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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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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 태풍 속의 영웅

DUMMY

17화






김진철 선수는 스포츠 백에 현금을 가득 넣어왔다.


5만 원권 1만 장.


대략 10kg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거 AS는 되죠?”


돈다발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질문이 들어왔다.


물론 가능했다.


아마 해당 부위가 완전히 소실돼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름부터가 ‘회귀’ 치유술이지 않은가.


하지만 정종우라는 전례 때문에 분명히 해둘 필요는 있었다.


“지금은 간신히 이어둔 상태입니다. 운이 나빠서 완전히 박살 난다면, 되돌릴 수 없을 겁니다.”


“단계별로 강화해야 한다는 거죠.”


옆에서 고일영 선수가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김진철은 고개를 갸웃했다.


“난 아파도 그냥 썼는데? 훈련량이 조금 적어졌을 뿐이지. 대회는 계속 뛰었어.”


정종우와는 약간 다른 경우였다.


‘몸을 막 굴려서 또 다치면 나야 좋지.’


한번 맛본 이상,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도 적당히 타이르기로 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기왕 좋아진 몸, 계속 잘 유지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주의할게요.”


“살펴 가세요.”


두 사람은 꾸벅 인사를 한 뒤, 대문을 나섰다.


나는 손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와 스포츠 백을 살폈다.


벌써 이런 식으로 생긴 현금만 5억 7천이었다.


‘금고라도 들여야 하나?’


언제까지 방구석에 처박아 둘 수는 없으니까.


아무래도 적당한 녀석을 하나 사야할 것 같았다.


웬만하면 좀 큰 게 좋겠지.


앞으로도 돈은 계속 모일 테니까.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돈다발을 바라보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 * *


다음 날.


아침 루틴을 하고 페이레스로 넘어갔다.


따로 퀘스트가 없지만, 오늘도 영주성에 가야 했다.


테일러 집사가 주문한 옷을 가져왔으니까.


어제 그려준 것과 최대한 비슷한 걸로 사긴 했다.


한데, 마음이 들지는 의문이었다.


내 눈에는 좀 과해 보였거든.


공주병 걸린 애들이 입을 법한 드레스라고나 할까?


‘에이, 몰라. 나랑은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


일단 영주에게 인사를 드릴 겸, 훈련장으로 가려 했다.


한데, 패슨 씨가 고개를 가로젓는 게 아닌가.


“오늘은 훈련장에 들를 필요 없네.”


“왜요?”


“영주님께서 또 출정을 나가셨거든. 봐봐. 병력도 많이 비었잖아.”


“어? 그러네요.”


확실히 평소보다 병사의 수가 적었다.


다행히 패슨과 메르겐은 함께 가지 않은 듯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 위주로 데려간 모양이었다.


“테일러 집사님만 뵙고 가야겠군요.”


“그러시게.”


영주성의 구조는 복잡했지만,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패슨 씨가 안내해줬으니까.


이윽고 나는 집사와 마주할 수 있었다.


“하루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만들었는가.”


“네, 밤잠을 줄였습니다.”


“허허! 이거 고맙구먼. 어디 한번 보세.”


“여기 있습니다.”


나는 종이 가방에서 공주 옷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테일러 집사의 표정이 환해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군!”


“······그렇습니까?”


“딸아이도 분명 기뻐할 걸세. 여기 나머지 대금이야.”


그렇게 받은 돈이 400리르.


영주에게 안전화를 바쳤을 때보단 적었지만, 그래도 꽤 거금이었다.


4인 가구의 한달치 식비가 15리르 아닌가.


물론 맛은 포기하고 흑빵만 먹었을 때를 상정한 경우지만.


최소 26개월은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패슨 씨의 눈빛이 오묘해졌다.


“자네 정말 돈을 잘 버는군. 내가 본 것만 해도 몇천 리르는 가볍게 넘겠어.”


“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자네 재주가 뛰어난 거지. 잘 들어가게.”


“예, 수고하세요.”


나는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일단 지붕에 방수포부터 깔 요량이었다.


모서리에 쇠고리가 달려 있어서 고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끈을 걸어서 꽉 묶어 버리면 되니까.


문제는 포대에 흙을 채우는 일이었다.


“와! 진짜 이러다 죽겠는걸?”


암만 내 몸뚱이가 튼튼하다지만,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삽질만 두 시간째인데, 아직 반의반도 못 채웠다.


‘아무래도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네.’


이게 다 페이레스를 지키기 위한 일 아닌가.


그런데 마침 마틴 아저씨가 대장간에 들렀다.


“아니, 지니 님. 이게 다 뭡니까?”


“태풍이 올지도 모른다고 해서요. 미리 물길과 방벽을 좀 만들어 두려 합니다. 불안정한 데가 많네요.”


“단단한 돌로 쌓지 않는 이상, 금방 무너져 버리고 말 텐데요?”


“얘도 나름 튼튼해서 괜찮습니다.”


“좀 도와드릴까요?”


“그러면 감사하죠.”


“이럴 게 아니라, 저희 직원들을 데려오겠습니다. 그럼 훨씬 빨리 끝날 거예요.”


“오! 정말입니까?”


“그럼요. 성벽 쌓는 것 말고 방법이 있는데, 안 할 이유는 없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마틴 아저씨는 다섯 명을 데려왔다.


함께 일을 하니까, 흙 담는 건 금방 끝났다.


나는 이내 목책 아랫부분에 구멍을 뚫고, 포대를 착착 쌓았다.


“이런 식으로 길을 낼 거예요. 저 위에서 물이 내려오면, 이쪽으로 싹 빠지게요.”


“좋은 생각입니다.”


“여기뿐만 아니라, 곳곳에 다 해야 합니다. 그럼 아랫마을이 잠길 일은 없을 거예요.”


나는 마틴 씨 일행과 함께 페이레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얼추 절반쯤 진행했을 때, 뜻밖의 저항을 받고 말았다.


“아니, 거기다가 뭘 쌓아 두면 어떡해요?”


“무너져서 우리 집을 덮치기라도 할 것 같군.”


“그럼 당신들이 책임질 겁니까?”


아랫마을 동쪽에 사는 주민들이 물길과 포대 방벽을 거부한 것이다.


몇 번이고 설득해 봤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죠. 동의한 쪽만 합시다.”


“저러다 진짜 태풍이 오면, 큰일날 텐데.”


“별일 없이 지나가길 바라야죠.”


패슨 씨도 그러지 않았나.


태풍이 아니라면, 대충 부슬비만 뿌리고 지나갈 거라고.


나는 마틴 씨 일행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이게 다 페이레스를 위한 일인데요.”


“부디 간밤에 평안 하시길 빌겠습니다.”


“예, 들어가세요.”


나는 곧장 대장간으로 올라가서 집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이윽고 날이 저물려 하자, 얼른 줄리아를 돌려보냈다.


귀갓길에 비가 오면 안 되니까.


‘오늘은 여기서 자자.’


바닥에 침낭을 깔고 드러누우니,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페이레스에서의 첫날밤이었다.


지금껏 잠은 꼭 고향집에서만 청했거든.


“아직 괜찮네.”


꽤 오랫동안 귀를 기울여 보았는데, 빗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불현듯 눈이 번쩍 떠졌다.


우르르르! 콰르릉!


“으읏!”


난데없이 들려온 굉음에 깜짝 놀라면서 깼다.


장화를 신고 나가 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쏴아아아아아!


한국에서도 쉽사리 보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장대비였다.


바람과 천둥도 장난이 아니었다.


패슨 씨의 우려가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젠장.’


나는 얼른 우비를 걸치고, 방수포부터 점검했다.


단단히 묶어둔 게 유효했는지, 비바람을 거뜬히 버티고 있었다.


뒷마당에 뚫어둔 물길 또한 괜찮았다.


콸콸콸콸콸!


만약 이쪽으로 빠지지 않았다면, 대장간이 잠겨 버렸을 것이다.


“휴! 다행이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페이레스를 둘러보았다.


아랫마을은 그야말로 물난리가 나 있었다.


원래는 입구 쪽이 입지가 좋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폭우에 잠긴 집이 반 이상이었으니까.


‘물길을 만들어 뒀더라면,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을 텐데.’


당연히 큰 피해가 생긴 건, 내 권유를 무시했던 쪽이었다.


공교롭게도 아랫마을의 오른편만 싹 박살 나 버렸다.


급류가 아무렇게나 쏟아지면서 집을 휩쓸고 지나간 까닭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얼른 도구를 챙겨 들고 나섰다.


지금이라도 목책 아래에 구멍을 뚫으면, 물이 좀 빠지긴 할 거다.


포대 자루를 쌓아서 급류의 방향을 조절할 수도 있을 터.


아직 늦지 않았다.


“읏차!”


포대를 메고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렇게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열심히 뛰고 있으니, 집안에 들어찬 물을 퍼내는 주민들이 보였다.


‘그러게. 그냥 해준다고 할 때 받지.’


무너질 것 같다면서 괜히 훼방이나 놓을 게 뭐람.


이래서 평소에 마음을 잘 써야 하는 거다.


퍽! 퍼벅!


나는 넘치는 힘을 바탕으로 바닥을 순식간에 뚫어 버렸다.


일단 목책 밑에 구멍부터 만들어 두고, 포대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몇 번을 오가자 꽤 그럴듯한 물길이 만들어졌다.


나는 그 상태로 삽질을 몇 번 해서 급류의 방향을 틀었다.


콸콸콸콸콸!


그러자 물이 시원하게 빠져나갔다.


‘일단 여긴 됐는데, 저 밑은 어쩔 수가 없네.’


이미 물이 가득 들어찬 곳은 뚫기가 어려웠다.


아예 목책 바깥으로 가서 구멍을 만들면 모를······.


“어? 그러면 되잖아.”


나는 얼른 쪽문을 열고 나갔다.


삽으로 나무 기둥 아래를 파보았는데, 의외로 삽이 잘 안 들어갔다.


폭우가 와도 버틸 만큼 단단하게 굳어 있었나 보다.


“으랏차!”


하지만 요즘 내 몸뚱이는 거의 초인과도 같았다.


고작 나흘밖에 훈련받지 않았지만, 근력과 민첩성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끊임없이 삽질을 해대자, 목책 밑에 구멍이 뻥 뚫렸다.


쏴아아아아!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흙탕물.


나는 잽싸게 몸을 피하면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렸다.


그렇게 목책 아래에 구멍을 뚫으며 다녔는데, 문득 대장간이 눈에 들어왔다.


서서히 물이 고이는 중이었다.


‘아?’


원래 배수로는 만드는 것보다 관리가 훨씬 중요한 법이었다.


물에 휩쓸려 내려온 온갖 것들이 길을 막아 버리니까.


나는 얼른 대장간 뒤뜰로 뛰어올라가 구멍을 삽으로 뚫었다.


콸콸콸콸콸!


그제야 물이 다시 빠지기 시작했다.


‘마을 오른편은 어쩔 수 없어. 있는 거라도 잘 지키자.’


나는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물길을 관리했다.


정말 조금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막히기 일쑤였으니까.


노력이 헛되진 않았는지, 페이레스 전체가 잠기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허억! 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깐 멈춰 섰다.


워낙 미친 듯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강철 같은 몸뚱이가 되었다곤 하나, 한계는 존재하는 법.


잠깐이라도 쉬어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면 물길이 또 막힐 텐데.’


고민에 잠긴 찰나.


언덕 아래에서 누군가가 불쑥 올라왔다.


“이보게. 지니! 괜찮나?”


“어?”


고개를 들어 보니, 몇몇 사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메르겐, 패슨, 마틴.


페이레스에 와서 인연을 쌓았던 인물들이었다.


“지금부터는 우리가 할 테니, 좀 쉬게나.”


“자네 덕분에 마을을 지킬 수 있었어.”


“한창 물을 퍼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차오르지 않더군요. 그제야 지니 씨의 노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늦게 와서 정말 죄송합니다.”


한 번씩 등을 두드려 주는 손길.


나는 힘없이 웃으며 포대 방벽에 몸을 기댔다.


이윽고 세 사람은 삽을 하나씩 들고 흩어졌다.


물길을 지키러 가는 모양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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