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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작품등록일 :
2024.08.25 03:03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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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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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무지회(8)

DUMMY

수련장의 중앙으로 도윤과 도결이 나란히 자리하자, 장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뭐지? 왜 무당제일검과···· 어? 비무대회때 보았던! 백도결이다!”


“어디? 아~! 그 사람 맞네!”


“왜 두분께서 나란히 계신거지?····”


뒤늦게 은서령이 다가와 제자들을 수련장의 외곽으로 물리었다.


웅성웅성-


“서, 설마···· 지금 사백님이 저 사람과 대련을 하는거야?”


“그럴리가····, 무당제일검이 왜 ····. ”


은서령은 제자들을 향해 입을 닫으라는 눈빛을 쏘아댔다.


자꾸 사숙님께 ‘저 사람, 저 사람’ 거리는 게 은근히 거슬리네?


그녀는 방금전 도결을 향해 ‘저 사람’이라고 지칭했던 외문제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다가서자 그들은 깍듯이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서령 사저 오셨습니까.”


은서령은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이들을 쏘아보며 대답했다.


“인사는 되었고, 사제들은 어찌하여 사숙님을 함부로 불러 대느냐?”


그녀의 말에 외문제자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닫았다.


은서령이 눈을 내리깔며 그들을 향해 차갑게 읊조렸다.


“한번만 더····· 오늘 같은 일이 생긴다면, 그대들을 나의 사제라 생각치 않겠다.”


“죄, 죄송합니다. 사저께 큰 무례를 범했습니다.”


“나 말고, 사숙님께 사죄하거라.”


“예, 서령 사저.”


도결은 태선검 대신 수련장의 한켠에 뒹구는 목검 한자루를 가져와 자세를 취해보였다.


그의 모습에 도윤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너무 얕보였나 보군.’


도윤은 목검을 가르키며 입을 열었다.


“그걸로 되겠느냐?”


“예?”


아둔한 것인지.


곧은 것인지.


멍청한 것인지······.


뭐, 그래도 놀리는 재미는 제법 있을 것 같네.


“태선검을 쓰거라.”


도윤의 말에 도결은 머리를 긁적이며 목검을 내려놓았다.


“저····· 대사형.”


“말해보거라.”


“제가 이런 대련은 처음인지라···· 혹시, 전력을 다해야 하는건지요?····”


허.


푸하하.


이런 정신나간 사제를 보았나.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저런 소리를.


‘하긴, 처음 출전한 비무대회에서 그런 활약을 하였으니···· 조금은 눌러 줄 필요도 있겠군.’


도윤은 그를 향해 손바닥을 위로 올린 채 가볍게 당겼다.


“전력으로 오거라.”


그의 말에 도결은 취하고 있던 자세를 풀며 발목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던졌다.


쿵-


내던져진 중자는 바닥에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현명이 말했던 바로 그 문제의 중자(重子)였다.


도결의 행동을 지켜보던 도윤은 그가 내던진 중자를 보곤 혀를 내둘렀다.


‘중자(重子) 이십근(斤)은 무슨·····, 족히 한쪽당 삼십근은 넘어보인다. 푸하하, 재밌군····재밌어!’


“이제 준비는 다 되었느냐?”


“예.”


도결은 오른쪽 무릎을 굽히며 자세를 취했다.


그의 오른쪽 허벅지가 급격하게 핏줄을 세우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도결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그가 크게 몰아 내쉬고 있는 한숨은, 푸른색의 불꽃으로 기화되기 시작했다.


그 푸른 불꽃은 어느새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어 손끝까지 퍼져나가며 뇌전을 일으켰다.


파직-

파지직-


참으로 괴랄한 소리임은 분명했다.


‘문파에 저런 무공이 정말 있었다는 말인가?’


그의 오른발이 힘차게 지면을 내딛자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한줄기의 섬광을 보았다.


빠르다.


도윤은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는 그를 향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진무 녀석이 기절할만 하군’


도윤은 검에 두었던 기운을 재빨리 회수하며 자신의 손과 손목에 기운을 집중시켰다.


팟-


도윤의 얼굴위로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찌된 영문인지, 도결은 발검소리와 함께 그의 뒤쪽으로 한참을 나뒹굴며 고꾸라졌다.


“꾸엑.”


마치 짐승과도 같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던 도결의 몸은 수련장의 끝에 다다라서야, 고꾸라지며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멈춰섰다.


도윤과 도결의 대련을 지켜보던 제자들은 그 모습을 보고 조용히 비아냥 거렸다.


“키키, 저게 뭐야 꼴사납게····”


“은근 기대하였는데, 막상 볼건···· 별거 없네요.”


“명색이 대련인데, 저게 무슨 꼴이람·····.”


그들은 다시한번 자신들을 향해 쏘아져 오는 은서령의 눈빛에 입을 닫았다.


‘사저는 왜 우리만 가지고 저러시는 거야······!’


한편 도윤은 지면에 얼굴을 처박은 채, 개거품을 물고 있던 도결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일으켜 주었다.


수련장 바닥에 앉아 한참을 헤롱대던 도결이 이내 정신을 차리곤 그에게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직 많이 부족해서······.”


도윤은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넸다.


“그래. 아직 부족한게 많구나. 앞으로 이 사형과 함께 더욱 정진하자꾸나.”


함께 정진하자꾸나.


이 사형과 함께.


앞으로.


그의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내 도결은 눈물을 글썽였지만 입가에는 미소를 한가득 담은 채 대답했다.


“예, 대사형.”


도윤은 몸을 일으켜 수련장을 천천히 벗어났다.


처음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도결의 검을 맞받아 내려 하였었다.


하지만, 도결의 모습을 확인 하곤 생각을 바꿔 단순히 그의 검을 흘려 내었다.


만약 그가 도결의 검을 흘려버리지 않고 맞받아 내었다면, 지금쯤 도결은 큰 내상을 입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잘려나간 소매자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얕본 건 도결사제가 아니라, 나였나 보군.’


다음날이 되어서 도윤은 검도장을 찾은 제자들에게 한가지를 제안했다.


제안이였지만 사실상 하지않으면 이 곳에 나올 수 없다는 통보였다.


“앞으로 이곳에 묘시(卯時) 전까지 모이거라.”

(※묘시 : 오전 5시 ~ 오전 7시)


그의 말에 장내가 웅성거리자 도윤은 재차 말을 이었다.


“천운봉(天雲峯)을 매일 오를 것이다. 시간은 얼마가 걸려도 좋다. 천운봉을 왕복한 후 이 곳, 검도장에 나오거라.”


그가 말을 마치고 돌아가자 수련장에 모인 제자들이 저마다 수근거렸다.


“에엥? 천운봉? 오르는데 세시진, 내리는데 두시진···· 수련은 대체 언제 하고?”


“사형···· 그건 둘째치고 묘시까지 어떻게 매일 일어납니까····.”


“에잇! 살아남는 자가 무당제일검의 제자가 되리라! 끄하하”


하루가 지날수록 이 곳, 검도장에 나오는 제자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갔다.


새벽부터 천운봉을 왕복한다는 그 자체도 그들에겐 고역이었지만, 정작 그들의 의욕을 꺽어버린건 도결이었다.


비정상.


토끼걸음으로 천운봉을 두 시진 만에 왕복하는 그의 모습은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의 모습을 따라 토끼걸음으로 천왕봉을 왕복하려 했던 이들은 몸살이 나, 다음날부터 검도장에 나오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도결의 토끼걸음이 문파의 숨겨진 경공술이라고 의심하며 차가운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가 흘려대는 굵은 땀방울과, 마치 터져나갈 듯한 허벅지의 팽창된 근육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괴물 같은 놈.


왜 저렇게 까지 하는거지?


무당의 절학을 펼치는데, 저런 근육은 방해만 될 뿐.


갖은 이유를 대며, 다시한번 도결을 향해 조롱하기 바쁜 그들이었다.


팟-


팟-


이제 아침 공기를 맡으며 이 곳, 검도장에서 수련을 하는 이는 도결 뿐이었다.


끈기 있는 일부 제자들은 해가 중천이 되서야, 이 곳에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팟-


팟-


고개를 가로 저으며 진우(眞宇)가 말했다.


“난 사숙님 인정.”


진우의 옆에 있던 은서령이 그의 말에 거친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사형이 뭔데 사숙님을 인정하니 마니 하는 거에요! 우에웩”


무학당주이자 검도장주를 겸하던 현권장로는 도윤과 논의 후, 남무지회 전까지는 무학당의 출입을 금하였다.


그러한 연유로 내문제자들은 검도장에서 수련을 할 수 밖에 없다.


잘 정돈된 연무장.


볕을 피할 수 있는 시원한 누각의 그늘.


그 어느것 하나 바로 이 곳, 검도장에서는 주어지지 않았다.


“헥헥, 서령 사매····· 날 그냥 그 검으로 베어줘····.”


수련장의 구석에서 헛구역질을 해대고 있던 은서령이 힘겹게 대답했다.


“우에웩····· 이 사매는 글렀습니다····· 차라리 사형께서 저를 베어주세요·····.”


“그, 근데···· 진무 대사형은 왜 무림맹으로 안가시고 여기에····꾸에엑”


진무 또한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다.


“허억허억, 난 용봉회(龍鳳會)의 비무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생각이다·····”


“예·····?”


진무의 말에 내문제자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자신을 향해 사제들의 시선이 쏟아 지자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사숙님의 일검을 받아 내기 전까지는 이 곳에 남을 작정이다.”


그들은 진무의 마음을 이해했다.


여지껏 문파내에서 진무는 한번도 져본적이 없기에.


비록 비무의 승자는 진무였지만,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 차 있을게 자명했다.


비록 그 상대는 사숙이었지만, 나이는 그들과 또래였기에.


그날의 충격은 적지 않았을 것이었다.


검도장의 수련장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내문제자들과 일부 외문제자들을 향해 도윤이 다가왔다.


“포기하고 싶으면 언제든 이곳에 나오지 않아도 좋다.”


단호한 외침에 그들은 일제히 도윤이 아닌 수련장 구석의 도결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냥 죽으렵니다.”


“예, 포기하느니 그냥 죽겠습니다!”


진무는 죽겠다는 말을 하는 진우와 청하율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이놈들이 사백님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도윤은 그들을 바라보며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남무지회까지 일주일 남았다. 그리고 오늘부터 다른 무공 수련은 금한다.”


그의 말에 제자들은 영문을 몰라 일제히 대답했다.


“예? 그럼····· 저희는 무엇을?”


그는 도결을 손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오늘부터 이동하며 검을 뽑아내는 동작만을 할 것이다.”


도윤의 말에 진혁이 반문했다.


“사백님, 사질(私質)이 실례를 무릎쓰고 궁금한게 있습니다.”


“말하거라.”


“남무지회에선 발검을 한 후 비무가 시작될 것인데, 어떠한 이유로 저희에게 그런 명을 내리시는지·····”


진혁의 질문을 예상이라도 한듯 도윤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우리 무당은, 앞으로 비무전에 검을 빼어 들고 있지 않을 것이다.”


“예?”


혼란스럽겠지.


나또한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무당을 위한 길이라면 그깟 예(禮) 쯤이야 언제든 바꿀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 무당은 앞으로 검을 빼어 들지 않은 채 비무에 임할 것이다.”


“사백님, 다른 문파에서는 야만적이다 하여 조롱할 것입니다.”


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진혁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다른 문파에서 조롱한다면 받아 들일 것이다.”


이번엔 진무가 그를 향해 물었다.


“어째서 입니까? 저희들도 무당의 제자로서 최소한 그 이유정도는 들을 자격이 있다고 사려됩니다.”


도윤은 자신의 앞에선 23대 제자들을 향해 크고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마 너희들은, 너희들의 사숙인 도결의 영향이라고 생각하겠지. 없다고는 하지 않으마!”


역시! 저 백도결이라는 굴러온 돌 때문인건가!·····


“너희들은 전장에 나가서도 검을 빼어들고 있을 셈이더냐? 너희들의 검은 항상 검집안에 있을 것이다.”


당연한 소리 아닌가.


경계를 하는 인원이 아니라면 응당 검은 검집안에 있을게 뻔하지 않은가.


“적들은 너희가 검을 빼어드는 동안 얌전히 기다려 주지 않는다.”


·····!


“단순히 이동하며 검을 빼어드는 동작, 무취섬화(無翠閃火)”


도윤은 잠시 말을 끊으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떴다.


이윽고 다시한번 그의 단호한 음성이 들려왔다.


“썩은 곳이 있다면 도려 낼 것이다. 고인 곳이 있다면 새로운 물길을 만들 것이다. 우리 무당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를 돌아 볼 것이다!”


무당제일검의 결연한 외침.


이곳에 모인 23대 제자들의 가슴속에 무당이란 두글자가 울렸다.


그래.


우리는 무당파다.


북검의 종가(北劍之宗家) 무당(武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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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5분 전 7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5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8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7 5 12쪽
»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7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1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0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69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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