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했는데 다 고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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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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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 : 농장주가 되었다

DUMMY

22화






페이레스의 복구 작업은 꽤 빠르게 진행되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영향력도 약간은 있었다.


각종 도구와 식량을 지원했으니까.


물론 막 퍼준 건 아니고, 한 사람당 에너지바 두 개 정도였다.


대차로 옮길 수 있는 물량은 한계가 명확하거든.


“피의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데, 사실입니까?”


오늘은 경찰이 한 번 더 들렀다.


마침 밭일하던 때라, 마주칠 수 있었다.


아마 오후에 왔으면 못 만났을 것이다.


그땐 페이레스로 넘어갔을 테니까.


어쨌든 정종우를 조사하는 중에 이상한 걸 알아낸 모양이었다.


“무슨 주장요?”

“이렇게 손을 대면 망가진 관절도 고칠 수 있다던데요.”


내 능력을 발설하면, 상황이 유리해지리라고 생각한 건가?


‘멍청하긴.’


어지간히도 궁지에 몰린 모양이었다.


그러니 회귀 치유술에 관해서 나불거렸겠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제가 재활에 일가견이 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엄청난 수준은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됩니까?”

“그렇죠?”

“불리해지니까 아무 소리나 막 지껄이는 모양인데, 저는 절대로 선처나 합의할 생각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예, 들어가세요.”


형사들이 돌아간 이후, 나는 얼른 짐을 챙겼다.


차원문을 넘자, 정겨운 페이레스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사람들은 내가 차원문을 넘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난데없이 뿅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진 않나 보다.


이런 점은 다행이었다.


대차를 끌고 마을 입구로 내려가니, 너도나도 인사를 건넸다.


“일어나셨습니까? 지니 님.”

“반가워요.”

“오늘도 뭘 잔뜩 가져오셨네요.”

“네, 저희 상단 직원을 만났거든요.”

“이런 촌 동네까지 물건을 전해주러 오다니, 참 고마운 분들이로군요.”


잠깐 이야기를 나눈 인물은 목수 마틴 씨.


목책 정문을 수리하고 있었는데, 이제 마무리 단계인 듯했다.


원래 모습을 거의 다 찾았거든.


나는 마을 입구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중이었다.


‘물건들은 다 그대로 있네.’


간밤에 도둑이 들거나 하진 않았다.


목책을 지키는 병사들이 내 텐트도 봐주니까.


대차를 안에 넣어두고, 비탈길을 올라갔다.


‘아예 사 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사실 임대도 괜찮긴 했다.


책임이 좀 덜하거든.


지난번처럼 건물이 박살 나기라도 해봐라.


만약 내 집이었다면, 억장이 와르르 무너졌을 것이다.


“아, 지니! 자네로군.”

“안녕하세요. 서기관님.”

“무슨 일이라도 있나? 여기까진 오랜만에 올라오는 것 같군.”

“집을 좀 보려고요.”

“마을 입구 천막에서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드디어 결심이 섰나 보구먼. 여기 있네.”


켄드릭 서기관은 조잡한 지도를 꺼내주었다.


한데, 지난번에 봤던 것과는 내용이 좀 달랐다.


태풍 피해로 몇몇 집이 사라지고, 가격도 바뀐 모양이었다.


“둘러보고 올게요.”

“그러시게.”


나는 지도와 실물을 대조해 보았다.


확실히 윗마을의 집이 훨씬 튼튼하고 좋았다.


전부 석조 주택이고, 귀족과 부자들이 사는 곳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직업 퀘스트부터 해야지.’


역시나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농부였다.


성직자나 기사는 난도가 워낙 높으니까.


그래서 윗마을보단 성 외곽의 농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물론 좀 위험하긴 했다.


성 바깥에서 살면, 유사시에 병사들의 도움을 받기 힘들거든.


‘방어력이야 보강하면 될 일이고, 어지간한 건 내가 처리할 수 있어.’


아직 좀 어설프긴 하지만, 명색이 오러 유저 아닌가.


줄리아가 출퇴근하기 좀 힘들겠지만, 낮에만 다니니까 괜찮을 것이다.


여차하면 메르겐 씨한테 출퇴근을 도와달라고 해야지.


딸이 돈 벌어 온다는데, 그 정도도 못 해주겠나.


“외곽 농장은 별로 안 비싸네.”


면적에 따라서 다양하지만, 적당한 건 3천 리르 정도였다.


튼튼한 석조 게이트 하우스를 새로 짓고 싶었지만, 시간이 한참 걸릴 것이다.


그럴 바에야 뼈대가 있는 곳에 들어가서 리모델링하는 게 훨씬 낫지.


‘여기가 딱 적당해.’


농지는 대략 5천 평.


큼지막한 건물 세 채와 창고까지 있는 부지였다.


밭 주변으로는 돌담이 둘러쳐져서 방어에도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관리가 안 된 탓에 군데군데 무너진 상태였다.


“5천 리르구나. 생각보다 저렴한데?”


임대로 했을 때는 매달 100리르였다.


장인 할인이 들어가면, 더 저렴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사는 게 나아 보였다.


농장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버릴 거거든.


그럼 가격이 더 오르지 않겠나.


“오호? 여길 골랐나? 혼자서 일구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텐데?”

“사람을 쓰긴 해야죠.”

“농지의 세율은 40%라네. 그걸 감안해서 인건비를 책정하게. 자칫 잘못하면 파산할 수도 있으니.”


원래 중세의 세금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다.


창문, 화로, 신발, 술, 우물 등.


그야말로 온갖 것들에 세금을 갖다 붙였으니까.


페이레스처럼 면적당 평균 생산량을 측정하고, 일정한 세율을 적용하는 곳은 드물었다.


이렇게 단순한 이유는 영주가 사치를 부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아저씨가 전공에만 미쳐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어떤 의문이 들었다.


지금껏 돈을 많이 벌었는데, 나는 세금을 한 번도 내지 않았거든.


“저는요?”

“자네 말인가?”

“도구를 만들어 팔았는데, 세금 내라는 말씀이 없더군요.”

“자네는 면제야. 매우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나. 그런 희생을 하는데, 세금까지 내라고 할 순 없지. 영주님께서는 다 굽어살피고 계신다네.”

“아······.”


착각을 대단히 심하게 한 모양이었다.


그냥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서 팔았을 뿐이건만.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니 영주가 면세 혜택을 준 거겠지.


“감사한 일이로군요. 어쨌든 이 농장을 사겠습니다. 여기 5천 리르요.”


이건 영주에게 받은 금화의 일부였다.


목돈이 왕창 빠져나갔지만, 타격은 별로 크지 않았다.


아직 내겐 3천 리르가 넘게 남았으니까.


게다가 대장간을 운영하는 이상, 돈은 계속 벌릴 거다.


“여기 부동산 문서일세. 축하하네. 벌써 어엿한 농장주가 되었군.”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어차피 일꾼을 쓸 거면, 사람 한 명 추천해도 되겠나?”


투박한 서류를 받아 드는데, 켄드릭 서기관이 은근하게 말을 붙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 사람의 의도를 알아챘다.


‘줄리아 이야기를 들었겠지.’


좋은 옷을 입은 채 일하고, 급여도 상당히 괜찮다는 걸 말이다.


근데 지인 추천은 좀······.


이런 건 꽝일 가능성이 너무 컸다.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자, 켄드릭 서기관은 양손을 휘휘 저었다.


“그냥 아무나 추천하는 건 아닐세. 내 아들이긴 한데, 멍청하지만 우직하다네. 일꾼으로 써먹기 딱 좋지.”


내 이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일단 만나나 보기로 했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그냥 한번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러다 마음에 안 든다?


‘잘라 버리면 그만이야.’


좀 악덕 같긴 한데, 여긴 근로기준법이 없거든.


채용과 해고가 굉장히 자유롭다.


켄드릭 서기관한테는 그때 가서 따로 설명하면 된다.


섭섭하지 않게끔 말이지.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농장으로 보내주세요.”

“허허! 정말 고맙네.”


기분이 좋았는지, 서기관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하긴 백수 아들의 취업 길이 열렸는데, 행복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나는 부동산 문서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텐트로 내려갔다.


‘근데 뭐라고 쓰여 있는지 알 수가 없네.’


아무래도 글을 익히는 게 좋을 듯했다.


포인트를 벌려면, 이 세계에서 쭉 살아가야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홀로그램 글귀가 불쑥 떠올랐다.


「상점 시설에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판매 목록>

회귀 치유술 1회 충전 : 400p

회귀 치유술 강화 : 1,000p

차원문 강화 : 1,000p

원격 파괴술 강화 : 2,000p

무작위 검술 : 500p

대륙 공용 문자 습득 : 200p


“이야! 이런 것도 팔아?”


딸깍 한 번으로 글을 배울 수 있다니!


굉장히 사기적이었다.


게다가 가격이 고작 200포인트.


되게 저렴하기까지 했다.


나는 곧장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꼬불꼬불하던 글귀가 단번에 이해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놀라운 경험이었다.


‘딱히 이상한 내용은 없네.’


어느 시대든 글을 모르면, 사기당하기 딱 좋았다.


어떤 독소 조항이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다행히 켄드릭 서기관은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목책 보수 서브 퀘스트 덕분에 남은 포인트는 여전히 500.


이걸로는 검술을 사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지만, 영주에게 배운 기본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었거든.


‘투자라고 생각하자. 언젠간 배워야 할 거니까.’


기사 서임을 받으려면, 고차원적인 검술 하나쯤은 익혀 둬야지.


「검술 ‘라피두스 슬래시’를 얻었습니다」


<스킬 정보>

명칭 : 라피두스 슬래시

기본 효과 : 검격 위력 강화

성능 등급 : S

특이 사항 : 괴짜 오러 마스터 제이렌 로치의 검술. 제대로 익힌 자가 드물 정도로 난해함.


“오!”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엘데쿠스 스트림 때와 마찬가지로 무려 S등급이 나왔으니까.


하지만 특이 사항에 살짝 거슬리는 단어가 있었다.


‘대체 얼마나 어렵길래 제대로 익힌 사람이 드물 정도야?’


검술을 펼쳐 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좀 어려웠다.


길바닥에서 그러고 있긴 좀 민망했으니까.


게다가 연습용 검조차 없지 않은가.


‘슬슬 제대로 된 무기를 장만할 때가 되긴 했어.’


혹시나 또 홀로그램 글귀가 뜨나 싶었다.


지금껏 꼭 뭔가가 필요할 때마다 불쑥 나타났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지금껏 상점 창에서 현물을 판 적이 있었나.


죄다 능력과 관련된 거였지.


텐트로 돌아와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패슨 씨였다.


“안녕하세요?”

“페이레스의 영웅, 대장장이 지니 아닌가. 이거 만나서 영광이로군!”

“부끄럽습니다. 너무 띄워주진 마세요.”

“허허! 겸손할 필요 없다네. 그 많은 사람을 구했는데, 이 정도는 약소하지.”

“근무 나가시나요?”


너무 과한 칭찬이라, 황급히 말을 돌렸다.


그러자 패슨 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아저씨가 갑자기 왜 이래?


“근무는 아니고, 이 앞에 밭을 좀 보러 가네.”

“아······. 태풍 피해 때문인가요?”

“역시 자네야. 눈치가 참 빠르구먼.”

“농작물들이 꽤 상했겠군요.”

“사실상 멀쩡한 게 아예 없는 수준이라네.”


비닐하우스도 태풍이 오면 망가지곤 한다.


노지에서 작물을 기르면, 몽땅 날아가는 게 당연한 일.


주력으로 기르는 밀은 물론이고, 각종 상품 작물이 죄다 전멸했다.


패슨 씨를 따라서 목책 위로 올라가 보니, 정말이지 처참한 모습이었다.


‘매년 이렇진 않겠지만, 내 농장도 자연재해를 비껴갈 순 없어.’


아무래도 튼튼한 비닐하우스를 짓긴 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건 나중 일이고.


당장은 페이레스에 닥친 위기가 우선이었다.


“돈이 있어도 음식을 살 수 없는 시기가 오겠군.”


패슨 씨의 중얼거림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이 내 장기를 발휘할 때라는 걸.


‘코로나 때문에 망했던 가게를 여기다 차려야겠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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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 농장주가 되었다 24.09.18 283 21 12쪽
22 21화 : 영웅의 행보 24.09.17 342 21 12쪽
21 20화 : 다시 만난 그놈 +1 24.09.16 399 24 13쪽
20 19화 : 오러 발현 24.09.15 368 22 12쪽
19 18화 : 목책 방어 24.09.14 363 21 12쪽
18 17화 : 태풍 속의 영웅 24.09.13 380 21 11쪽
17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389 19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415 22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423 20 11쪽
14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427 23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455 24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448 21 12쪽
11 10화 : 뜻밖의 제안 24.09.03 454 21 11쪽
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467 20 12쪽
9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497 20 12쪽
8 7화 : 준비됐습니다 고객님 24.08.31 501 21 12쪽
7 6화 : 친구는 돈으로 패야 제맛 24.08.30 525 21 12쪽
6 5화 : 대장장이는 아니지만 잘 고침 24.08.29 537 22 12쪽
5 4화 : 자라나라 머리머리 +1 24.08.28 573 19 13쪽
4 3화 : 페이레스의 주민들 +1 24.08.27 641 22 12쪽
3 2화 : 설마 이것도 고쳐지나? +2 24.08.26 709 25 12쪽
2 1화 : 시공의 선택 24.08.26 740 23 12쪽
1 프롤로그 24.08.26 756 24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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