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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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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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강철 몸뚱이

DUMMY

15화






알아보니까 일반 노동자 일당은 1리르.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그보다 좀 더 높은 모양이었다.


줄리아처럼 성인이 되지 못한 잡일꾼은 50브렌 정도밖에 못 받았다.


하지만 나는 급여를 좀 괜찮게 줄 작정이었다.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있어야 오래도록 일할 것 아닌가.


“지금은 일당 1리르 50브렌으로 계산해 주마. 네가 일을 열심히 한다면, 더 올려줄게.”


“정말요?”


“응. 대신 내가 시킨 것은 확실하게 해내야 한다.”


“물론이에요! 몸이 부서지도록 일할게요. 사장님.”


“그렇게까진 안 해도 돼. 그냥 정확하게만 해줘.”


“네.”


줄리아는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나는 물건의 위치와 가격을 알려주었다.


반드시 가격표에 적힌 대로만 계산하고, 흥정은 절대로 받아주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도 좋아. 아, 깃발 좀 회수해 주지 않겠니?”


“네.”


“잘 가렴. 아! 급여는 어떻게 받는 게 좋을까? 주급? 월급?”


“음······. 편하실 대로 주세요.”


“그럼 월급으로 하자꾸나. 페이레스에선 다들 그렇게 하던데.”


“네, 전 상관없어요.”


“알겠다. 잘 가렴.”


“안녕히 계세요. 사장님.”


줄리아는 팔랑팔랑한 걸음으로 울타리 문을 열고 나갔다.


어제까지 골골거리던 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활기가 있었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물쇠를 잠갔다.


「복귀하시겠습니까?」

「24시간 동안 차원문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빨리 가자. 죽겠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그대로 쓰러져 잠에 빠져다.


아직 초저녁에 불과했지만, 배고프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 * *


“끄응!”


다음 날.


상체를 일으켰는데,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을 뿐.


의외로 몸은 멀쩡한 편이었다.


“이게 뭔 회복력이냐?”


보통 갑자기 과한 운동을 하면, 근육통이 오래 가는 법이었다.


못해도 3일 정도는 욱신거려야 정상인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되레 온몸에 힘이 넘친다고 해야 하나?


거울에 몸을 비춰 보니, 배가 쏙 들어가 있었다.


“얼씨구?”


복근이 보일락말락 하는 상태라고나 할까.


내 평생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군대에서도 몸이 좋았던 적이 없었거든.


‘갑자기 의욕이 막 샘솟는데?’


고작 하루 만에 이 정도지 않은가.


서브 퀘스트를 마무리할 때쯤이면, 몸짱이 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아침은 오랜만에 라면으로 때웠다.


배추밭을 싹 돌아봤는데, 손이 좀 가는 부분이 있었다.


삽으로 무너진 두둑을 정비하고, 큼지막한 돌을 솎아냈다.


푸릇푸릇하게 올라온 배추 모종들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띤, 띠디디, 띤띤!


씻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문득 스마트폰이 울렸다.


하승호였다.


“벌써 끝났어?”


-응. 별거 없던데?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 중이야. 자기 관리도 철저해.


“그래?”


-개인 종목이라서 군기 문제도 없어. 근데, 이 사람은 왜? 이미 결혼했잖아.


지난번에 후배 남친이라고 둘러댔던 게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걱정 하지 마라.


내 혀는 승호의 눈치보다 빠르니까.


“어쩌다가 친분이 생겼는데, 친하게 지내도 되나 해서.”


-아니, 형이 유명한 테니스 선수랑 알게 될 일이 뭐 있어?


“전에 고일영이라고······.”


나는 집 앞에서 도움준 걸로 인연이 되었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하승호가 허탈하게 웃었다.


-와! 이 형 진짜 운 되게 좋구나?


“코로나 때문에 사업 말아 먹고 귀향한 사람한테 할 소리냐?”


-그, 그건 그러네.


“대금은 또 500? 유명한 사람이잖아.”


-아니야. 이번에는 진짜 쉬웠어. 한 200만 보내줘.


“그래. 다음에 밥 살게.”


-술로 해.


“그러든지. 서울 올라갈 일 있으면.”


-응.


승호와의 통화가 끝나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김진철 선수는 페널티 걱정 없이 치료해 줘도 될 것 같았다.


‘크! 5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벌써 거금이 내 손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었다.


시전 횟수를 채우려면, 일단 퀘스트를 해결해야 하는 법.


나는 곧장 읍내로 가서 필요한 물건부터 싹 구했다.


그러곤 정성껏 도시락을 쌌다.


이번에는 양을 두 배로 늘렸다.


알바생도 먹여야 하니까.


“으쌰!”


드르르륵! 찌이이잉!


나는 대차를 밀며 차원문을 통과했다.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마침 줄리아가 울타리 옆에 깃발을 꽂는 중이었으니까.


나는 얼른 자물쇠를 풀었다.


덜컥!


“왔어?”


“네, 사장님.”


“일단 이거부터 해.”


나는 계산대 위에 펌프형 손 세정제를 놓아두었다.


꾹꾹 누르면서 시범을 보이자, 줄리아는 곧잘 따라 했다.


“시원해요!”


“손을 소독하는 거야. 더러운 것들을 말끔하게 없애주지.”


“이것도 파는 물건인가요?”


“아직은 그럴 생각 없어. 대신 들어오는 손님들한테 한 번씩 하라고 안내해 줘.”


“네.”


대충 이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는 위생적일 터였다.


이곳 사람들은 일 년 내도록 아예 안 씻기도 하거든.


놀랍게도 하층민들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는다.


단벌로 사는 게 일상이라, 그럴 사정이 못 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단 줄리아를 데리고 뒤뜰로 갔다.


대장간답게 이곳에는 작은 우물이 있었다.


물을 몇 바가지 퍼서 대야에 담은 뒤, 머리부터 감겼다.


‘이도 많네.’


중세 귀족들이 비단을 선호했던 이유가 외부 기생충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허영심이 우선이었다.


실크로드를 넘어온 비단은 가격이 무지하게 비쌌으니까.


거기다 이가 잘 붙지 못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인기가 좋았겠나.


어쨌거나 내가 사는 곳에 기생충이 있는 꼴을 볼 순 없었다.


제대로 씻기고 나자, 꼬질꼬질하던 모습이 싹 사라졌다.


아마 이도 대부분 떨어져 나갔을 것이다.


나는 거품 물을 따로 담아두었다.


‘이건 어떡하지?’


그냥 방류했다간 페이레스의 환경이 오염될 터였다.


조금이라도 정수를 한 다음에 내보내야지.


아마 응집제나 염소 등을 투입하면 될 거다.


이곳에서 계속 살려면, 작은 정수 처리장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게 좋을 듯했다.


‘당장 할 수는 없고. 인터넷에서 주문해 보자.’


정수제쯤이야 구하기 어렵진 않을 테니까.


나는 수건으로 줄리아의 머리를 털어준 뒤, 가져온 물건을 꺼냈다.


“이건 유니폼이야. 일할 때만 입어야 한다.”


검은 바지와 흰색 블라우스.


소리가 크게 나지 않는 슬리퍼까지 준비했다.


눈대중이었는데, 의외로 꽤 잘 맞았다.


윗옷은 살짝 헐렁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옷이 정말 좋아요!”


“사이즈 괜찮네. 내일 한 벌 더 만들어 줄게. 빨래도 해야 하니까.”


“정말요?”


“그래.”


“와아아!”


줄리아는 연신 자기 모습을 돌아보곤 했다.


그러더니 이내 신이 난 듯 대장간 이곳저곳을 팔랑거리며 돌아다녔다.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했다면, 저만한 자식이 있었을 텐데.’


쟤는 열두 살이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보다 체구가 훨씬 작았다.


잘 못 먹고 산 탓에 더디게 성장한 모양이었다.


대충 여덟 살 정도로 보인달까.


내 결혼 생활이 8년이었으니, 얼추 맞아떨어졌다.


나는 쓴웃음을 감춘 채, 진열대를 채웠다.


뭐가 잘 나갈지 몰라서 그냥 모자란 물건만 가져왔다.


‘시장 조사를 해봐야지.’


오늘은 동네를 좀 돌아다녀 봐야 할 것 같았다.


준비가 끝나자, 나는 줄리아에게 금고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이걸 누르면 열려. 쭉 밀면 닫히고. 한번 해봐.”


“네.”


띵! 스르륵!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다이얼을 돌려 버리라고 했다.


그럼 바로 잠기니까.


가스총은 아직 배송 중이라, 당장 줄 수는 없었다.


대신 계산대 아래에 송곳 하나를 놓아두었다.


쓸 일이 없다면 좋겠지만, 여차하면 찔러 버리라고 말이다.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페이레스의 여인들은 강하답니다?”


“그래. 나는 성에 훈련하러 갔다 올게.”


“네, 다녀오세요.”


대장간을 나서는데, 어제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갑자기 강해진 육신 때문인지, 자신감이 넘쳤다.


근육통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훈련이 수월해지진 않았다.


“크어어어······.”


저 빌어먹을 영주가 강도를 대폭 올려 버렸거든.


오늘은 근육통이 아니라, 타박상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


대련을 빙자한 구타에 당하고 말았으니까.


그래도 막판에는 영주의 손목을 딱 한 번 후려칠 수 있었다.


“허허! 역시 어릴 때부터 훈련받은 인재는 달라. 수십 년 만에 검을 잡아도 이만큼 해내잖아.”


물론 저 아저씨는 내가 영재 교육을 받았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천재도 고작 이틀 배워서는 이렇게 할 수 없거든.


‘그럼 내가 천재를 넘어서는 천재란 말인가.’


물론 아닐 것이다.


아마 차원문이 준 축복 때문이겠지.


육신을 강철처럼 바꿔줬으니, 이렇게 무리한 동작도 되는 것일 뿐.


딱히 검술에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영주의 움직임을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단 말이지.


“보면 볼수록 탐나는 인재로군. 나랑 같이 동부 전장으로 떠날······.”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얼른 예를 취한 뒤,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괜히 이곳에 더 있었다간 전쟁터에 끌려갈 것만 같았으니까.


대장간 방향으로 달려가는데, 오늘은 다리가 후들거리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기초 체력 훈련을 하진 않아서, 어제보다 괜찮은 듯했다.


“음?”


한데, 울타리 안쪽에 웬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줄리아보다는 두세 살 많은 것 같은 느낌.


가까이 다가가니, 좀 불편한 상황이 펼쳐지는 중이었다.


“야, 너 그 옷 어디서 났어?”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너희 집 사정으로는 그렇게 좋은 거 못 입는대.”


“바른대로 말해라. 훔쳤지?”


세 명이 줄리아에게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쟤들은 행색이 좀 멀끔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좋은 옷을 입은 줄리아에게 샘이 난 듯했다.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되지.’


옷을 빼앗기까지 할 것 같은 분위기라, 나는 얼른 개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뭐라는 거야. 이 등신들이.”


“바, 방금 너 뭐라고 했어?”


“귀까지 먹었냐? 내가 좀 뚫어 줘?”


후웅! 훙!


난데없이 휘둘러지는 망치와 줄리아의 손에 들린 못.


정말로 아이들의 귓구멍을 뚫어 버리기라도 할 듯한 기세였다.


“으, 으으! 미친!”


“이거 완전 또라이잖아!”


질펀한 욕설이 터져 나왔지만, 행동은 달랐다.


저절로 뒷걸음질 치는 다리.


줄리아를 괴롭히던 녀석들은 이내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입을 쩍 벌린 채, 그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나를 발견한 줄리아가 웃으며 망치를 흔들었다.


“제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죠?”


“그, 그래. 배고프지? 식사부터 하자.”


“네, 금방 다녀올게요.”


“어어? 갑자기 어디가?”


“점심시간이라면서요? 당연히 집에 갔다 와야죠.”


나는 그제야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아차렸다.


이 세계는 식비를 안 챙겨 주는 게 기본이니까.


“아니, 내가 싸 왔으니까 같이 먹자고.”


“네? 정말요?”


“그래. 매일 점심은 챙겨 줄 테니까, 끼니 걱정은 하지 마.”


“흐윽!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느새 줄리아의 눈가에는 물기가 가득 맺혀 있었다.


내가 점심까지 챙겨 줄 줄은 몰랐다나 뭐라나.


“얼른 먹어.”


도시락을 열자, 때깔 좋은 제육 덮밥이 드러났다.


내가 만든 건 아니고, 읍내에 나가서 사 온 거였다.


한데, 숟가락을 든 줄리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뭐예요?”


“어······.”


생각해 보니, 그러네.


얘가 제육 덮밥 같은 걸 먹어 봤겠나.


너무 내 입맛에만 맞춘 게 문제였다.


‘그냥 빵이나 사 올 걸.’


바보 같은 짓을 했지만, 줄리아는 기쁘게 먹어 주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데, 이내 급히 물을 찾았다.


“사장님, 매워요!”


······다음부턴 무조건 빵이다.


잠시나마 라면을 끓여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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