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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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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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 자라나라 머리머리

DUMMY

4화






나는 패슨 씨에게 15리르를 받고, 페이레스 성 곳곳을 살폈다.


주민들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했는데, 의외로 친절한 대답이 돌아왔다.


‘헬멧하고 슈트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다니.’


다들 이걸 갑옷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터였다.


패슨이나 메르겐의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이거든.


게다가 이 시대에 고급 갑옷을 걸쳤다는 건, 한 신분 한다는 소리니까.


어쨌거나 나는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마그셀 왕국의 페이레스 남작령이라 그랬지.’


이곳은 국경과 꽤 멀리 떨어진 한적한 해안가 영지였다.


외딴 촌 동네라는 것 외에는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었다.


영주 또한 상당히 관대한 편······.


‘그렇다기엔 좀 어폐가 있나.’


사실 별 관심이 없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터였다.


현재 영주는 전장에서 공을 세우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거든.


기사 출신이라, 이런 깡촌 영지로는 만족을 못 하는 모양이었다.


어쨌거나 주민들은 꽤 만족하는 듯했다.


차라리 이게 훨씬 나으니까.


귀족이 횡포를 부리기 시작하면 답도 없으니 말이다.


“이제 슬슬 영지청으로 가볼까?”


생각보다 퀘스트가 어렵진 않은 것 같았다.


영지 거주권만 획득하면, 100포인트를 얻을 수 있잖아.


아마 그러면 회귀 치유술의 시전 횟수를 충전할 수 있을 터.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 쓰는 데, 포인트가 막 수천씩 들어가고 그러진 않겠지?’


지금껏 차원문은 내게 이로운 것만 제공했다.


다른 세상에 온 건 좀 당황스러웠지만, 회귀 치유술을 줬잖아.


아마 비상식적인 수준을 요구하진 않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나는 영지청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담하네.’


작은 영지라서 그런지, 행정청사가 고작 집 한 채 크기였다.


안에서 일하는 관료 또한 달랑 셋뿐이고.


나는 패슨 씨가 알려준 사람에게 다가가 보았다.


서기관 켄드릭.


갈색 머리칼이 반 이상 벗겨진 게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먹는 게 부실한지, 비쩍 마르고 인상이 강퍅해 보였다.


‘미래의 고객이로군.’


탈모 빔에 맞았다면, 무조건 날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도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음? 못 보던 사람인데, 외지인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런 자가 영지청에는 무슨 일이지?”


“패슨 씨의 소개로 왔는데요. 거주권을 좀 살 수 있나 해서 말이죠.”


“아하! 철제 괭이를 가져왔다던 그 사람? 듣자 하니, 정착하려는 것 같더구먼.”


“그런 셈입니다.”


처음에는 심드렁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거주권이라는 단어에 켄드릭은 반색했다.


촌 동네라 여기도 사람이 귀한 모양이었다.


“거주권이야 5리르면 충분하네. 하지만 집이나 땅은 좀 더 비싸지.”


“얼마나 하나요?”


“글쎄. 제각각 다르니, 콕 집어서 알려주긴 좀 그렇군. 이걸 줄 테니, 직접 가서 보고 오겠나?”


켄드릭이 건넨 건, 더럽게 못 그린 지도 한 장이었다.


그래도 알아보기가 어렵진 않았다.


건물이 워낙 적고 구획이 단순했으니까.


나는 지도를 보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아무래도 바로 살 수는 없겠는데?’


가장 저렴한 곳이 500리르 정도였다.


근데 거긴 거의 헛간이나 마찬가지라,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되었다.


그나마 좀 괜찮은 집은 1천 리르.


밭도 영주성에서 가까울수록 비쌌다.


그래야 몬스터나 도적이 침입했을 때, 수월하게 지킬 수 있으니까.


“괭이를 백 자루쯤 팔아야겠네.”


어차피 철제 농기구는 더 들여올 작정이었다.


나는 몇 군데를 눈여겨 본 다음, 영지청으로 돌아갔다.


“마음은 굳혔는가?”


“괜찮은 곳이 있긴 하던데, 가진 돈이 부족해서 말이죠. 다음에 다시 사겠습니다.”


“에헤이. 대체 돈을 어떻게 벌어서?”


“철제 농기구를 좀 팔려고요.”


“아니, 패슨에게 준 것 말고 또 있나?”


“예, 그렇습니다.”


“실력 있는 대장장이인 모양이로군.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우리 영지는 기술자 대우가 매우 좋거든.”


이 아저씨도 제멋대로 오해하기 시작했다.


페이레스에 온 이후,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뭐, 거래만 잘 된다면 상관없지.’


마음껏 오해하라고 해.


물건 고쳐 달라고 하면, 새 걸로 바꿔 줘 버리지 뭐.


“여기 이 집 어떤가? 목책 안쪽이라 외적의 침입에도 안전하고, 간이 대장간도 있다네.”


“금액이······. 3천 리르인데요?”


“당연히 할인해 드려야지. 임대료로 매달 50리르만 내게. 대장장이라면 그 정도는 쉽게 벌 수 있을 걸세.”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다.


철 괭이 다섯 자루만 팔면 되니까.


하지만 나는 농부지 대장장이가 아니다.


물론 앞에 초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겠지만.


어쨌거나 틀린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


“나중에 농사를 짓고 싶으면요?”


“어차피 임대니까 그때 가서 거처를 옮기면 되지.”


“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니, 이름부터 말해주게.”


“진희입니다.”


“알겠네. 성명은 지니.”


“지니가 아니라, 진희요.”


“그래. 지니.”


“······.”


지금껏 한국말이 잘만 통했는데, 이건 또 왜 이래?


아무래도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통역을 도와준 모양이었다.


차원문의 능력일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발음이 안 된다는데 어쩌겠나.


그냥 지니로 살아야지.


“원래 살던 곳은 어딘가?”


“저기 한참 북쪽입니다.”


“도망친 범죄자나 노예는 아니겠지? 얼굴 좀 보여주게.”


나는 살짝 주저하면서 헬멧을 벗었다.


다는 아니고 머리에 살짝 걸쳐서 빠진 머리칼을 감췄다.


여긴 죄다 백인밖에 없는 동네.


나만 동양인이면, 뭔가 좀 이상하게 볼지도 몰랐으니까.


한데, 켄드릭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은 눈동자와 검은 머리칼이라니, 북쪽 출신이 확실하군. 딱 윈터폴 사람처럼 생겼어.”


대충 둘러댄 건데, 이렇게 잘 먹힌다고?


다소 황당했지만, 나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5리르입니다.”


“절차는 다 끝났네. 매달 말일에 저 친구가 임대료를 걷으러 가니까, 잊지 말고 준비해 두게.”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번에 괭이가 완성되면, 나한테도 하나 팔게.”


“예에, 물론이죠.”


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고 영지청을 나섰다.


그러자 문득 홀로그램 글귀가 번쩍 떠올랐다.


「부가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100포인트 획득」


「지금부터 상점 시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드디어 떴다.


머리카락을 되살릴 소중한 100포인트가!


나는 곧장 반짝이는 ‘상점’ 글자를 눌러 보았다.


그러자 단출한 창 하나가 떠올랐다.



<판매 목록>

회귀 치유술 1회 충전 : 100p

차원문 강화 : 1,000p



당장은 두 종류밖에 팔지 않았다.


그래도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차원문 강화는 당장 할 수도 없는 거였고.


애초에 회귀 치유술을 충전하는 게 목표니까.


‘바로 사자.’


첫 번째 글귀에 손을 대자, 반짝이는 빛무리와 함께 보유 포인트가 0이 되었다.


그러고 다시 생겨난 시야 속의 1이라는 숫자.


나는 바로 정수리에 손을 대려다가 멈췄다.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지.”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려면, 여기선 무리였다.


거울을 찾아보기 힘든 동네였으니까.


그런데 문득 발걸음이 저절로 멈췄다.


‘어? 그러고 보니, 어떻게 돌아가지?’


페이레스에 처음 왔을 땐 그냥 바닷가 근처였다.


주변에 차원문은 없었다.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기억을 뒤적이는데, 홀로그램 글귀가 다시금 떠올랐다.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복귀하시겠습니까?」


「24시간 동안 차원문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아, 이런 방식이구나.”


언제 어디서든 돌아갈 수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물론 사람이 많은 곳은 곤란했다.


갑자기 사라지면 얼마나 이상하게 생각하겠나.


나는 일단 임대한 집에 가보기로 했다.


‘되게 허름한데?’


목책 옆에 붙은 마을 외곽이지만, 위치는 크게 상관없었다.


문제는 그 외의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였다.


중세의 평범한 통나무집이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도 이건 좀 과했다.


누가 버렸는지, 집안이 온통 쓰레기장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싹 갖다버리는 게 우선일 것 같았다.


“이쯤이면 안 보이겠지?”


집 뒤편으로 돌아간 나는 복귀 버튼을 눌렀다.


츠츠츠츠! 팟-!


불현듯 보랏색 빛무리가 나타나더니, 온몸을 빠르게 휘감았다.


잠깐 동안 묵직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이윽고 눈을 뜨니, 창고의 무너진 지하 공간이 보였다.


‘돌아왔다!’


후다다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나는 정수리를 확인했다.


연보랏빛 손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나는 떨리는 팔을 부여잡은 채, 머리에 손을 올려 놓았다.


그러자 반가운 글귀와 함께 숫자 1이 0으로 변했다.


『회귀 치유술 실행』


피이이잉!


특유의 날카로운 소음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나는 손을 천천히 떼 보았다.


어느새 긴장감은 극에 달한 상태였다.


쿵! 쿵! 쿵! 쿵!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직접 들릴 정도로 가슴이 떨렸다.


드디어 손이 가리고 있던 부위가 눈에 들어왔다.


“엥?”


하지만 극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저 평소와 똑같이 민머리일 뿐.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왜 안 되지? 설마 한 가닥만 회복된 건가?”


인간의 머리카락 수는 보통 10만 가닥 이상.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1천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좀 쉽긴 했지만, 부가 퀘스트 한 번에 달랑 100포인트였다.


그걸 10만 번 하면 탈모를 극복할 수 있단 소린가.


뭐 이런 미친 경우를······.


불만 가득한 눈으로 정수리 쪽을 훑는데, 문득 뭔가가 딱 포착되었다.


“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거뭇거뭇한 점들.


그게 뭔지 알아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침에 면도하고 종일 돌아다니면, 수염이 저런 식으로 생기니까.


그렇다면 탈모가 치료되었다는 소린가?


‘좀 더 자랄 때까지 기다려 보자.’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이불을 깔았다.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게다가 내일이 기대되기도 했다.


‘시간아. 얼른 가라.’


* * *


다음 날.


거뭇거뭇하던 정수리의 점들이 훨씬 진해졌다.


거울을 보자마자 확신할 수 있었다.


회귀 치유술의 효과가 제대로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났다. 났다고!”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수였다.


이대로 몇 주만 지나도 예전의 풍성한 머리칼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


최근에 이토록 기분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솔직히 2천만 원을 받았을 때보다 훨씬 행복했다.


“아, 그래. 그거.”


문득 돈과 함께 들어 있었던 고기 생각이 났다.


기분 좋은 김에 오늘은 한우를 구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고기를 꺼내려는데, 문득 종이가 툭 떨어졌다.


비닐 포장지에 붙어 있던 명함 한 장.


고일영 선수의 것이었다.


‘고맙다는 인사는 해야겠지?’


이미 돈을 돌려줄 생각은 싹 사라졌다.


영구적으로 손상된 무릎을 고쳐준 대가가 2천이면 싼 거 아니겠나.


그래도 전화는 드려야 할 것 같았다.


뚜르르르! 달칵!


“여보세요?”


“······.”


받긴 했지만, 상대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 급하게 말을 이었다.


-어어? 설마 은인님이신가요?


“고기 감사합니다. 근데 돈이 너무 많습니다. 좀 부담스러워서요.”


-아닙니다. 정말 약소한 선물이니, 꼭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말꼬리를 흐리자, 고일영이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는 둥,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덕담이 이어졌다.


그러다 고일영이 조심스럽게 어떤 이야기를 꺼냈다.


-은인님. 염치없는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네?”


-혹시 한 번 더 가능하시겠습니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가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당장은 안 되겠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지금은 회귀 치유술의 시전 횟수가 0이니까.


그러자 고일영이 안타까운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누가 어떤 역경을 겪었든 귀에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고생이라면 나도 어마어마하게 해본 놈이거든.


그런데 마지막 한마디가 뇌리에 팍 꽂혔다.


-그 친구가 5천만 원 정도는 마련해 볼 수 있답니다.


“······.”


순간, 얼른 퀘스트부터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좀 속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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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 태풍 속의 영웅 24.09.13 270 20 11쪽
17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285 17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4 19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6 18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7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4 22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3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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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366 18 12쪽
9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380 18 12쪽
8 7화 : 준비됐습니다 고객님 24.08.31 38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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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 설마 이것도 고쳐지나? +2 24.08.26 568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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