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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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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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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구명지은

DUMMY

자신의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악화결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 모습은 흡사 악귀와도 같았다.


“꺼억. 컥. 컥.”


빠악. 콰직!


“우아아아아아!!!!”


마무리를 짓기 위해 주먹을 치켜든 채로 악화결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한계였다. 몸은 이미 옛적에 한계를 벗어난 상태. 승리 후의 긴장이 조금 풀리자마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짐승새끼나 다름없군.”


멀리서 지켜보던 사형제 중 여자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냐. 사매. 저건 저대로 좋지 않아? 오랜만에 피가 끓어오르는군 그래.”


“...사형이야 그냥 싸우고 싶어 좀이 쑤시니 그런 것 같은데.”


“오? 우리 사제가 말하는 게 얼마만이야.”

“...”


쾌활한 목소리의 남자가 즐겁다는 듯이 말하자 또 다른 남자는 언제 말했냐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뭐야...또 묵언수행인가.”


“그만.”


중년 남자가 무겁게 말하자 사형제들간의 대화는 바로 끝났다.


“돌아가자. 쿨럭. 쿨럭.”


“사형!!”


주변에 있던 사형제들이 중년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중년 남자는 각혈을 막고 있던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사제들과 사매를 제지했다.


중년 남자는 진정되자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의 사제들과 사매가 그의 뒤를 따랐다.


중년 남자는 자리에서 벗어나기 바로 전 뒤를 돌아 악화결의 모습을 슬쩍 쳐다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공격하던 이가 쓰러지면 역습을 하거나 죽이기엔 최적의 기회다. 허나 서문휘를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니 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 멈추자마자 그는 팔 다리를 바삐 움직여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서질 못한 채 말 그대로 엉금엉금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으...”


혹여 악화결이 쫓아오지는 않을까 기어가던 그가 바닥에 엎드린 채로 뒤를 돌아보았다. 악화결은 그대로 쓰러진 채였지만 그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 몸을 떨며 악화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악화결은 악귀 그 자체였다. 서문휘는 누워있는 악화결을 힐끗 보자마자 바로 고개를 돌리고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떨리는 손발을 어떻게든 움직여가며 기어가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누워있는 악화결로선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



“으으.....”


헌 가옥 속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옥 안에 있는 이는 단 두 명뿐. 악화결과 낯선 이뿐이었다.


“아...아버...지...”


악화결은 무슨 꿈이라도 꾸는지 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의 아버지를 찾고 있었다.


“쯧.”


낯선 이는 그런 악화결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이어 낯선 이는 마른 천으로 악화결의 땀을 훔쳤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악화결은 꿈속을 헤맬 뿐이었다.


“...버지...”


“그래그래. 아버지랑 좋은 해후 보내라고.”


낯선 이의 말처럼 악화결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악화결의 정신 속에서는 그저 악몽만이 계속되었고 꿈에서 보내는 시간은 말 그대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너에겐 재능이 없다.-


-강호와 연을 끊은 채 살아 가거라.-


지난 날 악화결의 가슴을 후볐던 말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힐 때마다 악화결은 현실 속에서도 몸을 떨며 땀을 흘렸다.


낯선 이가 악화결을 주워온 지도 이주일, 그 동안 악화결은 눈 한번 뜨지 못한 채 과거와 마주보았다. 그리고 십오일 째가 돼서야 간신히 눈을 떴다.


껌뻑껌뻑


악화결이 침상에 누운 채로 눈을 뜨자 그의 눈을 가득 채운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어디지?’


악화결은 머릿속을 정리하며 침상에서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니 일으키고자 했다.


“큭!”


그 순간 엄습해오는 고통에 악화결이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무리하지 마라. 지난 이주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생사의 고비를 오락가락한 했으니 말이야.”


“...?!”


악화결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올렸다.


“누...누구?”


“누구긴 누구야. 다 죽어가는 네놈을 주어다 보살펴준 분이시지.”


악화결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소 예쁘게 생긴 여자였다. 또 약간 늙어 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다소 젊은 목소리였다.


“가...감사합니다. 큭”


포권을 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악화결은 다시 신음을 토해냈다.


“대충 살펴보니 가슴뼈가 박살나기 직전이었어. 게다가 얻어맞은 부위 주변의 경맥도 심상치 않고.”


“그...그렇군요.”


악화결은 가슴에 손을 올린 채 간신히 말을 뱉어냈다.


“쯔쯔. 무리하지 말래두.


“후우...”


“보통 무공을 익혔으면 그 정도의 상처는 지금쯤 자체적으로 나아갈 법도 한데...어떻게 된 영문인지 너의 몸은 낫는 것도 무척이나 느리구나.”


“...그...그렇습니까?”


악화결은 왠지 모르게 자신의 체질이 생각났다. 혹 자신의 치유가 느린 것도 체질 탓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악화결 정도의 부상은 딱히 운기요상을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차도(差度)를 보이는 것이 보통의 무림인이다. 하지만 악화결은 골절이 잘 낫지도 않을뿐더러 주요 경맥들까지 울혈들로 뭉쳐져 있으니 낯선 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뭐...그런 몸을 가지고 앞으로 여기에서 살아가는 것도 힘들긴 하겠다만. 힘내거라.”


“큭.”


악화결이 신음을 토하자 낯선 여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당분간 여기서 편안히 머물러도 좋으니 무리하지마라.”


낯선 여자는 악화결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신음을 토한 것으로 짐작하고 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였다. 육체적 고통으로 인한 신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한 신음이었다.


타고난 굴레가 꿈에서는 물론 꿈에서 깨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을 꽁꽁 휘감고 있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선 여자는 악화결이 침상에 드러눕는 것을 보며 가옥에서 빠져나왔다.


“큭..흡. 흐읍...”


‘우는가...’


낯선 여자는 밖에 나서도 들려오는 흐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쯧. 너무 유약해.”


그녀는 그렇게 혀를 차며 발걸음을 근처의 산 쪽으로 향했다.



***



낯선 여자가 헌 가옥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손에 한가득 약초들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몇몇 약초의 즙을 짜 악화결의 가슴팍에 바르거나 달여 악화결에게 마시게 했다.


그렇게 낯선 여자의 치료를 한 달 반 동안 받고 나서야 악화결은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감사드립니다.”


악화결은 그제야 제대로 된 포권을 취하며 감사를 할 수 있었다.


“감사는 무슨...”


여자는 싱겁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성함도 알지 못하는데 성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양은월.”


“구명지은(救命之恩)에 감사드립니다. 이 은은 어떻게 갚아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갚아.”


“네?”


악화결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그 빛. 지금 갚고 가라고.”


“...제가 지금 가진 것이 없어서-”


“네가 거지인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어. 딱히 돈을 요구하는게 아냐.”


“그럼 어떤...”


“나무라도 해놓고 가라고. 이제 겨울인데 그 정도 삯은 치러야 할 거 아냐.”


“아...”


아직 낭인촌에서 일량지사도 치루지 못한 자신이 어떻게 값을 치러야 할지 고민하던 악화결에겐 다행스러운 이야기였다.


“나무는 뒷마당에 좀 있으니 당장 그것부터 쓰고, 모자란다 싶으면 근처 산에 가서 나무라도 해오라고.”


“예.”


“설마하니 비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그러겠습니까.”


악화결의 대답에 양은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 부탁해. 꼬마. 그날 치의 나무만 해놓고 가면 나머지 시간은 딱히 상관 안할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두 사람의 기묘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



다음날 악화결은 우선 가옥 뒤의 나무를 잘 다듬고, 나무의 양을 확인한 후 근처 산에 올라 나무를 해왔다. 도중에 서문휘를 만나기도 했으나 그는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지 악화결을 보고 도망쳤다.


악화결은 도망치는 서문휘를 쫓지 않았고, 그대로 가옥으로 돌아왔다.


터억.


악화결은 가옥에 도착하자마자 지게를 내려놓고 나무를 정리했다.


“...부지런하군. 내가 사람은 잘 구한 것 같아.”


“하하..”


양은월의 말에 악화결은 작게 웃었다.


“서문망나니도 달아나는 걸 보니 딱히 후환은 없을 것 같군.”


“...보고 계셨습니까?”


“...”


악화결의 질문에 양은월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 낭인촌에는 낭인촌이라는 이름말고도 다른 이름이 있어. 혹시 알고 있어?”


“아뇨.”


“이곳의 다른 이름은...망고촌(忘古村)이라고 하지.”


“...그렇습니까?”


악화결은 기묘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과거를 잊는 자만이 이 마을에 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군요.”


악화결이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내 보기에 너는 과거를 잊지 못했어.”


“...”


난데없는 이야기에 악화결의 얼굴이 굳었다.


“이 곳은 지난 과거와 결별한 자만이 들 수 있고 그래야만 해. 너와 같은 식으로 과거를 잊지 못하고 이 마을에 들어 살다가는...금방 죽어버리기 일수지.”


“미래라도 보이시는 겁니까.”


악화결의 입에서 차가운 어조의 말이 쏟아졌다.


“미래라...그런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 이번 겨울이 지나면 이 마을에서 떠나라. 이 마을은...너와 어울리지 않아.”


“웃기지 맛!!!!”


악화결의 외침이 가옥을 뚫고 울려 퍼졌다.


“하아...하아...”


악화결은 급하게 터트린 노호성 탓에 아직 다 낫지 않은 가슴을 움켜잡았다.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나를 구했는지,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라도!!!”


“...”


“나는 이 마을에서 살아남을 거야!!!!”


악화결이 사납게 외쳤다.


악가에서 버림받은 것도 모질라 이 낭인촌에서마저 쫓겨난다? 악화결은 머리가 뜨겁다 못해 돌아버릴 것만 같은 심정이었다.


“네가? 여기서 살아남겠다고?”


양은월이 서릿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좋아. 그렇게 자신 있다면 나 정도쯤 이겨낼 수 있어야겠지?”


“...”


“너 같은 꼬마를 상대로 진지하게 나서는 것도 부끄러운 일. 내 손에서 십초를 버텨 봐라. 십 초를 버틴다면 일량지사는 물론 한 명의 낭인으로서 살아남기엔 충분하다고 인정하고 아무런 짓도 하지 않겠지만...만약 십초를 버티지 못한다면 팔의 근맥을 잘라 이곳에서 쫓아낼 것이다. 어떠냐. 당연히 받아들이겠지?”


“...물론이다.”


분명 좀 전까지는 생명의 은인과 구해진 이였으나 한순간에 둘의 관계는 일변했다. 악화결은 마치 원수라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양은월을 보며 반발심을 불태웠다.


“몸도 아직 다 낫지 않았으니 다 나을 때까지는 기다려주지.”


“필요 없어!!”


악화결에 분에 차 외쳤다.


“정말? 그래도 되겠어?”


양은월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남아일언중천금. 내가 내뱉은 말은 내 스스로 거둔다.”


“남자라...좋다. 내일부터 시작한다. 열흘뿐이다. 알겠느냐?”


양은월의 말에 악화결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집안에 사정이 생겨서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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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십초지적 24.09.01 132 2 12쪽
» 6화-구명지은 24.09.01 159 2 12쪽
5 5화-승리 24.08.27 180 4 14쪽
4 4화-낭인촌 24.08.25 198 3 12쪽
3 3화-혼의 울림 24.08.24 201 5 13쪽
2 2화-근골 24.08.24 226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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