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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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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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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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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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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무지회(10)

DUMMY

흑(黑) 무당파 22대 제자 왕도청

백(白) 종남파 20대 제자 윤령원


비무관(比武官)이 흑백의 이름을 힘차게 호명하자, 시작부터 장내가 웅성거렸다.


“어? 종남검제가 벌써 나와?”


“으아····· 종남도 자비 없구나······.”


무당의 22대 제자들과 종남의 20대 제자들의 비무는 승자연승제(勝者連勝制)였다.


하여 종남은 진도윤이 빠진 무당의 허를 찔렀다.


‘껄껄, 작년에 받은 수모는 잊지 않았다오····.’


작년 종남산에서 열렸던 친선비무대회는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무당제일검 진도윤.


그는 선두에 서, 종남의 20대 제자들을 연이어 격파했다.


마지막에 남아있던 종남검제까지.


일방적인 진도윤의 압살.


힘의 차이를 여실하게 보여줬던 그가 없었기에, 이처럼 종남검제 령원을 선두에 세운 것이었다.


비무관이 하늘을 향해 팔을 들어올리자, 환호 속에 비무가 시작되었다.


우와아아아!


“아무래도 종남검제가 이기겠지?······”


“진도윤이 아니고서야 누가 종남검제를 막겠어? 당연히 종남파의 승리지.”


“에이, 그래도 혹시 알아? 누군가가 ‘짠’하고 나타날지!”


“쯧쯧, 저기 저~ 무당파 장로들과 종남파 장로들 표정봐! 차이가 확연하잖아~”


“그렇긴 하네······ 쩝.”


경기가 시작되자 그들은 간단히 예를 갖추며 인사를 나눈 후, 날카로운 눈빛을 교환하며 검끝을 겨눴다.


도청은 오래 끌수록 불리하다 판단했다.


‘빈틈이 생기길 기다려선 안된다. 먼저 흔들어 놓는다!’


결연한 눈빛으로 령원을 바라본 후,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검법을 빠르게 펼쳐 선공을 취했다.


“태극검천선(太極劍天仙)”


그의 검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유려한 곡선의 검로를 만들어 내며 종남검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령원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처음 두 사람의 기세는 비등비등해 보였으나, 령원은 그의 검로를 빠르게 파악해가며 도청을 역으로 압박해 갔다.


종남검제는 자신을 향해 베어오는 도청의 검을 지루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작년의 수모를 되갚으려.


폐관수련까지 마다하지 않았는데·····


진도윤이 없어, 아쉽게 되었군.


도청의 공격을 이번엔 빗겨내지 않고 강하게 맞받아쳤다.


“끝이오.”


일순 자세가 흐트러진 도청을 향해 령원의 검이 번뜩였다.


그의 검이 정확하게 도청의 턱끝에 닿기 직전에 멈추자, 도청은 검을 서서히 거두며 고개를 숙였다.


“큭, 저의 패배요.”


단, 열합(十合)의 공방이었다.


승리를 하였음에도, 종남검제 령원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


그저 초점없는 공허한 눈동자로 도청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귀한 배움에 감사드립니다.”


령원은 도청을 향해 다분히 형식적인 인삿말을 건네며, 포권해 보였다.


지루하구나.


빨리 끝내고 종남산으로 돌아가야겠다.


종남검제 령원의 위력적인 모습에 무당파 장로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낭패다.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 할 초식도 사용하지 않고 도청을 제압하다니······.’


반면 종남파 장로들의 얼굴은 여유로 가득했다.


‘무당제일검이 별거더냐?지금의 종남검제는 중원제일이니라! 껄껄.’


이윽고 무당파의 소도현, 허도화 마저.


채 열합(十合)을 버텨내지 못하고 종남검제에게 패배를 인정했다.


“졌습니다.”


“귀한 배움에 감사드립니다.”


종남과 무당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려 대비됐다.


종남의 제자들은 환호하였고,


무당의 제자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고개를 숙였다.


‘크윽, 대사형만 계셨더라면······!!’


진도윤의 부전패로, 어느덧 무당의 22대 제자 중 채도강(蔡道剛)만이 남았다.


장로 장현권의 제자, 채도강.


무당산의 패륜아.


애초에 채도강은 종남과의 친선비무대회에서 한번도 모습을 보인적 없었다.


그를 지칭하는 악명을 의식해서 인지, 무당은 그를 외부에 알리길 꺼려했다.


그럼에도 이번 종남과의 친선비무를 앞두고 현권장로는 도강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기회를 주고 싶었던 스승의 고집.


그는 도결의 활약을 보며, 자신의 제자인 도강도 그늘이 아닌 양지로 나오길 염원했다.


처음 무당의 장로들은 극구 반대하였다.


“사형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도강이는 안됩니다.”


“예, 도결사질의 경우와는 다릅니다. 이건, 무당의 수치를 자청해서 외부에 알리는 꼴입니다.”


그럼에도 현권장로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내 제자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장로직을 내놓으마.”


현권장로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었기에, 자신들의 사형인 그의 고집을 꺽는게 불편했다.


어차피 진도윤이란 확실한 존재가 있었기에 그가 친선비무에 출전할 일은 없으리라······.


흑(黑) 무당파 22대 제자 채도강

백(白) 종남파 20대 제자 윤령원


아 지미럴.


왜 갑자기 비무대회에 나가라고 하는거야.


귀찮아 죽겠네.


비무관이 흑백의 이름을 호명하자, 도강이 삐딱하게 걸어나왔다.


“종남의 20대 제자, 윤령원(尹嶺元) 입니다.”


도강은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네는 종남검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가 종남검제의 인사를 받지 않자 장내가 술렁였다.


그런 도강의 모습에 무당의 장로들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며,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지금이라도 기권시켜야 하나?’


무당의 장로들은 일제히 현권장로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종남의 장로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형에게 핀잔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들은 금방 그를 향한 시선을 거두었다.


아.


결국 저 망나니가 나와버렸구나····.


그렇지만, 도강도 무당의 제자였다.


최소한의 예는 지키려 노력했다.


그렇다고 정중한 예는 아니었다.


“난 무당의 채도강(蔡道剛)”


앞뒤를 잘라 먹은 그의 인사에 종남검제 윤령원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당은 저런 자를 제자라 부르는가? 실망이군.’


비록 예를 갖춘 인사는 아니었지만 현권장로는 내심 안도했다.


다행이다.


저렇게라도 한게 어디야?·····


저 놈도 이제 조금은 무당의 제자라는걸 스스로 깨닫는게야!


망상을 펼치고 있던 현권장로에게 전음이 들려왔다.


[영감, 저 종남검제인지 뭔지 죽여도 됩니까?]


순간 현권장로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자신을 향해 스승이 아닌 영감이라 불러서가 아니었다.


“재능으로만 본다면, 따라올 자가 없습니다.”


도강에 대한 진도윤의 평가였다.


그 평가가 현재 그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다시한번 현권장로는 그의 악명을 떠올렸다.


무당산의 패륜아.


‘하아,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현권장로는 도강을 향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어 보였다.


그래도 불안했는지 전음까지 날려 거듭 부탁했다.


[친선비무다! 친선! 이 스승의 면을 보아서라도 날뛰지만 말아 주거라! 제발!]


현권장로의 전음에 도강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쩝.


어려운 부탁을 하는군, 영감.


한편, 자신에게 예를 갖춘 인사를 건네지도 않고, 비무를 앞둔 상대의 모습을 응시하지도 않는 도강의 태도에 종남검제 령원은 분노했다.


감히.


내게서 시선을 돌려?


무당의 체면을 생각해 그동안은 손에 사정을 두었거늘.


비무관이 팔을 높이 들어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령원은 은은한 살기를 흘리며 도강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명백한 무력시위였다.


그럼에도 도강은 검을 빼어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걸쳐 놓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품을 했다.


이제 보니 미친 자로군.


자세도 잡지 않고, 하품을 해?


네놈 입에서 살려달란 말이 나올 때까지 패주마.


령원은 검을 빼어들지 않고 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자신을 향해 검이 아닌 주먹이 날아오자 도강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호오.


그렇게 나오시겠다?


도강은 그의 주먹을 피하며 비꼬듯 말했다.


“종남은 검법에 자신이 없나 봐?”


명백한 무력시위에 도발로 맞선 도강이었다.


상대가 종남검제임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시 그의 입이 열렸다.


“종남이 언제부터 개방의 거지들처럼 싸웠나?”


령원의 얼굴에 분노가 더 깊게 드리워졌다.


그는 더욱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다.


“응상권(鷹翔拳)!”


령원은 뻗어낸 주먹을 펼치며 손가락을 날카롭게 세웠다.


마치 독수리의 발톱처럼 보이는 그의 손이 도강을 찢어 발기려는 듯,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이쿠~ 하마터면 참새에게 할퀼 뻔!”


“그, 입좀 닫거라.”


령원은 도강을 향해 읊조리며 더욱 빠르게 손을 뻗어갔다.


이상하게도 도강은 그의 응상권에 맞서지 않고 이리저리 몸을 틀어 피하기만 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한편의 경극을 보는 듯 했다.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보면 모르겠나? 지금 무당의 제자는 피하기에 급급하지 않나!”


종남검제 령원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이 쥐새끼 같으니.


피하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더냐!


그러고도 무당의 제자라 할 수 있는 것이더냐!!


어느새 령원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호오, 사내가 되어서 계집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는구나! 크크.”


“실컷 웃어 두거라. 이 비무가 끝난 후엔 더 이상 네놈의 입에서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을 터이니.”


이제 종남검제는 더 이상 친선비무가 아닌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내려는 듯, 노골적으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종남의 장로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내심 걱정이 되었다.


혹여 친선비무에서 무당의 제자에게 심한 상처를 입히기라도 한다면, 무당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명색이 도가의 가르침을 받는 놈이, 왜 그리 부들대며 살기를 뿜어대는거냐? 아! 종남은 원래 그렇나?크하하”


계속되는 그의 도발에 종남검제 령원은 오히려 자신의 기운을 가다듬으며, 차갑게 읊조렸다.


“남악(南嶽)의 바람이 불면, 너희의 피로 그 땅이 적실 것이다.”


령원의 검이 바람에 흩날리듯 마치 안개처럼 흐릿해지며, 천천히 자취를 감췄다.


“종검무상(終劍無相)”


이윽고 보이지 않는 검의 궤적이 날카롭게 사방에 퍼져 나갔다.


령원이 펼쳐 내는 검법에 도강은 마치 사방에서 동시에 공격이 들어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호오, 샛님 치곤 제법인걸?”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기운을 느끼며 도강 또한 검을 들어 응수했다.


령원의 검이 보이지 않는 궤적을 그리고 있다면, 도강의 검은 정확하고 명료한 선을 그리며 날카롭게 반격했다.


“칠성검법(七星劍法)”


도강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령원의 검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령원의 검도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도강을 압박하고 있었다.


“피냄새가 좋구나! 크하하하.”


그들의 칼날이 부딪힐 때마다 찢어지듯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들의 몸에 생채기를 냈다.


마치 사투를 벌이는 듯,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수많은 검을 교차했다.


그들의 비무를 지켜보던 제자들과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종남검제와 대등하게 검을 맞댈 수 있는 이가 진도윤 말고도 있었다니!’


무당과 종남은 지금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지, 무당의 제자들과 장로들은 도강이 펼쳐내는 칠성검법이 혼란스러웠다.


저게 칠성검법이라고?


누가 보면 사파의 검법인줄 알겠네.


어? 자세히 보면 맞는 것도 같고······.


또, 아닌 것도 같고·····.


뭐지? 대체 저건 무슨 검법인게지?


그럼에도 지금 도강은 자신의 검법이 칠성검법이라 확신했다.


그냥 조금 입맛대로 바꿨을 뿐.


유연함 속에 강함을 품는다.


무당의 검법이나 권법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도강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만 칠성검법을 펼쳐내고 있었다.


태극의 묘리?


무당의 정수?


웃기고들 앉아 있네.


그냥 냅다 후드려 까는거지.


그딴게 다 무슨 소용이라고.


어이, 영감.


지금 보고있지?


“난 그냥 쌘거야. 그저, 타고난 대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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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무당산의 패륜아(9) NEW 31분 전 9 1 13쪽
21 무당산의 패륜아(8) 24.09.17 77 4 12쪽
20 무당산의 패륜아(7) 24.09.17 114 4 13쪽
19 무당산의 패륜아(6) 24.09.12 142 4 14쪽
18 무당산의 패륜아(5) 24.09.11 129 4 14쪽
17 무당산의 패륜아(4) 24.09.10 137 3 13쪽
16 무당산의 패륜아(3) 24.09.09 151 4 14쪽
15 무당산의 패륜아(2) 24.09.08 138 3 12쪽
14 무당산의 패륜아(1) 24.09.06 163 5 13쪽
13 남무지회(13) 24.09.04 186 6 12쪽
12 남무지회(12) 24.09.04 172 5 12쪽
11 남무지회(11) 24.09.02 176 4 13쪽
» 남무지회(10) 24.09.01 180 4 12쪽
9 남무지회(9) 24.08.30 198 5 12쪽
8 남무지회(8) 24.08.30 203 7 12쪽
7 남무지회(7) 24.08.29 208 6 13쪽
6 남무지회(6) 24.08.28 225 6 12쪽
5 남무지회(5) 24.08.27 232 6 14쪽
4 남무지회(4) 24.08.27 241 6 12쪽
3 남무지회(3) 24.08.25 241 6 12쪽
2 남무지회(2) 24.08.25 270 8 12쪽
1 남무지회(1) 24.08.25 37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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