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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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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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 친구는 돈으로 패야 제맛

DUMMY

6화






날카로운 대응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른 반응이 흘러나왔다.


메르겐은 그냥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쳐다봤을 뿐이었거든.


“고작 이런 일에 무슨 인장까지 필요하나. 그냥 미리 200리르를 줌세.”


“에?”


“혹여나 제대로 안 하고 튈 생각일랑 하지도 말게. 마을 어귀에 효수될지도 모르니.”


“······.”


나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효수가 뭔데?


목 잘라서 마을 입구에 걸어 놓겠다는 말 아닌가.


그걸 실제로 행하는 시대라니, 과연 중세 판타지 세계다 싶었다.


“어휴! 그럴 리가요. 이제 저도 페이레스 사람인데요.”


“벌써 그런 소속감이 있어? 이거 기특하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예, 살펴 가세요.”


어깨에 쇠스랑을 걸친 메르겐이 손을 흔들었다.


휘파람까지 불면서 가는 걸 보아하니, 되게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저 아저씨, 오크 뚝배기를 한 방에 박살 낸 사람이잖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물론 최후의 보루는 있었다.


여차하면 복귀 버튼을 통해서 현실로 도망쳐 버리면 그만이거든.


그래도 이곳에서의 삶을 포기할 순 없었다.


‘포인트 때문에라도 안 되지.’


나는 곧장 홀로그램 창을 열어 보았다.


이제 꽤 익숙했다.


시야 한쪽 구석에 떠 있는 숫자를 누르기만 하면 되니까.


<서브 퀘스트>

목표 : 도개교 수리.

보상 : 200p


아니나 다를까, 서브 퀘스트가 떡하니 있었다.


게다가 보상이 무려 200포인트였다.


“오! 이러면 두 번 쓸 수 있는 건가?”


기쁜 마음에 상점 창도 열어 보았는데, 살짝 실망감이 올라왔다.



<판매 목록>

회귀 치유술 1회 충전 : 200p

회귀 치유술 강화 : 1,000p

차원문 강화 : 1,000p


‘가격이 올랐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네.’


이번에는 회귀 치유술도 강화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러려면 1천 포인트라는 거금(?)이 필요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충전뿐이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계속 두 배로 오른다면 되게 곤란하겠는데?”


그만큼 포인트를 벌지 못할 때도 있지 않겠나.


물론 불평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다.


나는 잡념을 금방 지워 버리고는 서브 퀘스트에 집중했다.


설계도로는 제대로 알 수 없으니, 확인을 해 봐야 할 것 같았다.


그 전에 일단 문부터 걸어 잠그고.


철컥!


내가 택한 자물쇠는 오토바이용이었다.


이 집 문에는 자물쇠를 걸만한 고리가 없었거든.


그래서 아예 문짝을 통으로 묶어 버렸다.


절단기가 존재하는 세상도 아니니, 이 정도면 침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됐다.’


손을 탁탁 턴 나는 메르겐이 말한 도개교로 향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영주성 초입에 가면 바로 보였으니까.


한데, 그곳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여! 대장장이 지니 아닌가.”


유쾌하게 인사를 건네는 인물은 병사 패슨.


어제 나한테서 괭이를 사 간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이지?”


“도개교의 톱니를 좀 보러 왔는데요.”


“아하! 그 깨진 부품? 이쪽에 있네.”


패슨은 성문 안쪽의 작은 방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그곳에는 큼지막한 기계 장치가 있었는데, 톱니바퀴는 이미 빼놓은 상태였다.


“다행히 아예 박살 난 건 아니네요.”


“맞아. 뭔가 삐걱거리길래 유심히 봤더니, 길게 금이 갔더라고. 그래서 얼른 제거해 버렸지.”


“잘하셨습니다. 저는 좀 더 있다 갈게요.”


“그래. 수고하게.”


경비를 서는 중이기에 패슨은 금방 제자리로 돌아갔다.


덕분에 편하게 톱니바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본다고 뭘 아나. 난 그냥 문송한 사람인데.’


어차피 직접 할 것도 아니고, 정보만 수집하면 된다.


주변을 슬쩍 살폈는데, 다행히 이쪽에 집중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곧장 스마트폰을 꺼내서 톱니바퀴 사진을 찍었다.


혹시 몰라 도개교의 기계 장치도 꼼꼼하게 촬영했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이 픽 꺼져버리는 게 아닌가.


“어? 이거 왜 이래.”


분명히 충전을 다 해놓고 넘어왔더랬다.


한데, 고작 사진 몇 방 찍었다고 배터리가 다 소진되다니.


전원 버튼을 눌러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넘어오면 빨리 닳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줄자로 치수까지 꼼꼼하게 땄으니, 똑같은 걸로 만들어 와야지.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한데, 울타리 앞에서 어떤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누구세요?”


“혹시 새로 오신 대장장이입니까?”


“아, 네. 그렇긴 합니다만.”


“메르겐 씨가 여기서 도끼를 판다던데, 지금 살 수 있나요?”


“물론이죠.”


손님은 언제나 환영이지.


나는 얼른 문을 열고 들어가 도끼 한 자루를 보여주었다.


무게감이 상당하고 자루가 긴 벌목용이었다.


3kg짜리 중국산이지만, 나무꾼은 마음에 쏙 든 듯했다.


“오오! 굉장한데요?”


“가격은 15리르입니다.”


“혹시 나중에 날이 무뎌지면 다시 세워주기도 하시나요?”


“무, 물론이죠.”


솔직히 식칼 말고는 갈아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일단 질러 보았다.


도끼 샤프너 같은 거라도 사 버리면 그만이니까.


“크! 좋습니다. 이걸로 할게요. 잠시만요.”


나무꾼은 주머니를 뒤지더니, 이내 은화를 꺼냈다.


나는 곧장 도끼를 내주었다.


“감사합니다. 많이 파세요.”


“예, 들어가십시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수중의 돈이 벌써 236리르나 되었다.


자영업자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성공이라는 광명이 눈앞에 다가온 줄 알았지.


‘실력 발휘도 못 해보고 실패해 버렸지만.’


하나, 이제는 다를 터였다.


내겐 회귀 치유술뿐만 아니라, 차원문과 특별 상점도 있다.


세상 그 누구도 이런 경험은 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주먹을 불끈 쥐는데, 손아귀에 은화의 감촉이 느껴졌다.


아직 이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좀 돌아다니면서 알아봐야겠다.’


나는 곧장 성과 마을 곳곳을 둘러보았다.


페이레스에도 시장이 있긴 했다.


한데, 규모가 너무도 작았다.


상점이라고 해봐야 열 곳 남짓이고, 사람도 별로 없었다.


상인들에게 말을 걸어 보니, 금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새로 온 대장장이라니 내 특별히 알려줌세. 금요일마다 큰 장이 열린다네.”


“그때만 규모가 커지는 거군요?”


“그렇지. 각 마을에서 주민들이 몰려오거든. 시기에 맞춰서 교역상들도 방문하고 말이야.”


“며칠 정도 남았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나? 보자······. 한 이틀 남았군.”


핀잔을 받았지만, 오늘이 수요일이라는 사실은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시장 곳곳을 구경하면서 물가를 확인했다.


스마트폰이 꺼져서 대강 외워 두는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수첩하고 펜을 좀 가져와야 할 것 같았다.


‘은화는 꽤 큰 단위구나.’


대충 달러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웠다.


동화는 은화의 1% 가치였으니까.


전체적으로 물가가 그리 높진 않았다.


15리르면 4인 가구의 한달치 식비 정도랄까.


내게 철제 도구를 사 갔던 사람들은 큰맘 먹고 지른 거였다.


‘하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페이레스에는 대장장이가 없었다.


그래서 도구가 매우 비쌌다.


장날에 오는 상인들이 이문을 많이 남겨 먹기 때문이었다.


다른 영지까지 가기 힘든 실정이라, 그만큼 값을 크게 부르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나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빛이 매우 따스했다.


“오! 자네가 대장장이인가? 내 잘 부탁함세.”


“참 잘 되었군. 그간 어찌나 돈에 미친 상인들이 많았는지 아나? 고작 식칼 하나를 사려 해도 30리르나 부르더라니까?”


“이제 우리 영지에도 대장장이가 생겼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먼. 그렇지?”


다들 덕담을 한마디씩 건네면서 슬쩍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혹여나 나쁜 마음을 먹을까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별로 돈 욕심이 없었다.


판타지 세계는 오로지 포인트를 벌기 위해 오는 곳일 뿐.


여기서 부귀영화를 누려 봐야 뭣 하겠나.


‘현실도 아닌데 뭐.’


나는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환호하며 너도나도 악수를 청했다.


왠지 유명 인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얼떨떨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까지 사랑받아도 되나 모르겠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집으로 돌아갔다.


얼른 정리를 마무리하고 차원을 넘어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가 울타리 밖에서 말을 걸었다.


“계십니까?”


“네. 무슨 일이죠?”


“아까 시장에서 뵀는데요. 마틴이라고 합니다.”


“아, 목수 하신다던?”


“예, 맞습니다. 못이랑 망치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마침 판자를 덧대기 위해서 가져온 게 있었다.


이곳 사정을 생각해서 못도 길쭉한 걸로 준비해 뒀지.


물건을 보여주자, 마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거 모양이 좀 독특하네요?”


“장도리라고 뒤편은 지레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걸고 쉽게 뽑을 수 있죠.”


“오호? 한데, 가격은······.”


“다 합쳐서 20리르만 주세요.”


“저, 정말입니까?”


“네.”


장날에 방문한 상인들에게서 이만큼 사려면, 세 배 이상은 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패슨 씨에게 판 괭이 가격에 못 값으로 5리르만 붙였다.


그야말로 파격 세일!


마틴 씨는 눈을 껌뻑거리며 곧장 은화를 건네주었다.


“싸게 팔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다 돕고 사는 건데요.”


“하하! 이렇게 멋진 분이 대장장이로 오시다니, 우리 영지는 운이 정말 좋군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혹시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미리 들여놓겠습니다.”


“아, 그럼 톱을 좀 부탁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주문할 필요도 없었다.


철제 농기구를 대량으로 살 때, 각종 도구도 같이 시켰거든.


그대로 갖고 와서 진열대를 채우기만 하면 된다.


마틴 씨가 떠나자, 이제 할 일이 없었다.


나는 곧장 복귀 버튼을 눌렀다.


「24시간 동안 차원문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츠츠츠츠! 팟-!


보라색 빛무리가 나타나 온몸을 휘감았다.


이윽고 나는 창고 지하의 무너진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신기하기 그지없는 현상이었다.


나는 차원문을 돌아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고맙다.”


이 녀석을 만난 이후부터 인생이 180도 바뀌었으니까.


창고를 나서는데, 벌써 저녁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판타지 세계와 시간이 똑같은 모양이었다.


거기서도 노을을 보면서 복귀했으니까.


나는 곧장 스마트폰에 충전기를 꽂았다.


화면이 들어오자마자 갤러리를 켜봤는데, 다행히 사진은 제대로 찍혔다.


“근데 이런 걸 만들려면 어디로 가야 하지?”


저렇게 큰 톱니바퀴라니.


대충 들어 봤을 때도 한 20kg은 거뜬히 될 것 같았다.


나는 문득 친구 아버지께서 하시던 전통 대장간을 떠올렸다.


거기에 가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랜만에 연락을 돌렸다.


사진 한 장과 괴발개발 그린 설계도를 첨부해서 말이다.


그러자 곧이어 친구 놈한테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띤, 띠디디, 띤띤!


“여보세요?”


-야, 너 드디어 미침? 갑자기 이딴 걸 왜 만들어?


“······.”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


20kg짜리 거대 톱니바퀴를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공임 세 배로 준다. 이래도 안 할 거라고?”


-아이고! 그럴 리가요. 고갱님. 무조건 해드려야죠.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겠습니다.


역시 친구 놈도 돈으로 패는 게 최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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