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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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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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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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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남무지회(11)

DUMMY

그들의 치열한 공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격화되었다.


스르륵-


종남검제의 검기가 도강의 사각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머리 뒤쪽에서 살기가 느껴지자, 도강은 재빨리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뒤돌아 그의 검기를 막아냈다.


채앵-


막아낸 검기의 반동을 이용해 회전하며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령원은 계속해서 도강의 사각을 집요하게 노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크하하하! 계집이더냐? 종남검제는 얼어죽을. 크하하하하”


“여전히 네놈의 입은 졸렬하기 그지없구나! ”


령원의 검끝에서 종전보다 더 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검강인가?


친선비무에서 검강이라····


크크,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구나.


“종검무상(終劍無相), 난무(亂舞)”


령원이 검을 휘두르자, 검끝에서 흘러나오던 검강이 무수히 쪼개지며 도강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날아들었다.


치지징- 치잉-


도강은 어지럽게 날아드는 검강 중, 급소를 향해 날아오는 것만 골라 쳐내며 빠르게 령원에게 다가갔다.


막지 못한 검강에 살이 찢겨져 선혈이 흘러내렸다.


그럼에도 도강은 멈추지 않고 령원을 향해 돌진했다.


크하하하.


이깟 검강에 찢긴다고 죽기야 하겠냐?


령원은 자신의 검강에 베어가며 다가오는 도강을 보며 생각했다.


미친놈.


분명 주화입마에 빠진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무모하게 달려들겠느냐?


어느새 검강에 찢겨가며 령원의 코앞까지 다가온 도강은 어째서인지 검은 휘두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내가 네놈을 어떻게 할 거 같아? 바지를 벗겨 궁둥짝이라도 때려줄까? 크크.”


비무가 시작된 후 한순간도 쉬지 않고 령원을 도발하는 도강이었다.


령원의 얼굴이 더이상 명문정파의 제자라곤 느껴지지 않을 만큼 험하게 일그러졌다.


종남검제는 내공을 끌어올리며 마구잡이로 검강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슈숙- 스스슥-


도강의 옆구리와 등 뒤에서 령원의 검강이 공간을 가르며 나타났다.


허초.


등쪽의 검강은 미끼였다.


몸을 돌려 검강을 막으려 한다면, 주저 없이 네놈의 목을 베어버리리라.


하지만 도강은 돌아보지 않았다.


스르륵- 피슉-


령원의 검강이 그의 등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도강은 신음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오히려 미친 듯이 웃었다.


“크하하하하! 간지럽구나! 이 정도면 검강이 아니라 검풍 아니더냐!”


내 의도를 간파한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저 피하지 못한 것이겠지.


죽여주마.


하지만 도강이 돌아보지 않은 것은 그저 그의 본능이었다.


이번엔 도강의 검이 그를 향해 반원을 그렸다.


“태극검천선(太極劍天仙)”


도강의 검로를 본 령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역시 너도 어쩔 수 없는 무당의 제자였구나.


반원을 그린 다음, 물결처럼 파동을 일으켜 반을 가르겠지.


그 검로는 이미 질리도록 보았다.


령원은 익숙하게 도강이 그려내는 반원의 교차지점에 자신의 검을 뻗어 막아섰다.


령원은 도강의 검로를 차단했다고 생각했다.


‘바로 태극검천선의 약점은 이곳이다!’


하지만 도강의 검은 반원을 그리다,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반을 갈랐다.


스윽-


이상하다.


분명 저런 소리가 아니었는데. 스윽?


령원의 목에 수평으로 붉은 선이 그어졌다.


크윽.


한치만 깊었어도 위험했다!····.


도강의 검은 멈추지 않았다.


중앙을 직선으로 가른 후 다시 반대편 교차점을 향해 반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자의 검은 내가 알던 무당의 것이 아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지금 그가 뻗어내는 검로는 필시 처음 중앙을 가르기 시작한 곳에 닿으리라.


령원은 반대편 교차점에 자신의 검을 찔러 넣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번엔 이곳밖에 없다!


하지만 도강의 검은 반원을 다 그리지 않고 중간쯤에서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가르며 올려졌다.


크윽.


이번에는 령원의 가슴에 수직으로 붉은 선이 그어졌다.


“혹시 너, 지금 ‘한 치만 깊었다면 치명상이었을 거다!’ 이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크크.”


설마·····


일부러 얕게 베었다는 말인가!


종남검제 령원의 압승을 확신했던 종남의 장로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초조해졌다.


어느덧 종남의 장로들은 종남검제의 패배를 걱정하기 시작했고, 무당의 장로들은 도강의 돌발행동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도강이 종남검제와 막상막하로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되었다! 죽으란 법은 없구나! 이 정도면 체면치레는 충분히 하겠구나.’


도강이 그에게서 종남의 절학을 끌어내며 비등하게 맞서 싸운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수록 도강의 기세는 오히려 더 강해져갔다.


반면, 종남검제의 모습은 시간이 갈수록 수많은 상처와 함께, 깨끗했던 무복이 어느새 피로 물들었다.


그들의 비무를 지켜보던 장내의 인파들도 하나둘씩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어딜봐서 무당파와 종남파의 친선비무지?”


그랬다.


종남검제는 눈가에 살기를 가득 머금고, 도강을 향해 수많은 살초를 뿌렸다.


도강은 검을 마치 몽둥이처럼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종남검제를 몰아붙였다.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명문정파의 친선비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오로지 서로를 죽이려 혈투를 벌이는 짐승처럼 공방을 이어갈 뿐이었다.


탁- 또르르-


연무장 위로 검은 돌이 날아와 굴러 떨어졌다.


비무관은 연무장에 떨어진 돌의 색을 확인하곤, 즉시 비무를 중지시켰다.


“승, 백(白)! 종남파 20대 제자 윤령원!”


비무관이 장내를 향해 승자의 이름을 외치자, 장내의 인파와 종남의 장로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무당파의 제자가 규칙을 어긴 건가?”


“기권한 거 아냐? 아까 연무장 위로 돌 같은 게 떨어졌는데?”


그러나 이는 무당의 신속한 결정이었다.


대장로 하현도가 장문인에게 은밀히 신호를 보내자, 소현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보였다.


대장로 현도는 재빨리 검은 돌을 집어 연무장에 던지며, 무당의 기권을 선언했다.


종남검제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의 앞에 숨을 헐떡이며 선혈을 흘리고 있었다.


도강은 눈을 내리깔고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도강은 입꼬리를 비웃듯 말아 올리며, 자신의 검을 처음과 같이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는 말했다.


“호오, 다행히 운은 따라주는 모양이구나. 영감의 잔소리에 팔 하나쯤만 거두려 했는데····. 크크.”


대체 어디서 온 괴물인게냐?····


령원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이를 악물고 도강을 향해 읊조렸다.


“네놈은 너무도 오만하다! 무당이 중원의 중심이라 생각하느냐??”


“아니? 전혀! 크크.”


령원은 도강이 그런 생각을 할 거라 확신했었다.


“지금 나···, 아니····· 이 종남을 우롱하려는 것이냐?”


“어이, 종남검제 양반~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보나마나 날 향한 또 다른 조롱일 테지.


“착각?”


“그래, 착각.”


도강은 검을 내던지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눈과 이마를 감싼 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혀 더욱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이윽고 피투성이가 된 종남검제를 응시하며, 도강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무당의 제자라서 강한거라 생각해? 아니, 그저 내가 있기에 무당이 최강일 뿐. 크하하하하!”


무당의 장로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조금이라도 늦게 돌을 던졌다면·····


상상하기도 싫구나······.


비무관은 종남검제 령원의 승리를 선언했으나, 그들의 모습은 의심할 여지 없는 도강의 승리였다.


찝찝한 종남의 승리.


비록 무당의 22대 제자들과 종남의 20대 제자들 간의 친선비무는 종남의 승리로 끝났으나, 그들은 다시 한 번 무당을 향한 복수를 다짐했다.


‘얼마나 종남을 우습게 보았기에 저런 자를 내보낸 것인가! 이 수모는 반드시 되갚아주리라.’


이제 남은 것은 무당의 23대 제자들과 종남의 21대 제자들의 비무였다.


그러나 단진무가 빠진 무당의 23대 제자들이었기에, 종남파의 장로들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소 거친 비무였지만, 과연 무당입니다.”


명백히 비꼬는 말투였다.


‘과연 무당입니다’라는 말 속에는 예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 제자의 무례는 추후에 꼭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소. 그건 그렇고, 과연 종남검제군요. 종남의 절학은 언제 보아도 날카롭기 그지없습니다.”


무당 역시 친선비무임에도 불구하고 살초를 사용한 종남검제를 비꼬았다.


단상의 분위기가 다소 격앙될 조짐이 보이자 무당의 장문인 소현청이 나서 그들을 중재했다.


“끌끌, 모든 것은 물 흐르듯 흘러가는 법이니, 괜한 바람을 일으킬 필요는 없지 않겠소.”


그의 말에 무당의 대장로 하현도와, 종남의 대장로 목천운이 서로의 장로들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


남무지회가 시작되기 전, 종남은 마지못해 도결의 참가를 허락했다.


도결이 비록 22대 제자에 속하지만, 나이가 아직 약관에 이르지 않았다는 무당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음, 그래도 22대면 저희 21대 제자들보다 한 배분이 높지 않소?”


“네, 그렇지요. 하지만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아이일 뿐입니다.”


“문파가 다르긴 하여도 우리 21대 제자들이 무당의 22대에게 검을 들이 댄다는게······.”


“그 부분은 절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 굳이 배분 차이가 있음에도 비무에 참가시키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혹시 그 백도결이란 아이의 스승이 무당의 장문인이라도 되는 것인가?····


“그 도결이란 아이의 스승은 어떤 분이신지요?”


흥, 우리 무당이 너희 종남처럼 잔꾀라도 부리려는 것으로 보이나 보지?


“저의 사제인 현명입니다. 지금은 진경각의 각주로 있지요····.”


고작 사서의 제자를?


이상하군.


무당이 이번 친선비무를 아예 포기하려는 것인가.


하긴···· 무당제일검도, 단진무도 없으니, 그럴싸한 핑계가 필요할 터이지.


“알겠소, 대신 문제삼지 않겠다는 약조는 꼭 지키시오!”


“껄껄, 그럼 동의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잠깐의 휴식 시간이 끝나자, 연무장에는 무당파와 종남파의 제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으며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장내는 숨죽인 채 이번 비무의 결과를 예측하려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이번에도 역시 종남파가 이길 가능성이 크겠지?”


“무당제일검에 이어 단진무까지 빠졌으니, 무당 입장에선 억울할 만도 하겠군.”


“어쩌겠나···· 운도 실력의 일부라 하지 않나.”


“그나저나 종남의 기세가 실로 대단하군. 저 무당을 상대로 이토록 밀어붙이다니.”


“내 눈에는 오히려 무당이 종남을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비무가 시작되기 전, 연무장에서 자신들의 순번을 기다리던 무당의 제자들에게 단진무가 다가갔다.


“대사형 오셨습니까.”


“대사형을 뵙습니다.”


진무는 그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남은 건 우리 23대 제자들뿐이다.”


“·····으, 떨립니다. 대사형!”


진무는 그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너희라면 내가 없어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대사형이 없으니까 불안합니다·····.”


은서령이 진우를 향해 눈을 흘겼다.


“서령 사매, 왜 또 그렇게 보는 것이냐····· 이 사형이 무슨 실수라도·····.”


그녀는 연무장의 한쪽 구석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대사형이 없는 건 아쉽지만, 저희에겐 도결 사숙님이 계십니다!”


아차!


자칫 사숙께 큰 무례를 범할 뻔했다.


진무는 구석에 있던 도결에게 빠르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사숙님을 뵙습니다.”


“아····· 네,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하대가 어려운 도결이었다.


“사질들이 떨지 않게 한 말씀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도결은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결국 은서령의 손에 이끌려 그들의 곁에 섰다.


“사형들 사숙님 오셨습니다!”


그들은 일제히 도결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사숙님을 뵙습니다.”


침묵이 이어졌다.


은서령이 도결의 옆구리를 “콕”하고 찌르자 그제서야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예·····, 저도 사질들을 뵙습니다.”


도결의 말에 그들은 새어나오는 웃음을 막으려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모습에 진무가 나서 입을 열었다.


“사숙님, 사질들께 한말씀 하시지요.”


도결은 진무의 말에 몸이 굳어버린 듯, 미동조차 하지않고 눈동자가 흐려졌다.


다시 한번 도결을 향한 은서령의 재촉이 시작됐다.


콕,콕.-


도결은 눈동자의 초점을 바로잡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저, 저흰······ 무당입니다?!??”


······.


이번에는 진무를 포함한 그들 모두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


끄윽, 끅끅.


푸하하하.


그 웃음은 결코 그를 향한 조롱이 아니었다.


어느새 미세하게 떨리던 그들의 손끝은 멈춰 있었다.


엉성하게 뱉어진 그의 한 마디에.


함께 웃고 있던 은서령이 팔을 높게 들며 크게 소리쳤다.


“저희는! 무당입니다!”


“그래! 우리는 무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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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7분 전 7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9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7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7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1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0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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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무지회(1) 24.08.25 3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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