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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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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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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외공(外功)

DUMMY

외공(外功)이란 내적인 수련인 내공과는 달리 육체적 힘을 기르는 수련을 뜻한다. 즉 외공이란 무공을 구성하는 절대적인 요소 중 하나로서 등한시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허나.


강호상에서 과도할 정도의 외공수련으로 인한 외형적인 변화는 천박하다고 여겨지고 있는 바. 실제로는 외공수련을 정말로 중요시 여기고 몸을 단련하는 이는 강호상에는 드물었다.


특히나 정파에 관련해서는 그러한 경향이 컸고, 무림맹의 후예인 숭협련 또한 그런 기조가 남아있는 것이 현 실정이었다. 어디까지나 몇 안 되는 고수들만이, 스스로의 경험과 수련 속에서 그 필요함을 느끼고 지독한 실전을 통해 외공수련을 대신하거나, 외공수련을 따로 하는 정도였다.


그렇기에 악화결이 외공수련을 제대로 했을 리 만무했다.


그저 자신의 내적인 수련과 의학의 힘을 빌리기는 했으나 말 그대로 몸을 단련한 것은 그저 초식을 운용하면서 몸을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웃는 얼굴의 사내는 바로 그러한 맹점을 꿰뚫어보고 악화결에게 지적한 것이다.


악화결은 사내의 말을 듣자마자 그대로 행하고자 했다. 여지껏 자신의 체질을 고치기 위해 하지 않은 것은 없다 생각했으나 사내의 말을 듣자마자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만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무엇에라도 매달리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



“흐음.”


웃는 얼굴의 사내는 악화결과 헤어지고 즐거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꽤나 즐거운 것 같군요.”


“응? 이거 이거. 귀한 얼굴일 다 보는군. 사매가 이런 곳까지 웬 일이야?”


사내의 얼굴에서 웃음이 더 짙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군요. 저런 아이에게 뭘 바라고.”


“글쎄. 그거야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하...”


미모의 여자가 냉소를 지었다.


“근골은 물론 기본적인 체력도 말할 가치조차 없어요. 게다가 나이도 제법 먹은 범재 이하의 아이를 가르쳐서 뭘 어쩔 셈이죠?”


“글세?”


사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하아...”


그녀는 사내의 그런 표정에 진절머리 난다는 듯이 큰 한숨을 내쉬었다.


“사형의 그 기이한 성격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니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거야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다른 사형제들에게 폐는 끼치지 말아주세요.”


“흐음...”


사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다면 말하세요.”


“말에 어폐가 있지 않나 해서 말이야.”


“...무슨 어폐가 있다는 거죠?”


여자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저 아이에게 관심을 먼저 가진 것은 내가 아니라 대사형이잖아.”


“...”


여자의 얼굴이 떫은 감을 씹은 것 마냥 일그러졌다.


“...후우.”


미모의 여자가 길게 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형께서도 알다시피 대사형께서 쓸데없는 곳에 신경쓸만한 여유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사형은 더욱 잘 아실 텐데요?”


“내가? 난 모르겠는데?”


“...”


여자의 몸에서 한순간 살기가 피어올랐다.


“이거야 원...살벌하군 그래.”


“사형...”


여자가 씹어 내뱉듯이 천천히 사내를 불렀다.


키잉!


여자의 허리 위에 감겨있던 연검이 쇳소리와 함께 풀리며 그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농으로 넘기기엔 너무 나갔습니다.”


사내는 그녀의 표정과 압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여전히 유들유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매의 진심은 그게 아닐텐데...사형의 몸이 저렇게 된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어차피 저런 아이에게 잠깐 관심을 가진다고 사형이 어떻게 될 사람도 아니지.”


“...”


“그저 사매는...다른 누군가가 사형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싫을 뿐이잖아. 아니 시기한다고 하는 것이 더 가깝겠군.”


꾸우욱.


여자의 손에 힘이 저절로 들어갔다. 그 덕분인지 연검이 파르르 떨렸다.


“정말...정말...기분 나쁜 망상이군요.”


“하지만 틀리진 않았을 텐데?”


“...”


쇄애액!


허공에 곧추 선 연검이 한순간에 허공을 갈랐다. 사내가 서 있던 방향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곳으로 검기가 뿜어져 가로막는 모든 것을 갈랐다.


파파팍!!


검기는 나무는 물론 바위까지 가르며 주위의 그림을 바꿔놓았다.


“불쾌하군요. 돌아가겠습니다.”


“...”


사내는 검기가 처음부터 자신을 노리지 않았단 것을 알고 있기에 그저 깊은 눈으로 여자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자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제가 한 말을 명심하세요. 대사형에게 만약의 일이라도 생기면...저 빌어먹을 꼬마는 물론이고 사형도 가만두지 않을 테니.”


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습을 감추었다. 발성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되 목소리만이 남아 사내의 귓가에 맴돌았다. 절정의 어기전성(御氣傳聲)이었다. 어기전성이란 기만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기예로, 체외의 기를 수준급으로 부리지 않는 이상 부릴 수 없는 절학이었다.


“...”


여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웃는 상이었던 남자의 얼굴이 잠시 씁쓸한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순간으로 사내는 다시 웃는 표정으로 자신의 거주지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



악화결은 사내가 떠나자마자 달리기 시작했다.


악화결은 외공이라는 말에 일단 마보를 떠올리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마보는 근력이라는 측면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체력이 늘어났다고 느낀 적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혈도와 경맥은 물론 체력이라도 되어야 최소한의 기공을 닦을 수 있지 않겠냐?]


[그냥 그 썩은 몸뚱아리가 죽고 다시 태어날 때까지 말이다.]


사내의 말을 곱씹던 악화결은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사내의 말처럼 죽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악화결은 근처에 야산과 가옥 사이를 죽어라고 달리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으로 하는 체력을 위한 훈련. 훈련의 첫째 날 악화결은 가옥에서 야산까지 도달하는데 반나절 넘게 걸렸다.


“하아...하아...”


그것만으로도 녹초가 되어 돌아올 때는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였다.


“끄으응.”


악화결은 천근이 된 다리를 이끌고 간신히 가옥의 문을 열어 침상에 몸을 실었다.


“...”


악화결은 몸을 씻거나 무언가 목구멍에 넣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잠에 빠져들었다.


둘째, 셋째 날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도 악화결의 체력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하는 훈련임은 물론 악화결의 체질이 여전히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일주가 지나고 나서야 악화결은 돌아올 적에도 무거운 다리로 그나마 달릴 수 있었다.


이주가 지나자 야산까지 두 번 왕복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두 번째 산행에서는 다리가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였으나 확실한 진보였다. 달리는 속도는 물론 그 지구력이 단순히 생각해봐도 두 배 수준이 된 것이다.


삼 주가 지나자 악화결은 산행은 하루 네 번이 가능해졌고, 식사는 산에서 산짐승을 사냥하며 해결할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 마침내 사내가 얘기했던 세 달이 지났다. 웃는 얼굴의 사내는 돌연 산행을 준비하는 악화결의 앞에 나타났다.


“흐음...”


사내는 마치 악화결의 영혼이라도 보겠다는 것인지 약간 크게 뜬 눈으로 악화결을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입을 열었다.


꿀꺽


악화결이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했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죽어라고 달렸기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꽤나 달리긴 한 것 같다만...어디”


사내가 말을 하다 돌연 신형을 움직였다. 번개가 무색할 정도의 속도였다.


쩌어엉!!


“큽!!!!”


악화결이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막지 않았다면 날아갔을 정도의 일격이었다.


“호.”


사내가 감탄성을 한 번 내고는 손을 다시 움직였다.


권과 장이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삼류도 되지 못하는 악화결이 그것을 전부 막아낼 리는 만무했다. 처음에는 성벽 같았던 손발의 방어가 점차 풀렸기 시작했다.


몇 초식 되지 않아 벗겨진 방어 사이로 사내의 권이 그대로 들어갔다.


퍼어억!


“커어억!”


폐부를 꿰뚫는 일격에 악화결의 다리가 풀리며 무릎을 꿇었다.


“허어억.”


그의 입에서 한줄기 침이 흘러나왔다.


“쯧. 기골과 악은 넘칠 만큼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이걸로 끝이냐?”


“후우우...컥...컥”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악화결이 숨을 정돈하고자 애썼다. 흐트러진 호흡을 정돈하기 위한 생리적인 반응이었겠지만 단순히 그것 뿐만은 아니었다.


사내의 살기는 시퍼런 진검이 목덜미에 바로 달라붙은 것과도 같은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악화결이 지금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육체는 물론 정신마저 위기를 느끼고 발휘하는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것이었다.


“끝인가 보군.”

‘쯧.’


사내는 실망했다. 최소한 이 정도의 가슴 타격으로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면 애초에 자신이 잘못 봤던 것이었다.


자신이 힘을 조절한 타격 따위에 숨이 흩어질 정도라면 애초에 스스로의 운명을 벗어날 힘은 악화결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내의 손이 무정하게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사내의 주먹이 그대로 내려온다면 악화결의 머리가 그대로 부서질 만큼의 위력과 속도였다.


사내의 주먹이 악화결을 가격하기 직전, 늪에 빠진 것처럼 무기력하게 있던 악화결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화결은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을 주며 뒤로 물러났고 사내의 주먹을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


그 움직임에 사내가 순간 움찔할 정도였으나 악화결의 동작은 그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어서며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다리로 바닥을 쓸었다.


양은월이 한번 선보인 초식을 눈대중으로 흉내 낸 초식이었으나 그 시기적절함은 절묘했다. 전세는 역전되어 사내는 금방이라도 악화결의 발차기에 하반신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이 녀석 봐라?’


찰나의 순간, 사내는 한번 씩 웃고는 보법을 펼쳤다.


파파팍!


사내는 순식간에 악화결의 공격권에서 벗어나고는 바로 악화결에게 달려들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사내의 손이 세 갈래로 나뉘며 번쩍였다.


사내의 손은 악화결의 어깨 명치 허벅지를 순식간에 가격했고, 싸움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악화결은 가격 당하자마자 공중에 한번 떠오르고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하아...하아...”


악화결이 안간힘을 써서 신형을 뒤집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빌어먹을.’


눈이 부실 정도로 파란하늘이었다. 마치 숭협련에서 쫓겨날 때처럼 말이다.


그렇게 죽을 만큼 노력했는데 또 이대로 끝이란 말인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그렇게 절망감에 사로잡힌 악화결의 눈에 사내의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합격이다. 애송이.”


사내가 악화결을 향해 빙긋 미소 지었다.


작가의말

다음 연재는 월요일 아침에 올라갑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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