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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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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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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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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남무지회(7)

DUMMY

새로이 신설된 검도장의 장주 현권과 훈련관 도윤은 진경각으로 함께 발걸음 했다.


다른 이였다면 궂이 그들이 나서 설득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검도장(劍道場)에서 도결의 존재는 필수였으며, 그가 어떤 고집을 부릴 지 알 수 없다는게 현권장로의 의견이었다.


마침 도결이 궁금했던 도윤은 그의 말을 듣곤 흔쾌히 함께 진경각을 향했다.


“사숙님, 도결 사제는 어찌하여 무학당에서 무공을 따로 배우지 않은 것 입니까?”


“끄응···· 휴우, 어차피 알게 될 터이니···· 그건 너의 사숙과 사백들인 21대 제자들의 무관심때문이다.”


도윤은 그의 말을 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자신의 사숙과 사백들의 과오를 듣는다는 건, 제자로서 그리고 사질로서는 편치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도윤은 무당파를 이끌어 갈 차기 장문인이자, 현 무당제일검으로서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해야 했다.


“어디까지 알고있을지, 모르겠다만······ 너의 사숙이자 나의 사제인 현명은 몸이 약해 무공을 익히지 못했다. 그리고 무당에 무공을 익히지 못하는 제자는 필요치 않았지.”


현권장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자신들의 무관심 속에 지난 날동안 외로웠을 현명에 대해.


그리고 뒤늦게 찾아온 그의 제자, 백도결.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는 이유로 현명에게 제자 또한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덧 나이가 든 현명을 이어 진경각을 관리할 마땅한 이가 없자, 태생부터 고아였던 도결을 뒤늦게 입문시켰던 일.


거들더도 보지않는 진경각주의 자리였지만, 그렇다고 무당의 정수가 담긴 수많은 비급이 있는 진경각을 외문제자에게 맡길 수는 없음이었다.


우라질.


스스로에게도 화가 치미는 현권장로였다.


나이가 들어서야 현명과 도결에게 측은지심을 느꼈을 뿐.


자신 또한 다른 장로들과 다를 바 없는 그곳의 고인 물이었다.


그의 자책이 섞인 이야기를 듣던 도윤은 자신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또한 자신의 사제인 도결에게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사숙님, 너무 자책치 마십시요. 그래도 사숙님이 계서 현명 사숙님과 도결 사제도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도윤의 따듯한 위로에도 현권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당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니, 적어도 네가 장문인이 되어 문파를 이끌어 갈 때에는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되느니라. 알겠느냐?”


“예, 사숙님. 명심하겠습니다.”


그제서야 조금은 안심이 된 듯 현권장로의 찌푸렸던 미간이 풀어졌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진경각 안으로 들어서자, 이번엔 그들을 본 현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요즘 하루에 한번씩 오시는거 알고 계십니까?”


“크, 크흠······ 장로인 내가! 내 마음대로 진경각도 못 드나 드느냐?”


“예~예~ 무학당주이자 장로이신 장현권 사형께서 오늘은 또 어인 일로 행차하셨습니까.”


도윤은 듣던 거와 다르게 밝은 현명의 모습에 다소 놀란 눈치였다.


그들의 티격대는 대화속에서 빠르게 정신을 차린 도윤은 현명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사숙님께 인사올립니다. 사질 진도윤(陳道潤)입니다.”


현명은 도윤을 보며 당황했다.


‘요즘 진경각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드나 드는 거지? 불편하게 시리····.’


이게 다 현권사형 때문이야!


마음과는 다르게 현명은 얼굴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해 주었다.


“그래, 네가 말로만 듣던 무당제일검 이구나. 그런데 진경각에는 무슨일로?”


그들은 검도장의 신설을 알리며, 도결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다.


아쉽지만.


도결이를 위해선 ·····


“현권 사형께서 이렇게까지 도결이에게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 크음····· 내가 아니고 장문인의 결정일세.”


“예? 흐음, 어찌되었든 잘 되었습니다. 도결이도 이제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


현명의 말에 도윤이 대답했다.


“사숙님, 도결 사제는 무당의 다른 무공은 배우지 않습니다.”


역시나, 내 존재가 도결의 앞을 막는 것인가····


현명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지자 도윤이 재빨리 말을 이었다.


“물론, 도결 사제가 원한다면 언제든 무당의 무공을 아낌없이 전수할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장문인께서 따로 하명하신게 있습니다. 도결 사제에게 필요한 것을 해줄 생각입니다.”


현권장로는 처음 듣는 말에 도윤을 향해 물었다.


“장문인께서 하명하신건 무엇이며, 도결이놈이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이더냐?”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단지, 도결 사제에게 필요한 것이 무당의 현판이라 할지어도 내어주라 하셨습니다. 단, 그 판단은 저에게 맡긴다 하셨습니다.”


현권장로와 현명은 그의 말에 경악했다.


무당의 현판.


한 문파의 현판은 단순히 이름이 적힌 나무판자가 아니었다.


전멸을 당할지언정, 현판만은 지켜내는 것.


현판은 그 문파의 자부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문인의 말 뜻을 이해한 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도윤이 현명을 향해 질문했다.


“사숙님, 혹시 도결 사제는 평소 어떻게 수련을 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모르는게 더 이상했다.


무당에 입문한 순간부터 7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훈련을 반복했기에.


현명의 말에 도윤이 놀라며 되물었다.


“예? 천운봉을 두시진만에 왕복한다는······?”


현권장로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요즘 제자들은 끈기가 없구나! 끈기가! 이 사숙도 왕년에는 뛰어서 천운봉을 오르고 내렸단다. 크크, 두시진이면 넉넉하지! 크하하”


현명은 현권장로의 말에 고개를 다소 과하게 가로 저으며 말했다.


“사형께선 몰래 경공술을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허~! 내가 경공술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는가?!”


현명은 고개를 새차게 끄덕이며 말했다.


“보았습니다. 아니 들은 것이겠죠!”


“누, 누가 그런 망언을!!!”


“현권사형께서 제게 직접 말씀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어렸을 적의 재밋었던 일이라며 ······.”


“내, 내가? 그때 그건 그저 음침한 네놈을 웃게 해주려는 사형의 배려였다! 퉷.”


티격태격.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윤은 현명에게 재차 물었다.


“사숙님, 정말 도결사제가 천왕봉을 두시진안에 뛰어서 왕복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현명은 도윤에게 시선을 옮기며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역시.


‘내공을 사용하였거나, 오르는데만 두시진이 걸린다는 말을 잘못 말씀하셨겠지.’


나 조차,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천왕봉을 왕복하려면 족히 세시진은 걸릴 거리다.


하지만 뜻밖의 말이 현명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뛰어서가 아니다. 오리 걸음으로 두시진.”


현권장로와 도윤은 그의 말에 입을 크게 벌리며 경악했다.


현명은 진경각 한쪽 구석을 가르키며 말을 이었다.


“저기 저 모래가 든 중자(重子)는 삼년 전까지 사용했는데, 지금은 쇠가루가 든 중자(重子) 이십근(斤)을 양쪽 다리에 매고 있다.”


현권장로는 현명의 말에 수긍했다.


도결이라면 그러고도 남을테지.


도윤은 현명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중자 이십근을 양쪽 다리에 매고, 오리걸음으로·····


두 시진 안에 천왕봉을 왕복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괴물이군.


****


현권장로와 도윤이 돌아간 그날 밤.


현명은 자신의 제자 도결에게 그들의 말을 전해주었다.


“싫습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장문인께서 결정하신 일이다. 우린 무당의 제자이고.”


“제자가 직접 장문인께 찾아뵙고, 정중하게 거절하겠습니다.”


현명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검도장은 너만을 위한 수련장이 아니다.”


“그럼 제가 없어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스승의 부탁을 거절할 셈이더냐······.”


도결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답했다.


“이러려고 남무지회에 나가려던 게 아닙니다.”


“제자의 마음을 스승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누가 알테더냐, 이 스승도 알고 있다.”


“그, 그렇지만·····”


현명은 그의 말을 끊으며 다시한번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더는 스승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거라.”


“제자가 없으면, 이 곳 진경각은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현명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 스승이 그리도 못미덥더냐? 걱정말거라, 아직 십년은 끄떡없다. 껄껄”


“스승님······.”


다시 혼자 남겨질 스승의 모습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리고 그런 스승은 편견과 맞서 싸워야 할 제자의 앞날에 눈시울을 붉혔다.


언제든 힘들면 돌아오거라.


이 스승은 항상 진경각에 있을 터이니.


“남무지회에 나가거든 꼭 후일담을 이 스승에게 들려주거라.”


“예. 꼭 그리 하겠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도결은 조금이라도 더 스승과 함께 있으려는 듯 진경각을 떠나지 않았다.


현권장로는 도결의 마음을 이해하였기에 재촉하지 않았다.


검도장에 나오기만 하거라.


그 동안 괄시받으며 지냈던 네놈의 앞날에.


이 사백이 디딤돌이 되어 주마.


삼일째가 되서야 도결은 쭈볏거리며 검도장에 들어섰다.


“사숙님을 뵙습니다.”


“잘왔다.”


검도장이 신설된지 사흘째인 오늘.


그 곳 수련장엔 이미 수많은 내문제자와 외문제자들로 가득했다.


바로 무당제일검 진도윤(陳道潤).


이 곳의 훈련관으로 그가 지명되었다는 소식에 내문과 외문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제자들이 몰려 든 것이었다.


무당제일검의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직 제자가 없는 그의 심중에 들어 무당제일검의 제자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그들은 검도장의 수련장에서 각자가 배운 무당의 무학들을 펼쳐 보이며 어떻게든 그의 시선에 한번이라도 더 걸치길 소망했다.


슉- 휙-


“팔괘검법 (八卦劍法)”


팡- 파방-


“운룡장 (雲龍掌)”


그들의 사이로 도결이 무심하게 수련장을 가로질러 가장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벽을 보고 몸의 중심을 낮추며 검을 뽑았다가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팟-


팟-


때때로 오른발과 왼발의 위치만 바뀔 뿐, 왼손에는 검집을 잡은 채 일정한 속도로 반복했다.


워낙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기도 하였고, 도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 이가 많지 않았기에 그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이는 없었다.


은서령을 제외한다면.


그의 모습을 발견한 은서령이 빠르게 도결을 향해 다가가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사숙님을 뵙습니다.”


그런 그녀의 인사에도 도결은 묵묵히 검을 뽑았다가 다시 집어넣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그가 익숙하다는 듯 은서령은 도결의 옆에 자리했다.


그리고 그와 같이 몸의 중심을 낮추며 검을 뽑았다가 다시 집어넣기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과 다르게 도결때문에 검도장에 온 은서령이었다.


그녀가 어설픈 자세로 발검과 착검을 하며 물었다.


“사숙님, 이렇게 하는거 맞아요?”


팟-


그녀의 말에 도결은 잠시 동작을 멈추며 말했다.


“아니요, 발검할때 그런 소리가 나면 안돼요.”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제대로 된 대답을 듣자,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사숙님! 말 편히 하십시요! 그럼 어떤 소리가 나야 하는 건지요?”


도결은 이번엔 대답 대신 그녀와 마주서며 자세를 잡았다.


팟-


도결이 검을 빼어들자 그녀의 얼굴위로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뭐지?


왠지 기분이 좋아 지는 것 같아.


그녀는 도결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같이 발검과 착검을 반복했다.


어느 덧 수련장에 있던 이들도 그녀와 그의 모습을 보곤 수근거렸다.


“내가 말했지?! 서령 사저가 저 사람과 같이 있잖아!”


“어? 정말 그렇네요?저게 무슨 그림이죠?”


“뭐, 비무대회도 다 끝났는데 상관없겠지····· 신경쓰지 말고 한번이라도 더 움직이거라. 혹시 알아?”


“예~ 사형!”


한편 도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도윤이 발검과 착검을 반복하고 있던 그에게 다가갔다.


도윤의 모습을 먼저 발견한 은서령이 정중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사백님을 뵙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보는 구나.”


그녀의 목소리에 도결도 고개를 돌려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무당제일검 진도윤.


자신의 스승과 현권장로를 제외한다면 자신이 유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먼발치에서 몇 번 보았던게 전부였지만.


선망했기에.


잊혀지지 않았다.


“대사형을 뵙습니다.”


도결이 정중하게 포권하며 인사를 건네자, 도윤은 다소 의외라는 듯 물었다.


“나를 알고 있느냐?”


“예.”


“내 소개를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긴 하다만, 사형으로서 그동안 미안했구나.”


그가 건낸 말의 의미를 이해한 듯 도결은 고개를 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사제가 못나서 그렇지요.”


도결은 이 순간에도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올 곧은 아이로구나.


그런 그의 대답이 여간 마음에 드는게 아니였다.


도윤은 그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 사형이, 사제의 검을 직접 한번 받아보고 싶은데 어떠하더냐?”


그의 말을 도결의 옆에서 듣고 있던 은서령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배분이 높다 한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는데.


무당제일검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니.


그녀였다면 부담스러움에 주저했을 것이다.


그런 도윤의 물음에 도결은 간결하게 대답했다.


“예.”


호오,

요 녀석 봐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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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9분 전 8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9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8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 남무지회(7) 24.08.29 208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5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1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1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70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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