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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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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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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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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당산의 패륜아(1)

DUMMY

남무지회는 다소 찝찝한 뒷맛을 남기며 그렇게 막을 내렸다.


“진짜라고? 무당파 안에서 제자가 스승을······?”


“쉿, 조용히 해. 종남 사람들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 난다니까.”


호북성과 섬서성을 중심으로 종남파의 참극은 빠르게 소문으로 퍼져 나갔다. 처음에는 무당 내부에서도 이 사건을 두고 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잠잠해졌다.


그날도 무당의 23대 제자들과 도결은 천운봉을 향해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헥, 헥······ 사형, 대체 저희는 언제까지 천운봉을 올라야 합니까?······.”


청하율이 힘겹게 말하자, 그 옆의 진우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맞장구쳤다.


“도, 도결 사숙님이 이걸 칠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하셨다니······ 대체 말이 됩니까······?”


남무지회 이후 다짐했던 각오가 조금씩 느슨해지고 있었다. 그러자 진혁이 그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남무지회가 끝난 지 겨우 이틀 지났다. 벌써 기운이 빠진 거냐?”


그러나 진우는 억울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건 남해성이란 자가 비상식적으로 강했던 거 아닙니까······.”


“그럼 도결 사숙님은?”


진혁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청하율과 진우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묵묵히 천운봉을 오르기 시작했다.


뭐긴 뭐야.


도결 사숙님도 괴물이지.


저거 봐봐~ 우린 아직도 올라가는데!


벌써 내려오고 있잖아······.


아직 천운봉의 절반도 오르지 못한 그들의 눈에 도결은 이미 꼭대기를 찍고, 오리걸음으로 가볍게 내려오고 있었다.


절레절레.


저건 못따라한다.


절대로!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 제자들은 겨우 검도장에 도착했다. 모두가 대(大)자로 뻗어 숨을 헐떡였다.


“헤엑, 헥······”


“허억, 헉헉···· 무, 무울 조옴····.”


“저, 저허도호 힘듭니다··· 헥, 헥 사혀엉께서 직저업 떠다 드십시오··· 헥헥···”


이 말에 진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녀석봐라?


힘들다고 눈에 뵈는 게 없어진 건가?


지금 당장···, 아니 지금은 참는다·····


나중에··· 꼭 경을 쳐주마·····헥헥·····


보름이 지난 어느 날, 늘 그렇듯 불행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무당파의 장문각(掌門閣)에 무림맹으로부터 한 통의 서신이 도착했다


【무당제일검 진도윤, 진고개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서신 속엔 도윤의 죽음이 담담히 적혀 있었다.


······!!


서신을 읽는 장문인 소현청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내 그의 눈가가 떨리기 시작하며, 얼굴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장문인, 대체 서신에 뭐라고 적혀 있길래 그러십니까?······”


대장로 하현도가 다급하게 물었으나, 소현청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떨리는 손으로 서신을 건넸다.


【무당제일검 진도윤, 진고개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짧은 문장이었다.


너무도, 짧은.


하현도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가도 붉어졌다.


“이,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분명 잘못된 소식일 것입니다! 도윤이가, 도윤이가 어떻게!!!”


하현도의 입은 그의 죽음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애통이었다.


장문인 소현청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림맹에 다시 한번 확인해보거라·····.”


이렇게까지 동요하는 소현청은 처음이었다.


****


은서령이 청풍각의 문을 박차고 다급히 들어왔다.


얼마나 울었는지 그녀의 눈가는 이미 퉁퉁 부어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무가 깜짝 놀라며 다급히 물었다.


“은사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청풍각에 모여 있던 무당의 23대 제자들도 은서령의 모습을 보고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은서령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하려 했지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어깨가 들썩였다.


이내 다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입을 떼었다.


“도윤······ 도윤 사백님이······.”


은서령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그녀의 입이 다시 열리길 기다리던 진혁이 참다못해 큰 소리로 다그쳤다.


“도윤 사백님이! 대체 무슨 일이 있다는 거냐! 어서 말을 해보거라! 도윤 사백님께 무슨 변고가 생긴것이냐?!”


진혁의 다그침에 은서령은 어깨를 더 크게 들썩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진무가 나서서 그녀를 달랬다.


“서령아, 무슨 일이냐? 이렇게 울기만 하면 이 사형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느냐······.”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은서령의 표정은 그들에게 더욱 깊은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도, 도윤 사백님께서······”


“그래, 울지 말고 천천히 말해보거라···.”


“도윤 사백님께서, 돌아가셨다 합니다······. 으어엉, 흑흑”


순간, 진무는 처음으로 은서령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냐! 말도 안 돼! 어떻게 도윤 사백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이냐! 사매가 잘못 들은 것이겠지!!”


그의 절박한 외침에 방 안은 더욱 깊은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도윤 사백님이?


그럴 리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은서령의 말을 부정했다.


이렇게 진도윤의 죽음은 무당파의 모든 이에게 깊고도 아린 상처를 남겼다.


물론, 백도결에게도.


현권장로의 말에 도결은 고개를 좌우로 크게 저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대사형께서 다녀오시면 저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신다 하셨습니다······..”


“나 또한 믿기 어렵구나······. 하지만 어찌 하겠느냐, 생(生)과 사(死)는 하늘의 뜻인걸······.”


현권장로가 돌아가자 도결은 다시 검을 들었다.


팟-


팟-


‘대사형이 죽었을 리 없다.’


이립(而立)을 넘긴 35세, 무당제일검 진도윤(陳道潤)은 그렇게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갔다.


****


“들었어?”


“뭘?”


"“무당제일검이 진고개에서 죽었다더라!!”


“엥?? 갑자기?? 왜? 어떻게 된 거야!”


“자세한 건 무림맹에서 조사 중이지만, 들리는 말로는 용봉회 사람들을 살리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고 하더군······.”


“누가? 무당제일검을 누가 죽였다는 거야?”


“소문으로는 마혈맹(魔血盟)이 한 짓이라던데?”


“뭐····? 마혈맹? 그럼 마교도 연관된 거 아니야? 지금이라도 피난가야 하는 거 아냐?······.”


“에이, 무림맹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설마 여기까지 오겠어?”


“그, 그렇겠지?······”


무림맹의 용호당(龍虎堂).


무림맹주 모용성은 장로 제갈현과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서 엽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무당의 장문인에게 무어라 말을 전해야 할지····.”


“개탄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예, 참으로 개탄스럽군요·····.”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는 말과 달리 은은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잃는게 있으면 얻는게 있는 법.


무림맹주 모용성이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물었다.


“이로써, 호북성의 단가(檀家)와 은가(殷家)는 무당을·····.”


모용성이 말끝을 흐리자, 제갈현이 그의 말을 대신 이었다.


“무림맹은 막대한 자금과 명성을·····.”


****


그날 이후, 무당파는 급격하게 쇠락하기 시작했다.


진도윤의 죽음은 단순히 한 명의 제자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장문인 소현청 또한 제자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보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끝내 하늘로 돌아가고 말았다.


소현청은 생을 마감하기 전, 차기 장문인을 지명했다.


진도윤의 죽음 이후, 차기 장문인으로 가장 유력했던 이는 그의 남은 제자이자 무당의 22대 둘째 제자인 소도현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장문인의 둘째 제자이자 무당의 내외로부터 인망이 두터웠기에.


“장문인···· 아니, 대사형···· 그만 누워 계시고 어서 일어나셔야지요····.”


장로 현석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에서 쌓여 가는 불안과 절망을 억누르며 외쳤다.


“대사형···· 뭐하시는 겁니까····. 이리도 나약한 사람이셨단 말입니까····. 어서, 제발 일어나십시요····.”


침상에 누워 미약한 숨을 뱉어내는 소현청은 그들의 조용한 애원에도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대사형, 이렇게 가시면 안 됩니다····. 대사형이 떠나시면 저희는, 저희의 제자들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장문인이지 않습니까····. 어서 털고 일어나십시요····.”


소현청은 장문인이라는 말에 조용히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현도··· 현권 ···현정···현우···현석···


나의 사제들, 수많은 무당의 제자들······.


그리고 스승보다 먼저 떠나버린 괘씸한 제자 도윤아.


애정(愛情)했노라.


너희 모두를, 그리고 무당을.


이순(耳順)을 갓 넘긴 61세의 나이로, 무당의 21대 장문인 소현청은 조용히 생을 마감하였다.


사제들의 비통함 속에서.


무당사(武當史)에 그의 죽음은 이렇게 기록되었다.


【자신의 제자를 정애(情愛)한 무당의 21대 장문인 소현청은 제자의 죽음에 막연해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갔다.】


기나긴, 무당의 암흑기였다.


무당제일검의 급작스러운 죽음, 그리고 그의 스승이자 장문인 소현청까지 잃어버린 무당의 하늘엔 끝없는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얼마 후, 소현청의 처소에서 유교서(遺敎書)가 발견되었다.


【무당(武當) 22대 장문인 채도강(蔡道剛)】


자신의 뒤를 이를 장문인을 지목한 유교서를 처음 발견한 것은 대장로 하현도였다. 그는 즉시 장로회를 소집하여 이 사실을 알렸다.


“아무리···· 대사형의 유지(遺志)이지만········ .”


장내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모두가 아직 소현청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 대사형·······, 크, 크윽·····흐윽····”


현권장로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고, 현우장로 또한 눈시울을 붉힌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사형께서 끝까지 우리를 시험하시는 것이겠지요····.”


장로들 사이에서 채도강의 장문인직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이 오갔지만, 그들은 사형을 잃은 슬픔과 애통함 속에서 도강의 장문인직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대장로 하현도가 무겁게 입술을 떼었다.


“장문인, 아니·····우리들 대사형의 마지막 명(命)이니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요, 우리가 또 대사형 말을 듣지 않을거라 생각하신건지 저렇게 유교서까지···, 참으로 대사형 답습니다.”


하현도는 사제들을 향해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그리 되었으니, 오늘부로 우리 21대 제자들은 전부 장로직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도강이 무당을 잘 이끌 수 있도록 조용히 뒤로 물러날 것이다.”


그들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현도는 현권을 조용히 따로 불러냈다.


“현권사제.”


“예, 사형···· 말씀하십시요····.”


하현도는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꼭 잡고 힘주어 말했다.


“오늘부로 우리는 모두 물러나겠지만, 넌 태상장로(太上長老)가 되어줘야 겠다.”


현권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 태, 태상장로라니요? 그 자리는 사형께서 맡으셔야지요.”


“아니다, 너 여야만 한다. 비록 대사형의 유지로 도강의 장문직을 수락했지만,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채도강.


무당산의 패륜아.


그에게는 장문인으로서 지녀야 할 절(節)과 예(禮)가 없었다.


“그, 그치만 그놈은 제 말도 잘 듣지 않습니다······.”


안 듣는 것이 다행일 정도다.


너 또한 슬프다는 것 안다.


하지만, 현권아.


지금 무당에선 그 누구보다도 네가 필요하다.


“우리들 말은 ‘전혀’ 듣지 않을게다.”


하현도의 말에 현권은 부정 할 수 없었다.


“제가 잘 해낼 수 있겠습니까?”


“너 밖에 없다.”


“······.”


다음날 아침.


대장로 하현도는 무당의 제자들을 모아 22대 장문인을 공표했다.


무당(武當)의 22대 장문인 채도강(蔡道剛).


무당의 제자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무당산의 패륜아, 채도강·····이라니?


그 순간, 채도강이 하현도에게 다가가 귀를 후비며 나른하게 말했다.


“······? 내가 왜요? 수락한 적 없어요~ 싫어요~”


또 시작이구나····


머리가 아프다.


대사형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하현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현권을 바라보았다.


현권아, 이 사형 좀 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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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23분 전 7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0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8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6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49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6 3 12쪽
»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5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5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8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7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2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6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29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0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39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69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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