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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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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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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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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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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무지회(12)

DUMMY

첫 번째 대결은 무당파의 은서령과 종남파의 백해설이 맞붙었다.


무당은 기선제압을 하려는 듯 은서령을 선두에 세웠다.


그녀는 연무장에 올라 크게 한번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후우.”


흑(黑) 종남파 21대 제자 백해설

백(白) 무당파 23대 제자 은서령


비무관이 흑백의 이름을 힘차게 호명하자, 은서령은 고개를 들며 감았던 눈을 크게 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의 모든 걸 쏟아 붓는다.’


은서령은 비무가 시작되기 전 검을 빼어 들지 않았다.


바로, 무당제일검 진도윤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검을 뽑지 않고 자세를 취하자, 백해설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년이!


비무대회에서 우승했다고 감히 나를 경시하는 것이냐.


비무가 시작되자, 해설이 먼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현천검법(玄天劍法)”


그의 검은 수평과 사선을 오가며, 은서령을 거세게 압박해 들어왔다.


쇄에엑-


해설의 검이 공기를 가르며 날카로운 검명이 울려 퍼졌다.


그의 검로는 단순해 보였지만, 그 안에 숨겨진 찌르기와 변칙적인 각도의 공격은 그녀에게 예상치 못한 위기를 안겨주었다.


시작부터 까다롭구나.


찌르기 때문에 섣불리 검을 뻗을 수가 없어.


은서령은 해설의 검에 맞서지 않고 유영보(流水步)의 보법으로 그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해설은 집요하게 그녀의 움직임을 추격하며, 검을 더욱 깊숙이 찔러 들어갔다.


하아.


왜 이렇게 집요한거야?


해설의 검은 공중에서 한순간 멈춘 듯하다가, 다시 번개같이 뻗어나갔다.


쉬이- 쇄에엑-


검의 궤적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것이 종남의 검이다! 계집 따위가 받아 낼 수 있는 검이 아니니라!’


해설의 검은 은서령의 주위를 맴돌며 끊임없이 그녀를 조여왔다.


다시한번 은서령은 재빠르게 몸을 낮추어 해설의 검을 피하며, 유영보를 사용해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설의 추격은 매섭고 끈질겼다.


그녀는 움직임을 멈추고, 제자리에서 우뚝 섰다.


해설의 검이 그녀를 향해 다시 한 번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은서령이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팔괘검법(八卦劍法)!”


바람처럼 자유로웠고, 물결처럼 부드러웠다.


‘몸의 중심을 무너뜨린 후 반격한다!’


그녀의 검은 작은 파동을 일으키며, 깊게 찔러오는 해설의 검을 흘려보냈다.


당황한 해설은 그녀의 검이 인도하는 방향을 따라 몸이 휘청거렸다.


지금이다.


휘릭-


은서령은 휘청거리는 그의 등에 왼손을 짚고, 그 반동을 이용해 그의 반대편으로 재빠르게 회전했다.


그녀의 검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팔괘검법, 손(巽)”


일렁이던 그녀의 검이 바람처럼 흩어지며 유연하게 움직였다.


검끝에서 피어오른 기운이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해설의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제 피할 곳은 없어.”


은서령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검은 바람과 하나가 된 듯 흔들리며 해설을 향해 날아들었다.


마침내 그녀의 검끝이 해설의 턱끝에 멈춰섰다.


“크윽, 저의 패배입니다.”


해설의 패배 선언에 은서령은 굳혔던 표정을 풀며 자신의 사형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해냈습니다, 사형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내의 인파들과 무당의 제자들이 일제히 그녀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은서령! 은서령! 은서령!"


환호성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들의 열광은 단순히 그녀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아한 자태와 빼어난 외모도 그 환호에 큰 몫을 하고 있었으리라.


은서령은 자신을 향해 울려 퍼지는 함성 소리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녀의 뺨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고,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성취감이 가득했다.


"수고 많았다, 서령아!"


무당파의 사형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격려의 말을 건넸다.


진무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사형들."


그리고 이어지는 비무에서도 은서령은 허해림을 상대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었다.


"은서령! 은서령! 은서령!"


연이은 은서령의 승리에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고, 무당파 제자들과 관중들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단상에 자리한 무당파 장로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껄껄, 내가 뭐라고 했던가! 올해 친선비무는 서령이의 무대가 될 거라지 않았나!”


“보름 전보다 팔괘검법의 깊이가 더욱 심오해진 듯합니다. 허허.”


그러나 종남의 장로들은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채, 미소를 지으며 무당파의 장로들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무당 장로님들 말씀처럼, 저 아이가 펼쳐내는 검술 하나하나에 무당의 정수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껄껄.”


흑(黑) 종남파 21대 제자 남해성

백(白) 무당파 23대 제자 은서령


세 번째 비무가 시작되며 흑백의 이름이 힘차게 호명되자, 단상에 있던 종남파 장로들의 분위기가 일순간 바뀌었다.


드디어 나왔다!


가거라, 종남의 검이 무엇인지 이들에게 보여주어라!


“벌써 세 번째 비무라니····· 저 은서령이라는 아이가 이번엔 또 어떤 검술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가 되는군요. 껄껄.”


종남의 장로가 무당의 장로들을 향해 속에도 없는 말로 빈말을 던졌다.


내가 종남의 속을 모를 줄 아느냐?


지금쯤 속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겠지, 껄껄.


“아닙니다······, 이번에 나온 종남파의 아이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기세가 심상치 않군요.”


무당의 장로가 겸손한 태도로 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세 번째 비무에서 은서령은 검을 제대로 뽑아내지도 못한 채, 패하였다.


남해성은 마치 그녀를 가지고 노는 듯, 은서령이 검을 뽑으려 할 때마다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감싸 검을 다시 검집으로 밀어 넣었다.


그의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남해성은 그녀의 손등을 감쌀 때마다 은서령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소저의 피부결이 참으로 곱습니다.”


은서령은 수치심으로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재차 검을 뽑아내려 했으나 번번히 남해성에게 제지당했다.


그녀의 귓가에 다시 그의 음성이 스며들었다.


“얼굴은 왜 붉히시는 겁니까? 혹시 제게 연정이라도 품으신····· 크크·····”


어느새 은서령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어금니를 꽉 물고 그와 거리를 벌려 검을 뽑아내려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천양지차(天壤之差).


격차는 확연했다.


“졌습니다.”


패배를 인정한 은서령이 등을 돌려 걸어가려는 순간, 남해성의 희롱 섞인 음성이 다시 한번 그녀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땀으로 흥건하군요. 다음엔 좀 더 은밀한 자리에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크크.”


그의 음흉한 시선이 자신을 천천히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개새끼.


은서령은 연무장을 내려오며, 자신의 사형들과 도결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모습을 보자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또르르-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은서령은 절대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이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의 사형들은 걱정어린 시선으로 은서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실력이 모자라 벌어진 일을 어찌 탓할 수 있으랴.


“아닙니다. 그저 사형들께 미안해서 그럽니다.”


진혁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아니다. 남은건 이 사형들에게 맡기거라.”


은서령은 눈물을 훔치며 대답했다.


“예····, 사형.”


하지만 이어지는 비무에서 진혁과 진우, 위청은 차례대로 무너졌다.


그들은 남해성에게 제대로 된 공격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빠르게 패배를 선언했다.


자신을 포함한 진우와 위청마저 남해성에게 연이어 쓰러지자, 진혁은 팔에 난 상처를 지혈하지도 않은 채 바닥을 힘껏 내려쳤다.


쿵-


“기필코 다음번엔, 반드시 이길 것이다!”


한편, 남해성은 단상에 있던 종남의 장로들을 향해 정중하게 포권해보였다.


낄낄, 보았느냐?


이 날을 위해 종남의 신풍(神風)을 아껴두었다.


이번 지회는 완벽한 종남의 승리다!


“호오, 실력도 실력이지만 예(禮)까지 겸비하다니······ 실로 중원의 경사로군요.”


남해성을 향한 무당의 대장로 하현도의 찬사였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군.


앞으로 종남은 해성과, 해준이로 인해 무당을 뛰어 넘게 될 것이다!


“과찬이십니다. 무당의 제자들도 잘 싸웠습니다만, 운이 따르지 않았군요······.”


종남의 장로들은 마치 친선비무가 끝난 듯, 여유롭게 말했다.


그러자 현권장로가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한 사람 남았습니다.”


그의 말에 종남의 장로들은 자신들의 결례를 깨닫고 사과를 건넸다.


하.


그깟 사서의 제자가 남아 있었다는 걸 깜빡했군.


어차피 변명거리를 만들려고 세운 인물일 테지만, 정색하기는······ 쯧.


“늙었는지 자꾸 깜빡합니다······, 허허. 다음 비무도 기대되는군요.”


하지만, 장내의 인파들과 종남의 제자들은 지루한지 연신 하품을 했다.


“역시, 단진무가 없어서 인지 너무 일방적이구만.”


“그렇게 따지면 아직 종남도 서해준이 안나왔어~”


“그러게? 서해준도 안나왔는데····· 저 종남의 남해성이란 자가 강한건가?”


“아니면 무당의 제자들이 너무 약한걸지도·····.”


반면 무당파의 제자들은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대사형만 있었더라면······.


아니, 단진무라도 있었더라면······.


하지만 은서령은 믿고 있었다.


백도결을.


아니, 간절히 믿고 싶었다.


늘 어리숙해 보이는 그 멍청한 사숙을.


‘사숙님, 힘내십시요·····.’


흑(黑) 종남파 21대 제자 남해성

백(白) 무당파 22대 제자 백도결


장내가 웅성거렸다.


22대 제자?


“도(道)”자 항렬이면 22대가 맞는데?


어째서······.


나이는 비슷해 보이는데, 그래도 이건 좀······.


반면, 무당파의 제자들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제발.


남해성은 도결의 모습에 짜증이 났다.


옥판지손(玉盤之孫).


분명 귀한 집안의 자식이겠지.


옥으로 만들어진 접시에서 자란.


그렇지 않고서야 나보다 어린 나이에 배분이 높을 수는 없었을테니.


이래서 불공평한 이 세상이 싫다.


네놈은 오늘, 망가져야 겠다.


“종남의 21대 제자, 남해성입니다.”


그의 정중한 포권에 도결 또한 그를 향해 포권해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무당의 22대 제자, 백도결입니다.”


하지만, 오늘 도결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리 유난히 차가웠다.


그런 그의 모습은 해성에겐 가진 자의 거만이라 느껴졌다.


비무관이 손을 들기 전부터 도결은 특유의 자세를 취했다.


‘저 자식은 비무의 예를 모르는 건가? 하긴, 다른 무당의 제자들도 모두 비무가 시작되고 나서야 검을 뽑았었지?’


해성은 조롱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힘만으로 ‘종남의 신풍’이라는 별호를 얻었기에,


도결과 같은 옥으로 빚어진 접시 위에서 자란 자들이 너무도 거슬렸다.


해성은 도결의 앞에 바짝 다가가 그의 귓가에 은밀히 속삭였다.


“나는 너 같은 놈들을 보면 말이지····· 망가뜨·····”


너무 가깝다.


이 거리에서는 무취섬화를 쓸 수 없다.


바로 그때, 비무관이 팔을 높이 들어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쿠구콰앙-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도결은 한참 자신의 귓가에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남해성의 가슴을 발바닥으로 힘차게 밀어냈다.


해성의 몸이 연무장의 바닥을 타고 굴러가며, 바닥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차인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밀렸을 뿐.


해성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말하고 있는데 발로 차?


이 개새끼가.


그래, 오늘 확실하게 보여주리라.


종남의 신풍을.


“말하고 있는데 공격하는 건 예(禮)가 아닙······.”


그러나 해성은 자신의 귓가에 스치듯 들려오는 도결의 음성에 말을 잇지 못했다.


“무취섬화(無翠閃火)”


해성의 몸은 연무장의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의 검과 함께 가슴에 선명한 붉은 선을 새긴 채로.


스으윽, 착-


뒤를 돌아보지 않고, 태선검을 검집에 집어 넣으며 도결이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왜 울리고 그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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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31분 전 9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 남무지회(12) 24.09.04 173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80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8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8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5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2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1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70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7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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