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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작품등록일 :
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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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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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무지회(9)

DUMMY

무당의 23대 제자들은 그날 이후, 더이상 볼멘 소리를 하는 이는 없었다.


매일 새벽, 묘시가 되면 어김없이 그들은 검도장에 모여 천운봉에 올랐다.


이상한 점은, 의외로 도윤은 도결에게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그저 지켜볼 뿐.


팟-


팟-


어느 덧 검도장에는 검을 빼어드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예외는 없었다.


23대의 대사형인 진무도.


비무대회의 우승자인 은서령도.


어느 덧, 종남파와의 친선 비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도윤은 월광이 희미해져 갈때까지 검을 빼어들었다, 넣었다를 반복하는 도결의 옆에 서 말을 건넸다.


“도결사제.”


“엇, 언제 오셨습니까····”


“푸하하, 그리도 무취섬화가 좋더냐?”


“예.”


여전히 간결한 대답을 하는 도결이었다.


“혹시라도 사제가 무취섬화에 심취한 연유가 따로 있더냐?”


도결은 그의 물음에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스승님이 제게 알려주신 검법이기 때문입니다.”


고작.


그런 연유였더란 말이더냐.


“흐음, 다른 상승검법이나 내공심법을 배워 볼 생각은 없더냐? 원한다면 이 사형이 알려줄수도 있다.”


무당제일검의 가르침.


무당의 제자라면 그 누구도 마다하지 않았을 제안이었다.


역시, 거절하겠지?


도결은 이번에도 간결하게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자꾸 거절하니, 자꾸 알려주고 싶구나.


“그렇다면 한가지는 명심하거라.”


“예.”


“상대가 너보다 월등하게 강하다고 판단되면, 무취섬화는 쓰지 말거라.”


“예? 그럼 저는 어떻게 싸운다는 말입니까····”


“푸하하, 싸우지 말고 그냥 도망가거라. 훗날을 도모하는 것도 용기이니.”


그리고 도윤은 그 이유를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온 힘을 쏟아내 펼쳐내는 일검이기에, 도결보다 무위가 월등한 이가 그 일격을 온전하게 받아낸다면······


도결은 자신이 펼쳐낸 무취섬화의 반동으로 큰 내상을 입을 것이었다.


“알겠느냐?·····”


그는 자신을 걱정한 우려임을 앎에도 도윤을 향해 대답했다.


“예. 하지만 무당의 제자로서, 도망치진 않을 겁니다.”


“끄응······.”


볼수록 고집불통이구나······.


그래도 그런 네가 싫진 않구나.


도윤은 무림맹이 있는 하남성으로 떠나기전 그의 사제인 도현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사질들은 지쳐 있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무리시키지 말거라.”


“예, 대사형께선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글쎄······ 가봐야 알겠지만 보름은 넘어서야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싶구나.”


“대사형이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헛헛합니다. ”


“잔소리 하는 입하나 줄어서 좋지 않더냐? 하하, 내가 없는동안 사제들과 사질들을 부탁하마.”


“예, 너무 심려치 마시고, 몸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분명.


도현이라면 내가 없이도 사제들과 사질들을 잘 이끌것이다.


그나저나 남무지회가 걱정이군······.


도결이 녀석도····.


진도윤은 그와의 담소를 나눈 후 검도장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여전히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도결이 수련중이었다.


팟-


팟-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인기척에 도결은 잠시 멈추어 그를 바라봤다.


“엇, 방금전에 다녀가시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늦은 시각에 또 어인 일로······.”


도윤은 그런 도결의 머리를 살포시 쥐어박으며 입을 열었다.


“벌써 한시진 전이다! 요 녀석아. 그건 그렇고 사제야 말로 아직까지 수련이더냐.”


“예, 오늘은 유난히 달 빛이 밝아서 인지···· 검 소리 마저 좋습니다. 헤헤”


“푸하하하, 그러하더냐? 그래, 어디 한번 이 사형에게도 들려 줄 수 있겠느냐?”


“예!”


도결이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그 누가 보면, 엄청난 검기라도 날릴 기세였지만.


도결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저 검을 뽑아 내었다.


팟-


그런 그가 싫지 않았다.


아니, 그런 도결의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돌아오면 네 녀석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구나.


몸 조심히 기다리거라.


금방 다녀올 터이니.


“네 녀석 말이 맞았구나, 오늘따라 유난히 듣기 좋으니. 푸하하하.”


진도윤이 떠난지 보름이 지난 어느 날, 무당의 하늘에 비운이 드리워졌다.


무당의 자부심이자 차기 장문인으로 예정되었던 무당제일검.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고결했던 진도윤이 그들의 곁을 떠났다.


무림맹에서 보내온 한 통의 서신은 무당파에 깊은 슬픔을 안겼다.


서신 속엔 도윤의 죽음이 담담히 적혀 있었으나, 그 짧은 문장은 무당파의 모든 이에게 깊고도 아린 상처를 남겼다.


훗날 무림맹은 그를 “호중무당제일협검(護中武當第一俠劍)”이라 칭송하며 그의 의로움과 무공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 칭송이 도리어 무당파의 슬픔을 더욱 짙게 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었던 한 마리의 용은, 그렇게 땅에 묻혔다.


이립(而立)을 넘긴 35세, 무당제일검 진도윤(陳道潤)은


그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


이번 남무지회는 무당파에서 열렸다.


종종 중원에 큰 화마가 닥치지 않는 이상, 남무지회는 무당산과 종남산을 번갈아 가며 매년 열렸다.


명목은 친목이었지만, 이면엔 치열한 두 거대 문파의 자존심 싸움이었다.


북검의 종가(北劍之宗家) 무당(武當)

검기천리(劍氣千里) 종남(終南)


늘 무당과 종남의 제자들은 그말을 품고 있었다.


이번 남무지회가 무당산에서 열리자, 외무를 담당하는 장로 제현우(諸玄雨)는 필요 이상의 업무에 머리가 아파왔다.


“하아, 종남은 왜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온다는 것인가·····”


이번에 종남파는 남무지회에 참가하는 제자들뿐 아니라, 섬서성의 유력한 상단의 단주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무림맹의 장로들까지 대동하고 나섰다.


그 이면에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종남파가 상단 관계자들과 무림맹의 수뇌부들에게 그들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종남이 그들의 승리를 확신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무당파 23대 제자 단진무의 불참가.


둘째는 무당제일검 진도윤의 갑작스런 무림맹 파견이었다.


결과적으로 무당은 최대 전력 두 명이 빠진 셈이었다.


특히 무당파에서는 도윤의 갑작스런 무림맹 파견에 다른 제자로 대체하고자 하였으나, 이미 선별 인원이 확정되었기에 자연스레 불참가로 인한 진도윤의 패배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


그리고 뒤늦게 용봉회의 선별에 참여하지 않은 단진무 또한, 선별 인원이 확정되었기에 명단을 변경할 수는 없었다.


현권장로가 분통을 터뜨렸다.


“우라질!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느냐! 망할 종남놈들 같으니!”


현석장로 또한 씩씩거리며 읊조렸다.


“사형 말이 맞습니다! 망할 종남놈들 같으니!”


마주치면 싸우는 그들이었지만, 이럴때보면 죽이 잘맞는 그들이었다.


현우장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한 문파의 장로들이 말 폼새가 그게 무엇이단 말입니까?”


현권장로와 현석장로가 동시에 소리쳤다.


“뭐라고? 이 사제놈이!?”

“뭐라고요? 이 사형이!?”


장로회를 주재 중이던 대장로 현도가 그들을 향해 조용히 웃어보였다.


“껄껄, 나이를 먹을수록 사제들의 기운이 넘쳐나니 사형으로서 좋지 아니하더냐.”


얼굴엔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명확한 경고였다.


침묵을 깨고 외무를 담당하는 현우장로가 입을 열었다.


“종남파의 일행이 너무 많습니다. 이러다 저희 제자들이 묵고 있는 청풍각이라도 내줘야 할 판입니다·····.”


그의 말에 현권장로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답했다.


“그 부분은 걱정 말거라. 23대 제자들은 검도장에서 이주째 야침중이니. 크하하”


“예? 멀쩡한 청풍각을 놔두고 왜 야외에서 잔다는 말입니까?”


“도결이 놈이 새벽까지 수련하고, 해가 뜨기전에 천운봉을 오르니 그놈들도 어쩔 수 없었겠지. 크크”


자의라고 했지만 강요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은 수련을 마치고 검도장에서 청풍각으로 갈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을 뿐더러, 잠 한숨도 부족한 지경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야침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남무지회가 코 앞인데, 그렇게 무리해서야······.”


대장로 현도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껄껄껄, 그냥 두거라. 우리도 그렇게 커오지 않았느냐. 때론 경쟁심이 약이 되기도 하는 법이지.”


원경지심(遠競之心), 시초(始於) 시기(妒忌) 필초화(必招禍).

경쟁을 멀리하라, 시기에서 비롯된 일은 필히 화를 부르리라.


도가의 가르침에도 그들은 무인이었기에, 때로는 경쟁을 부추기기도 하였다.


“이번 남무지회는 여러모로 최악이 될 것입니다.”


현우장로의 말에 장로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쩌랴····그또한 자연의 섭리임을.


남무지회가 열리는 당일 아침이 되자 무당파는 그들을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봅니다······.”


도결이 눈을 크게 뜨며 신기해하자 현권장로는 그의 옆에 서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새벽에도 천운봉을 다녀온게냐?”


도결은 현권장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 새벽에도?


무슨 말이지 그게······.


하지만 대답은 해야 했기에 짧게 답했다.


“예.”


“네놈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오늘 너는 무당을 대표해 그 자리에 서는 거다. 알겠느냐?”


“예.”


현권장로는 한쪽을 가리키며 도결에게 재차 입을 열었다.


“네놈 스승도 와 있으니, 잘하거라!”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본 도결은 현권장로에게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그곳을 향해 헐레벌떡 뛰어갔다.


오랜만에 현명과 재회한 도결의 얼굴에는 모처럼 환한 웃음이 번졌다.


“스승님~!!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동안 강녕하셨는지요? 제가 없는 진경각에서 혹시 적적하진 않으셨습니까? 잠은 잘 주무셨고, 허리는······”


이렇게 말이 많은 도결은 처음이었다.


아마도 검도장에 온 이후 그가 했던 모든 대화를 합쳐도 방금 자신의 스승에게 쏟아낸 말보다는 짧았을 것이 분명했다.


“껄껄, 이 녀석아 하나씩만 묻거라.”


“스승님, 보고 싶었습니다. 으헉····”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권장로는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졌다.


이 망할 놈의 내 제자놈들은!


도결이놈 반만 닮아봐라! 반만!


콧빼기도 안 보이고, 말이야······.


현권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내 자신도 현명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뛰어갔다.


“사제~ 왔는가아~ 사형도 왔다네에~~ 크하하”


사실 진경각주인 현명은 그곳을 비운 채 이 곳에 온다는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현권장로는 22대 제자들에게 명하여 진경각을 번갈아 가며 지키게 하였다.


본격적인 친선비무가 시작되기 전, 종남파를 이끌고 온 대장로 목천운(穆天雲)이 장경각에 들어서며 무당의 장문인에게 인사를 올렸다.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강녕하셨는지요······.”


무당의 장문인 소현청도 장경각(長慶閣)에 들어선 종남의 대장로를 향해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예, 대장로께서도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목천운은 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다 늙어서 무릎이 시릴 뿐, 다른 곳은 아직 멀쩡합니다! 껄껄껄”


하지만 인사를 주고 받는 그들의 속내는 달랐다.


‘올해는 종남이 이길 것이다!’


‘끌끌, 무당은 무당인 법이지.’


장경각(長慶閣)에서 잠깐의 담소를 나눈 후 그들은 제자들의 비무가 이루어 지는 연무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이미 수많은 무당과 종남의 제자들과 그들의 비무를 지켜보기 위한 인파들로 가득했다.


무림맹의 장로 제갈현은 단상에 있던 무당과 종남의 장로들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무당제일검이 없어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렇지요····· 올해는 다소 일방적인 친선비무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종남파 장로의 말에 현권장로가 발끈하며 말했다.


“북검의 종가(北劍之宗家) 무당(武當)은 아직 건재합니다. 크하하”


이번엔 종남파의 장로가 현권장로의 말에 발끈하며 말했다.


“검기천리(劍氣千里) 종남(終南)의 검은 천리를 가지요. 껄껄”


이윽고 비무관은 소란스러운 장내를 향해 더욱 큰소리로 그곳의 열기를 끓어 올렸다.


“지금부터! 검의 종가! 무당파와, 남악의 지세! 종남파의 비무를 시자아악! 하겠습니다!!!!”


우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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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8분 전 8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9 4 12쪽
» 남무지회(9) 24.08.30 198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7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1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1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70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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