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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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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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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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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추궁과혈

DUMMY

전신 곳곳에 기를 보낸다.


무인으로서 지극히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일이다. 허나 그런 기본적인 일조차 여의치 않는 경우가 있다.


악화결이 타고난 저주받은 체질은 지금 이순간도 발목을 잡고 있었다.


미약하게나마 흐르던 기가 전신 곳곳에서 끊어졌다. 실낱같은 내기가 끊기자 곧바로 지옥의 겉모습이 벗겨지고 본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왕유성의 내뿜는 기파에 숨을 쉬는 것마저 여의치 않다. 한 발, 한 발 맞을 때마다 전신의 뼈가 삐거덕거린다.


긴장을 조금이라도 풀면 바로 주저앉아 버리리라.


허나 왜일까?


추호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나면 숭협련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나던 그 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리라.


그런 기분에 절대로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한 번. 한번이면 족해.’


타고난 천성, 재질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더는 겪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목전까지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도 엄연한 사실.


미처 몰랐던 것들이었다. 싸움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싸움 속 격렬한 움직임 속에서는 순식간에 기가 소모되고 지친다는 것을.

내기가 흐르지 않는 몸으로 내기가 실린 공격을 맞으면 이렇게 아프다는 것을.


그럼에도 주먹을 휘둘렀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였다.


싸움이 깊어질수록 패배가 점차 뚜렷하게 눈에 보였지만 어느 사이엔가 그런 것은 악화결의 머릿속에서 조금씩 사라져갔다.


절망감과 분노는 어느덧 집념으로 화해 악화결을 움직였다. 기적적으로 버틴 칠십여 초는 이 덕분이었지만 그것도 한계.


곧 싸움의 종극이 다가왔다.


“마지막이다.”


마치 사신의 판결선고와도 같은 목소리가 악화결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하아...하아...”

‘크....으으으으...움직여...움직이란 말이다!!’


숨을 몰아쉬는 와중에도 그저 한결같이 바라고 소망했다. 설사 지더라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승리를 위해 손을 뻗을 수 있기를.


팔 한번 휘두르지 않고 패배하는 것은 이미 겪었던 것이 아니었던가.


이내 악화결의 눈을 하나의 그림자가 가득 채웠다. 왕유성의 정권이 악화결의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이다. 이대로 막지 않는다면 그대로 자신의 몸을 꿰뚫으리라.


온 신경을 집중해 바라보고 있는 악화결에겐 왕유성의 움직임이 마치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주먹과 얼굴 사이는 두 보도 안 되는 거리였다.

반 치, 또 반 치. 주먹이 점점 다가왔다.


‘포기할 수 없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얼굴이 정권에 의해 뭉개지기 직전, 실낱같은 내기가 오른손에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거다!!’


악화결은 오른손을 그대로 내질렀다. 그 공격은 말그대로 동귀어진의 수였다.


방어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반 발짝 옆으로 이동하며 내지른 주먹. 천하일강(天河一剛)이라는 악가의 무공이었다.


원래라면 도로 펼치는 구명절초였으나, 악화결을 그것을 동귀어진의 수로 펼친 것이다.


퍼억!!


각자의 주먹이 서로의 몸에 닿았다. 허나 양자 간 피해는 너무나 달랐다.


악화결의 오른 주먹은 왕유성의 겨드랑이 밑에 분명히 들어갔으나 왕유성의 얼굴은 평온했다.

허나 왕유성의 주먹에 스친 악화결의 오른쪽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하수와 고수가 주먹을 주고받아도 그 차이는 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제...제기...랄.”


악화결은 왕유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대로 혼절했다.


“녀석.”


왕유성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악화결을 부축했다.


“응?”


왕유성은 악화결을 부축하던 도중 자신의 팔에 느껴지는 감각에 의문성을 내뱉었다. 쓰러지기 직전 악화결은 쓰러지면서도 패배를 거부하는지 오른손으로 왕유성의 왼 손목을 붙잡은 것이다.


왕유성이 그 손을 떼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떼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분명 기절했음에도 그 손에는 내기가 담겨 있었다.


‘...정말이지 대단하군. 아니...존경스러울 정도야.’


악화결의 몸은 이미 넝마에 지나지 않았고, 체력도 바닥이었다. 거기에 쌓인 피로를 생각하면 그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화결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 팔팔하게 움직였고, 끝내 오른팔의 경맥을 부분이나마 타통시킨 것이다. 그것만으로 어지간한 이는 이룰 수도 없는 일이거늘, 기절하고 나서도 내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의념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의념이란 것이 어떤 것이던가.


일류 고수의 수준을 넘어 절정에 달한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전유물이 아니던가.


물론 의념이란 것을 단순히 말하면 무공에 입문하기 시작한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의념을 달리 말한다면 목적을 가진 사고라 할 수 있었고 그것은 곧 기를 통제하기 위한 힘이었으니까. 허나 일류 이상의 고수들 사이에서는 그 의념을 달리 받아들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목적을 가진 사고를 초지일관 한다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그것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의념이라 부르는 것이 고수들 사이에서의 개념이었다.


상대의 몸에 기를 남겨 혈도를 짚는 것도

상대에게 발한 발경의 경력이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넘게 남아 상대를 괴롭히는 것도

그리고 기절하고 나서도 내기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도.


모두 다 의념이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삼류 고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악화결에겐 절대로 불가능한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허나 지금 악화결은 그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하하하...”


왕유성은 저절로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키우다는 것이 이리 즐거웠던 것인가?


이제야 자신의 스승이 자신들을 보며 웃던 이유를 알 것 같은 왕유성이었다.


“...즐거운가 보군.”


“응?”


왕유성이 웃음을 거두고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왠일이슈. 사형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


왕유성의 앞의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왕유성과 악화결을 바라보았다.


“그거.”


사내는 왕유성의 팔에 매달려 있는 악화결을 가리켰다.


“아. 아아...이 놈이 좀 끈질겨서 말이오. 에잉.”


“...말도 되지 않는 일이군.”


“하....하하하.”


왕유성은 다시 웃었다.


“...제자로 삼을 건가?”


“에이. 내가 설마 대사형이 침 바른 아이를 어떻게 하겠소?”


“...”


“...후 사형의 그 화법은 여전하시구려. 속 시원히 말하시오 그냥. 듣는 사제 속 터져 죽겠소.”


“...추궁과혈을 해서 죽는 게 아니고??”


“...”


그랬다. 왕유성은 수련 겸 싸움이라는 명목으로 악화결을 두드렸고, 그것은 악화결의 경맥타통이라는 일로 이어진 것이다. 왕유성의 추궁과혈이 없었다면 결코 악화결이 경맥 타통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악화결이 의념이라는 영역에까지 발을 디딘 것은 왕유성 조차 전혀 의도치도, 예상하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하하...알면 좀 이 사제를 배려해 주시구려.”


왕유성은 능청을 떨고 있었지만 그의 팔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추공과혈은 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상당한 진력을 소비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상당한 양의 경력을 매 타격 때마다 쏟아야 할뿐만 아니라, 피시전자에게 경력이 남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는데 이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억지로 거둬들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자신의 내기로 자신의 경맥을 두들긴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왕유성은 팔은 물론 전신의 경맥이 요동치고 있는 상황.


“후우우우...”


“...”


왕유성이 긴 한숨을 내쉬며 내기를 가다듬자 왕유성의 사형은 말도 없이 다가왔다. 바짝 다가온 그는 악화결의 팔꿈치를 잡고는 내기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곧 악화결의 팔이 떨어졌다.


“...”


악화결의 팔이 떨어지자마자 왕유성은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기 시작했다. 악화결을 바닥에 잘 내려놓은 그는 왕유성의 등으로 돌아가 손을 올렸다.


그러자 곧 그의 장심(掌心)에서 한줄기 기운이 피어올라 왕유성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시작된 운기조식은 한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끝났다.


“고맙소. 사형.”


왕유성은 운기조식을 마치고는 입을 열었다.


“...”


잠시 가만히 있던 사내는 곧 입을 열었다.


“정말로 저 아이를 키울 셈이냐?”


“...어쩌겠수. 이미 손을 댄 이상 그냥 놔버리는 것은 내 성격 상 못하는 걸. 뭐 이 녀석 키우는 재미도 있고. 해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계속 가르칠 생각이오.”


“...좋은 재목에 그저 물만을 주고 그 후 알아서 피어나는 것은 재미가 없다...그 말이더냐?”


“어떨 것 같소?”


왕유성은 씩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


“...네가 관심을 가지는 것도 알만하고...가능하면 지지해 주고 싶다. 허나 사매의 신경이 워낙 날카로운 것도 사실.”


“...”


“대사형의 상세는 계속 안 좋아지기만 하니 그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어찌 되었든 우리 사형제끼리 괜한 싸움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마음이다.”


“...오랜만에 이렇게 길게 말하는 것 같소? 사형”


“...”


왕유성이 웃으며 놀리자 사내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내 말 명심하도록 해라.”


사내는 그 말을 끝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으...으.”


“이런.”


한참을 제자리에 서있던 왕유성은 악화결이 신음을 내뱉고 나서야 움직였다.



***



악화결이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였다. 악화결이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바로 깨닫지는 못했다. 그가 자신의 변화를 실감한 것은 치열한 수행 속에서였다.


“자. 자. 일어나라. 적이 공격해 오고 있는데 그렇게 멍하니 있을 거냐!”


왕유성은 악화결이 깨어나자마자 지독하리만치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몇 번이나 악화결과 실전에 가까운 대련을 했고 악화결이 녹초가 되어 일어나기도 힘들 때면 그의 팔 또한 덜덜 떨렸다. 물론 악화결에게 그것을 신경쓸만한 여유는 없었지만 말이다.


“크윽...”


왕유성이 지독하리만치 밀어붙일 때마다 악화결은 전신에 기가 떨어졌으나, 유독 한 곳만은 기가 잘 도는 곳이 있었다.


‘이건...’


“뭘 멍하니 있는 거냐!”


악화결이 멈춘 사이, 왕유성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쾅!


왕유성의 주먹을 악화결이 손이 가까스로 튕겨냈다.


“크읍.”


“끝까지 몰리고 나서야 간신히 손을 뻗은 거냐.”


“...이...이게?”


악화결을 당황해 말을 잇지 못했다. 전신의 모든 곳에서 기가 돌지 않고 중간에 멈췄는데 단 한 곳. 오른팔의 경맥만이 기를 돌리고 있었다.


“다시는 잊지 마라. 그것이 기를 돌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네놈같은 둔한 놈일지라도 그 정도로 피를 토하며 얻은 감각이니 잊지는 않겠지?”


왕유성의 말이 들려오는 동안에도 악화결은 몸을 떨었다. 묘한 충족감이 그의 심장에서부터 퍼지기 시작했고 이내 온 몸을 가득 채웠다.


‘기가...기가 돌고 있어.’


악화결은 부르르 떨리던 손을 불끈 쥐어 들어올렸다.


작가의말

시간이 없어 급하게 올렸습니다.


새벽중에 수정해서 뒷부분을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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