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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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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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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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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한계

DUMMY

“하...합격이라 하시면?”


“뭐, 예비 사숙이라 부를 정도는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면-”


“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너와 나 사이의 관계를 말하는 거다.”


“...그게 무슨?”


“네가 사부로 삼고 싶은 건 어디까지나 사형이잖아. 하지만 나는 너를 사형이 제자로 삼을만하다고 생각만 할 뿐이지. 내가 뭐 사형한테 너를 강제로 제자로 삼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어?”


“...”


잠시나마 환하게 밝아졌던 악화결의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다.


“큭큭. 녀석. 거저먹으려 들지 말라고.”


“후우...”


악화결은 누운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큭큭. 근데 그렇게 사형의 제자가 되고 싶냐?”


“네.”


“어째서?”


“...제가 반대로 하나 묻겠습니다. 마을 입구에 놓인 비석의 글. 그분이 쓰신 거 아닙니까?”


“허.”


“아닙니까?”


“...그래 맞아. 사형이 오래전 쓴 거지.”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꿈에서나마...아니 다시 태어나서라도 그런 강자의 위치에 단 한번이라도 서고 싶습니다.”


“풋내 나는 이야기다.”


완곡한 거절로 들은 악화결이 이를 악물었다.


“열 번 아니...백번을 다시 태어나도 불가능한 이야기야.”


“...”


“미안하지만 나는 풋내 나는 이야기 따윈 질색이다. 하지만 피나 땀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는 딱 내 취향이지.”


“...?”


무언가 담긴 뜻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사내의 이야기에 악화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말입니까.”


“꿈만 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 허나 꿈같은 망상을 이루려고 하는 자는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 법. 너에게 그런 각오가 있느냐?”


“...저...저를 도와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가부만 말해라. 승낙이냐 거부냐.”


“당연히!”


악화결이 급한 어조로 뒷말을 외쳤고 그것을 들은 사내가 씩 웃었다.


“승낙입니다.”

“귀 안 먹었다. 소리치지 마라.”


퍼억!


“컥?”


사내의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던 악화결에게 사내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방심한 상태에서의 복부공격.


“왜...왜..?”


“왜긴 왜야. 지금 네가 한가롭게 놀 시간이 있을 것 같아? 지금부터 시작이다.”


“크...크으으윽.”


방심한 상태에서 크게 얻어맞았음에도 악화결은 안간힘을 써서 움직이려 했다.


‘...이걸 견뎌?’


내공을 싣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환골탈태한 육체로 어느 정도 작심하고 날린 일격이거늘.


‘지난 세 달 동안 도대체 뭔 짓을 했던 거야 이 녀석?’


일반인에 가까운 몸으로 버틸 일격이 아니었기에 사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거는 그거고...이거는 이거지.’


사내는 초장부터 기강을 확실히 잡기 위해 공격을 이어나갔다. 굳게 쥔 주먹이 풀리며 자연스레 장이 만들어졌고, 장법이 바로 악화결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쩌엉!


악화결은 뇌 안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내가중수법으로 머리 내부가 진탕되자 더 버티지 못하고 혼절한 것이다.


“나쁘지 않군. 나쁘지 않아.”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사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지난 세달 동안 대충 멀리서 지켜본 바로는 죽어라 뛰던 것은 많이 봤지만 내심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체력은 물론 외공 단련까지 할 정도의 머리나 직감은 갖추고 있길 바랐으나 악화결이 죽어라고 뛰는 것만 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접은 상태였다.


헌데 오늘 겨루면서 살펴본 바,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는 몰라도 악화결의 몸은 기대 이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나 주먹에서 느껴지는 근육의 반탄력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읏차.”


사내는 기절한 악화결을 둘러업더니 자신이 사는 거주지로 향했다.



***



“으...으읔.”


침상에 누워있던 악화결이 머리를 부여잡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무리하지 마라. 내가중수법으로 머리가 흔들렸으니까.”


“...”


악화결의 눈이 천천히 사내에게 향했다.


그 순간 악화결이 비틀거렸다.


“큭.”


“쯧.”


사내가 혀를 찼다.


“...여긴 어디입니까.”


“뻔한 거지. 내가 사는 곳이다. 당분간 네가 머물 곳이기도 하고. 뭐 맘에 안 든다면 네가 머물던 그곳으로 가도 좋고. 갈 수 있다면 말이지.”


의미심장한 사내의 말이었다.


“...저를 어떻게 강하게 만들어주실 겁니까?”


“어떻게라...이것은 내 개인적인 지론인데...사람이 타인을 강하게 만들 수는 없어. 진정으로 강해진다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만 가능할 뿐이지.”


“...궤변을 듣고자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닙니다.”


“어쭈?”


사내가 기가 찬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말했지 않습니까. 강해지는 걸 도와주겠다고!!!”


“그래 맞아. 아니기도 하고.”


“...지금 저랑 장난치시는 겁니까!!!”


“쯧. 내가 말하는 강해진다와 네가 생각하는 강해진다는 다르다는 말이다. 애송아.”


“그 무슨-”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네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 대충 알려주는 것뿐이지. 그 길을 가는 것은 네 스스로 해야 될 일이라는 말이다. 설마하니 내가 업어서 너를 일류고수라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


악화결은 그제야 사내의 말을 이해했다.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많은 무인들이 꿈을 꾼다. 그리고 곧 포기하지. 자신의 한계는 여기까지라고. 자신의 그릇과 한계는 아직 보이지도 않았는데 자신은 여기까지가 최선이라는 듯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지. 무인이란 언제나 자신의 한계에 괴로워하고 그것을 넘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 일진데.”


“...”


“너는 어느 쪽이 되고 싶으냐.”


“그딴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 가야할 길이란 것이나 알려주십쇼!!!”


“그놈 참...성질하고는...”


사내는 책상에 앉은 채로 찻잔에 물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윽한 차향이 방안에 퍼졌다.


“한가롭게 놀 시간이 없다고 한 것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란 말입니다!!”


악화결로서는 아직까지 사내를 믿을 수 없었다. 지금 늘어놓는 말도 그저 시간을 때우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타앙!


사내가 책상을 때리자 찻잔에서 물방울들이 위로 튀어 올랐다.


‘탄지신공(彈指功)’


사내의 기를 담은 여러 개의 수탄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그 속도는 너무나 빨라 악화결은 말 그대로 손도 쓰지 못한 채 수탄을 맞아야만 했다.


파앙!


“컥!”


수탄을 맞은 악화결은 그대로 벽에 날아가 충돌했다.


“크으으윽.”


악화결은 바닥에 떨어진 채로 신음했다.


“왕유성.”


“...?”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악화결은 난데없이 들려온 사내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내 이름이다. 적어도 내 사질이 되겠다는 놈이 사숙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우리는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니지 않습니까?”


“하!”


사내는 한방 먹었다는 듯한 표정으로 작게 웃었다.


“기는 아직 덜 죽었구나.”


“...”


“뭐 좋아. 그 뻗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했고. 슬슬 다시 시작해볼까?”


왕유성이 불쑥 악화결의 앞으로 신형을 날렸다.


‘큿...또야...’


악화결은 말을 하면서 상대의 공격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었다. 허나 기가 실린 움직임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은 기가 실린 움직임 뿐.


눈만이 그저 왕유성의 움직임만을 쫓아갈 수 있을 뿐이었다.


악화결의 눈앞에 나타난 왕유성은 악화결의 한쪽 발목을 붙잡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뒤늦게 상반신을 들어 올리며 벗어나려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왕유성이 움직였다.


왕유성은 그대로 악화결을 문 밖으로 던졌다. 악화결은 날아가다 이내 바닥과 충돌했고 이어 떼굴떼굴 바닥을 굴렀다. 그 기세는 꽤나 높아 나무 밑둥과 부딪치고 나서야 멈출 정도였다.


“확실히 눈은 좋구나. 눈만은. 하지만 그것도 몸이 따라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는 일이지.”


사내의 말이 들려오자 악화결은 바닥을 짚었다. 손에 힘을 주고 일어나려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왕유성이 악화결의 손을 한 발로 쳐내었다.


“느려.”


“큿.”


왕유성은 다시 엎어진 악화결을 잡고 들어 올리고는 다시금 내던졌다. 그것은 말 그대로 절묘함 그 자체인 금나수였다.


“생각하지마라. 생각하기 전에 움직여라.”


왕유성의 말에 악화결이 사지가 움찔했다. 지금도 왕유성을 믿고 있지 못한 악화결이었지만 그가 말할 때마다 정신을 다해 사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뭐든 무엇이든 좋았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악화결이 힘겹게 일어나자 왕유성의 공격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이마를 시작으로 뺨과 턱까지 모두 세발의 공격이 한순간에 들어갔다.


“강해지고 싶다지 않았느냐!!”


사내의 주먹이 악화결의 배에 꽂혔다.


“크헉. 우. 우웨에에엑”


악화결은 이어 배를 얻어맞자마자 위액까지 게워냈다.


“그래. 다 토해내라. 피는 물론 속안에 든 것은 다 비워버려라. 피를 토하고, 나약했던 자신을 모두 다 비워낸 후에야 다시 채울 수 있음이니.”


“크.....아아아아아아아!”


악화결의 반응이 점점 빨라졌다. 초식의 테가 벗겨지고, 의식의 테도 벗겨져 말 그대로 짐승과도 같은 동작을 펼치기 시작했지만 조금씩, 조금씩 왕유성의 움직임을 따라잡고 있었다.


‘...’


왕유성은 심유(深幽)한 눈으로 그런 악화결의 밑바닥을 살피고 있었다. 지금 그는 말 그대로 어린애와 싸우는 어른이었다. 아니 실제로 따지자면 악화결과 왕유성의 전력에는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고 말해도 될 것이다.


그렇기에 왕유성은 세심하게 힘 조절을 해가며 악화결을 상대하고 있었다. 물론, 겉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하아...하아...”


어느 순간부터 악화결의 입에서 단내가 풍겨왔다. 세달 동안 죽어라 체력과 외공을 단련하지 않았다면 예전에 쓰러졌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체력도 깎여 나갈 수밖에 없었다.


‘손이...’


악화결은 손과 발이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눈앞에서 악화결을 상대하고 있는 왕유성이 모를 리 없었다. 왕유성은 점차 악화결을 몰아붙여갔다. 딱히 그가 힘을 더 꺼내 쓰지 않음에도 악화결인 천천히 밀리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이야말로 가장 큰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순간이지.’


왕유성은 악화결의 밑바닥까지 보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점점 느려지는 악화결과 달리 왕유성은 조금씩 빨라지고 또 강해지고 있었다.


“크...”


왕유성의 장법에 엊어맞은 악화결은 팔이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공력이 실린 장법을 말 그대로 맨몸으로 맞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팔이..?’


악화결은 상박 아래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이 느껴지지 않으니 들어올리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팔이 달아난 듯한 느낌이었다.


“크으으으으.”


안간힘을 써도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안 움직여. 아니 못 움직이는 거지.”


“...”


왕유성이 잠시 공격을 멈추었다.


“내공을 담긴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낼 수 있을 리 없잖느냐.”


“...”

‘빌어먹을.’


악화결은 아무렇지 않는 표정을 내보였지만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자 간다.”


왕유성이 다시 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움직여. 움직이란 말이다.’


악화결은 계속해서 자신의 팔을 움직이려고 기를 썼다. 올라가지 않는 오른팔 대신 왼팔로 장법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 움직임은 주로 쓰는 오른손의 방어에 비하면 뒤떨어지는 것이 확연했다.


악화결은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장법을 간신히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하나.’


왕유성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 순간 공격이 또 한 번 날아들기 시작했다.


터억.


물러나던 악화결의 등 뒤에 바위가 닿았다. 말 그대로 사지에 몰린 것이다. 물러날 곳도 없고 오른팔은 요지부동.


‘둘.’


그 순간 악화결의 상반신을 노리고 장법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크으으으으읍’


물러나지도 못한 채 악화결은 왼손으로 장법들을 방어했다. 순식간에 왼팔의 곳곳이 장법에 명중당해 장법자국이 남았다.


악화결은 다시 한 번 장법을 막아내기는 했으나 잃은 것은 너무나 컸다.


‘왼 팔이...’


왼팔마저 올라가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무엇으로 막을 것이냐?”


“큿.”


왕유성의 말에 악화결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등 뒤에 바위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에 그가 물러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지막이다.”


‘셋.’


왕유성은 주먹을 쥐고 그대로 악화결의 턱으로 날렸다. 지금까지 중 가장 빠른 일권이었다.


‘크....으으으으...움직여...움직이란 말이다!!’


안간힘을 쓰는 악화결과 달리 왕유성은 차분한 눈으로 악화결의 오른팔을 주시할 뿐이었다. 왕유성의 주먹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 뒤로 물러났다. 이어 우뚝 멈추고는 바로 날아가기 위해 힘을 잠시 비축했다.


그리고 곧 그 힘이 터진 것처럼 주먹이 악화결의 머리로 쇄도했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포기할 수 없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고!’


악화결의 마비되었던 오른손이 움직인 것이다.


퍼억!!


싸움의 최후를 알리는 타격음이 공터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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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십초지적 24.09.01 132 2 12쪽
6 6화-구명지은 24.09.01 158 2 12쪽
5 5화-승리 24.08.27 180 4 14쪽
4 4화-낭인촌 24.08.25 198 3 12쪽
3 3화-혼의 울림 24.08.24 199 5 13쪽
2 2화-근골 24.08.24 22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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