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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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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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 돈 벌기 쉽네

DUMMY

16화






며칠 동안은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눈 뜨자마자 배추밭 관리.


읍내에 나가서 당장 필요한 물건 사기.


인터넷 쇼핑몰에서 쓸만한 걸 찾아서 주문하기.


그러고 페이레스로 넘어가면, 줄리아가 딱 맞게 도착했다.


“저 왔어요. 사장님!”


“안녕? 오늘도 수고하렴.”


“물론이죠.”


나는 줄리아에게 대장간을 맡기고, 영주성으로 향한다.


오전 내내 두들겨 맞다가 돌아오길 3일째.


드디어 서브 퀘스트가 끝났다.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600포인트 획득」


‘정말이지 눈물겨운 퀘스트였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날엔 검술을 펼치는 것 같긴 했거든.


못 믿겠지만, 영주와 치열한 공방을 나눴다니까?


물론 좀 과장한 이야기였다.


치열한 접전은 고작 몇 초 정도뿐이었고, 순식간에 침몰해 버렸거든.


역시 실력과 경험의 차이를 튼튼한 몸뚱이만으로 메꿀 순 없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좀 가뿐하네.”


대장간으로 돌아가는 걸음이 가벼웠다.


나는 줄리아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동네 빵집에서 산 샌드위치.


사실 그냥저냥 먹을만한 수준이었다.


“오늘도 진짜 맛있어요. 이렇게 부드러운 빵은 처음 먹어 봐요.”


하지만 줄리아에게는 어마어마한 호사였나 보다.


흐뭇한 아빠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많이 먹어. 신발은 잘 맞니?”


“네! 정말 튼튼하고 편해요.”


“다행이구나.”


이번에는 유니폼과 일상복 몇 벌, 가벼운 운동화까지 사 왔다.


그러자 줄리아는 페이레스의 유명 인사가 되어 버렸다.


예쁘장한 애가 좋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다 계산된 행동이었다.


“흠흠! 이보게, 지니. 안에 있는가?”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나가 보니,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영주성의 집사 체즈 테일러 씨였다.


평소에는 마을까지 내려오는 일이 드문 사람이었다.


귀족은 성 근처의 석조 주택에 사니까.


평민들이 사는 마을은 불결하다는 인식이 있거든.


“무슨 일입니까?”


“그······. 저 애가 입고 다니는 옷 말일세. 혹시 파는 물건인가?”


역시 제대로 걸렸다.


아랫동네에서 소문이 난다면, 윗동네까지도 퍼지게 되어 있었다.


나는 짐짓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그냥 저희 점원 유니폼입니다만.”


“허흠! 그래? 혹시 다른 스타일도 있나?”


“어디다 쓰시려고요? 설마 집사님께서 입으시려는 건······.”


“어허! 아닐세. 그냥 딸아이가 갖고 싶다 하더군. 그래서 알아보러 온 거야.”


“그러시군요.”


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하인을 보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저 콧대 높은 집사 아저씨가 직접 찾아왔다.


그만큼 페이레스에서의 내 입지가 높아졌음을 의미했다.


이것저것 잘 고치고, 좋은 물건을 팔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영주가 매일 부를 정도로 총애를 받고 있기 때문이리라.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또 만들 수 있단 말이지?”


“물론이죠. 근데 잘 아시겠지만, 가격이 꽤 나갑니다. 원단 자체가 귀한 거거든요. 한번 만져보시죠.”


나는 여분의 유니폼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옷에 손을 댄 테일러 씨의 눈이 동그래졌다.


부드러우면서도 구김이 잘 생기지 않는 재질.


폴리에스터 92%.


폴리우레탄 8%.


‘이게 바로 석유 화학이라는 겁니다.’


테일러 씨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도 살 마음을 굳힌 모양이었다.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다더군. 이 아이가 입은 것보다는 화려하게 말일세.”


“치수는요?”


“재단사가 재 놓은 게 있네.”


여기서 쓰는 수치야 톱니바퀴를 고치면서 파악해 둔 바 있었다.


얼추 줄리아 또래인 듯했다.


“최대한 디자인대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얼마나 걸리겠나?”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인지라, 장담할 수가 없네요.”


“완성되는 대로 가져다주게. 착수금으로 100리르를 내지. 물건값은 얼마인가?”


착수금이 얼마인가는 사람마다 다른 법이었다.


누군가는 절반을 원하고, 어떤 이는 10%만 받기도 한다.


‘여기서 잘 불러야 하는데.’


내 이익을 챙기면서 상대의 기분은 나쁘지 않게.


적절하게 잘 샀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가격.


“500리르입니다.”


“음. 나쁘지 않군. 그대로 진행해 주게.”


“감사합니다.”


테일러 씨는 흔쾌히 수긍하며 대장간을 나섰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잠시 나갔다 올게.”


“네!”


이제 줄리아가 있으니, 상당히 여유가 생겼다.


오늘은 페이레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볼 참이었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질문을 던져 보았는데, 딱히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여긴 모든 게 부족한 동네네.’


식량부터 의복, 도구, 의약품 등등.


사실상 남는 건 노동력뿐이었다.


아무거나 들여와도 잘만 팔릴 것이다.


그래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좀 더 심도 있게 조사를 했다.


그러던 중, 밭에서 일하던 패슨 씨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오! 지니. 여긴 어쩐 일인가.”


“여쭤볼 게 있어서요. 요즘 뭐가 많이 필요하신가요?”


“당연히 먹을 거지.”


약간의 기대와 함께 물어본 거였다.


패슨 씨는 영주의 병사니까.


하지만 대답은 다른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다른 건 모르겠고, 올해는 태풍이 늦게 오지만 않았으면 좋겠군.”


“갑자기 태풍이요?”


“한여름에 오는 건 그리 강하지 않지만, 이 시기가 되면 그야말로 미쳐 날뛴다네. 밀밭이 싹 조져지거든.”


“그 정도면 마을에도 피해가 있겠는데요?”


“몇 년 전엔 목책 절반이 사라진 적도 있지. 집까지 박살 나고 아주 그냥 난리였어.”


“그렇군요. 올해는 괜찮을까요?”


“조짐이 좋진 않아. 저거 보이나?”


패슨 씨가 가리킨 곳은 남쪽 해안가였다.


페이레스는 입지가 꽤 좋았다.


북쪽으로는 넓은 평야.


남쪽에는 긴 갯벌과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농업과 어업을 둘 다 할 수 있는 조건.


잘만 한다면, 음식 걱정 없이 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태풍은 그 모든 걸 박살 내어 버린다.


“남쪽 하늘이 어두컴컴하군요.”


“어제부터 저래. 어쩌면 큰 태풍이 올지도 모르겠군.”


“만약 안 오면요?”


“비만 조금 뿌리고 구름이 사라지겠지. 아마 내일부터는 고깃배가 나가지 못할 걸세. 영지청에서 명령이 내려올 거거든.”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런 걸로 뭘. 다음에 물건 사러 들르겠네.”


“감사합니다.”


나는 패슨 씨와의 대화를 마친 뒤, 해안가로 나가 보았다.


한데, 정말 먼 바다의 물결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았다.


‘진짜 태풍이 올지도 모르겠는데?’


만약 그렇다면 미리 대비를 해야 했다.


패슨 씨의 말처럼 마을 절반이 날아간 적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대장간 또한 무사하리라고 장담할 순 없었다.


나는 얼른 장사를 마무리하고, 줄리아를 돌려보냈다.


‘근데 뭐부터 해야 하지?’


갑자기 태풍 대비를 하려니까 영 막막했다.


이럴 때는 역시 인터넷 검색이 최고지.


찌이이잉!


고향집으로 돌아가 스마트폰을 켰는데, 고일영 선수의 톡이 와 있었다.


언제쯤 되는 건지, 조심스럽게 묻는 내용이었다.


“아, 참.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었지?”


현재 내가 보유한 포인트는 800.


나는 곧장 상점 창을 열어 보았다.


지난번과 다른 점은 없었다.


일단 시전 횟수부터 구매했다.


남은 500포인트로 살 수 있는 건, 무작위 검술뿐이었다.


‘이건 좀······.’


당장 무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아껴두는 게 좋을 듯했다.


혹시나 회귀 치유술이 필요하면, 또 포인트를 써야 하니까.


나는 곧장 고일영 선수에게 답장을 보냈다.


준비되었으니, 시간을 정하자고.


그런 다음, 태풍 대비에 관해서 검색했다.


하지만 별로 도움 되는 정보는 없었다.


‘죄다 현대니까 가능한 것들이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나다니지 말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창의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지.


나는 대장간 주변의 지형을 떠올려 보았다.


영주성과 바로 붙은 구석진 장소.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딱 중간이었다.


“목책에 구멍을 뚫고, 물 빠질 공간을 마련해 두면 되겠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서 잠길 일은 없었다.


대신에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땅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영주성과 성벽이야 튼튼하겠지만, 목책으로 둘러쳐진 아랫마을은 아니거든.


‘포대 자루를 왕창 사자.’


흙을 채워서 쌓아 두면,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


물길을 트는 데도 쓸모 있을 테고.


대장간 지붕도 보수해 두면 좋을 것 같았다.


커다란 방수포를 사서 아예 싹 감싸 버리면 되겠지.


“얼른 움직여야겠네.”


고일영 선수가 당장 오겠다는 톡을 보냈다.


몇 시간 걸릴 테니, 어두워지기 전에 나갔다 오는 게 좋을 듯했다.


나는 배추밭을 한번 둘러보고, 읍내 철물점에 들렀다.


“무슨 포대를 이렇게 많이 사? 방수포는 또 어디다 쓰게?”


“두둑이 자꾸 무너져서요. 물길 틀 것도 아닌데, 포대로 쌓아 두면 좋잖아요.”


“아무거나 채우지 말고, 고운 흙만 써. 괜히 이상한 거 집어넣으면, 금방 찢어지니까.”


“네.”


이제 뭐, 둘러대는 실력이 국가대표급이었다.


필요한 물건을 사서 돌아가는데, 대문 앞에 차 두 대가 와 있었다.


나는 고일영 선수가 왔음을 직감했다.


지난번에도 왔던 차거든.


“안녕하세요? 은인님.”


“반갑습니다. 일단 들어 가시죠.”


“네.”


“커피 드실래요?”


“아이고! 주시면 감사하죠.”


나는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조금만 넣고, 커피 믹스를 풀었다.


그러고 얼음을 가득 채우면, 농도가 딱 맞는 아이스커피가 된다.


한잔씩 대접하고 나자, 그제야 김진철 선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재활에 있어서 거의 신적인 존재시라고요.”


“과찬입니다.”


“금방 끝난다던데,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 있습니까?”


정종우 때보다는 덜하지만, 약간의 의심이 있긴 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능력이니까.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개소리를 늘어놓았다.


“제 생명력을 이용하여 국소 부위를 치료하는 초능력입니다. 어디든 얼마나 손상되었든,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죠.”


“······.”


김진철은 입을 다물었지만, 고일영이 잽싸게 맞장구쳤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셨던 거군요.”


“네, 아무렇게나 턱턱 쓸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목숨을 잃고 싶지 않다면, 생명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어떻게요?”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정신 수양이죠.”


“그, 그렇군요.”


다들 내가 어디 야산에 가서 폭포를 맞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한 번 맛보면, 무조건 인정하게 될 테니까.


“시작하겠습니다. 부상 부위가 오른쪽 팔꿈치네요?”


“그렇습니다.”


“왼쪽 발목도 안 좋은 편이시군요. 자주 삐시나요?”


“······예.”


대답이 살짝 늦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걸 보아하니, 꽤 놀란 모양이었다.


나는 곧장 김진철 선수의 팔꿈치와 발목에 양손을 각각 댔다.


그러곤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꼭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퍼포먼스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좋잖아?


『회귀 치유술 실행』


피이이잉!


찬란한 빛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김진철 선수의 표정이 이지러졌다.


“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펄쩍 뛰는 게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왜 이래?’


혹시 회귀 치유술에 뭔가 문제라도 생겼나 했다.


곧이어 고일영이 황급히 소리쳤다.


“아니, 형님! 대체 왜 그러세요?”


그러자 멍하니 서 있던 김진철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너무 좋아서. 팔꿈치 통증이 사라졌어.”


“······.”


아, 저걸 확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


‘5억 짜리라 참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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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 태풍 속의 영웅 24.09.13 274 20 11쪽
»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287 17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5 19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6 18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8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5 22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4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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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 친구는 돈으로 패야 제맛 24.08.30 410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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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 페이레스의 주민들 +1 24.08.27 50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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