.


“하. 설마. 제자는 무슨. 그냥 파적거리야. 심심풀이.”


중년 사내의 말에 자리에 있던 여자는 물론 다른 이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죠. 사형의 이름만 대면 제자로 삼아달라고 할 이들이 무수히 있는데 어떻게 저런-”


“잠깐. 상황이...변했군”


싸움을 지켜보던 중년 사내가 여자의 말을 끊었다.



중년 사내의 말처럼 악화결과 서문휘의 상황이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 기세에 눌렸던 서문휘가 악화결의 공격을 피해는 동안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고 침착히 싸움에 임하기 시작했다.


‘젠장.’


쇄액!


“하. 뭐야.”


서문휘가 악화결의 주먹을 가볍게 피해내며 비아냥거렸다. 수십 초식을 나누며 이제 어느 정도 상대의 공격이 눈에 익은 서문휘였다.


그는 처음에 악화결의 맹렬한 기세 때문에 당황했었고, 무공도 익히지 않은 거지새끼가 어디서 무공 한 자락이라도 얻어 배웠다는 것을 그제야 눈치 채고 너무 만만히 봤다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니 설사 배웠다 한들 나름대로 경험이 있는 자신 정도라면 충분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전통뿐만이 아니고 깊이까지 갖춘 악가의 가전무공에 지레 겁을 먹었으나 계속 공격을 받다보니 생각보다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서문휘가 보기엔 악화결의 무공에 무언가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무어라 설명은 못하겠지만 그렇게만 느껴졌다.


악화결의 공격이 연이어 펼쳐졌다. 자신의 아랫배를 노려오는 찌르기에 서문휘가 옆으로 반 발자국 피하며 파고들었다.


간합(間合)


자신과 상대와의 거리란 무공에서 중요한 요소였고 그것을 제압당한다면 아무리 고수라도 자신의 힘을 펼칠 수 없다. 하물며 이런 하수들의 싸움에선 그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미 악화결은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초식의 형을 상대에게 다 파악당한 상태였고, 서문휘는 연계 초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서문휘가 파고듦과 동시에 어깨박치기를 펼치며 악화결의 가슴팍을 내리 찍었다.


“큽!!!”


가슴을 찍힌 악화결이 가슴을 움켜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충격이 꽤나 큰 탓인지 몇 발자국 이나 뒤로 물러났음에도 그 기세를 해소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하하하. 그럼 그렇지. 네놈같은 거지가 어찌 나를.”


후욱....후욱.


악화결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신의 기혈을 진정시켰다. 맞은 부근이 심상치 않았지만 물러날 곳은 없었다. 이런 곳에서마저 진다면 자신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니 자신은 이미 죽은 자.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여기서 숨이 끊긴다면 시체가 동작을 멈추는, 그 뿐인 일이었다. 그만큼 악화결은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건 상태였다.


자신의 운명, 자신의 삶, 지금의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 모두를 말이다.


“어디서 무공 한 자락이라도 훔쳐 배웠나 본데. 여기까지 네 한계다. 좁히려 해도 좁힐 수 없는 타고난 그릇의 차이.”


후욱....후욱.


그릇의 차이. 그 말을 들은 악화결은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오는 듯 했지만 그것을 꾹 참고 숨을 골랐다.



***



“아무래도 승부가 난 것 같군요.”


“...”


“사형 이제 안으로...”


여자가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뜻으로 중년 남자에게 권유했으나 중년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악화결을 주시했다.


“...재미없군.”


“...”


중년 남자가 흥이 깨졌다는 얼굴로 가볍게 내뱉었다.


“설마하니...여기까지 네 한계냐?”


중년 남자는 마치 악화결이 바로 곁에 있다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한 그의 언행에 그의 사형제들은 이채가 떠올랐다.


말로는 무관심을 표방하지만...이 모습은 아무리 봐도 깊은 관심을 지닌 이의 모습이 아닌가.


여자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녀로선 기분 나쁜, 아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사형답지 않으시구려. 설마하니 저기에서 역전극이라도 펼쳐지길 기대하는 것이오?”


쾌활한 목소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천성적으로 말이 많은 그가 입을 열자 속사포처럼 말이 쏟아졌다.


“...”


“이거 참...사형. 이 시골에 쳐 박혀 사는 게 지겨운 참이시오? 차라리 비무 도박장에 가서 돈을 걸고 비무를 보는 게 낫지 않겠소? 그게 역배가 더 잘 나올 거요.”


“...”


중년 남자는 자신의 사제가 말하고 있음에도 고개를 돌리는 일도 없이 그저 악화결을 주시했다.


“기본적으로.”


중년 남자가 입을 열자 쾌활한 목소리의 남자가 입을 다물고, 나머지 이들도 주목했다.


“공력, 속도, 초식, 힘 무엇 하나 저 녀석이 상대보다 앞서는 것이 없다.”


“...”


“그렇게만 본다면 저 서문종자의 승리가 확실하다. 단지 승리란 것은 언제나 그런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


“...나 원 참. 사형이 뭘 말하고 싶은지는 알겠소. 정신력이나 각오 같은 건 중요한 요소라는 건 당연한 거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합이나 수준이 맞을 때의 얘기 아니요. 또 저렇게 수준 낮은 싸움이라면 방심해서 질수도 있을 거요.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한들 그건 저 서문휘란 놈이 팔푼이라는 얘기밖에 안 되지 않소. 뭘 그렇게 열심히-”


“무공을 막 배웠을 때의 네가 지금 내가 일성의 공력을 실어서 펼치는 공격을 무방비로 얻어맞고 버틸 수 있겠느냐?”


“...!”


쾌활한 목소리의 남자가 입을 다물었다. 불의의 질문에 그 스스로 헤아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답은 불가였다.


“사형께서는 설마...저 아이를 정말로 제자로...?”


다른 사내가 중년 남자에게 물었다.


“하. 제자는 무슨. 말했잖아. 그냥 궁금한 것 뿐이라고. 뭐 여기서 죽으면 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이라는 거지.”



사형제들 간에 이야기 흐르는 것과 동시에 싸움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악화결은 가슴을 움켜쥐고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적극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서문휘의 공격에 곳곳이 타격받으며 피칠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모든 곳을 어쩔 수 없이 내어주면서도 머리와 타격받은 가슴만은 철저하게,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었다.


파악!


“헉...헉...이 찰거머리 같은 놈.”


“...”


서문휘 또한 일방적인 공격이라지만 공력은 물론 체력까지 꽤나 소모해 숨이 가빠진 상태였다. 그와 동시에 그의 공격도 단조로워 지고 있었다. 좀 전까지는 제법 생각해서 펼쳤던 초식의 배합도 이제는 그 편린조차 보이지 않고 그저 몸에 편한 초식들만 연거푸 펼쳤다.


“허억...이제 그만 끝내자. 네놈 따위가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서문휘는 쓰러질 듯 말 듯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악화결을 지켜보며 말을 내뱉었다. 오랜만에 백 초식을 넘게 펼친 그로서도 힘겨운 상태였다. 이제는 그만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기운을 끌어 모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지금이다!’


악화결은 두 눈을 반짝이며 움직였다. 모든 것이 열세인 그가 바라마지 않던 순간이었다. 지금 한순간만을 위해, 참고 또 참아왔던 것이다.


‘정말...정말로 오래 기다렸다.’


악화결은 얻어맞은 후 계속 가슴팍에 갖다 대고 있던 한손을 가슴에서 떼었다.


‘한 번. 한번이면 돼. 지금까지 수없이 단련해왔잖아.’


‘할 수 있지?’


악화결은 자신의 몸에 말을 걸며 행동에 나섰다. 서문휘가 마지막으로 펼친 장법을 막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내며 주먹을 뻗었다.


콰직! 퍼억!


공격과 공격의 거의 동시에 펼쳐졌다.


“어엌...?!”


쌍 방의 공격이 끝나고 서로가 동시에 비틀거렸다. 특히나 서문휘의 휘청거림은 심상치 않아 후들거리던 다리가 끝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질 정도였다.


‘뭐...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한순간 정신이 날아간 서문휘가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흩어진 정신의 파편을 그러모았다. 간신히 시야가 들어오기 시작한 서문휘는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렴풋이 이해했다.


‘...이...거지새끼...가슴을 그냥 내줬어?’


악화결의 선택한 것은 말 그대로 동귀어진의 수였다. 아니 자폭에 가까웠다. 자신의 약점인 가슴에 일부러 빈틈을 내보이고 공격을 펼치기 위해 무방비해진 상대의 얼굴에 동시에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물론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악화결과 무방비한 상태로 얻어맞은 서문휘의 차이는 컸다. 불의의 일격이란 것은 그만큼 무거운 것이다. 하물며 얻어맞을 각오는 물론 어느 정도 공력을 가슴부근에 남겨둔 악화결의 상태가 서문휘보다 가벼운 것은 당연했다.


“쿨럭...”


물론 그렇다고 피해를 전부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증거로 악화결은 지금 시뻘건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저벅저벅.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악화결은 천천히 서문휘에게 다가갔다.


“자...잠까...”


턱에 금이 간데다 아직 제대로 정신 차리지 못한 서문휘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다급히 말했다.


“시끄러. 우엑”


“그...그만하자. 내...가 져-”


터억!


악화결의 손이 서문휘의 입을 틀어막았다.


“안 들려.”


퍼억!


“우우읍!”


서문휘는 배를 얻어맞고 비명을 질렀으나 그 소리는 가로막혀 그저 입안에서만 울려퍼질 뿐이었다.


“안 들리다고!!”


퍼퍼퍽!!


“크아아아아악!!!”


구타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비명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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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외공(外功) 24.09.08 9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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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승부의 끝 24.09.03 119 2 12쪽
7 7화-십초지적 24.09.01 132 2 12쪽
6 6화-구명지은 24.09.01 159 2 12쪽
» 5화-승리 24.08.27 181 4 14쪽
4 4화-낭인촌 24.08.25 198 3 12쪽
3 3화-혼의 울림 24.08.24 201 5 13쪽
2 2화-근골 24.08.24 227 3 14쪽
1 1화-추방 24.08.24 337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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