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보다, 빠르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H단도
작품등록일 :
2024.08.25 03:03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4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3,960
추천수 :
109
글자수 :
126,368

작성
24.08.28 16:13
조회
224
추천
6
글자
12쪽

남무지회(6)

DUMMY

도결의 주변에서 괴랄한 파열음이 터져 나오자, 일제히 그가 있던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도결의 모습은.


없었다.


쿠궁-


콰지직-


비무의 시작 전부터 갈라지고 무너지기 시작했던 연무장의 바닥은,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더 커다란 파열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진무가 서 있던 자리까지 갈라지고 무너져 내렸다.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던 진무의 자세가 일순간 흐트러졌다.


그 순간, 진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줄기의 섬광을 목격했다.


푸른 불꽃인가?······


‘꼬리를 늘어뜨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어렸을 적 보았던 유성운(流星雲) 같구나.’


진무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현무검의 예기를 느끼며 겨우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그 이질적인 광경에 정신을 놓을 뻔했다.


‘정신차리자, 단진무.’


하지만····· 문득 진무는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 저걸 막을 수는 있는 것인가?


이 모든 순간은 찰나의 시간 동안 벌어졌다.


아···· 이것은 설마 주마등화(走馬燈火)인가?


자신이 디디고 있던 연무장의 바닥이 갈라지며 무너져 자세가 흐트러짐에도, 진무는 중심을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현무검을 잡은 채 지면을 향해 넘어져 갔다.


휘잉-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젖어 있던 그의 앞머리 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미소마저 떠오르게 하였다.


진무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그러나 그를 향해 베어가던 도결의 태선검은 그에게 미처 닿지 못했다.


진무에게 닿은 것은 오직 베어가며 생긴 바람 뿐.


도결은 결국 진무에게 닿지 못하고 그 앞에 혼절해 쓰러졌다.


진무는 결국 섬광을 확인하지 못하고, 초점 없는 눈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일어난 것처럼, 진무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결국 진무도 엉덩방아를 찧은 채 도결의 옆에 그대로 혼절했다.


비무관이 먼저 혼절한 도결의 상태를 확인하려 다가가자, 여전히 그의 손에 들려 있던 태선검에서 괴랄한 소리가 들려왔다.


파직-

파지직-


비무관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표정을 숨겼지만, 그는 내심 도결의 모습에 감탄중이었다.


아직 빼어들지 못한 것인가.


빼어든 검을 무의식적으로 다시 집어넣은 것인가.


비무관은 이례적으로 비무의 승자를 가리려 단상으로 먼저 뛰어갔다.


도결과 진무가 모두 혼절하였기에, 이 곳에 자리한 장문인과 장로들에게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승자는 단진무입니다.”


비무관이 단진무를 승자로 선택한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째는 도결이 먼저 혼절했다는 이유였고, 둘째는 비무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결의 의해 갈라지기 시작한 연무장의 바닥이 진무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장로들은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이려 했으나, 이내 그런 자신들이 또 한번 부끄러워졌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파벌을 형성하고 있는 대(大) 문파의 장로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당파의 제자이기 전에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도결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상에 있던 장문인과 장로들이 비무관의 결정을 받아들이자, 그는 장내를 향해 크게 승자를 외쳤다.


“승자, 흑(黑) 단진무(檀眞武)”


승자의 이름이 울려퍼졌음에도 장내는 고요했다.


환호도, 함성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마음속엔 세글자의 이름이 각인되었다.


‘백도결(白道決)’


비무를 벌인 도결과 진무는 특별한 외상은 없었기에 의당으로 옮겨지지 않고, 연무장의 한 공간에 나란히 눕혔다.


22대 제자 도청(道淸)이 태선검과 현무검을 회수하여 단상으로 가져가려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혼절한 도결의 오른손은 태선검을 놓지 않았다.


무리해서 회수할 필요는 없었기에 도청은 현무검만을 회수하여 대장로 하현도에게 건넸다.


대장로 하현도가 회수한 현무검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잠시 미간을 좁혔다.


흐음·····.


현무검을 바닥에 내던지며 장로들을 향해 호탕하게 웃으며 외쳤다.


“껄껄, 오늘 무당은 현무검을 잃었구나.”


대장로 현도가 내던진 현무검은 바닥에 떨어지며 산산조각났다.


장로들은 일제히 바닥에 떨어져 조각난 현무검의 모습을 바라봤다.


장문인 현청 또한 그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들을 향한 장문인의 존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약조한 대로 장로들의 의견에 따라 태선검은 도결에게.”


장로들은 일제히 당황했다.


약조한 대로, 장로들의 의견에 따라, 태선검은 도결에게.


어느 것 하나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리 반박할 수도 없었다.


장문인의 고집은 둘째치고, 한 사람의 무인이었기에.


태선검지주인 필수위무취섬화지전승자(太旋劍之主人 必須為無翠閃火之傳承者)

태선검의 주인은 무취섬화(無翠閃火)의 전승자여야 한다.


더 이상의 부정은 자신들을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었다.


현석(玄石)장로는 마지막 투정을 부리며 단상을 벗어났다.


“장문인의 고집을 누가 꺽겠습니까! 못난 사제는 할일이 많아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남무지회(南武之會)에 나갈 제자들의 명단이 최정적으로 확정됐다.


22대 제자


무당제일검 진도윤(陳道潤)

소도현(蕭道賢)

왕도청(王道淸)

허도화(許道華)

채도강(蔡道剛)


23대 제자


은서령(殷書玲)

운진혁(雲眞赫)

현진우(玄眞宇)

장위청(張雨靑)


그리고, 22대 제자 백도결(白道決)


의외인 점은 23대 제자들의 비무대회가 끝나고, 진혁의 평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도결의 무취섬화를 세번이나 버텨낸 제자는 진혁이 유일했기에.


현권장로는 남무지회 선별명단이 확정되자마자 명부(名簿)를 집어들곤 진경각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아침부터 무슨일이지····?’


전날 밤 현명은 도결에게 비무대회에 대해 묻지 않았다.


도결의 표정이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고대했던 진무와의 비무에서 그에게 닿지 못하고 혼절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숨을 헐떡이며 진경각안으로 들어서는 현권장로를 향해 현명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


현권장로는 그를 향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환호했다.


이 사제놈아! 보아라.


네놈 제자 도결이가 해냈다!


현권장로는 명부를 펼쳐보이며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도결이가! 무당의 대표로 남무지회에 나가게 되었다!”


현명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엥?


도결이가? 무슨수로····?


사형께서 나이를 드시더니, 갈수록 상태가 안좋아 지시는구나······.


“농이 지나치십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결의 표정이 좋지 않아 걱정하던 참이었다.


현명장로의 건강을 염려하던 현명의 눈 앞에, 명부를 펼쳐 도결의 이름을 가르키는 그였다.


“못믿겠지? 이것 보거라! 여기 떠억 하니 도결의 이름이 있지 않느냐! 크하하하.”


믿지 못하겠다는 듯 현명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사제놈아, 그러다 눈알 빠지겠다! 크크”


어떻게 된거지······?


도결이의 처지를 가여이 여긴 사형께서 힘이라도 쓰신건가?


아니지, 현권사형이 무슨 힘이 있다고······.


아······ 농을 하기위해 명단을 조작하신게 분명하다!


에잇! 몹쓸 사형같으니······.


“예, 잘되었네요~ 도결이가 아주 기뻐하겠습니다~”


명부를 펼쳐 확인시켜 주었음에도 현명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곧이어 오늘도 새벽일찍 나가 천운봉을 다녀온 도결이 진경각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 우리 도결사질 왔는가!”


“엇! 예, 사백님····· 어제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애써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어제 네 녀석 덕분에 아주 바쁜 하루였다! 크하하.”


“엌····, 죄송합니다. 사질이 못나서······.”


현권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에게도 남무지회 선별명단이 적힌 명부를 보여주었다.


“현권사형, 그만····· 도결이 마음 상합니다······.”


현명의 말에 도결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아.


진경각은 터가 안좋아.


사제고 사질이고 의심이 왜 저리도 많은거야?


하긴, 내가 현명이었도 믿기 쉬운 일은 아니니까······.


현권장로는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명부에 찍힌 장문인의 직인을 가르켰다.


“이래도 믿지 않을 것이냐?”


현명과 도결은 그가 가르킨 장문인의 직인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제, 제가 어떻게?···· 마지막 비무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기절하였는데·····.”


“장문인의 의견이고, 장로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현권장로는 도결의 허릿춤에 매인 태선검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 태선검도 이제 네 것이다.”


이번엔 현명이 크게 놀라며 물었다.


“엥? 태, 태선검이라니요?”


현권장로는 어제 단상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그, 그럼···· 현무검의 값을 치루려면 대체 얼마를 ······.”


도결의 말에 현명 또한 근심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무당파에 입문한지 어언 45년······ 이런날이 올까 모아둔 은자가 있습니다!”


현명은 진경각의 한쪽 구석에서 조그마한 천주머니를 가져와 현권장로에게 건넸다.


호기심이 발동한 현권장로가 협탁에 천주머니를 털어 보였다.


또르르르-


조금한 은자 두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크하하하.


다른이들은 이런 현명과 도결을 답답하다 하겠지.


도가에 입문했으면서 돈이나 명성따위에 목을 멘 제자들이 천지이거늘.


평생 모은게 고작 은자 두개라니.


명리천리(名利天離)


“명성(名)”과 “이익(利)”을 하늘과 같이 멀리하라고 배웠다.


문파내에서 배움을 온전히 행하고 있는 제자는 현명과 도결 뿐이구나.


“크크, 은자 두개로 현무검을 대신 할 수 있겠느냐?”


현권장로의 말에 그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크하하, 농이다 농! 은자는 나중에 도결이놈 강호행을 떠날 때 보태주거라.”


“예?강호행이요·····?”


“그래! 도결이도 남무지회가 끝나면 언젠가는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럼····· 현무검은 어찌합니까······.”


“아직도 현무검 타령이더냐? 쯧, 우리 문파가 그리도 재물을 밝히는 것처럼 보였나 보군. 크하하.”


“아니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장문인게 그말 그대로 고한다?”


“가만보자, 사형께서 진경각에서 가져가 잃어버린 서책이 어디에 있더라?”


****


장문인 현청은 도결의 남문지회 선별과 함께 다소 파격적인 명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검도장(劍道場)의 신설이었다.


무당파의 내문에 있던 빈 공터에 검도장이란 이름으로 수련장을 만들게 하였다.


그곳의 장주(場主)는 무학당주인 현권이 겸하게 하였고, 내문과 외문의 제자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제자는 누구든 그곳에서 수련을 할 수 있게 하였다.


표면적인 명분은 후지기수의 양성.


기존의 무학당은 23대의 내문제자들만이 드나 들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파격적이었던 것은 훈련관의 지명이었다.


바로 무당제일검 진도윤(陳道潤)


장문인 현청은 이례적으로 신설된 수련장의 훈련관으로 그를 지목한 것 이었다.


목적이 다분한 인사였다.


도결의 성장을 돕기 위한 장문인의 결단.


그동안 실전된 무공들을 돌아보며, 무당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장문인의 한 수 였다.


연이은 장문인의 파격적인 결정에 장로들이 반발하였지만 명분이 부족했다.


후지기수의 양성이란 대의는 그 어떤 명분으로도 꺽을 수 없는 것이었기에.


23대 비무대회가 끝난 날 저녁, 장문인 현청은 자신의 제자이자 무당제일검인 도윤을 불러 담소를 나눴다.


“소식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태선검에 관한 것이라면 저에게 미안해 하실 필요 없습니다, 스승님····.”


“끌끌, 서운하지 않더냐?”


“서운합니다. 이 제자를 자주 불러주시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늙은 스승 자주 보아서 뭐가 좋다고····· 끌끌”


도윤은 자신의 스승을 향해 미소를 지어보이며 질문을 했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백도결이란 사제는 어떤 아이입니까?”


현청은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가 직접 한번 지켜보지 않겠느냐?”


“예?”


“끌끌, 그게 좋겠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현청은 제자의 물음에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


나도 그것이 알고 싶구나.


백도결이라······.


끌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섬광보다, 빠르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9분 전 8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9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8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7 6 13쪽
» 남무지회(6) 24.08.28 225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1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1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70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8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