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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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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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 준비됐습니다 고객님

DUMMY

7화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함이 없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신상우 이 녀석은 머쓱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아, 이거 되게 적응 안 되네.”


“뭐? 왜?”


“몇 주 전만 해도 다 죽어가던 사람 맞냐? 머리카락은 어디서 그렇게 심은 거야?”


상우는 말끔해진 내 머리를 자꾸만 힐끔거렸다.


예전보다야 다소 짧아졌지만, 이제 원형 탈모는 온데간데없었다.


게다가 예전보다 머릿결도 훨씬 좋아졌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충 둘러댔다.


“나한테 그럴 돈이 어디 있어? 시골 내려가니까 좋더라.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어.”


“농사지으라니까 그렇게나 질색하던 놈이?”


“그땐 천성인 줄 몰랐거든.”


“암만 스트레스가 탈모의 원인이라지만, 이건 너무 극적인 변화 아니냐? 일주일밖에 안 됐잖아.”


“원래 안 빠질 운명이었던 거지.”


“얼씨구?”


능청스럽게 답하자, 상우는 황당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어떻게 됐든 얼굴 펴니 좋네. 몇 달 전에는 항상 죽상이더니.”


“그땐 진짜 죽을 만큼 힘들었으니까.”


“어쨌거나 만들려는 게 이거 맞아?”


상우는 접이식 대차에 실린 톱니바퀴를 가리켰다.


꽤 큰 물건이라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금방 완성되었다.


“빠른데?”


“어차피 정교할 필요는 없다며? 그래서 그냥 모래 주형 방식으로 주조해 버렸지. 근데 이렇게 큰 걸 어디다 쓰는 거냐?”


“그런 게 있어.”


“어쨌거나 아버지가 다시는 이런 거 받아오지 말라시더라.”


“왜?”


“주물 공장이 훨씬 잘 만드니까. 여기서 하면 품만 많이 들어.”


생각해 보니까 그렇긴 했다.


여긴 전통 대장간.


주로 칼이나 낫, 가위 등을 취급하거든.


‘아니, 근데 가마솥 같은 것도 만들잖아.’


대형 가마솥은 30kg도 나간다고.


나는 상우 녀석의 말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전혀 몰랐을 것이다.


눈치 없다는 소리를 꽤 자주 듣곤 했거든.


한데, 차원문과 접촉한 이후로 감각이 달라졌다.


이따금 감각이 예리해진다고나 할까?


“야, 개소리 하지 마. 너 아버지께 공임 세 배라는 말씀 안 드렸지?”


“에헤이! 사람을 뭐로 보고!”


“오! 진짜?”


“당연히 알아서 삥땅도 치고 하는 거지.”


“그럴 줄 알았다.”


주문 제작인데 일반 공임만 받으면 기분이 나쁠 수밖에.


아마 내가 여기서 일한 경력이 있기에 해주신 모양이었다.


이 녀석도 그걸 알기에 대놓고 삥땅 쳐버린 거고.


“한우나 구워 먹고 갈랬는데, 안 되겠다. 오늘 네놈은 그냥 삼겹살이다.”


“아니, 왜!”


“소고기는 삥땅 친 돈으로 너희 아버지 사드려. 두 번 연속해서 먹으면 느끼해서 물린다.”


“난 백 번도 먹을 수 있어.”


“늙어서 소화도 안 되는 주제에.”


“얼씨구? 액면가는······. 와, 이제 생긴 거로 놀릴 수도 없네. 예전 모습이 돌아오고 있어서 말이야.”


“뭐래. 입에 침을 암만 발라도 너는 오늘 삼겹살이야.”


“장난 아니라니까? 20대라고 해도 믿겠어.”


“시끄럽고. 그거나 트렁크에 실어.”


“에잇! 이 냉혈한 자식.”


상우는 투덜거리면서 대차를 끌었다.


대충 넘겼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유리창에 슬쩍 비친 내 모습이 꽤 괜찮아 보였으니까.


일반적으로 남자는 거울을 볼 때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막 씻고 나오면 더욱 심했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상우의 칭찬은 과한 감이 없지 않았다.


‘보상이 삼겹살로 하향돼서 그랬겠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오늘은 한우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고일영 선수가 선물했던 고기가 상당히 괜찮았거든.


최근에 재정이 풍족해졌으니, 좀 베풀어야지.


거기다 톱니바퀴도 만들어 줬잖아?


“오! 뭐야?”


길가에 차를 세우자, 상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한우 먹자며 노래를 부르더니, 싫어?”


“그럴 리가. 안 내리고 뭐 해?”


가게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상우의 모습.


녀석의 유쾌한 반응에 미소가 절로 그려졌다.


음식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선물 받은 것보다 좀 더 좋은 것 같았다.


곁들여 먹을 반찬이 있고, 고기를 구워주시기까지 하니까.


‘역시 새끼 새처럼 날름날름 받아만 먹는 게 최고거든.’


소주병을 든 상우가 손가락을 팔랑거렸다.


고깃집에 술이 빠질 순 없으나, 오늘은 안 마시기로 했다.


“한잔만 하지?”


“운전해야 해.”


“자고 가. 어차피 출근도 안 하잖아.”


“내가 노냐? 내일부터는 둔덕 만들고 비닐 멀칭도 해야 해. 배추 심기 시작하면 정신 하나도 없어.”


“이야! 이제 농업인 다 됐네. 농사지을 생각부터 하고 말이야.”


“수확하면 몇 박스 보내줄게.”


“좋지. 안 그래도 김장철마다 사거든. 어머니한테 말씀드려서 값은 잘 쳐주마.”


“헛소리 그만해. 또 삥땅이나 칠 거면서.”


“으하하! 말했잖아. 값 잘 쳐준다고.”


“그래. 많이 남겨 먹어라. 유부남 비상금 나올 구멍이 뭐 얼마나 크겠냐?”


나와 상우는 결혼한 시기가 비슷했다.


이제 7년 차에 애가 다섯 살인가 그럴 거다.


‘자식이 없어서 헤어진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처라면 어떤 상황이든 바람을 피웠을 테니까.


대체 왜 그렇게 변했는진 모르지만, 돈 많은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


이혼하기 직전에 만난다던 사람도 꽤 건실한 중소기업 사장인가 그랬다.


나이가 나보다 열 살 많다고 했던가.


‘떠올려 봐야 기분만 잡치지.’


머릿속에서 전처와 관련된 걸 싹 지워 버렸다.


예전에는 잘 안되던 일이었다.


눈만 감으면 고통스러운 순간이 떠올랐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내가 좀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여유와 자신감이었다.


“슬슬 가자. 배부르다.”


“아, 이제 막 발동 걸렸는데.”


“그러다 제수씨한테 뭔 소릴 들으려고?”


“끄응!”


상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소주병을 바라보았다.


혼자서 한 병을 비웠지만, 모자란 모양이었다.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녀석.


와이프가 무섭긴 한가 보다.


“다음에 또 보자. 그땐 일정 좀 비워놓고 올게. 제대로 한잔하자고.”


“그래. 운전 조심해라.”


나는 약간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200포인트가 기다린다.’


마침 작업 방석과 각종 도구가 배송된 상태였다.


이걸 들고 넘어가면, 메인 퀘스트는 해결한 거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양껏 베푸는데, 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나.


“잠깐만, 근데 어떻게 넘어 가지?”


아마 톱니바퀴 하나만 들어도 내 허약한 몸뚱이로는 과부하였다.


차에 싣고 옮긴다?


암만 아침이가 작은 경차라지만, 차원문은 너무 비좁았다.


게다가 창고 문조차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큼지막한 대차라도 있으면 모르겠······.


덜컥! 씌이잉!


“어?”


문득 트렁크를 열었는데, 못 보던 물건이 들어 있었다.


대장간 앞에서 봤던 검정색 대차.


아무래도 상우가 넣어 놓은 모양이었다.


‘하! 이 센스 있는 자식.’


비싼 한우를 먹인 보람이 있었다.


나는 택배 상자 두 개를 겹치고, 그 위에 톱니바퀴를 올렸다.


무게가 엄청났지만, 그래도 간신히 끌 수는 있었다.


낑낑거리며 창고 지하로 내려간 나는 크게 심호흡했다.


“후! 저길 통과할 수 있으려나?”


차원문을 넘을 때는 약간의 저항감이 발생한다.


내 몸뚱이도 간신히 밀어 넣는데, 수십 킬로그램짜리 대차까지 가능할까?


그러다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온갖 걱정이 머릿속을 마구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직접 부딪쳐 보는 수밖에.’


나는 있는 힘껏 대차를 밀었다.


그러자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간드아아!”


그그그그극! 찌이이잉!


바퀴가 바닥을 긁는 느낌과 함께 특유의 날카로운 소음이 들렸다.


눈앞에 보라색 빛이 번쩍이더니, 이내 나는 대장간 뒤편에 서 있었다.


느릿하게 나아가는 대차와 함께 말이다.


“오케이! 성공.”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꽤 많은 양의 물건을 옮길 수 있었다.


물론 다 가져온 건 아니었다.


인기가 있을 만한 상품 위주로만 담았으니까.


작업 방석에 수백 자루의 도구까지 그게 부피와 무게가 얼만데.


배송비도 추가로 왕창 붙었다고.


“이쪽 벽은 진열장으로 쓰면 되겠네.”


나는 판자에 못을 줄줄이 박아서 도구들을 걸어 두었다.


이렇게 해두니까 꽤 그럴싸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무슨 무기 상점 같다고나 할까?


철컥! 휘이잉!


자물쇠를 풀고 문을 열자, 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당장 물건을 팔고 싶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었다.


서브 퀘스트 해결이 우선이었으니까.


‘대차는 쓰지 말자.’


바닥이 워낙 울퉁불퉁하고 흙밭이라, 제대로 끌고 가지도 못할 터였다.


나는 천으로 감싼 톱니바퀴를 짊어졌다.


온몸이 휘청거렸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들 수 있었다.


암만 비리비리하다지만, 노가다 짬이 있거든.


힘이 모자라면 요령으로 때워야지.


나는 조심조심 영주성 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지니 씨 아니십니까?”


목수로 일하는 마틴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마틴 씨. 죄송하지만 지금은 문 안 열었습니다.”


“네, 바빠 보이시네요. 그런데 왜 수레로 안 옮기시고······.”


“마땅한 게 없어서요.”


“그래요? 잠깐만 여기 내려놓고 쉬십시오.”


이윽고 마틴은 수레 하나를 끌고 왔다.


목재로 된 어설픈 형태였지만, 끌차보단 훨씬 나을 터였다.


바퀴가 크고 딱딱해서 거지 같은 길도 다닐 수 있으니까.


“오! 감사합니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주시는데, 이 정도는 돕고 살아야죠.”


“한데, 어디 가시는 길인가요?”


“도구를 더 사려고요. 장도리가 정말 좋더라고요.”


“마침 몇 자루 만들어 뒀습니다. 이거부터 옮기고 함께 돌아가시죠.”


“예.”


나는 수월하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톱니바퀴를 꽂을 때도 마틴 씨가 도와줬거든.


‘할인 많이 해드려야겠네.’


못 정도는 공짜로 드릴 의향이 있었다.


이윽고 패슨 씨가 도개교를 작동시켜 보았다.


몇 번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했는데,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크! 1년 넘게 방치되어 있던 녀석인데, 이걸 드디어 고치는군. 정말 고맙네.”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200포인트 획득」


솔직히 좀 떨리긴 했다.


도개교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톱니바퀴 말고도 다른 곳이 문제일 수도 있잖아?


다행히 서브 퀘스트는 정상적으로 완료되었다.


‘이러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 않았을까?’


<메인 퀘스트>

목표 : 페이레스 주민들에게 인정받으십시오.

진행 : 45%

보상 : ???


아니나 다를까, 메인 퀘스트의 진행률이 대폭 올랐다.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쫄래쫄래 따라온 마틴 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다 뭡니까?”


“그간 열심히 만들었죠.”


“쇠 두드리는 소리도 안 나던걸요?”


“다 방법이 있습니다. 영업 비밀이에요.”


“허허!”


목수라서 그런지 도구에 관심이 참 많았다.


이윽고 마틴 씨는 장도리 한 자루와 톱 두 자루를 골랐다.


나는 못을 종류별로 한 움큼씩 담아주며 말했다.


“45리르만 주십시오. 이건 도와준 보답입니다.”


“이, 이렇게나 많이 주신다고요? 못값만 해도 상당할 텐데요.”


“우수 고객 관리 차원의 서비스라고 생각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마틴 씨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나는 도구와 못을 수레에 실어주곤 은화를 받았다.


벌써 301리르나 모였다.


이 정도 속도라면, 내 집 마련의 꿈도 머지않았다.


언제까지 대장장이 헛간에서 살 순 없으니까.


‘물론 여기서 자는 건 아니긴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잖아?’


여차하면 며칠 머무르다 갈 수도 있는 거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일단 돌아갈 작정이었다.


5천만 원이 기다리고 있잖아?


나는 곧장 복귀 버튼을 눌렀다.


그러곤 스마트폰의 신호가 잡히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달칵!


“준비됐습니다. 후배분 데려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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