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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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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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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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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일냥지사

DUMMY

수련에 있어 추궁과혈(推宮過穴)이란 방법은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편법에 해당하는 방식.


시전자에게나 피시전자에게나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방법이었으나 왕유성은 쓰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왕유성이 악화결의 몸을 살펴본 바, 지금 시간이 지나 경맥을 깨운다는 것은 힘들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탁기로 가득한 몸인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근골은 더욱 굳어져 다시는 되돌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까닭에 벌인 일이었다.


왕유성에게도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이었으나 그의 도박은 성공이었다. 물론 왕유성 자신도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건 아니었으나 악화결이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악화결의 독기와 의지라면 반드시 열 수 있는 문이라고.


그리고 그 문은 처음 여는 것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여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른팔을 시작으로 팔다리의 주요 경맥들이 점차 열려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왕유성과의 대련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악화결이 강해진 만큼 왕유성도 손대중을 줄여서 대련했기에.


“이야...줄창 맞기만 하는구나.”


“...”


왕유성은 대련이 끝나자 입을 열었다.


“설마하나 맞는 걸 즐기는 변태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렇게 맞기만 할 셈이냐?”


“...”


악화결은 할 말이 없었다. 비록 자신의 경맥이 열리긴 했으나 왕유성과의 대련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분명히 말했을 텐데. 너무 생각하지 말라고. 상대가 움직이고 나서는 너무 늦어. 상대의 호흡을 훔쳐라.”


매 싸움이 끝날 때마다 왕유성의 조언과 도발이 행해졌다.


“징조, 조짐을 읽은 다음에야 비로소 강호라는 험한 강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길 생각이 없는 거냐? 설마 하니 그거냐? 내가 늙어 죽기 직전에 맞추려고?”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아야 하는 법. 분명히 말해두는데 나에게 일격을 먹이지 전까지 넌 어디도 갈 수 없다. 명심해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어디 오늘은 어떨지 한번 볼까? 뭐...이런 식으로 가다간 네 녀석은 늙어 죽을 때까지 여기를 못 벗어날 것 같다만.”


“후욱.”


악화결은 왕유성의 도발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겼다. 익숙한 일이었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한 방. 단 한 방이었다.


지난 이년 간 수 없이 깨지고 수없이 도전했다. 마음을 비우되 중심에는 목표를 잊지 않는다.


그렇게 완벽한 평정심을 갖춘 악화결이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법 무흔무영보의 흉내를 내기 시작한 악화결의 신형이 점차 빨라졌다.


‘흠.’


왕유성은 천천히 내기를 끌어올렸다. 그가 끌어올린 내기는 일할 정도. 이 정도의 자신에게 한 방 먹이는 것도 못한다면 강호는 물론 일량지사도 보내줄 마음이 없는 왕유성이었다.


‘어디 봐볼까.’


왕유성은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대련에 임했다. 매일같이 조금씩 달라지는 악화결을 지켜보는 것에 흠뻑 빠진 그였다.


‘정말이지 대사형만 아니었어도...’


‘이크.’


제자로 받아들일까 하던 찰나에 날아온 악화결의 공격. 왕유성은 얼굴을 비끼며 간신히 피해냈다.


‘오늘따라 날카로운데? 이거 오늘...’


왕유성의 생각이 끊어지고 곧 싸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싸움이 본 궤도에 올랐다. 왕유성은 권법과 장법을 같이 사용하는데 반해, 악화결은 악가의 가전무공인 악가십팔권만을 사용했다.


왕유성이 뛰어들며 악화결의 자세를 무너트리기 위해 수발의 주먹을 날렸다.


두두두두!!


한 발, 한 발 악화결은 손으로 받아냈다.


“크윽.”


‘무거워.’


수차례의 공격이 끝나고 왕유성이 자세를 바꿔 다시 장법을 펼쳤다.


후웅!


악화결은 좌우에서 번갈아 날아드는 쌍장을 허리의 상하좌우의 움직임을 통해 피해냈다. 처음에는 허리를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피했고, 바로 이어지는 왼쪽의 공격은 허리를 숙이며 피해냈다.


연거푸 펼친 공격으로 왕유성의 자세가 무너진 것을 노리고 악화결이 파고들었다. 내기를 실린 주먹을 그저 직선으로 내질러졌다.


천하일강(天河一剛)


[필살의 순간, 가장 단순한 초식이 가장 효과적인 초식일 수 있다!]


악화결의 뇌리에 지난 이년 수 없이 들은 말이 지나갔다.


“큿.”


악화결의 공격에 왕유성이 급하게 물러나며 방어했다.


타앙!


악화결의 주먹이 왕유성의 장법과 그대로 충돌했다.


“...제법 날카로운데?”


왕유성이 손바닥을 털어내며 말했다. 방금 전의 일권에서 쏟아진 충격이 손바닥을 꿰뚫고 지나간 탓이었다.


‘금이 가진 않았군.’


왕유성이 손을 쥐었다 피며 자신의 상태를 가늠했다.


“...”


악화결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왕유성의 전신을 노려보았다. 그 무엇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이었다.


왕유성의 주먹을 꽉 움켜쥐려는 순간, 악화결이 달려들었다.


‘칫.’


왕유성이 주먹을 쥐었을 때에는 이미 악화결의 공격이 지척에 날아든 상태였다. 쥔 손으로 공격하기에는 이미 한발 늦은 상황에 왕유성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왕유성의 호흡을 훔친 공격이었다.


‘지금!!’


다시없을 호기라고 느낀 악화결이 용천혈에 기를 쑤셔 넣으며 앞으로 돌진했다.


‘칫.’


완전히 호흡을 빼앗긴 왕유성이 이판사판식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양자의 주먹이 교차했다.


“쿨럭.”


복부를 제대로 얻어맞은 왕유성이 기침을 터트렸으나 왕유성의 공격은 악화결에게 닿지 않았다. 악화결이 팔꿈치로 왕유성의 주먹을 찍었기 때문이다.


“쿠...헉...후우...”


악화결은 자세를 바로 한 채 왕유성의 말을 기다렸다. 곧 신색을 바로 한 왕유성이 멋쩍은지 어깨를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당했군.”


“...”


“내 호흡을 읽은 거냐?”


악화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하니 지는게 오늘 일 줄이야. 후우. 내가...졌다. 츱. 수천 아니 수만 번의 싸움 속에서 단 한 번뿐이긴 하다만 네 승리다.”


패배 선언에 악화결이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좋아하기는. 녀석.”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때가 되어서 악화결에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악화결의 웃음이 끊어지지 않자 왕유성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만 웃어. 애송이 놈아. 넌 아직 멀었어!!”


“하하하하하하”


“빌어먹을.”


그렇게 욕하는 왕유성 역시 얼굴에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


첫 승리가 있고 난 직후 악화결은 바로 일냥지사를 치르기 위해 접선 장소로 향했다. 왕유성이 일냥지사를 치르라고 바로 말했기 때문이었다.


[나 하나하고만 싸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밖에 나가 어떠한 이들이 있는지 겪어보는 것도 네가 추구하는 바에 도움이 될 터. 일량지사는 물론 낭인 일을 열 번 정도는 완수하고 와라.]


왕유성의 말을 곱씹던 악화결의 앞에 반나절도 되지 않아 손님이 왔다.


“호? 처음 보는 얼굴인데?”


살집이 두툼한 중년 남자가 악화결에게 말을 걸어왔다.


“...”


악화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귀공자 출신인 그로선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흠.”


악화결을 살피던 중년 남자는 바닥에 쓰인 일 자를 힐끔 보았다.


“실력에 자신은 있나?”


“물론이오.”


악화결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자네를 고용하지. 바로 따라 올 수 있겠나?”


“그렇소.”


“좋아 그럼 내 뒤에 따라오게.”


중년 남자는 접선 장소에서 몇 명을 살피더니 더는 고용을 하지 않고 자신의 마차로 향했다.


“오르게.”


악화결은 바로 중년 남자를 뒤따라 마차에 올랐다.


“어머. 새 무사님이신가요?”


안에는 중년 남자의 아내 같아 보이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아아. 딱히 눈에 뛰는 이도 없어서 말이야. 쯧 그 창귀라는 낭인 좀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탁탁


중년남자는 마차의 벽을 두드렸다.


“출발해!”


중년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곧 마차가 출발했다.


“내가 무슨 일을 맡길 건지 궁금하지는 않나?”


“돈을 받고 일하는 처지에 무엇을 가리겠소.”


“하하. 어차피 일냥지사는 어떤 일이든 맡아야 하지 않나. 나는 그래서 자네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따라온 줄 알았는데?”


"..."


“뭐, 자네는 날 만나서 다행이군. 그냥 내 재산. 내집을 지켜주기만 하면 된다네. 오래 걸리지도 않을거야. 한 두 달 정도니까 말이야.”


그렇게 마차속이서 반나절을 보내고 마침내 마차가 멈추었다.


“후우...”


악화결은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마차로 이동하는 동안 중년 사내의 입담이 도무지 끝나질 않아 머리가 아파올 정도였기에.


“자, 내리지”


중년 사내와 여자를 따라 내리자 현판이 달린 대문이 악화결의 시야에 들어왔다.


‘은성장.’


그것이 장원의 이름이었다. 장원이라고는 해도 상당한 규모였지만 말이다.


‘대단하군.’


일개 집안치고는 너무나 거대한 크기에 악화결 역시 감탄할 정도였다.


“오셨습니까?”


대문을 지키고 있던 한 무사가 중년 사내를 맞이했다. 그의 모습은 주위의 무사와 어딘가 달랐는데 그의 옷차림은 마치 경비의 책임자처럼 보였다.


“아아.”


“가셨던 일은 어떻게...?”


무사가 묻자 중년 사내는 악화결에게 고개를 돌렸다.


“흠...잘못 고른 게 아닐지 우려되는군요...”


“그거야 아직 모르는 일 아닌가?”


두 사람은 악화결을 보며 속닥거렸다.


“그거야 그렇긴 합니다만...낭인촌의 인물들은 너무 양극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아무래도 좀 좀 그렇군요.”


“그거야 뭐. 천천히 알아보면 될 일이고. 그 창귀란 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군.”


"그럴 겁니다. 그는 좀처럼 세상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오래전 한번 본 게 전부라..."


"흠..."


둘 사이에 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악화결은 그저 가만히 둘이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아주 제멋대로들 떠들고 있군. 그나저나 창귀라...설마 그분인가?’


“어이 신입. 따라와라.”

무사의 말에 악화결은 중년 사내를 쳐다보았다.


“아아 여기에 있는 동안은 가급적 그의 말을 따라주게.”


“알았소.”

우뚝.


앞서 걸어가던 무사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추었다.


“애송이.”


“??”


무사의 부름에 악화결은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고용주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무사의 말에 악화결은 중년사내를 살폈는데, 그는 그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


“분명히 말해두는데 이후에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해라.”


무사의 으름장에 악화결은 한번 길게 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알 게 뭐야.”


“뭐?!”


“내가 고용주에게 판 것은 내 실력이지. 내 품성이나 언행을 판적 없다고.”


“...”


무사는 예상치 못한 악화결의 말에 몸이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열풍이 피어올랐다.


“이...이 천둥벌거숭이 놈이”


카앙!!!


사내의 허리에 있던 도집에서 도가 뽑혀져 나왔다.


쐐애애애애애애액!


이내 사내의 도가 허공을 가르며 악화결에게 쇄도했다.


작가의말

전 화를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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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승리 24.08.27 18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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