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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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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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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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 5천만 원의 대가

DUMMY

8화






다음 날.


고일영은 이른 아침부터 대문을 두드렸다.


후배가 어지간히도 졸랐나 보다.


하긴 급할 수밖에 없겠지.


선수 생명이 끝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고쳐준다는데.


혹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 사람들은 몸이 자산이잖아.’


고일영 선수는 보자마자 또 뭔가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은인님.”


“또 뭘 사 오셨습니까?”


“지난번에 고기 잘 드시는 것 같아서, 비슷한 걸로 가져왔습니다.”


“매번 받기만 해서 죄송하네요.”


“아이고!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이 친구는 제 대학 후배고요. 배구 선수입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길쭉길쭉한 청년.


나도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저 사람은 말도 안 되게 컸다.


솔직히 고일영 선수 때와 마찬가지로 누군지 전혀 몰랐다.


“안녕하십니까? 정종우입니다.”


“반가워요.”


“근데 이거 확실한 겁니까?”


“아······. 물론이죠.”


대답을 하긴 했는데, 약간 뜸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곧바로 질문을 던질 줄은 몰랐으니까.


한데, 이해가 안 되진 않았다.


‘무려 5천만 원이나 드는 일이잖아.’


당연히 그 진위가 궁금할 수밖에 없지.


정종우는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그러자 고일영 선수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너는 의심이 왜 이렇게 많냐? 여기 산 증인이 있는데 말이야.”


“하긴 거짓이었으면, 형 성적이 돌아왔을 리가 없지. 의사들도 절대 안 된다고 했던 부상인데.”


“그러니까! 괜한 헛소리 하지 말고, 가져온 거나 꺼내봐.”


“알았어.”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꽤 친밀한 사이 같았다.


이윽고 정종우가 서류 가방을 내밀었다.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슬슬 더워질 겁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마당에서 이러고 있기가 좀 뭐해서, 나는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달랑 선풍기 한 대밖에 없는 집이지만, 땡볕보다야 훨씬 나았다.


“손님을 초대한 적이 없어서 대접이 영 부실하네요.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씩 드세요.”


“아이고!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고일영 선수는 시종일관 웃는 낯이었다.


하지만 정종우의 눈빛은 여전히 의심으로 가득했다.


‘어쩔 수 없지.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나는 상대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이내 연보라색 손자국이 나타났다.


“왼쪽 어깨 부상이 심하나 보군요.”


“······!”


정종우의 눈이 부릅떠졌다.


배구 선수가 겪는 부상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무릎과 발목, 허리, 어깨, 손가락 등.


대표적인 것만 해도 다섯 군데였다.


당연히 겉으로만 봐선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왼손으로 스파이크를 때린다는 것까지 파악해 내지 않았나.


“놀랍군요. 일부러 이러고 있었는데도 알아맞히시다니요.”


정종우는 오른손으로 물컵을 잡고 있었다.


테스트해 보려고 저런 행동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이래도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도 거저 하는 건 아니거든요.”


회귀 치유술을 사용하려면, 포인트를 벌어야 한다고.


게다가 갈수록 많은 수치를 요구한단 말이지.


너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자, 정종우의 태도가 바뀌었다.


“아, 아닙니다. 여기 가져왔으니, 확인해 보십시오.”


달칵!


서류 가방 속에는 현금 열 묶음이 들어 있었다.


총합 5천만 원.


나는 두근대는 심장 박동을 가라앉히며 소매를 걷었다.


“알겠습니다. 시작하죠.”


척!


『회귀 치유술 실행』


피이이잉!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찬란한 빛줄기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고일영과 정종우는 눈도 깜짝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효과는 내게만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윽고 빛무리가 잦아들었다.


“됐습니다.”


“벌써요?”


“네, 한번 움직여 보세요.”


“알겠습니다.”


정종우는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어깨를 풀었다.


이윽고 마당으로 나가더니, 본격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차에서 꺼내온 배구공을 후려치면서 말이다.


펑! 투웅-!


대포알처럼 튀어 나간 흰색 물체가 벽면을 때렸다.


‘선수는 선수구나. 저러다 담장이 무너지겠어.’


굉장한 위력이었다.


저런 거에 맞았다간 한 방에 기절할지도 몰랐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자, 문득 고일영 선수가 입을 열었다.


“벌써 팔팔 날아다니네요.”


“근데 무슨 부상이었나요?”


“관절와순파열이요. SLAP이라고 투수들이 자주 걸리는 거 있잖아요.”


“아······.”


“수술했는데, 경과가 안 좋았어요. 재활에 실패해서 이번 올림픽에도 못 나갔죠. 쟤가 있었다면, 예선 통과했을지도 몰랐을 텐데요.”


가만 듣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윽고 정종우의 테스트가 모두 끝났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내 손을 붙잡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허허! 다 돈 받고 하는 건데요.”


“혹시나 다음에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제가 부상이 잦은 편이라서요.”


“죄송하지만 장담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란 말씀이죠?”


“그거야······.”


그때 되어 봐야 알지.


나는 뒷말을 삼키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처음에는 조심하십시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고일영과 정종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대문을 나섰다.


마지막까지 배웅하던 나도 피식 미소를 지었다.


“돈 벌기 쉽네.”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입안에 감돌았다.


악을 쓰면서 살 때는 손에 들어오지도 않던 게 금전 아니었나.


그런데 모든 걸 내려놓고 귀향하니까, 복이 넝쿨째 굴러왔다.


간절히 바라면 그만큼 실패했을 때의 절망도 커진다.


그러면 다시 일어설 체력조차 유지할 수가 없다.


‘과거의 나처럼.’


욕심을 덜어내고 여유를 가져야 시야가 넓어지는 법.


아버지께서 입에 달고 살던 말씀이었다.


새삼 작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근데 신선이라도 된 양 이러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아버지. 저는 그냥 운이 좋았던 거지. 욕심을 덜어내진 못했나 봅니다.”


만약 진짜 그랬다면, 아무런 대가 없이 저 선수들을 고쳐줬겠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악인을 치료하여 카르마가 쌓였습니다」


「회귀 치유술의 시전 횟수가 1회 차감됩니다」


「앞으로 72시간 동안 회귀 치유술이 봉인됩니다」


「잘못을 바로잡으면 페널티가 완화됩니다」


「현재 카르마 수치 : 50」


“뭐, 뭐야?”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가만히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야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던 숫자가 –1로 바뀌었다.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체 뭘 잘못한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으니까.


‘되게 잘 생겼고, 사람 좋아 보이던데?’


의심이 많았지만, 정종우가 악인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잠시 멍때리고 있으니, 문득 상점 창이 떠올랐다.


<판매 목록>

회귀 치유술 1회 충전 : 300p

회귀 치유술 강화 : 1,000p

차원문 강화 : 1,000p

원격 파괴술 : 500p


새로운 항목이 생겼다.


‘원격 파괴술?’


항목들을 눌러 보았으나,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만 나왔다.


구매하기 전까지는 설명을 볼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대강 짐작해 볼 수는 있었다.


“원격 파괴술로 그 사람의 어깨를 되돌려놔야 한다는 건가?”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게 바로 그런 의미겠지.


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고뇌에 잠겼다.


* * *


회귀 치유술이 봉인되었지만, 일상은 바뀌지 않았다.


오늘은 트랙터를 빌려오는 날.


토양 살균과 살충은 미리 마쳐 놓았다.


이제 둔덕을 만들 차례였다.


드르르르륵!


트랙터에 관리기를 달고 지나가자, 자동으로 밭이 생성되었다.


움푹 파인 곳이 고랑, 둥그렇게 솟아오른 게 이랑이다.


‘그새 안 굳어서 다행이네.’


토양을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까딱하면 농사 짓기 부적합하게 바뀌어 버리는 게 흙이다.


다행히 우리 밭은 토지신이 강림이라도 했는지, 말썽을 하나도 부리지 않았다.


비닐 멀칭까지 하고 나자, 제대로 농사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모종을 심어야지.”


문득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모종 이식기로 비닐을 뚫고 벌리면, 내가 배추를 톡 넣곤 했지.


그럼 일이 몇 배 이상은 빨라진다.


허리를 굽힐 필요도 없고.


하지만 이곳엔 오직 나 혼자.


아무래도 내일은 사람 한 명을 써야 할 것 같았다.


‘기왕이면 아예 모르는 사람보단 지인이 낫겠지.’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하면 좋으니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연락처를 뒤졌다.


주말이라 시간이 될 만한 사람은 꽤 있었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이런 깡촌에 와주느냐가 문제지.


스크롤을 쭉쭉 내리다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인생 헛살았네. 도움 청할 사람도 없고.”


자영업 하다가 처음 망했을 때는 그래도 인맥이 좀 있었다.


하지만 돈을 빌리러 다니기 시작하자, 다들 금방 연락이 끊겨 버렸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중간하게 친한 사람이 그런 소릴 해 봐라.


나라도 잠수를 타 버릴 것이다.


한데, 연락처의 끝자락에서 어떤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하승호? 얘는 요즘 뭐 하려나?”


정말 몇 안 되는 고향 지인 중 하나였다.


나보다 세 살 어린 녀석.


종종 어울리곤 했다.


우리 집 근처에 살았거든.


‘전에는 왜 연락을 안 했더라? 좀 무서워져서였나.’


대강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돈 빌려달라고 했다간 사채를 소개해 줬겠지.


암만 어려웠어도 그러고 싶진 않았다.


비싼 이자로 근근이 버티는 것보다야 일찍 망하는 게 나았으니까.


그럼 지금보다 훨씬 비참했을 거거든.


“이젠 꿀릴 게 없으니까.”


잠깐의 망설임 끝에 나는 전화를 걸어 보았다.


혹시나 번호가 바뀌었으면 어쩔 수 없고.


뚜르르르! 달칵!


-어? 뭐야. 형! 살아 있었어?


의외로 녀석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나는 약간 얼떨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잘 지내냐?”


-나야 뭐, 그럭저럭. 형은?


“고향 내려와 있다. 농사나 지으려고.”


-잘됐네. 조만간 내려가려 했는데, 그때 얼굴 보면 되겠다.


“혹시 내일도 되냐? 일손 필요한데, 일당 넉넉히 챙겨 줄게.”


-일손?


“배추 심는 거야. 내가 이식기 잡을 테니까, 넌 모종이나 던져.”


-얼마 줄 건데?


“요즘 일당이 어떻게 되는진 모르겠는데, 20에 한우까지. 콜?”


-오케이. 콜!


승호는 내일 아침 일찍 오겠다고 했다.


그러고 전화를 끊었는데, 약간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목소리에 불량한 끼가 전혀 없었거든.


예전에는 조폭이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는 말투였는데 말이야.


“정신 차렸나 보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곤 넘어갈 준비를 했다.


오늘도 대차에 물건을 가득 싣고 차원문을 통과할 요량이었다.


미리미리 옮겨둬야 팔게 모자라지 않을 테니까.


‘됐다. 가자.’


그그그그극! 찌이이잉!


바퀴가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보라색 불빛이 번쩍였다.


이윽고 나는 어제 복귀했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제 뭐, 약간의 어지럼증도 없네.”


아무래도 차원 이동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나는 투박한 진열장을 가득 채우고, 깔끔하게 청소부터 했다.


먼지떨이를 실컷 놀린 다음, 바닥을 싹싹 쓸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이보게. 안에 있는가?”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보니, 패슨 씨가 손을 흔들었다.


나는 곧장 나가서 대문을 열어주었다.


그냥 들어올 수도 있을 텐데, 의외로 꽤 예의 바른 모습이었다.


‘영지의 유일한 대장장이라 그런 건가?’


뭐가 어쨌든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영주의 병사라면 좀 거들먹거려도 되는 세상이거든.


“어쩐 일이십니까? 패슨 씨.”


“아, 뭘 사러 온 건 아니고 이야기나 전하러 왔네.”


“이야기요?”


“영주님께서 돌아오셨거든. 자네가 도개교를 고쳤다고 보고하니, 성에 한번 들르라고 하시더군.”


“알겠습니다. 준비하고 바로 가죠.”


“그러시게.”


기사 출신이라 전공 세우기에 혈안이 되었다고 들었다.


전쟁광 영주는 좀 불안한데.


그래도 높은 사람 알아둬서 나쁠 건 없지.


‘검 같은 걸 만들어 달라고 하면, 또 상우한테 맡겨 버리지. 뭐.’


그럼 어디 미래의 호갱님을 좀 만나러 가보실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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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5 19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6 18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8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5 22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4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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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366 18 12쪽
»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381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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