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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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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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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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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무지회(4)

DUMMY

팟-


이번에 도결은 자신의 왼손에 검을 집어넣으며, 진혁을 향해 돌아보지 않았다.


진혁은 검과 함께 연무장 밖으로 날아갔다.


쿵-


한참을 날아간 진혁은 연무장의 외벽에 부딪히며 바닥에 떨어졌다.


비무관이 우렁차게 승자의 이름을 알렸다.


“장외 승! 흑(黑) 백도결(白道決)!”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권장로는 도결과 진혁의 모습을 보고 의문을 가졌다.


‘뭐지? 베지 않았다. 베는 동작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만, 진혁은 날아갔다. 저 멀리···· 설마, 검등으로?’


현권장로는 연무장을 내려오고 있는 도결에게 다가가 물었다.


“검등으로 친 것이더냐...?”


도결은 그를 바라보며, 짧게 대답했다.


“예.”


“어째서?”


도결은 현권장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사백님께서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언제? 아, 아니 도대체 뭘?! 무슨 말?!”


“몸 상하게 하진 말거라! 라고요.”


진혁에게 보낸 전음을 도결이 들은 것인가?


대체 무슨 수로?


아! 설마?! 미친····.


그랬던 것인가.


그 말인즉, 진혁에게 전음을 보냈을 때 너는 이미 진혁을 베는 도중이었던 게냐?


그게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상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낸 전음을 엿들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현권장로는 진혁에게 전음을 보내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진혁을 베고 있던 도결에게 전음을 보낸 것이었다.


“그래서 진혁을 베지 않고 애꿎은 검만 계속 부쉈던 것이냐?”


도결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달리 방도가 없어서···· 아무래도 제가 부순 검 값은 변상···· 해야····겠지요····? 흐어억.”


이런 정신 나간 놈을 봤나.


이 와중에 검 값을 걱정하고 있던 게냐.


현권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말거라. 그리고 잘했다.”


여섯번째, 일곱번째 비무가 끝나 어느덧 열한번째의 비무가 시작되었음에도 여전히 그 곳에 서있는 이는 도결이었다.


촉망받는 외문제자들도 그리고 22대로부터 직접 무공을 전수받는 내문제자들도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흑(黑) 백도결(白道決)

백(白) 은서령(殷書玲)


이번에도 비무관(比武官)이 흑백의 이름을 호명하며, 팔을 들어 올려보였다.


열한번째 비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도결은 이전과 달리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검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연무장의 밑으로 내려갔다.


비무관도 당황한 나머지 이전보다 확연하게 작은 목소리로 승자의 이름을 알렸다.


“장외 승! 백(白) 은서령(殷書玲)!”


도결의 갑작스런 행동에 장내는 수많은 추측들로 소란스러워 졌다.


“내공이 바닥난거 아니야?”


“그렇지 않을까요? 연속으로 열명이랑 비무를 벌였으니 그럴만도······.”


“쉿, 저번에 은서령이 저사람에게 말거는 걸 본적이 있데! 아마 짜고 치는거 아닐까?”


“에이······, 그건 너무 억측 같습니다······.”


“사제, 잘들어봐! 너 같으면 은서령처럼 예쁜 소저가 져 달라고 하면 안져줄 것 같아?”


“져줄 것 같습니다····. 그, 그래도 그건 좀····.”


한편, 은서령은 자신을 앞에두고 연무장을 내려가버린 도결에게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다가갔다.


“사숙님, 왜 저와는 비무를 하지 않는 거죠?”


그녀에 물음에 도결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은서령은 재차 도결을 향해 소리쳤다.


“설마 제가 사내가 아닌, 여인이라서 저와는 비무를 하기 싫다는 건 아니시겠죠!”


도결은 고개를 가로저어 보이며 그곳을 벗어났다.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은서령은 제자리에서 씩씩거리며 아무도 듣지 못하게 중얼거렸다.


“자기가 사숙이면 단가! 흥!”


열두번째 비무를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흑(黑) 장위청(張雨靑)

백(白) 은서령(殷書玲)


은서령은 다급히 연무장으로 돌아가, 비무를 준비했다.


남무지회(南武之會)에 나가겠다며 사질들의 비무대회에 나가는 걸 마다 않던 도결이었다.


현권장로는 멀리서 비무를 지켜보던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 이냐?”


도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멀쩡합니다. 헤헤.”


“그럼, 연무장에선 왜 내려온 것이냐.”


“그것이······.”


도결은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어갔다.


“저에게 처음 생긴 사질을 향해 검 끝을 겨눌 수는 없었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이야기 해주지 않는 도결이었지만, 현권장로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도결은 원래 그런 사질이니까.


새삼 이상해 할 것도 없었다.


“저 때문에 여러모로 신경써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사백님.”


“개념치 말거라. 근데, 후회는 없겠느냐?”


“예.”


"그럼 되었다.”


“저····· 사백님, 혹시 남은 비무대회 구경은 해도 되겠습니까?”


엉뚱한 그의 말에 현권장로는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크하하, 네놈 마음대로 하거라.”


현권장로는 단상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의 옆에 나란히 앉아 남은 비무대회를 지켜보았다.


‘이 비무대회가 끝나면 이녀석으로 인해 무당은 시끄러워 질 것이다.’


현권장로의 입가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서려있었다.


****


은서령과 장위청이 맞붙은 비무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론 은서령의 아리따운 외모도 한몫 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내문제자이자 허도화(許道華)를 스승으로 두었기에 무공실력 또한 상당했다.


“팔괘검법(八卦劍法)”


그녀의 검이 유연하고도 정교한 동작으로 곡선의 검로를 그렸다.


은서령의 검은 부드럽게 흐르며 장위청의 공격을 흘려보내고, 틈을 노려 반격하는 모습은 마치 그의 사부를 연상케 했다.


반면 장위청은 북두칠성의 위치를 본뜬 칠성검법을 사용해 빠르고 치밀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의 검은 일곱 개의 검로를 연이어 만들어내며 은서령을 몰아붙였다.


칠성검법의 위력은 일순간에 장내를 휘몰아쳤고,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보았다.


“와, 장위청도 장난아니네?”


“곧 내문제자로 승격된다는 소문도 있던데?”


하지만 은서령은 팔괘검법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 장위청의 공격을 피하며, 상대의 힘을 흘려보내는 동시에 틈새를 노렸다.


허도화(許道華)의 제자다운 몸놀림 이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원을 그리며 점점 장위청의 칠성검법을 무력화시켰다.


장위청의 공격은 점점 무뎌졌고, 그 틈을 타 은서령은 여유롭게 반격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도화(道華)는 초조한지 두손을 꼭 잡고 은서령의 비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부와 함께, 꼭 남무지회에 같이 나가자구나! 으···· 내가 더 떨리네.’


결국, 은서령의 팔괘검법이 장위청의 칠성검법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 그녀의 검로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장위청의 방어를 뚫고 일격을 가했다.


“크, 크윽.”


장위청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고, 은서령은 미소를 지으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비무관이 우렁차게 승자의 이름을 알렸다.


“승자, 백(白) 은서령(殷書玲)!”


장내의 모두는 은서령의 이름이 불리우자 크게 환호했다.


“우와와와····· 서령 사저가 이겼다!”


“역시! 은서령! 저 장위청을······!”


장내가 은서령을 향한 환호소리로 가득해지자, 단상위의 장로들도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눴다.


“도화(道華) 사질의 제자도 제법이군요.”


“예, 오랜만에 제대로 된 팔괘검법을 본 것 같습니다. 눈이 즐거웠습니다.”


“이제야 제법 비무대회다워 진 것 같습니다. 껄껄”


무당의 장로들에게 있어, 앞서 펼쳐진 열번의 비무에서 보인 도결의 검법은 불편했다.


이제는 전승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무당에 갓 입문한 어린아이나 배울법한 무취섬화(無翠閃火)는 그들에게 있어 인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무취섬화(無翠閃火)를 배웠음에도, 도결의 검법을 알아보지 못했다.


결국 그들의 머릿속에서 도결에 대한 인상은 옅어져 갔다.


그들이 자랑하는 태극선화검(太極仙華劍)이나, 팔괘검법 (八卦劍法) 이야 말로 무당의 정수라고 생각했기에.


자신들의 사제였지만 제대로 된 검술하나 배우지 못한 현명의 제자, 백도결은 또다시 그들 사이에서 지워졌다.


이윽고, 열여섯번의 비무가 끝날 때까지 비무관은 은서령의 승리를 선언했다.


도현(道賢)장로는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올해 남무지회의 돌풍은 왠지 저 아이가 될 것 같군요. 껄껄”


“허허,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난 다른 의견이네만, 끌끌”


갑자스런 장문인의 말에 장로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장문인께선 이번 지회에서 누가 활약 할 걸로 생각하십니까.”


장문인 소현청은 그들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웃기만 했다.


마지막 비무를 알리는 외침이 들렸다.


흑(黑) 단진무(檀眞武)

백(白) 은서령(殷書玲)


하지만, 비무가 시작되자 단진무는 그대로 연무장을 내려오며 기권했다.


23대 제자들의 대사형인 진무(眞武)는 이번 남무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곧 무림맹이 주최하는 용봉회(龍鳳會)의 선발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식상, 진무는 23대 제자들의 비무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수는 없었고, 그런 그의 위신을 배려한 장로회는 부전승으로 결승에 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진무를 결승에 두어 남무지회에 선발될 제자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진무의 무위는 그들 사이에선, 압도적이었기에.


연무장에 모인 이들 중,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건 오직 도결 뿐이었다.


“진무 사질과도 겨뤄보고 싶었는데······.”


그저 오다가다 제자들 사이에서 하는 진무의 명성을 들었던, 도결이 아쉬워했다.


현권장로는 도결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서라.


네 녀석에게 놀란건 맞다만, 진무는 그저 속도로만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현권장로는 비무대회가 끝나면, 자신이 직접 나서 그에게 무공을 전수하려 마음먹고 있었다.


“우승, 백(白) 은서령(殷書玲)!”


마침내 비무관이 힘찬 목소리로 은서령의 최종 우승을 알렸다.


은서령의 이름이 불리자, 장내는 떠날갈 듯 그녀의 이름을 연호했다.


“은서령! 은서령! 은서령!”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해맑은 미소로 화답했지만, 시선만은 장내의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도결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칫, 다음에 보면 깨물어 버릴테다!’


그녀의 우승이 확정되자, 현권장로는 도결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뒤 단상으로 발걸음했다.


바로 우승자인 은서령을 제외한 남무지회에 선발될 나머지 제자들을 뽑기 위함이었다.


도결을 추천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미 장로들 사이에선 어느정도 윤곽이 잡혀 있었다.


하긴.


그리도 무시하던 현명의 제자를 추천할리 없지.


열명을 이겼는데.


거기에 도결에게 무참히 짖밟힌 진혁의 이름까지 있다니.


저들이 진상을 알리 없지.


도결이 진혁을 배려해주며 싸웠던 것을.


“운진혁, 현진우, 청하율, 장위청. 이렇게 넷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십니까?”


“저는 동의합니다. 남무지회가 벌써 기대되는군요. 껄껄”


“그렇지요. 올해는 종남파에게 져서는 안됩니다!”


“진무가 출전하지 못한다는게 흠이지만···· 뭐 ····, 이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군요.”


그럼 그렇지.


무당도 이제 다 되었구나.


고여버렸어.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현권장로는 달리 반박하지 못했다.


비록 자신의 사형보다 사제들이 훨씬 많음에도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리고 명분 또한 없었다.


도결의 검법이 무취섬화(無翠閃火)라고 자신조차 단언할 수 없었기에.


진경각에는 무당 뿐만 아니라, 세대를 이어오며 다른 문파의 비급들도 다수 존재했다.


혹여, 남무지회에 나가게 되더라도 도결의 검법이 다른 문파의 무공임이 알려진다면, 그야 말로 수치였다.


그렇게 남무지회에 나갈 제자들이 확정 될 즈음.


장문인(掌門人) 소현청(蕭玄淸)이 입을 열었다.


“백도결을 추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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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8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6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49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6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2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4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5 4 13쪽
10 남무지회(10) 24.09.01 178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7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2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6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2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29 6 14쪽
» 남무지회(4) 24.08.27 238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38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67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66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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