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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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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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전설의 알바생

DUMMY

14화






팔자에도 없는 검술을 배우느라, 내 몸은 녹초가 되었다.


근데 의외로 꽤 할만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운동과는 평생 담을 쌓아오지 않았나.


30대 후반에 접어들자, 슬슬 배가 나오던 중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기초 체력 훈련을 준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영주도 놀랄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밭일도 별로 힘에 부치지 않았어.’


원래 농사란 지독하게 힘든 일이었다.


요즘엔 기계화가 됐다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아직 절반 이상은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다.


근데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원문을 넘으면서 몸에 변화가 생겼나?’


그러고 보니, 요즘엔 허리 아픈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예전보다 일을 훨씬 많이 하는데도 말이다.


“대장장이라 그런지, 몸을 잘 쓰는 편이로군.”


제멋대로 오해해 버렸지만, 굳이 정정해 주지는 않았다.


어차피 지금은 숨 고르기에 바빴거든.


하지만 영주는 이대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어나게. 내 기초 검술을 알려주지.”


“······네.”


“초심자는 훈련을 통해서 오러를 느껴야 한다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기 전까지는 연공법 수련을 하지 않아. 그러니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게 중요해. 지금처럼 말이지.”


그래서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운동을 시킨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골병이 들 것 같은데, 기사들은 이런 고강도 훈련을 매일 한단다.


마치 무슨 운동선수를 보는 듯했다.


‘하긴 뭐가 다르겠어. 둘 다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사람들이잖아.’


근데 난 그냥 대장장이라고.


가짜긴 하지만.


썩어 문드러져 가는 속마음과는 달리, 영주의 강의는 쭉 이어졌다.


“검술은 요새를 짓는 것과 같다네. 바닥을 제대로 다지지 않는다면, 쉽사리 무너져 버리지. 기초 검술이라고 해서 대충했다간 나중에 큰코다칠 걸세.”


아니, 저는 그럴 일이 없다니까요?


조용히 포인트나 벌면서 살 거라고요.


속으로 그렇게 외쳐봤자,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베기와 찌르기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한데, 대략 10분쯤 흘렀을까.


대뜸 영주가 훈련을 중단했다.


“자네 정말 아무것도 배운 게 없나?”


“예.”


“이럴 리가 없는데? 기초 검술을 이토록 빠르게 습득한다고? 희대의 천재가 아니고서야······. 음?”


영주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눈만 껌뻑거리고 있자,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릴 때 훈련을 받았던 게 분명해. 그러지 않고서야 동작이 이리도 완벽할 순 없지.”


이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검도 도장도 다녀본 적이 없는데.


나는 그냥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딱히 그런 적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만큼 어린 시절이었나 보군.”


“예, 뭐. 그럴 수도 있죠.”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부터 병사 자격을 줄 테니, 미리 장비를 갖춰두게.”


“예?”


“아, 그렇다고 근무를 서라는 의미는 아닐세. 자네는 대장일이 우선이지. 유사시를 대비하라는 말이네.”


“아, 네.”


“훈련 빼먹지 말고. 매일 이 시간에 여길 들르게. 내가 없더라도 말이야.”


“······.”


차마 못 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간 더 이상한 요구를 할 것 같았으니까.


예를 들면, 종자 자격으로 전쟁터에 따라오라고 한다든지.


그런 미친 짓을 할 바에야 얌전히 검술 수련이나 하는 게 나을 듯했다.


‘언젠가 쓸모 있겠지.’


영주가 팔랑팔랑 손짓하자, 나는 그제야 훈련장을 떠날 수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100포인트 획득」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100포인트 획득」

「상점 시설에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영주의 검술 수업’과 ‘상처에 잘 듣는 연고’ 퀘스트가 동시에 해결되었다.


하나, 회귀 치유술을 충전할 순 없었다.


가격이 올라서 이제 300포인트거든.


‘그나저나 무슨 아이템이지?’


나는 곧장 상점 창을 불러왔다.


<판매 목록>

회귀 치유술 1회 충전 : 300p

회귀 치유술 강화 : 1,000p

차원문 강화 : 1,000p

원격 파괴술 강화 : 1,000p

무작위 검술 : 500p

무작위 오러 연공법 : 1,000p


“오!”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검술과 오러 연공법을 익힌다면, 영주처럼 할 수 있다는 거잖아.


물론 그만한 재능이 있어야겠지만, 안 될 것 같진 않았다.


오늘 내가 한 걸 봐라.


놀랄 만큼 기초 검술을 잘 해내지 않았나.


차원문 덕분에 체력도 굉장히 좋아졌고.


‘못할 게 뭐 있어?’


안 그래도 몬스터와 도적이 득시글거리는 세상 아닌가.


한 몸 지킬 무력을 갖추면 좋겠지.


물론 내겐 원격 파괴술이 있었다.


하나, 그건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쓰는 비장의 기술이고.


영주의 말대로 검술 수련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서브 퀘스트>

목표 : 3일 동안 훈련장 방문

보상 : 600p


게다가 적절한 서브 퀘스트까지 떴다.


고작 3일에 600포인트나 주는 일이다.


암만 힘들어도 나가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모닝 코트를 입은 집사가 나타났다.


“받아 가게. 영주님께서 내리시는 포상일세.”


“아, 감사합니다.”


작은 패물함에는 금화가 가득 들어 있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3천 리르쯤 될 거다.


이제 페이레스에서의 내 자산은 8천 리르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평민 중에서는 상당히 잘 사는 축에 속했다.


게다가 이곳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벌어들인 돈이었다.


‘슬슬 좀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가도 되지 않을까?’


모동 마을의 고향집은 차원문 때문에 옮길 수가 없었다.


하지만 페이레스에서는 이야기가 다르지.


귀환한 위치가 저장되니까.


딱히 대장간에서 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옮기긴 해야 했다.


워낙 구석진 곳인 데다가, 도난의 위험성도 있거든.


튼튼하게 틀어막아 놨지만, 아예 들어오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나무판자쯤이야 작정하면 얼마든지 박살 낼 수 있지 않겠나.


“으으! 죽겠네.”


걸으면 걸을수록 근육통이 심해졌다.


병사들은 비칠비칠 이동하는 나를 희한하다는 듯이 응시했다.


한데, 메르겐 씨가 보이지 않았다.


훈련받는 동안 교대한 모양이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집으로 갔다.


“대체 뭘 했길래 사람이 다 죽어 가나?”


고개를 들어 보니, 메르겐 씨의 넙데데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울타리를 짚었다.


어딘가에 체중을 싣자, 그나마 걸을 만하게 느껴졌다.


“하하! 검술 훈련을 하고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겠군. 페이레스의 젊은이들은 종종 영주님께 끌려가곤 한다네.”


“메르겐 씨도 받으셨습니까?”


“물론이지. 싹수가 보인다 싶으면, 검술도 가르쳐 주신다네. 무력을 갖춘 사람이 많아지면, 영지 방어에 좋거든.”


“하긴 그렇겠군요.”


어기적거리며 좀 더 이동하는데, 메르겐 씨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창백한 안색에 짙은 다크서클.


어제 구충제를 먹였던 줄리아였다.


고작 하루가 지났다고 건강이 돌아오진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장내 기생충이 과하게 증식했는데, 바로 몸이 좋아질 리 있겠나.


빼앗긴 영양부터 보충해야지.


그런데 메르겐 씨가 한 말은 좀 의외였다.


“뒷간 몇 번 들락거리더니, 애가 멀쩡해졌다네. 이제 배도 안 아프다고 하는군.”


“그래요?”


솔직히 좀 자신이 없긴 했다.


뭐가 문제인지 유추하는 것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구충제가 먹힐지는 의문이었다.


지구에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생충일지도 모르니까.


어쨌거나 결과가 좋다니 다행이었다.


“딸아이가 감사를 전하고 싶다더군. 인사하러 온 사람이 뒤에 숨어만 있으면 쓰나.”


메르겐 씨가 등을 밀자, 줄리아가 쭈뼛쭈뼛 나섰다.


“감사합니다.”


“그래. 손 잘 씻어야 한다.”


“네.”


어느 정도 예방은 되겠지만, 아마 금방 다시 걸릴 것이다.


여긴 인분과 가축분뇨를 거름으로 쓰거든.


게다가 기본적인 위생 상태도 매우 좋지 않고.


‘그럼 또 주면 되지 뭐.’


음식을 먹는 한, 예방이 잘 안될 수밖에 없으니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워낙 다리가 후들거려서요.”


“흐흐! 그래도 걸어 다니긴 하는구먼. 나는 아예 네발로 기었다네.”


“그러셨습니까?”


“아! 피곤한 사람 붙잡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군. 얼른 들어가 쉬게. 혹시 뭐 할 일 있으면 부르고.”


“괜찮습니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닐세. 줄리아가 은혜를 갚고 싶다고 했으니, 심부름 정도는 시켜도 되네. 똘똘한 아이라 쓸만할 거야.”


메르겐 씨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들은 뭐든 빨리 배우는 법.


열두 살이라도 가게 점원쯤이야 충분히 해낼 수 있었다.


글과 사칙연산도 가르치면 그만이고.


“그럼 지금부터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뭘 말인가?”


“제가 몸이 이래서 좀 도와줬으면 합니다. 별로 어려운 건 없고, 그냥 계산대만 지키면 되는 일이에요.”


“그러시게.”


메르겐 씨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줄리아만 덩그러니 놓아둔 채 집으로 달아갔다.


분위기가 약간 어색했지만,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울타리 옆에 깃발 좀 꽂아 줄래?”


“네.”


줄리아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오늘따라 메르겐 씨의 이미지가 좀 달랐다.


힘만 센 삐돌이인줄 알았는데, 집에선 좀 엄한 모양이었다.


나는 줄리아를 계산대에 앉혀 놓고,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일단은 숫자와 사칙연산부터 시작하려 했다.


기본적으로 계산은 할 줄 알아야 점원을 시킬 것 아닌가.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수첩에 괴발개발 그려가며 가르쳤는데, 이해가 상당히 빨랐다.


똘똘하다고 했던 메르겐 씨의 말이 헛소리는 아닌 듯했다.


이윽고 손님이 방문하자, 나는 응대법도 알려주었다.


왠지 소심할 것 같았으나, 줄리아는 붙임성이 꽤 좋은 친구였다.


“안녕하세요? 마틴 아저씨.”


“오! 줄리아로구나. 네가 여긴 웬일이냐?”


“지니 사장님께서 맡아달라고 하셨어요. 뭐가 필요하세요?”


“톱 좀 보러 왔단다. 못이랑 합해서 얼마지?”


“20리르예요.”


“그래. 여기 있다.”


일부러 개입하지 않고 엿보기만 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매장용 금고 하나 놓으면 딱 좋겠는데?’


거기다 가스총 하나만 둬도 안심이었다.


만약 강도가 든다면, 최루액으로 조져 버릴 수 있으니까.


그럼 내가 없을 때도 대장간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겠나.


“잘했다. 줄리아.”


“괜찮았나요?”


“응. 내일부터 매일 출근할 수 있겠니?”


“물론이죠. 어차피 저는 따로 하는 일이 없거든요.”


“언니랑 오빠들은 항상 바쁜 것 같더구나.”


“네, 밭일을 도와요. 그래야 먹고살 수 있거든요. 병사 월급이라는 게 워낙 짜니까요.”


“······.”


이게 열두 살 꼬마한테서 나올만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양이 엄청난 한국의 초등학생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


하나, 여긴 옆 마을에 들르기도 힘든 중세 판타지 세계 아닌가.


헛웃음이 절로 나오려는 순간, 줄리아의 후속타가 잇따랐다.


“그래서 제 월급은 얼마인가요. 사장님?”


현실에 일찍 눈을 뜬 꼬마는 약간 무서운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얘만 이런 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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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287 17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5 19 12쪽
»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7 18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9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5 22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4 19 12쪽
11 10화 : 뜻밖의 제안 24.09.03 351 19 11쪽
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366 18 12쪽
9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381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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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 친구는 돈으로 패야 제맛 24.08.30 410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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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 페이레스의 주민들 +1 24.08.27 505 18 12쪽
3 2화 : 설마 이것도 고쳐지나? +2 24.08.26 57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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