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새글

글로고소득
작품등록일 :
2024.08.26 15:59
최근연재일 :
2024.09.18 10:0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8,272
추천수 :
421
글자수 :
118,870

작성
24.09.04 17:51
조회
342
추천
19
글자
12쪽

11화 : 업보 청산

DUMMY

11화






미친 소리였다.


나는 싸움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구경도 UFC 경기를 종종 시청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종자 제안이라니?


절대로 안 될 말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한낱 대장장이입니다. 나이도 많은 편이고요.”


“몇 살인가?”


“서른일곱입니다.”


“······.”


말을 술술 이어가던 영주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생각보다 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긴 동양인이 어려 보이긴 하니까.’


머리카락이 빽빽하게 자란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젊게 봐준 모양이었다.


‘고맙긴 합니다만, 죽긴 싫습니다요.’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를 거론한 게 먹혔나 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가져왔으니, 그만한 대가가 있어야겠지. 집사?”


“예, 영주님.”


“준비한 걸 가져오게.”


“여기 있습니다.”


달칵!


집사가 내민 물건은 자그마한 패물함이었다.


내용물은 별거 없었다.


금화가 가득 들어 있었을 뿐이니까.


“마그셀 왕실의 기념주화다. 은화로 환산하면, 3천 리르는 될 테지.”


“감사합니다.”


상당히 후한 보상이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듣기론 종자의 가벼운 갑옷이 1,500리르쯤 했으니까.


고작 신발 한 켤레 가격치곤 과하지.


그래도 거절할 마음은 없었다.


현실이든 판타지 세계든 다다익선 아니겠나.


나는 공손히 패물함을 받아 들었다.


그러곤 크게 절하며 빠지려 했는데, 문득 영주가 다시 말을 걸었다.


“종자가 되진 못해도 검술 정도는 배울 수 있겠지. 시간 나면 사람을 보낼 테니, 성에 방문하거라.”


“예?”


“연고를 만드는 김에 겸사겸사 오면 되겠군.”


<서브 퀘스트>

목표 : 영주의 검술 수업

보상 : 100p


<서브 퀘스트>

목표 : 상처에 잘 듣는 연고

보상 : 100p


홀로그램 창이 연달아 떴다.


서브 퀘스트가 많아지는 거야 기쁜 일이었다.


그만큼 회귀 치유술을 자주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검술 수련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평소에 운동도 잘 안 하는데.’


그래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단순히 포인트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사람 눈 밖에 나면 페이레스에서의 삶이 끝나 버리거든.


고민은 잠깐이었다.


‘까짓것 해 보지 뭐.’


한 몸 지킬 힘이 있으면, 좋은 거 아니겠어?


“알겠습니다.”


“이만 가보게.”


“예.”


나는 영주에게 다시금 인사를 올린 뒤, 성을 홀연히 빠져나왔다.


바깥으로 나가자, 등판이 시원해졌다.


최대한 의연한 척했지만, 긴장이 되었나 보다.


식은땀이 뭐 이리 많이 났어?


‘아, 맞다. 상처를 못 살폈잖아?’


붕대라도 좀 풀어 볼 걸 그랬나.


갑옷이 한 번은 막아 줬다고 했으니, 그리 심하진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수확이 많네.’


무려 4천 리르를 벌었다.


조금만 더 모으면, 영지 인근의 작은 농장 하나를 살 수 있을 거다.


튼튼한 석재 게이트 하우스를 짓는 데 8천 리르쯤 든다고 했던가.


비싸긴 해도 조만간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자.”


대장간 문을 단단히 잠그고 복귀 버튼을 눌렀다.


츠츠츠츠! 팟-!


집에 돌아왔지만,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다.


영주의 신발 제작 퀘스트를 해결하고 500포인트를 받지 않았나.


이제 원격 파괴술을 익힐 차례였다.


상점에서 항목을 선택하자, 곧장 홀로그램 창 하나가 떴다.


<스킬 정보>

명칭 : 원격 파괴술

횟수 : 하루 1회

기본 효과 : 해당 부위를 악화

특이 사항 : 강도 조절 가능


‘오? 이건 제약이 덜하네?’


하루에 한 번.


누구든 어떤 부위든 조져 버릴 수 있는 스킬이었다.


순간적으로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걸 머리나 심장에다 시전한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살아남지 못할 터였다.


“오우! 그럴 수는 없지.”


진저리가 쳐졌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내 몸을 지킬 필살기 하나가 생긴 셈이니까.


한숨 푹 자고 나자, 벌써 해가 떠 있었다.


스트레스가 줄어서 그런지, 요즘 되게 잘 잔단 말이지.


‘불면증이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버렸네.’


방에 가만히 널브러져 있는데, 문득 배에서 천둥소리가 났다.


꼬르르륵!


냉장고를 뒤져보았으나, 휑한 느낌만 받았다.


재료를 사러 가려니까 왠지 좀 귀찮았다.


“나가서 먹자.”


아무래도 외식이 나을 것 같았다.


겸사겸사 누구도 좀 만나고 말이다.


* * *


오랜만에 지긋지긋한 서울에 입성했다.


이 미친 듯이 큰 도시에는 여전히 차가 더럽게도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이를 버스터미널에 두고 왔다.


주차 지옥을 겪고 싶진 않았거든.


게다가 픽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차는 필요 없었다.


“근데 이놈은 어디 갔어?”


“여기 있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불현듯 불량스러운 머리통이 튀어나왔다.


기둥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승호였다.


“에라이, 씨! 놀랐잖아.”


“늙어서 시야가 좁아지기라도 하셨어?”


“그래봐야 3년 차이다. 너도 곧이야.”


“헤헤! 일단 커피부터 한잔하실?”


“밥 먼저. 배고파 죽겠다.”


편의점에서 대충 빵 하나를 사 먹긴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배가 다 꺼져버렸거든.


나는 미리 검색해 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웬 일식?”


“깡촌에선 식당은 구경도 못 한다고.”


“한 달도 안 됐으면서 되게 오래 산 척하네.”


“왜? 먹기 싫어?”


“아, 아니! 뜻한 바대로 하시지요.”


나는 나름 괜찮은 느낌의 일식집에 발을 들였다.


사실 오랜만이긴 했다.


10년 넘게 쪼들리는 인생이었는데, 마음 편히 외식을 해봤겠나.


만약 예전에 이 가게에 왔다면, 무조건 가장 싼 걸 주문했을 터였다.


‘C코스가 3만 원이고, B는 4만, A가 6만이네.’


점심치고는 꽤 가격이 높은 편이었다.


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A코스를 선택했다.


이제 이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단순히 계좌에 7천만 원이 찍혀 있어서는 아니었다.


‘회귀 치유술 덕분이지.’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주문을 마치자, 하승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형 로또라도 맞았어?”


“······겠냐? 지지리 운도 없는 내가?”


“나야 그런 건 모르지.”


“이혼하고 집도 절도 없어서 쫓겨나듯 부모님 댁 왔다. 개털이야.”


“그럼 오늘 이거랑 400짜리 의뢰는 뭔데?”


“탐정이 일만 잘하면 되지. 자꾸 의뢰인 신상을 털려고 해?”


“커흠!”


녀석은 괜히 헛기침하며 물만 들이켰다.


이윽고 하나둘 음식이 나왔다.


호박죽부터 시작해서 각종 돔과 광어회.


나중에는 참치와 민어찜까지.


나름 괜찮은 한 끼였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자, 하승호가 서류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그거야?”


“응.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굉장한 친구더라?”


“뭐가 있긴 했나 보네?”


“맞아.”


나는 봉투 속에서 수십 장의 종이를 꺼냈다.


빽빽하게 정리된 사진.


그 속에는 정종우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사실 되게 평범한 내용이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인상을 잔뜩 썼다는 것뿐.


미간을 일그러뜨린 채로 고개를 들자, 승호가 설명을 덧붙였다.


“벌써 V리그 배구단에 복귀했더라고. 근데 가자마자 난리 났지.”


“뭘 어떻게 했길래?”


“선배 대우가 시원찮다면서 기강을 잡기 시작한 거야. 예전처럼.”


나는 사진을 하나둘 넘겨 보았다.


뒤로 갈수록 예전 사건들이었다.


흐지부지 넘어갔지만, 매우 심각해 보였다.


배구를 그만둔 후배 선수들의 인터뷰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되게 교묘하게 때리나 보다?”


“진짜 티 안 날 정도로만 하고, 그거보다 더 심한 건 이쪽이야.”


“뭔데?”


“평판 파괴.”


“······?”


순간적으로 뭔 소린지 이해하지를 못했다.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으니까.


하지만 왠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근거 없는 소문을 퍼트리거나 하는 건가?”


“맞아. 게다가 열외 같은 것도 시켰다더라고.”


“그건 또 뭔데.”


“군대에서 종종 하는 거 있잖아. 특정 인물과는 아무런 상호 작용도 못 하게 하는 거.”


피해자는 아마 혼자만 섬에 갇힌 느낌일 터다.


그렇게 운동을 그만둔 후배만 여섯 명이 넘었다.


뒤에 내용이 더 있었지만, 나는 자료를 봉투에 넣어 버렸다.


볼 것도 없었다.


이놈은 그냥 어마어마한 쓰레기다.


어째서 5천만 원을 고분고분 줬는지도 의문이었다.


‘나한테 효용 가치가 있어서 그런 거냐?’


정종우는 부상이 잦다고 했다.


아마 어깨 말고도 불편한 곳이 있을 것이다.


돈이 모이면 그 부분도 고쳐 달라고 할 생각이었겠지.


혹시나 또 다칠지도 모르고.


어쨌거나 이제 판단은 섰다.


‘얼른 가서 조지고 가자.’


나는 음식을 계산하고, 곧장 승호의 차에 탔다.


“잘 먹었어. 형.”


“그래. 체육관으로 가자.”


“거긴 왜?”


“근처에서 만날 사람이 있거든.”


“뜬금없지만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뭘?”


“정종우는 왜 조사해 달라고 한 거야?”


“또 선 넘네. 이거.”


“아니, 우리 사이에 이 정도는 이야기해 줄 수도 있잖아?”


사실 이런 상황쯤이야 이미 다 예상했다.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하지 않았나.


왜 이러는지 궁금하겠지.


의뢰인이 초면이라면 모르지만, 난 친한 동네 형이잖아.


그래서 꽤 그럴듯한 변명을 준비해 왔다.


“대학 후배가 이놈이랑 사귄대.”


“이혼했다더니, 벌써 새 사람 찾은 거야?”


“깡촌에 틀어박혀 사는데, 그럴 리가 있겠냐? 직접 하기 어려우니까, 나한테 부탁했지.”


“아, 의뢰가 건너서 온 거였어? 난 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차가 스르르 멈췄다.


가까운 거리라 도착은 금방이었다.


“바로 들어가. 난 이것만 전해주고 내려갈 거야.”


“나도 조만간 갈 건데, 한잔 콜?”


“농사 도와주면.”


“일당은?”


“이젠 시세대로 한다. 대신 새참은 맛난 걸로 줄게.”


“오케이! 콜!”


하승호는 씩 미소를 짓더니, 차를 몰고 가 버렸다.


건물 사이에 몸을 숨긴 나는 주변을 조용히 살폈다.


다행히 승호가 다시 돌아오거나 하진 않았다.


만약 추적하려 했다면, 녀석과 손절을 칠 작정이었다.


‘고맙다. 의심하지 않아 줘서.’


나는 배구단 체육관 근처에서 숨죽여 기다렸다.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굳이 훈련하는 순간을 포착하지 않아도 되거든.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알아서 무리하다가 조져질 거다.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문득 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야, 오늘 봤냐? 예전 기량은 확실히 넘어섰지?”


“완전히 날아다니시던데요. 국대 복귀는 무조건일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다가오는 무리.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러자 일단의 무리가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금방 만나다니, 운 되게 좋네.’


정종우를 비롯한 배구단 선수들이었다.


친한 후배들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는 듯했다.


한데, 때마침 정종우가 왼팔을 휘둘렀다.


아까 보여줬던 모습을 자랑이라도 하는 듯했다.


‘딱 좋은 타이밍이다.’


나는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원격 파괴술 실행』


빠직-!


머릿속에서 뭔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분노가 극에 달했을 때 같았다.


하지만 정종우는 평범하게 걸어가기만 할 뿐이었다.


예전 상태로 돌려 놓았으니, 당분간은 이상함을 못 느낄 것이다.


하지만 조만간 효과가 나타날 터였다.


‘됐다.’


이윽고 눈앞에 반가운 글귀가 떠올랐다.


「회귀 치유술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현재 카르마 수치 : 10」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농했는데 다 고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NEW 20시간 전 12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 안내 24.09.06 219 0 -
23 22화 : 농장주가 되었다 NEW 2시간 전 60 9 12쪽
22 21화 : 영웅의 행보 24.09.17 202 17 12쪽
21 20화 : 다시 만난 그놈 +1 24.09.16 270 20 13쪽
20 19화 : 오러 발현 24.09.15 253 18 12쪽
19 18화 : 목책 방어 24.09.14 254 18 12쪽
18 17화 : 태풍 속의 영웅 24.09.13 270 20 11쪽
17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284 17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4 19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6 18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7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4 22 12쪽
»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3 19 12쪽
11 10화 : 뜻밖의 제안 24.09.03 349 19 11쪽
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365 18 12쪽
9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380 18 12쪽
8 7화 : 준비됐습니다 고객님 24.08.31 387 19 12쪽
7 6화 : 친구는 돈으로 패야 제맛 24.08.30 409 18 12쪽
6 5화 : 대장장이는 아니지만 잘 고침 24.08.29 417 19 12쪽
5 4화 : 자라나라 머리머리 +1 24.08.28 454 16 13쪽
4 3화 : 페이레스의 주민들 +1 24.08.27 502 18 12쪽
3 2화 : 설마 이것도 고쳐지나? +2 24.08.26 568 20 12쪽
2 1화 : 시공의 선택 24.08.26 591 19 12쪽
1 프롤로그 24.08.26 594 2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