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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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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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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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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당산의 패륜아(4)

DUMMY

일주일 뒤, 무림맹에서 무당파의 탈퇴가 공식 선언되자, 그 여파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렇게 되었다는구만.”


“아무리 무림맹이 건재하다 해도, 막상 무당파가 없다니까 불안허이·····.”


호북성에 사는 이들은 근처의 여러 거대문파들 덕분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중경성과 사천성에 사는 이들이었다.


특히 장강에 인접한 부락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서부의 사파인들은 주로 육로가 아닌 장강을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약탈을 벌였기 때문이다.


무당파가 장강을 수호하지 않으면, 장강 인근 마을과 부락은 이제 그들의 표적이 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무당의 장문각.


무당의 대장로 도현은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도강에게 말을 꺼냈다.


“장문인, 장강 근처의 부락들은 어찌할 작정이십니까···”


도강이 심드렁하게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우리가 사파가 된 마당에, 그들까지 지켜야 한단 말?”


“아직 사파까진 아닙니다····· .”


“매 한가지. 그들은 끝내 우릴 사파로 몰아가겠지~ 크크.”


도현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장강 근처의 부락을 지키지 않는다면, 수많은 이들이 고통받을 겁니다. 그 원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오겠지요.”


도강은 한동안 말없이 도현을 응시했다가 고개를 돌리며 투덜거렸다.


“내 알 바? 우리가 뒈지게 생겼는데?”


도현은 그의 말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천천히 장문각을 벗어났다.


대장로 도현이 말없이 돌아가자 도강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쯧.”


장문인 도강은 다음날 무당의 분파(分派)와 지파(支派)들에 한통의 서신을 보냈다.


【무당의 모든 분파와 지파의 제자들은 지금부터 일제히 거점을 버리고 의창에 집결한다. 무당 22대 장문인 채도강】


무당의 분파와 지파는 대부분 장강을 맞댄 사천성과 중경성 경계지역에 있었다.


즉, 장문인 채도강은 도현의 염려에 한술을 더 뜬 것이었다.


‘앞으로 무당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대장로 도현의 눈동자에 깊은 고뇌가 서렸다.


조금은 거친 숨소리를 몰아 쉬며 장로 도청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300년을 이어온 무당입니다··· 사형, 장문인을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장로 도화와 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나 도현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태상장로님과 사숙님들께서도 침묵을 지키고 계신데, 우리가 무슨 수로 장문인을 말릴 수 있단 말이더냐·····”


“그렇다고 우리까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형···”


도강이를 믿지 못한다는거 안다.


나 또한, 어려우니.


그럼에도 지금은 이 길 밖에 없다.


도현는 재차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언행이 거칠다 해도, 장문인 또한 무당의 제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문인보다 더 뛰어난 기재(奇才)는 무당에는 없다. 너희도 알고 있지 않느냐.”


도현의 말에 장로들은 입을 닫고 고개를 떨구었다.


‘무당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설령 우리가 가는 길이 무당의 패망으로 이어지더라도··· 장문인을 믿고 따를 수밖에.’


그는 잠시 침묵 속에서 그들을 바라보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재차 말을 이었다.


“우리가 분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니.”


도현의 단호한 어조에 장로들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는 무당의 현재와 마주하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대사형.


그 곳에선 평안 하십니까·····.


우, 우린····· 크윽·····.


눈시울이 붉어지는 무당의 장로들이었다.


****


무림맹의 용호당(龍虎堂) 안은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무당파의 분파와 지파가 의창으로 결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무림맹주와 장로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깊은 한숨과 신음을 내뱉었다.


“이건 사실상 무당의 선전포고나 다를 바가 없소····”


“예, 무당의 장문인이 우리와의 연을 끊고, 의창으로 제자들을 모으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전쟁을 준비하는 셈이 아닙니까?”


장로 팽건후가 탁상을 내리치며 입을 열었다.


“그들이 장강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서부의 사파와 산적들까지 합세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큰일입니다.”


그러나 제갈현은 팽건후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산적과 사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진짜 문제는 무당의 제자들이 모두 의창으로 모인다는 사실이오.”


“맞습니다··· 자그마치 300년을 이어온 무당의 힘을 잊었습니까?”


장로들은 저마다 한숨을 내쉬며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분파와 지파, 그 제자들까지 모두 모인다면 그 수가 가늠이나 되겠습니까···?”


그를 너무 얕잡아 봤군.


무당의 젊은 장문인 채도강을.


영리한 자라고 듣긴 하였으나, 이렇게 대담한 수를 둘 줄이야···


하지만··· 이 것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니. 끌끌.


무림맹의 장로 제갈현이 그들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자, 자~ 일단은 진정하시고···”


쾅-


갑작스러운 소리와 함께, 장로 팽건후가 탁상을 재차 내려치며 제갈현의 말을 끊었다.


“이게 지금 진정이 된다는 말이오!! 이렇게 중대한 일이 벌어졌는데!”


장로 제갈현은 차분한 표정으로 팽건후를 노려보며 응수했다.


“저희끼리 다퉈서는 무슨 해결책이 나오겠습니까. 팽장로님, 진정하시고 상황을 냉정하게 보셔야 합니다.”


말투는 정중했으나, 그의 눈빛은 차가웠다.


“크, 크흠.”


팽건후는 그의 차가운 시선에 잠시 멈칫하며 헛기침을 한 뒤, 입을 다물었다.


용호당의 분위기가 차츰 가라앉자, 제갈현은 미소를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수가 남아있습니다. 너무 걱정들 마시지요.”


제갈현의 여유로운 미소에 장내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오~ 제갈장로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어떤 수인지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제갈현은 그들에게 몇가지의 묘안을 내놓았다.


한 장로가 놀라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이지···, 제갈장로님의 지략(智略)은 중원제일입니다! 껄껄껄”


다른 장로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운 자다.


지금은 우리의 편에 서 계략을 펼쳐내지만.


저런 자와 적을 져서는 안된다.


“그렇습니다··· 다소 위험하긴 하나 이보다 좋은 방책은 없을 듯합니다. 끌끌”


“예, 이로써 무당파 장문인의 한 수는 자충수가 되었으니··· 실로 대단한 지략입니다.”


제갈현은 무림맹주 모용성을 바라보며 공손하게 물었다.


“무림맹주께선 어떠하신지요.”


모용성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석하게도 그 방법밖에 없구려··· 무당이라··· 허허···”


다음날, 무림맹은 두 가지 중대한 공표를 내놓았다.


하나는 중원의 모든 이들에게 알리는 공판장(公判狀)이었고, 또 하나는 무림맹 소속의 정파와 세가를 향한 징집령(徵集令)이었다.


【 공판장(公判狀)】

무당의 장문인 채도강은 그릇된 길을 걸어, 중원의 세인(世人)들을 등졌다.

그들이 지켜온 장강은 이제 사악한 무리들의 놀이터가 되어, 무고한 속인(俗人)들이 무참히 고통받고 있다.

정파로서 지켜야 할 도(道)와 의(義)를 저버린 무당은 이제 더 이상 정파가 아닌 사파로서 이름을 새기게 될 것이다.


무당의 명예는 끝났고, 그들의 죄악은 더는 용서받을 수 없으니, 무림맹은 그들을 사파로 규정하며, 무당을 중원의 의(義)와 도(道)에서 배제할 것을 천명한다.


【 징집령(徵集令)】

무림의 정파와 세가들에게 고하노라.

중원의 의(義)와 도(道)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 다가왔다.

무당은 스스로 사파로 전락하여 중원에 혼란을 초래하고, 사악한 무리들이 장강을 침탈하는 것을 방관하였다.

이에 무림맹은 중원을 지키고, 세인(世人)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정파와 세가들에게 무림맹의 부름에 응할 것을 명한다.


각 문파와 세가는 즉시 강호로 나와 무림맹의 깃발 아래 결집할지니, 무당의 배신과 사파의 침탈에 맞서 중원의 질서를 바로잡을 때가 왔다.


그 누구도 무림맹의 공판장과 징집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무당파의 의창 집결이 그들에게 또렷한 명분이 되었기에.


그리고 무림맹은 의창에 집결한 무당파의 분파와 지파에도 공판장과 징집령을 내렸다.


“우, 우리가 사파라구요?”


“예, 그렇다는 군요···크윽.”


“차라리 무림맹의 징집령에 응하는게 어떻소?”


“무당의 이름을 저버릴 생각이시오?···”


“그렇다고 사파가 될 수는······.”


“끄응···.”


제갈현의 의도대로 공판장과 징집령을 받은 무당의 분파와 지파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무림맹주 모용성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제갈현을 향해 물었다.


“그들이 의창에 집결한 진짜 의도가 무엇이라 보시오?”


제갈현은 차를 음미하듯 천천히 한 모금을 들이키고 답했다.


“의도라···. 겉으로는 그저 자신들의 세를 규합하기 위함이라 보이겠지만······, 실상은 다르지요.”


모용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실상이라··· 그게 무엇이오?”


제갈현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다시 한 번 들어올렸다.


“무당파의 장문인 채도강은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간교한 인물입니다. 의창으로의 집결은 눈속임 일 뿐, 그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 무림맹입니다.”


모용성의 얼굴에 근심이 서렸다.


“아무리 무당이라 하여도, 이 곳 무림맹을 노린다니요. 그럴 바에는 무당산이나 서안으로 결집하는게 그들에겐 유리하지 않소.”


“그렇지 않습니다. 무당의 분파와 지파가 의창에 집결해 있는 이상 저희는 함부로 무당산을 향해 갈 수 없습니다.”


“어째서요? 무당산과 의창은 이동하는 데만 하루가 걸리지 않습니까?···”


제갈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당산과 의창일대는 무당의 영역입니다. 저희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하겠지요.”


“흐음···”


“그들에겐 두가지 방책이 있습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하나는 무당산을 향해 가는 무림맹의 뒤를 잡아 고립시킨다.”


“또 하나는 무엇인가.”


“무당산을 향해 가는 우릴 무시한 채, 의창에 집결한 무리들이 하남성을 향해 진격한다.”


“····! 하지만 그들만으로 무림맹을 장악하긴 힘들지 않소.”


제갈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예. 맞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무당산에 있는 제자들을 조용히 북쪽으로 이동시켜 의창의 무리들과 합류하려는 의도일게지요. 실제로 암자(暗者)에 의하면 무당의 내문제자들이 하나둘씩 그곳을 빠져나와 서안을 향해 갔다고 합니다.”


모용성은 제갈현의 말을 듣고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결국, 그들은 우리를 무당산으로 끌어들이고, 그 사이에 북쪽으로 이동시켜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로군.”


제갈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면 승부가 아닙니다.”


모용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엇이오? 어떻게 대응해야 그들의 계략에 휘말리지 않겠소?”


제갈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의창에서 세력을 키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그들을 친다면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입니다. 의창을 무너뜨리면, 무당은 대규모로 움직일 동력을 잃게 될 겁니다. 뭐, 의창에 있는 무당의 분파와 지파들이 알아서 해산해 준다면야···· 더 좋겠죠····· 끌끌.”


모용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겠습니다···. 먼저 움직여야 겠소.”


제갈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의창을 무너뜨리는 것이 그들의 목을 조이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한편, 무당의 장문인 도강은 무림맹이 공표한 공판장과 징집령을 보며 폭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대장로 도현이 그를 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후우····· 장문인, 이건····· 웃을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도강은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크하하하, 그럼 울어?”


그의 말에 무당 장로들의 눈이 일제히 근심으로 물들어 갔다.


도강은 냉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뭐라고 했어~ 어차피 저놈들은 우릴 사파로 몰거라고 했잖아~”


장로들의 속은 더욱더 타들어 갔다.


이게 다 너 때문이 아니냐!


네가 제자들을 의창으로 집결 시키지만 않았어도·····


이제 어찌한단 말이냐·····


크윽, 대사형 보고 싶습니다····.


도강을 마주할 때마다 죽은 진도윤의 모습을 떠올리는 그들이었다.


도강은 무겁게 가라앉은 장문각의 장로들을 향해 무심하게 서신을 내던졌다.


“의(義)와 도(道)를 저버린 사파 장문인의 명(命)이다. 지금 바로 의창에 전해라! 크크.”


【지금 즉시 의창에서 흩어져라. 세 명 이상 모이지 말 것이며, 장강을 따라 무한으로 집결한다.】


장로들은 서신의 내용을 읽고도 도강의 진의를 알 수 없어 혼란에 빠졌지만, 그의 명(命)은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대체 이게 무슨 뜻입니까, 장문인?”


도강은 미소를 띠며,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나 읊조렸다.


“비수(匕首)”


사파가 된 무당이 둘 수 있는 단 한 수.


따끔할거다. 크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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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32분 전 10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8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3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80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8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8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5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2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1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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