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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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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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 뜻밖의 제안

DUMMY

10화






어차피 철제 농기구야 얼마든지 들여올 수 있었다.


왕창 넘겨도 주민들이 살 매물은 충분할 터였다.


그런데도 나는 굳이 면박을 주었다.


상인들을 향한 주민들의 반감을 이용한 것이다.


“역시 지니 자네라면 이럴 줄 알았네.”


“이렇게 훌륭한 대장장이가 들어오다니, 우리 영지에는 복이 많군.”


“크으! 그간의 설움을 날려 버리는 한 방이었네. 통쾌해!”


“이거 뭐라도 하나 사야 할 것 같군.”


마을 사람들은 덕담을 늘어놓더니, 물건을 하나씩 사려했다.


하지만 나는 곧장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꼭 필요할 때 사러 오세요. 저희 가게는 정가대로만 파니까요.”


“오호! 그렇구먼.”


“그리고 지금은 수리 중이라, 며칠 뒤에 다시 열겠습니다.”


“알겠네. 수고하시게.”


이윽고 대장간 앞은 여느 때처럼 한산해졌다.


물건을 사겠다는 주민들을 말린 이유는 단순했다.


저 상인들의 유혹이 있을 테니까.


그럼 이상한 이야기가 나돌 수도 있었다.


말로만 안 팔겠다고 했다면서 말이다.


따지러 왔던 상인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서성거렸다.


나는 그대로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메인 퀘스트 때문에 지르긴 했지만, 굳이 저 사람들하고 척질 필요는 없지.’


적은 적게 만들수록 좋은 법.


나는 상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크흠!”


고갯짓으로 대장간 뒤편을 가리키자, 못 이기는 척 따라왔다.


혹시나 내가 철제 도구들을 팔려나 싶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킨다.


“그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득을 많이 보셨잖습니까? 제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겁니다.”


“그럼 대체 왜 부른 거요?”


“철제 도구 말고도 다른 상품이 있거든요. 이것 좀 보시겠어요?”


나는 왕창 사두었던 작업 방석 하나를 꺼냈다.


엉덩이에 딱 붙은 기다란 원통 쿠션.


착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다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 하는 물건인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호미를 들었다.


“이렇게 쓰는 겁니다.”


가볍게 일어나 옆으로 가서 다시금 털썩.


허공에 호미질을 반복하자, 점점 상인들의 표정이 변했다.


이 물건의 효용 가치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오오? 상당히 편리해 보이는구려.”


“근데 그건 뭡니까? 희한하게 생겼는데.”


아쉽게도 작업 방석보다는 호미에 더 관심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것도 며칠 뒤에나 팔기 시작할 겁니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시죠.”


주민들과 한 약속을 어길 순 없었다.


철제 농기구로 어깃장 놓던 상인들을 한 방 먹여준 대가 아닌가.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꾸면, 기껏 쌓은 신뢰가 박살 날 것이다.


단호하게 말하자, 상인들은 입맛만 다셨다.


“어쩔 수 없군. 그럼 그 작업 방석이라는 건 얼맙니까?”


아무래도 철제 농기구보다는 싸게 팔아야 할 것 같았다.


실제로도 이게 훨씬 저렴했으니까.


잠깐 고민하던 나는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5리르요.”


“너무 비쌉니다. 3리르로 해주시죠.”


“5리르. 어디서도 팔지 않는 물건이니, 싫으면 그냥 가세요.”


“끄응!”


신음과 함께 잠깐 뒤로 물러난 상인들.


이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답이 나왔는지, 짐짓 점잖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전량 매입하지요. 딱 보니 한 백 개 정도 되어 보이네요.”


“그러시죠.”


“혹시 더 만들 수 있습니까?”


“그건 왜요?”


“다음에 또 사려면,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 알아야죠.”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저들의 속셈이 뻔하게 보인 까닭이었다.


‘가격 담합이라도 하시려고?’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에서도 매점매석이 당연하게 그려진다.


아마 여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가 시장 질서에 개입하지 않으니까.


저들은 작업 방석을 싹 사들인 다음, 최대한 비싼 값에 팔 속셈인 듯했다.


그래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겠지.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저거 개당 4천 원이거든.’


백 개는 무슨.


천 개, 만 개도 들여올 수 있다.


나는 상인들의 수를 간파했지만,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번에도 이만큼은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것도 저희와 계약하시죠. 1천 리르를 내놓고 가겠습니다.”


“그러시죠.”


알아서 더 구매하시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계약서를 쓰고 작업 방석을 전량 넘겼다.


‘순식간에 떼돈을 벌었네.’


벌써 1,301리르라는 거금이 모였다.


이 정도면 그나마 좀 괜찮은 집을 살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 머무는 대장간보다 상태가 좋진 않았다.


여긴 매매가가 3천 리르거든.


“굳이 이사 갈 필요는 없지.”


지금은 월세가 저렴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나는 바닥을 다시금 쓸고 닦으려 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 탓에 더러워졌으니까.


한창 그러고 있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차! 메인 퀘스트.’


지금은 청소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곧장 홀로그램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메인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강화권 획득」


「보유한 스킬이나 차원문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결정해 주십시오」


“오!”


생각보다 좋은 보상이었다.


1천 포인트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한데, 어떤 걸 올릴지 고민이었다.


‘나한테 뭐가 더 절실하지?’


솔직히 말해서 차원문은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내 돈줄을 강화하는 게 맞지.


나는 곧장 회귀 치유술을 눌렀다.


그러자 못 보던 창이 불쑥 떠올랐다.


<스킬 정보>

명칭 : 회귀 치유술(+1)

횟수 : 0

기본 효과 : 해당 부위를 최상의 상태로 복원함

강화 효과 : 한 번에 두 군데 치료 가능

특이 사항 : 봉인됨(24시간 남음)


‘페널티가 줄었다.’


다른 것보다는 그 점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1이었던 횟수가 0으로 변했고, 봉인 시간도 반이 되었다.


원래 지금쯤이면 48시간이어야 정상이거든.


“역시 이걸 선택하길 잘했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홀로그램을 넘겼다.


그러자 새로운 창 하나가 더 나타났다.


<메인 퀘스트>

목표 : 페이레스 주민들에게 존경을 받으십시오.

진행 : 0%

보상 : ???


“이건 좀······.”


존경은 신뢰나 인정과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당장 나만 해도 그렇지 않나.


존경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선뜻 누구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있어 봐야 유명인 몇 명 정도?


당연히 내 주변에서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한데, 옆집 사는 대장장이가 주민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일단 행동을 최대한 조심해야겠다.’


오늘처럼 척지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었다.


상인들을 말로 쥐어패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당장 해결하지는 못할 것 같네.”


그러니 너무 신경을 쓰진 않기로 했다.


나는 옆에 던져두었던 빗자루를 다시금 집어 들었다.


남은 청소를 마무리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문득 머릿속에서 뭔가가 번쩍 떠올랐다.


“아, 맞다! 안전화.”


오늘은 목표는 영주의 요청을 들어주는 거였다.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면, 5백 포인트가 들어오니까.


그걸로 원격 파괴술을 익혀야지.


의도치 않은 실수를 바로잡으려면 말이다.


나는 얼른 신발주머니를 어깨에 메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경비병이 지키고 있었지만, 통과는 금방이었다.


다들 내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거든.


“벌써 영주님의 갑옷이 완성되었는가?”


“밤새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허허! 고생이 많았군. 이리로 오게.”


“네.”


나는 이름 모를 병사를 따라서 성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발에 붕대를 칭칭 감은 영주가 있었다.


“의외로 굉장히 빠르군.”


“영주님을 뵙습니다.”


“허례허식은 됐다. 만든 거나 가져오너라.”


“예.”


공손하게 예를 취했는데, 영주는 대충 손을 휘저었다.


그저 내가 가져온 신발에만 시선을 두고 있을 뿐.


심드렁한 표정이었으나, 눈은 반짝거렸다.


기사라서 그런지, 좋은 장비에 관심이 가는 모양이었다.


‘흐흐! 현대 문물 맛 좀 봐라.’


그러고 보니, 다친 발이 눈에 들어왔다.


상처가 얼마나 깊은진 모르나, 약간의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연고 같은 걸 갖다준다면 좋아하겠지.


‘아니, 의약품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게 아닐까?’


중세에는 전염병이나 상처 감염 등으로 죽는 이가 많았으니까.


어쨌거나 약은 나중에 들여오기로 하고.


당장 중요한 건 고객의 만족도였다.


“여기 있습니다.”


“흠!”


영주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더니, 다치지 않은 발을 넣어 보았다.


하지만 입구가 좁아 잘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치수를 재 갔으면서 왜 이리 작게 만들었나?”


대번에 호통이 떨어졌다.


그러나 나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스윽. 지익!


안쪽의 지퍼를 내리자, 들어갈 공간이 넓어졌다.


영주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순식간에 신겨진 신발을 쳐다보았다.


“오호?”


“어떻습니까?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굉장히 탄탄하면서도 압박은 별로 없구나. 발목도 굉장히 잘 돌아가는군.”


“방어력 실험은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나는 망치를 들어 보였다.


그러자 영주는 신지 않은 반대쪽 신발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저걸 신은 채로 때려보라는 의미겠지.


사이즈가 같으니, 거리낄 것은 없었다.


후웅! 텅!


있는 힘껏 내리쳤으나, 묵직한 충격만 느껴질 뿐.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담담한 표정으로 영주를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군. 이리 줘 보겠나.”


“예.”


텅! 텅! 텅!


망치를 건네자, 연신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발 안쪽의 철판이 어디까지 연결되었는지 알아보는 모양이었다.


영주의 실험은 금방 끝났다.


“으하하하! 이거 굉장한 물건이로군. 질긴 신발 속에 철판은 넣어 두다니, 기발한 생각이로다.”


곧이어 터져나온 너털웃음.


어지간히도 만족스러운 모양인지, 다친 발도 넣어 보려고 했다.


‘암만 착용감이 좋은 신발이라도 저래선 안 될 텐데?’


나는 얼른 영주를 말렸다.


“아직 다 낫지 않으셨으니, 조금만 참으시지요. 제가 상처에 좋은 연고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런 재주도 있느냐?”


“아버지께서 알려주신 민간요법이긴 하나, 효험이 좋습니다.”


“가져오면, 내 크게 포상하마. 어디 보자. 신발값으로 얼마를 내야 하나.”


솔직히 돈이야 얼마를 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목적은 달성했거든.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500포인트 획득」


저걸로 원격 파괴술을 사서 카르마를 원상태로 돌리면 된다.


그럼 회귀 치유술을 다시 사용할 수 있으리라.


한데, 영주의 입에서 의외의 내용이 튀어나왔다.


“대장장이라면 힘이 좋겠군. 키도 꽤 큰 편이고.”


갑자기 이런 소린 왜 하는 걸까?


불안하게 말이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영주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자네 내 종자가 될 생각 없나?”


아니, 잠깐만.


지금 나더러 함께 전쟁터에 나가자는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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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286 17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5 19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6 18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7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5 22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4 19 12쪽
» 10화 : 뜻밖의 제안 24.09.03 350 19 11쪽
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366 18 12쪽
9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380 18 12쪽
8 7화 : 준비됐습니다 고객님 24.08.31 388 19 12쪽
7 6화 : 친구는 돈으로 패야 제맛 24.08.30 410 18 12쪽
6 5화 : 대장장이는 아니지만 잘 고침 24.08.29 418 19 12쪽
5 4화 : 자라나라 머리머리 +1 24.08.28 455 16 13쪽
4 3화 : 페이레스의 주민들 +1 24.08.27 503 18 12쪽
3 2화 : 설마 이것도 고쳐지나? +2 24.08.26 570 20 12쪽
2 1화 : 시공의 선택 24.08.26 595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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