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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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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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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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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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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당산의 패륜아(2)

DUMMY

현도의 애절한 눈빛을 확인한 현권은 도강에게 살짝 다가가 귓속말을 건넸다.


“그냥 장문인직을 맡으면 안 되겠느냐?······”


도강은 지루하다는 듯이 이번엔 코를 후비며 대답했다.


“영감, 내가 왜? 귀찮을 게 뻔하잖수~”


현권은 눈빛을 번뜩이며 설득을 시도했다.


“귀찮을 일도 있겠지. 하지만 장문인이 되면 좋은 것도 많을 텐데?”


“좋은 게 뭐요?”


도강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현권은 자신 있게 답했다.


“일단 무당을 나갈 때 허락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도강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허락? 그건 지금도 안 받고 나갑니다~”


그랬다.


도강은 언제나 문이 아닌 담을 넘어 다녔기에 허락받는 건 의미가 없었다.


“끄응······.”


현권은 속으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을 어떻게 설득한단 말인가. 어설프게 권유했다가는 통하지 않을 게 분명해······.’


현권은 결심을 굳힌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도강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쉿, 조용히 듣거라. 장문인이 되면 말이야, 특별한 권한이 생긴단다. 크크.”


영감······, 영감이 내 머리위에 있다고 생각하는군.


장문인직에 앉혀놓고 이리저리 귀찮게 할 게 뻔하다고.


흥, 절대 영감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을 거요.


“무슨 권한이요? 별로 그런 거 관심 없는 거 알잖수.”


현권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너한테는 아주 특별한 권한이지.”


흥미가 동한 듯 도강의 눈에 희미한 광채가 떠올랐다.


“어떤······ 특별한 권한이요? 자꾸 말 돌리면 이만 가보겠수!”


크하하, 도강이 이놈아.


네놈이 아무리 제멋대로 여도 이것만은 못참을게다.


나의 승리이노라! 요놈아! 크하하.


“후회할 텐데?”


“되었수~ 이 잘난 제자는 이만 갑니다.”


“기루에 몰래 다니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느냐?!”


현권의 한마디에 장내를 벗어나려던 그의 발걸음이 주춤 거렸다.


“내, 내가 언제?····· 영감이 봤수? 이젠 하다하다 제자를 모함하는 스승이라니····· 크, 크흠.”


지금이다!


이것이 바로 세월이 가져다준 노련함이라는 게다!


현권은 도강에게 바짝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놈아, 네가 기루에 다니는 걸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 그럼 왜····· 아, 아니, 기루에 간 적 없수!!!”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하지만 나중에는 갈 수도 있는 거 아니더냐?”


“그, 그건 그렇지요? 사내로 태어났으니 기루 정도야···· 크, 크흠.”


현권은 쐐기를 박듯 속삭였다.


“한 문파의 장문인이 나타난다면 기녀들의 시선이 어떻겠느냐?!”


뭘 어떻긴.


혀를 차겠지.


흐음, 아닌가?···,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려나?


기녀들의 시선을 상상하던 도강의 귀에 다시한번 현권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그리고 장문인이 되면 전대 장문인의 금자도 전부 네 것이 될 테지!”


도강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 그, 금자!


맞아, 장문인이고 뭐고 기루에서는 금자가 제일이지!


금자가 가득한 장문인이라···


크흐흐···.


도강이 대장로 현도에게 다가가 공손히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22대 장문인 채도강, 사백님을 뵙습니다!”


대체 이놈한테 무슨말을 하였길래······.


대사형, 정녕 이게 맞는 것입니까······.


현도는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했다.


“앞으로 무당을 잘 부탁하마····.”


****


장문각의 단상에 앉아 심기가 불편한 듯, 채도강이 투덜 거렸다.


“고작····· 금자 2냥이라고?····· 속았네, 속았어······. 이 영감이······ 제자를 속여? 크윽.”


도강이 단상 밑에 도열해 있는 22대 내문 제자들과 23대 내문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하아.


싫다.


도망가고 싶다·····.


지금이라도?·····


도강은 고개를 가로 젓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무당의 내무와 외무, 무학당의 일은 전부 새로운 대장로인 도현 사형에게 일임하겠다.”


누가 봐도 도현에게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려는 속셈이었다.


도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장문인께서 계신데 어찌 제가 그런 중대한 일을 결정한다는 말입니까.”


“싫어? 혹시 사제가 장문인이 된 게 불만인 건가? 지금이라도····.”


태상장로 현권은 도강의 의도를 눈치채고는 재빨리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도현 대장로, 미약하지만 이 사숙도 돕겠으니 너무 염려 말게나.”


도강은 내심 현권의 개입에 불만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영감.


번번히 나를 방해하는군.


기회를 틈타 도망가야겠다.


“크, 크흠. 에잇! 이게 다 그 멍청한 대사형 때문이지! 왜 죽어서니!!”


도강의 한마디에 장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아무리 장문인이라 해도, 그들의 대사형이자 무당제일검 진도윤을 조롱하는 발언에 도현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상기되었다.


그가 이를 악물며 입을 열려는 순간, 장내에서 갑자기 뇌전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그곳에선 도결이 오른쪽 무릎을 굽힌 채, 왼손으로 검집을 고정하고 오른손은 검의 자루를 움켜쥐어 마치 출수(出手)를 앞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도강은 한손으로 턱을 괴며, 뇌전이 울리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호오, 그 때 그놈이군.’


도결의 모습을 확인한 도강이 그를 향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이놈봐라. 크크·····”


도결은 자신을 향한 도강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응시했다.


파직-

파지직-


다시한번 도결의 검에서 뇌전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결은 도강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한말 취소하세요.”


도강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슨 말? 이놈봐라? 이거? 크크”


명백한 조롱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제자들과 태상장로 현권이 둘을 말리려 움직였다.


그 순간, 도강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장내는 다시 한번 차갑게 얼어붙었다.


“장문인으로서 첫번째 명(命)이다. 아무도 움직이지 말라.”


현권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큰 일이다. 도강이 놈의 말이 심했기로서니 도결이가 저렇게 나올 걸 예상하지 못했다.’


도강은 도결을 바라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내가 농이 좀 지나쳤구나.”


그의 말에 일순 장내에 있던 제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도강의 말에 장내의 공기는 이전보다 더욱 더 차갑게 얼어 붙기 시작했다.


“그.멍.청.한.대.사.형.놈.이.죽.어.서.”


파직-

파지직-


도결의 오른쪽 허벅지가 급격하게 핏줄을 세우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문인의 첫 번째 명(命)을 어길 수 없었던 제자들은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은서령은 단호히 도결의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렸다.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도결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사숙님, 안됩니다.”


제발.


장문인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면 그 즉시 파문입니다······.


도결은 그녀를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비켜.”


서령의 간절한 눈빛에도 도결의 시선은 오직 도강만을 향하고 있었다.


도강은 이제 노골적으로 도결을 향해 살기를 흘리며 다가서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서령이까지 위험해지겠어.’


진무는 재빠르게 은서령을 끌어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


그러나 그녀가 다시금 도결의 앞을 막으려 하자, 진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다.”


“하,하지만 이러다 정말 도결 사숙님께서······”


“장문인의 명이다. 어길 셈이냐.”


진무의 말에 그녀도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도결 사숙님······.


도결은 언제든 출수하려는 듯, 자세를 풀지 않으며 도강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취소하세요.”


도강은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살기를 흘리며 도결에게 다가섰다.


그의 모습에 도결의 허벅지가 꿈틀거렸다.


“무취(無翠)······”


도강은 단숨에 도결의 앞까지 다가가 그의 얼굴을 한손으로 거칠게 움켜쥐고, 그대로 돌기둥에 처박았다.


콰앙-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도결은 기둥에 처박힌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도강은 도결의 얼굴을 움켜쥔 채,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


“크크, 장문인을 향해 검을 뽑으려 들어?”


도강은 여전히 도결의 얼굴을 거칠게 움켜쥔 채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그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도결의 뺨이 서서히 찢어지며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용서를 빌어볼테냐? 크크.”


도결은 기둥에 처박힌 채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도강을 똑바로 응시하며 굴하지 않았다.


“취소······하세요······.”


호오.


이 새끼 봐라. 날 두려워 하기는 커녕.


아직도 손에 검자루를 안놓고 있어?


도강은 조소를 머금고 도결을 내려다보았다.


뚝-

뚝-


도결의 뺨에서 흘러내린 피가 도강의 손끝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취소하면, 진도윤이 다시 살아 돌아오기라도 한단 말이냐?”


그 말에 도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었던 태상장로 현권이 도강 앞에 나서며 말했다.


“그만하거라. 이 정도면 도결이도 깨달았을 게다.”


현권의 말에 도강은 흥미를 잃은 듯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스르륵-


도결의 몸이 기둥을 타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


도강은 그런 도결을 한 번 흘겨보고 다시 단상으로 돌아가 외쳤다.


“네놈들, 아직도 깨닫지 못했느냐?”


도강은 다시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장문인으로서 두 번째 명(命)을 내리니 잘 듣거라. 감당할 수 없다면 도망쳐라. 멍청하게 죽지 말고! 도망치는 것도 용기다. 알겠느냐?”


장문인으로서의 명(命).


제자들은 모두 힘없이 대답했다.


“예.”


그러나 도결의 눈동자는 도강이 뱉어내는 그 말에 다시 흔들렸다.


싸우지 말고 그냥 도망가거라. 훗날을 도모하는 것도 용기이니.


진도윤이 무당을 떠나기 하루 전, 도결에게 했던 그 말과 똑같았다.


‘왜 장문인이 대사형과 같은 말을 하는 거지·····’


도결이 의문에 잠길 때, 도강이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장문인을 향해 적개심을 드러낸 저놈은 3년간 참회동(懺悔洞)으로 보내도록.”


다행이었다.


장내의 제자들은 도결이 검을 뽑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도결의 검이 검집을 떠났다면, 그는 파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걸 도강의 배려라고 여겼다.


****


진도윤이 무당을 떠나기 이틀 전.


도윤은 무당의 한 구석, 그늘에서 나른하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도강을 찾아냈다.


“또 농땡이를 피우고 있는 게냐?”


도강은 한쪽 눈만 뜬 채, 도윤을 힐끗 쳐다보며 웃음을 흘렸다.


“대사형도 참, 낮잠이야말로 무공 수련의 일환 아니겠습니까? 무리하게 땀 흘리는 것보다 이게 훨씬 효율적이라니까요.”


도윤은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너 이놈, 그 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느냐?”


“믿든지 말든지~ 이래봬도 저도 무당의 제자입니다~ 크크”


도강의 태연한 대답에 도윤은 웃음이 나올 법도 했으나, 그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이러다 진짜 중요한 때가 오면 큰일을 그르칠게다.”


도강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누웠다.


“대사형, 걱정 마슈~ 큰일이 오면 알아서 잘할테니. 그러니 그때까진 좀 더 자게 두세요~”


도윤은 그런 도강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길 바란다, 도강아·····”


도윤의 발걸음 소리가 희미해지자, 도강은 감았던 눈을 떠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사형이 있는데 내가 무당 걱정을 왜 하오? 조심히 잘 다녀오슈. 그때까지는 이 사제가 잘 지키고 있을터이니. 크크.”


그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살짝 돌리며 다시 중얼거렸다.


“아참, 백도결이라 했던가? 대사형은 참, 귀찮게 왜 그 녀석을 내게 맡기고 가는 건지······.”


도강은 몸을 한 번 비틀고 나른한 표정으로 다시 눈을 감았다.


“끄응······. 이번엔 진짜 좀 더 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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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4분 전 7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1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8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0 4 14쪽
»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5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5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8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7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2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6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29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0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69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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