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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작품등록일 :
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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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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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무당산의 패륜아(3)

DUMMY

“이런, 일이 이상하게 꼬였습니다······.”


“저희도 이건 예상치 못했습니다.”


하남성의 한 객잔.


무림맹의 장로 제갈현과 단가(檀家)의 가주 단류성, 은가(殷家)의 가주 은유현이 술잔을 기울이며 고심에 빠져있었다.


단류성이 협탁을 “쾅”하고 내려치자, 은유현이 그를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말했다.


“단가주님, 진정하시지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만들어낸 기회인데, 이렇게 망쳐버리다니··· 무당의 전대 장문인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건지···.”


단류성의 말이 점점 격해지자, 제갈현이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단가주님, 목소리가 문밖에 나가서는 안 됩니다. 자, 자~ 진정들 하시고······.”


“끄응, 당췌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어져서 그럽니다. 말이 되어야지요!”


“예, 소도현이 아니라 채도강이라니·····,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들의 대화에서 무림맹과 단가, 은가의 계획이 틀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무당의 차기 장문인 자리는 소도현이 당연히 차지해야 할 것이었다.


무당의 장문인 소현청은 예기치 않은 죽음 속에서도 한가지 변수를 두었던 것이었다.


바로 채도강의 존재.


소현청의 나이가 있었으니, 차기 장문인을 지명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위가 강하지 않았던 소도현이었기에, 무당제일검의 칭호는 단진무에게 자연스레 돌아갈 것이었다.


그렇게 장문인 소도현과 무당제일검 단진무가 무당을 이끌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계획을 뒤엎은 존재가 바로 채도강이었다.


진도윤이 살아있었다면, 단진무는 평생 무당제일검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채도강이라····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이런 우라질.


은가의 가주 은유현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제갈현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무를 차라리 무당에서 빼내어 용봉회에 바로 입회시키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갈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헛기침을 했다.


“크, 크흠···.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무당은 300여 년간 구파일방의 일원으로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굳건한 세력이었다.


그런 무당을 상대로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제갈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제게도 다 생각이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지요.”


단류성이 그의 말에 눈을 빛내며 재빨리 물었다.


“묘안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제갈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무당의 내부는 흔들릴 것입니다. 애초에 채도강이란 자는 그런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 틈을 노리면 됩니다.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니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단류성과 은유현은 제갈현의 말을 듣고서야 다시 술잔을 들었다.


“무림맹을 위하여.”


“예, 무림맹을 위하여!”


제갈현은 그런 그들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조급하기는.


어디 무당을 손에 넣는 일이 그렇게 쉬울 줄 아느냐?


기다리거라, 너희는 무당을 가질 것이고.


우리 세가(世家)는 구파일방을 제치고 중원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


무당의 22대 장문인 도강은 태상장로 현권의 청을 들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도강아····.”


“불안하게 왜 또 이름은 부르고 그럽니까?”


“네게 한 가지 부탁을 해야겠다.”


“영감, 자꾸 그렇게 귀찮게 할 거면 지금이라도 장문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해주시구려.”


그러나 현권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무겁게 입을 열었다.


“도결이 놈 말이다····.”


도결의 이름이 나오자, 도강은 나머지 말을 들을 새도 없이 고개를 새차게 저었다.


“안될 소리. 장문인에게 대든 제자에게 이 정도 벌이면 많이 봐준 겁니다.”


“그게 아니다.”


“·····? 그게 아니면 뭔데 그럽니까?”


“네가 도결이놈을 배려해준거 알고 있다. 다만,”


도강은 현권의 말을 끊으며 비웃듯 대답했다.


“영감, 내가 누굴 배려하는 사람으로 보이오? 아직도 제자를 너무 모르시는구려. 크크.”


하지만 현권의 눈엔 도강은 입이 거칠 뿐, 그 누구보다도 똑똑한 제자였다.


그래. 네놈 성격에 그정도면····.


아니지. 내가 네놈 속 마음을 모를 줄 알더냐?


도결이 놈이 검을 빼들지 못하게 했던 것도 네 계획이었겠지.


그리고 거친 언사와 행동으로 문파 제자들의 미움을 네 쪽으로 돌린 것도 말이다.


“다만, 참회동에 갇힌 도결이에게 매일 새벽마다 천운봉을 오를 수 있게만 해다오.”


현권의 뜻밖의 말에 도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엥? 천운봉? 오히려 그건 벌 아닙니까?”


“그래, 누군가에겐 벌이 될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기회가 될 것이다.”


현권의 말에 도강은 심드렁하게 되물었다.


“그거면 됩니까? 나중에 다른 소리 하기 없수다. 영감.”


현권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도강은 대신 거기에도 조건을 내걸었다.


천왕봉을 오르는 도결에게 그 누구도 말을 걸지 말 것.


그리고 도결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말 것.


****


삼년이 흘렀다.


더 이상 천왕봉을 오르는 이는 도결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매일 새벽, 도결은 묵묵히 천왕봉을 오르고, 다시 내려오는 일을 반복했다.


그 사이, 도강은 검도장을 폐하고 내문제자들이 다시 무학당에서 수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연히 천왕봉에 오를 이유가 없어진 내문제자들은 천운봉을 잊어갔고, 고된 산행을 반복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렇기에 천왕봉을 오르는 도결의 모습은 이제 무당의 어느 누구에게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저 혼자만의 고된 수련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러나 은서령만은 예외였다.


가끔씩 천왕봉을 내려오는 도결의 모습을, 그녀는 멀리서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한편, 삼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림맹은 끊임없이 무당파에 제자들의 파견을 요청해왔다.


【사천성 장강 주변 마을들에 대한 약탈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무당파의 인력 지원을 요청하오. 무링맹주 모용성】


【청해성 서녕에서 마교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으니, 무당의 단진무를 용봉회에 파견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링맹 장로 제갈현】


이런 요청은 계속해서 이어졌으나, 도강은 번번히 무림맹의 파견 요청을 거절했다.


도강이 장문각의 단상에 삐딱하게 앉아 다리를 꼬고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아서들 하라지~ 사천이면 당가도 있고 아미도 있거늘, 우리가 왜? 크크.”


도강의 태도는 그저 가볍게 넘기려는 듯했지만, 그의 결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제갈현의 속이 타들어 갔다.


‘어떻게 저놈이 그토록 조용할 수 있단 말인가?’


문제를 일으켜도 골백번은 일으켰어야 할 도강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고육지책으로 단진무를 용봉회에 입회시켜 무당으로부터 떨어뜨리려 해보았으나, 그마저도 실패했다.


무당제일검 진도윤을 잃은 무당이었으니 무림맹의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을 명분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삼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무당이 한 번도 외부 파견을 하지 않은 것은 무림맹의 체면을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했다.


【무당은 무림맹의 일원으로서 본분을 다하길 바라오. 무링맹주 모용성】


도강은 무림맹의 서신을 꾸깃하게 뭉쳐 바닥에 내던지며 비웃듯 중얼거렸다.


“호오, 요놈들 봐라.”


대장로 도현은 그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장문인, 더 늦기 전에 진무든 다른 제자를 무림맹에 파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장로들 역시 무림맹의 압박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을 걱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무림맹주의 말도 전혀 틀린 건 아니니···.”


장로들의 말을 들은 도강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냉소를 지었다.


“그대들은 무림맹의 일원인가? 아니면 무당의 제자인가?”


그의 말에 장로들은 일제히 도강을 쏘아보며 말했다.


“장문인! 그걸 질문이라 하십니까! 저희는 무당의 제자입니다!!”


“그저 무당의 앞날을 걱정해서 드리는····”


그러나 도강은 장로 도청의 말을 끊고 비웃으며 조소를 터뜨렸다.


“크크, 사형들이 날 믿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오. 하지만 내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기서 나가 무림맹의 장로라도 되시든가.”


도강의 말에 장로들은 잠시 말을 잃었다. 도강은 여유롭게 그들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했다.


“우리는 그저 무당의 길을 갈 것이오.”


“예····, 장문인.”


보름이 지난 후, 마침내 무림맹으로부터 다시한번 서신이 날아왔다.


【이번에도 파견을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무림맹은 무당을 지키지 않을 것이오. 무링맹주 모용성】


무당을 향한 무림맹의 최후통첩.


장문각안이 술렁였다.


“무림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제자를 파견하시지요. 장문인!”


“진무를 보내기 싫으신 거라면 진혁이나 진우, 서령이도 있습니다.”


“예 그렇게 하시지요. 구파에서 밀려나는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파로 전락할 수도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장로들의 말에 태상장로 현권까지 거들고 나섰다.


“장문인, 삼 년이면 충분하지 않느냐? 이제 제자들도 무당산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때가 되었다.”


그들의 설득에 도강이 단상에서 일어나 하품을 해보였다. 그리곤 무림맹의 서신에 답을 하려는 듯 붓을 들어 보였다.


도강아, 이정도면 너도 충분히 무당을 지켜낸 것이다.


네놈 성미에 맞지 않겠지만, 때론 굽힐 줄도 알아야 하는 법.


그게 바로 장문인이 짊어진 무게다.


도강은 붓을 들어 무림맹의 서신에 짧막한 답장을 했다.


【무당(武當)은 무림맹(武林盟)을 탈퇴(脫退)한다.】


그 짧막한 답장이 담긴 서신을 장로들을 향해 내던졌다.


무당은 무림맹을 탈퇴한다?


이건 무슨·····?


장로들은 서신을 읽으며 눈을 크게 떴다. 도강의 결정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도강은 그런 장로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지키지 않겠다? 크크, 지켜달라 한 적도 없는데 말이지.”


장로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도강을 응시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청해서 무림맹을 탈퇴하다니?


구파일방에서 제외되는 것 쯤은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무당이 사파로 전락할 수도 있는 중대한 결정.


그 심각성에 장내는 더욱 얼어붙었다.


태상장로 현권이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재고의 여지는 없는 게냐?”


“영감, 내가 두말하는거 봤어?”


장로들은 그들의 대화에서 이 결정이 번복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도강은 천천히 단상의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걱정들은 그만. 앞으로를 걱정해야 할 자들은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오.”


장로들은 더 이상 반대할 수 없었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기에.


****


무림맹의 용호당(龍虎堂)


무림맹주 모용성과 무림맹의 장로들은 무당파로부터 날아온 짧막한 답서에 충격을 받았다.


【무당(武當)은 무림맹(武林盟)을 탈퇴(脫退)한다.】


무당이 무림맹을 탈퇴한다고?


모용성은 답서를 들고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를 둘러싼 장로들의 얼굴 역시 굳어져 있었다. 한 장의 서신이 그들에게 가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장로 중 한 명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다른 장로들이 수군거렸다.


“무당이 스스로 무림맹을 떠난다고? 무당이?”


모용성은 천천히 의자에 앉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무당···· 무당의 장문인이 정말로 이렇게 나올 줄이야...”


아무리 무림맹이라지만 무당을 함부로 무림맹에서 탈퇴시킬 수는 없었다.


그만큼 무당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은 무림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당이 빠진 구파일방과 무림맹이라····.


장로 팽건후가 침묵속에 입을 열었다.


“저희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무당제일검과 장문인을 잃은 그들입니다. 어찌보면 화가 날법도 하지요···.”


그의 말에 다른 장로들도 동조하고 나섰다.


“맹주님,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몇 년간의 유예를 주심이 어떻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혹여라도 무당을 따라 다른 문파들이 무림맹을 이탈한다면, 그 파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재고해주시지요···.”


무림맹주 모용성은 무겁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설령 우리가 재고한다 하여도··· 무당의 장문인은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겝니다···.”


그의 말에 장로들 사이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끄응··· , 그럼 무림맹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


그들의 걱정 섞인 신음에,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제갈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철저하게 배제해야겠지요···.”


“그 무당을 말이오?”


“예, 그게 무당이라 할지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들을 배제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제갈현의 말에 장로 팽건후가 고개를 숙이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만약 무당이 무림맹을 향해 검끝을 겨눈다면 그땐 어찌해야 되는 겁니까?”


제갈현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낮은 음성으로 답했다.


“그때가 되면······ 무당이라는 이름을 중원에서 지워야겠지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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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5분 전 7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5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8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7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2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6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0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0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6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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