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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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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유능한 약장수

DUMMY

13화






물론 나한텐 초월적인 능력이 있었다.


회귀 치유술이면, 완전히 손상된 부분도 복구할 수 있지.


하지만 이건 펑펑 쓸 수가 없었다.


포인트를 꽤 많이 잡아먹는 스킬이니까.


‘그렇다고 외면하기는 좀······.’


저렇게 간곡히 부탁하는데, 어찌 뿌리칠 수 있겠나.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일단 봐 드리긴 할게요. 하지만 장담할 순 없습니다.”


“무, 물론이지! 과한 부탁인 줄은 충분히 알고 있네.”


내가 대장장이임은 페이레스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고 싶은 심정인 듯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쇠 만지는 놈한테 이런 부탁을 하겠나.


‘시전 횟수를 채우려면, 300포인트가 필요한데.’


아쉽게도 서브 퀘스트가 뜨진 않았다.


회귀 치유술을 쓰지 않고도 고칠 수 있길 바라야지.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어떤 병입니까?”


“나도 잘 모르네.”


“증상은요?”


“소화가 잘 안되는지 만날 배가 더부룩하고, 자주 복통을 겪네. 거기다 잘 먹이는데도 살이 찌지 않지. 항상 힘이 없고 어지럽다더군.”


“음······.”


워낙 흔한 증상이라,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방법이 없진 않으리라.


회귀 치유술을 시전하려고 하면, 고쳐야 할 부위를 알려주니까.


보랏빛 손자국으로 말이지.


나는 곧장 메르겐 씨의 집으로 가보았다.


물론 함께는 아니었다.


저 아저씨는 아직 근무가 끝나지 않았거든.


똑! 똑!


“계십니까?”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치자, 누군가가 마당으로 나왔다.


흰 천을 머리에 두른 평범한 인상의 여인.


메르겐 씨의 아내인 듯했다.


밭일 중에 더워서 잠시 들어온 모양이었다.


한국이나 여기나 농사가 힘든 건 똑같으니까.


“누구세요?”


“메르겐 씨가 보내서 왔습니다. 얼마 전에 이사온 대장장이예요.”


“아! 못된 상인들을 혼내 줬다던 그분이로군요. 한데, 여긴 어쩐 일로······.”


“듣기론 딸아이가 아프다더군요. 좀 봐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요.”


“혹시 성직자신가요?”


“아뇨. 그냥 일가견이 좀 있습니다. 영주님의 상처도 봐 드렸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오! 그럼 잠깐 들어오시겠어요.”


“예, 실례하겠습니다.”


메르겐 씨의 집은 대장간보다 훨씬 좋았다.


물론 내 눈에는 너무도 부족해 보였다.


1층은 축사와 주방이 함께 있는 구조.


2층은 중요한 물건들을 넣어두는 창고 같았다.


사람 사는 곳에 가축들이 당연하게 돌아다니는 모습.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이때는 가축이 큰 재산이고, 추위를 버티는데도 도움이 되니까.’


열악한 난방 기술로 인해 얼어 죽는 사람이 꽤 많았다.


가축과 체온을 나눈다면, 생존에 도움이 되리라.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니라고 불러주십시오.”


“실라예요. 이 아이는 줄리아고요.”


“얘가 아픈 건가요?”


“네.”


야트막한 침상에 누워 있는 여자아이.


얼굴이 창백하고 다크서클이 진했다.


누가 봐도 중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


나는 곧장 회귀 치유술을 시전하려 했다.


「회귀 치유술의 시전 횟수가 부족합니다」


곧장 홀로그램 글귀가 떴지만, 아무 상관 없었다.


어차피 어디가 아픈지 보는 게 목적이니까.


하지만 줄리아의 몸에는 보라색 손자국이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옷 좀 걷어도 되겠습니까?”


“어디를요?”


“등과 배를 봐야 알 것 같아서요.”


실라 씨는 잠깐 머뭇거렸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뜸 딸아이의 몸을 보겠다고 하지 않나.


그것도 잘 모르는 성인 남성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양손을 펼치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냥 확인만 하면 됩니다. 부인께서 걷어 주세요.”


“아, 네.”


그제야 실라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상한 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손자국은 없었다.


‘이상하네? 복통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퀭한 얼굴만 봐선 무조건 아픈 사람이었다.


꾀병을 의심할 수도 없는 노릇.


그런데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잠깐만, 설마 이거 몸이 문제가 아닌 건가?’


나는 혹시나 해서 질문 하나를 던져 보았다.


“혹시 설사도 자주 하나요?”


줄리아는 머뭇거리며 답했다.


민감한 주제라 그런 모양이었다.


“······네.”


“배는 어느 쪽이 아프죠?”


“여기요.”


위나 십이지장 쪽이 아니라, 한참 아랫배다.


대충 뭔지 감이 잡히는 것 같았다.


나는 곧장 구급상자를 열었다.


혹시나 해서 챙겨온 게 있는데, 처음에는 괜히 샀나 싶기도 했다.


이걸 쌓아 두고 먹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


“가족이 전부 몇 명이죠?”


“일곱이요.”


“언제 다 모이나요?”


“저녁은 항상 함께 먹습니다.”


“그럼 이따 다시 올게요. 일단 두 분은 이거 하나씩 드세요.”


나는 알벤다졸 알약을 까서 나누어 주었다.


씹어서 먹으라고 하자, 처음에는 둘 다 머뭇거렸다.


이렇게 생긴 건 처음 봤을 테지.


하지만 이내 약을 삼켰다.


나는 곧장 주의 사항 등을 알려주었다.


사실 별거 없는 내용이었다.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요리하세요. 물은 반드시 끓여서 드시고요. 손을 자주 씻는 게 중요합니다. 웬만하면 날것은 피하고, 충분히 익히는 게 좋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병이죠?”


“그냥 가족들이 걸리기 쉬운 감염병이에요.”


굳이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겠나.


뱃속에 기생충이 산다고 하면 다들 기겁할 거다.


나는 대장간으로 돌아갔다가 저녁에 다시 한번 들렀다.


메르겐 씨를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구충제를 먹이려고 말이다.


‘약이 잘 들었으면 좋겠네.’


만약 알벤다졸로 안 된다면, 다른 구충제를 줄 순 있겠지.


하지만 내가 진짜 의사도 아니고, 그 이상 도와주는 건 무리였다.


메르겐 씨는 연신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군. 이 은혜는 결단코 잊지 않겠네.”


“별말씀을요. 일주일 뒤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 또 한 알 먹어야 하거든요.”


“그러지.”


“강한 복통이 올 수도 있어요. 금방 괜찮아질 테니,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까지 말한 뒤, 나는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어둑어둑해진 하늘.


이제 귀가할 차례였다.


* * *


띤, 띠디디, 띤띤!


이른 아침부터 밭에 물을 뿌리고 있는데, 문득 스마트폰이 울렸다.


고일영 선수였다.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지?’


아직 여섯 시밖에 되지 않은 시각.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엔 실례가 될지도 모르는 때였다.


물론 나야 아침형 인간이 돼서 별 상관없지만.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은인님.


“그때는 잘 들어가셨습니까?”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불편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렵게 기량을 되찾았는데······.”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본인 잘못을 어쩌겠습니까?


나는 굳이 맞장구치지 않고 말을 아꼈다.


정종우 탓으로 몰고 가는 인상을 줘봤자 좋을 게 없으니까.


그러자 이내 고일영 선수가 화제를 전환했다.


-혹시 언제쯤 가능하신가 해서 연락드려 봤습니다.


“재활 받아야 할 분이 있나요?”


-아, 네. 치료보다는 재활이라고 보는 게 맞죠. 아무튼 꼭 좀 뵙고 싶다고 하네요.


“당장은 어렵습니다. 준비되면 다시 연락드리죠.”


-예, 알겠습니다.


“근데 누굽니까?”


이번에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정종우를 치료했을 때처럼 페널티를 받을 순 없지.


대상자가 누구든 하승호를 보내서 철저하게 털어볼 작정이었다.


한데, 뜻밖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김진철 선수입니다. 테니스 세계랭킹 75위죠. 재활이 잘만 된다면, 5억 정도는 흔쾌히 줄 수 있답니다.


“······.”


순간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단번에 열 배로 뛰어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하나, 금방 고개가 끄덕여졌다.


테니스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종목.


랭킹 75위라면, 상금을 거의 십억 단위로 벌 터였다.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다시 전화하겠습니다.”


-예.


뚝.


통화 중에는 억제했던 감정이 절로 튀어나왔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쾌재를 불렀다.


“이예쓰!”


솔직히 큰돈을 벌 줄은 알고 있었다.


회귀 치유술을 탐내는 이는 무수히 많겠지.


특히나 운동선수라면 환장을 할 터였다.


하지만 5억이라는 큰돈이 눈앞에 닥쳐오자,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금액 아닌가.


‘진정. 진정하자.’


김진철 선수가 악인이라면, 어차피 그림의 떡이었다.


미리 샴페인을 터트렸다간 될 일도 안 되는 법.


생각을 정리하며 밭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해가 뜰 무렵, 각종 짐을 대차에 실었다.


5억을 얻으려면, 일단 포인트부터 벌어야지.


하승호에게 톡을 남긴 나는 곧장 차원문 너머로 이동했다.


찌이이잉!


대장간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두꺼운 판자로 빈틈을 싹 막았고, 단단한 자물쇠까지 걸어 두었다.


어지간해선 침입하기가 쉽지 않을 터였다.


이걸 부수려면 엄청난 소음이 동반될 것이다.


그럼 마을 사람들이 다 깨겠지.


“오늘은 일찍 와서 다행이네.”


헛걸음한 손님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쓰였다.


그래도 당장 문을 열 생각은 없었다.


영주의 상세가 어떤지부터 파악해야 하거든.


나는 얼른 성으로 향했다.


한데, 입구에 메르겐 씨가 있는 게 아닌가.


“벌써 근무를 서세요?”


“아, 토벌 때문에 순서가 좀 바뀌었네. 요즘 몬스터들이 극성이거든.”


“그렇군요.”


“영주님을 뵈러 왔나?”


“네.”


“얼른 가세나.”


익숙한 길이지만, 혼자 걸을 순 없었다.


나는 영주성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한데, 오늘은 가는 방향이 좀 달랐다.


모퉁이를 돌자, 대뜸 뒤뜰이 나오는 게 아닌가.


그곳에는 각종 무기를 올려둔 거치대와 여러 개의 허수아비가 세워져 있었다.


아마 영주의 개인 수련장인 듯했다.


“갑자기 여긴 왜······.”


“영주님의 상세가 좋아졌다네. 자넨 정말이지 굉장한 능력자로군. 어떻게 그리 다양한 재주를 얻었나.”


“그냥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


“허허! 겸손까지? 역시 천재는 우리 같은 범부와 달라. 저쪽에 계시니 얼른 가보시게.”


“네.”


나는 약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고작 하루가 지났다.


상처가 꽤 깊은 데다 곪기까지 하지 않았나.


벌써 돌아다닐 정도는 아닐 터였다.


‘덧나면 골치 아픈데.’


영주를 말릴 요량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당히 뜻밖이었다.


후웅! 쉬이익-!


섬전처럼 전개되는 찌르기와 베기.


불현듯 나타난 시퍼런 기운.


무슨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게 오러라고 하는 건가.’


꽤 거리가 멀었는데도 허수아비가 반으로 쪼개졌다.


3미터 밖의 적을 베어 버릴 수 있다니!


어째서 기사가 전술 병기라고 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득 시선이 마주치자, 나는 잽싸게 예를 취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아! 대장장이 지니. 드디어 왔군.”


“상처는 어떠신지요.”


“마침 잘 왔네. 이제 이걸 떼도 되는지 궁금했거든.”


영주는 능숙하게 안전화와 양말을 벗었다.


그러자 진물을 잔뜩 머금은 습윤밴드가 드러났다.


나는 그걸 조심조심 떼어낸 다음, 식염수를 부어 보았다.


한데, 놀랍게도 약간의 흔적만 있을 뿐.


깊은 상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왜 이래?’


요오드로 소독하고 밴드만 붙인 게 전부였다.


벌써 새살이 차오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차원문을 넘는다고 해서 물건이 강화되거나 하진 않는다.


농기구는 평범한 농기구고.


약은 그냥 약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이 사람이 괴물 같은 거겠지.’


사뭇 다른 눈으로 영주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예전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정도면 활동을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무리한 동작은 삼가십시오.”


“그래야지. 괜히 덧나면, 자네의 고생이 물거품으로 변할 테니까. 고생했네.”


“과찬입니다.”


“돌아갈 때 집사에게 들르게. 지난번과 같은 양의 금화를 줄 걸세.”


“감사합니다.”


크게 절을 한 나는 종종걸음으로 물러나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영주가 뒷덜미를 붙잡는 게 아닌가.


턱!


“어딜 가나?”


“예?”


“온 김에 검술 수업을 받아야지?”


“······.”


아, 젠장.


이건 생각 못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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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화 : 돈 벌기 쉽네 24.09.12 287 17 12쪽
16 15화 : 강철 몸뚱이 24.09.11 315 19 12쪽
15 14화 : 전설의 알바생 24.09.10 326 18 11쪽
» 13화 : 유능한 약장수 24.09.09 329 20 12쪽
13 12화 : 의사 아님 24.09.05 355 22 12쪽
12 11화 : 업보 청산 24.09.04 344 19 12쪽
11 10화 : 뜻밖의 제안 24.09.03 351 19 11쪽
10 9화 : 승승장구 대장장이 24.09.02 366 18 12쪽
9 8화 : 5천만 원의 대가 24.09.01 381 18 12쪽
8 7화 : 준비됐습니다 고객님 24.08.31 388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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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 설마 이것도 고쳐지나? +2 24.08.26 570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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