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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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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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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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DUMMY

산군.

산중호걸.


그 모든 별호가 가르키는 것은 바로 단 한명, 이 대황산맥의 주인인 대호 굉야 뿐이었다.

인간들조차 그의 발자국을 발견하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무공이란 것을 익혔다는 애송이들조차 그가 마음먹고 상대하면 상대가 되질 않았다.


거기에 신력을 얻어 인간의 모습을 얻고, 신통력을 발휘하게 된 굉야가 산신의 위에 오른 후 엔 그 누구도 감히 그에게 반항할 생각을 못했다.

타고난 대호의 혈통과 압도적인 덩치, 한번에 협곡을 뛰어다니는 각력, 맷돼지의 목도 한번에 부러뜨리는 강력한 이빨까지.

대황산맥의 산천초목이 모두 그의 것이었고, 마치 장난감처럼 산맥의 생명을 가지고 놀며 인간도 짐승도 마음대로 학살했다.


감히 굉야의 심기를 거슬리는 것은 이 산맥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 과언이 ‘아니었다’.


-쿠당탕!


“크허억!”


후두둑하고 땅을 적시는 붉은 피.

과거 본래 대황산맥의 산신과 그 자리를 두고 겨룬 이후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굉야의 피였다.

신통마저 뒤흔들려 인간도 범도 아닌 괴상한 모양새에, 온 몸엔 흉상이 낭자하여 흉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야말로 산군 굉야로썬 더 없을 치욕이었지만.그 치욕조차 어느정도 상대가 되어야 느끼는 법.


그렇다.

이 산맥의 주인, 여느 세가와 문파도 감히 토벌할 생각을 못한 산중지왕.

굉야는 지금 그를 습격한 존재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허억...허억... 도, 도대체, 도대체 뭐냐! 요괴냐!?”


“하? 요괴?”


악에 받친 굉야가 고래고래 소리지르자, 그에 답하듯 맑은 목소리가 운무를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이이익..!”


“어허, 이 빠질라. 힘빼.”


치욕과 두려움에 이를 가는 굉야를 비웃으며 모습을 드러낸 습격자.


외견을 보고 감히 재단할 순 없지만, 외견으로 보기엔 열 서넛이 되었을까 싶은 어린 외견.

마치 하늘의 운무가 내려앉은 듯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머리카락과 황금을 녹여낸 듯 찬란한 금안엔 장난기와 여유가 반짝였다.

거기에 천의무봉이라, 인간의 황제도 넘보지 못할 아름다운 의복을 두르니, 그 위세가 가히 여느 산신을 웃도는 바 있었다.


만일 굉야의 산맥을 지나는 인간이었다면 냉큼 잡아다 시동으로 삼거나, 영물이였다면 처음으로 휘하의 소신령으로 거두었을 어린 남아.


허나 그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신력은 감히 굉야가 넘볼 것이 아니었다.


-덜덜덜!


마치 하늘이 그의 머리 위로 떨어진 듯한 압도적인 신력.심지어 상대는 신력이나 권능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일신의 체술과 체력으로 굉야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천벌, 천벌이 내릴 것이다... 이 폭군 같으니...!’


‘허허헝! 네, 네놈의 눈에도 피, 피눈물이 흐를 날이 올것이야!!’


‘죽이려면 죽여라. 언젠가, 네놈은 나보다 비참하게 죽어갈 날이 올테니!!’


왜일까, 예전에 영력을 체우기 위해 수도 없이 잡아먹었던 영물들의 저주가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그땐 웃어 넘겼지만 저 새하얀 재앙을 보자니, 그땐 웃어 넘겼던 그 하찮은 저주가 왜이리 비수처럼 가슴에 박히는 듯했다.


“쩝. 잠재력은 나쁘지 않은데. 혈기랑 탁기가 너무 쌓였다. 거기에 성격도 못되보이는데, 그냥 처리하는 게 후환이 없겠어.”


이게 산신인지, 요마인지!


마치 집정리를 하다 나온 애물단지를 보듯, 어린 선동은 감히 굉야를 들여다보다가 대뜸 한숨과 함께 처리하겠다 하는 것이다.


“자, 잠깐!!!!”


이대로라면 죽는다.

난생처음, 신력을 얻고 이지를 가지기도 전부터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명의 위협에 굉야는 온 힘을 짜내 소리를 질렀다.


“거, 갈 때는 좀 곱게 가지? 귀 아프게 진짜...”


귀를 후비며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 선동으로부터는 일말의 긴장감도 경계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허장허세나 여유를 가장한 것이 아닌 진짜로 저 새하얀 선동에겐 굉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


‘그럴만한 존재는... 단 하나!’


저 높디 높은 하늘에서 세상을 굽어본다는 천신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다.


“나는 이 산맥 일대의 산신으로 거하는 몸이오! 마, 만일 나를 죽이면 천계의 존재인 그대에게도 업이 쏟아져 흉사가 클터인데...!”


“허어, 요놈봐라? 그 대가리로 굴려서 나온 말이 고작 그거야?”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뀐 천신(?)은 대뜸 오른 손을 들어 보란 듯이 까딱거렸다.

흔들리는 그 손위론 새하얀 터럭과 함께 날카로운 발톱이 반짝이고 있었다.


“억...?”


“잘봐. 내가 천계의 그 막장 놈들과 같은 부류인 듯 하냐?”


굉야가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범의 발톱.

거기에 새하얀 터럭이라면 그 정체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서, 설마 환계의 사신(四神)중...?”


“그래, 염라대왕께 가거든 그대로 읊어.”


“자, 잠깐!”


“아씨, 또 뭐?”


그 발톱 위로 어리는 푸른 뇌기에 굉야가 또다시 소리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얀 털, 압도적인 신력, 거기에 그 발톱에 어리는 푸른 뇌기까지 그 정체를 모를 수가 없었다.


“어, 어째서 환계의 신수가, 범중의 범이 같은 범을 해하려 하시는거요!”


“이거봐라? 지금 나하고 맞먹으려고 드는거냐?”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이가 없다는 듯 새하얀 머리를 쓸어올리며 어린 신수가 으르렁거렸다.

그 작은 움직임에도 굉야는 움츠러들었지만, 만약 이대로 있다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머리를 팽팽 굴렸다.


“왜 니가 내 손에 죽는지 이해가 안 가나본데. 잘들어. 내가 지금까지 니 행적을 탈탈 털었거든? 역으로 물어보자, 내가 너를 살려둬야 할 이유가 어딨냐?”


“무, 무슨...? 나, 나는 이 산맥의 산신으로, 백호의 이름에 누를 끼친 바가 없....”


“니가 지금까지 인간이며 영물이며, 하다못해 산신과 소신령에 이르기까지 부린 패악이 어마어마한데. 그 악명이 산신, 산군이란 이름에 먹칠하는 꼴이라곤 생각 안하고?”


그 말에 굉야는 억울했다.

본래 약육강식이란 자연의 도리.

그가 심심하고 무료하여 작은 것들을 가지고 논다 한들, 저보다 약한 신령들을 잡아먹고 그 신력을 취한다 한들 그게 무슨 누가 된단 말인가.


“딱 보니 억울하단 눈친데. 니가 그따위로 학살하고 다닌 덕분에 머리가 아파. 그러니 그냥 곱게 죽자. 응?”


“야, 약한 것들이 강한 자의 먹이가 되는 것은 섭리...”


“강한 자가 도를 넘지 않도록 탐하는 것 역시 섭리다. 니놈은 태어나길 맹수이자 산군으로 태어나 굶주리지 않고 모자라지 않음에도 크게 될 싹들을 잘라 섭리를 망쳤으며 망칠 것이니.

이를 방지하려면...”


이때다!


어린 백호족 거들먹거리며 주절대는 사이, 뒷춤에 숨겨두었던 발톱을 꺼내든 굉야가 눈을 번뜩이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죽어라!!”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완벽한 기습.

예전에 청성파의 노도사란 놈도 이렇게 설법을 하다가 그의 역습에 목이 부러져 죽었더랬지.

그리고 그 피와 시체를 취하여 얻은 영력과 기력을 발판으로 지금의 굉야가 될 수 있었다.


-푸욱!


날카로운 굉야의 발톱이 천의무봉의 의복을 헤집고, 순식간에 그의 발톱이 어린 백호놈의 심장께로 빨려들어갔다.


“크하하하! 멍청한 놈! 강자가 약자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섭리. 그리고 살아남는 자야 말로 진정 강한 자다!”


그가 피를 흘린 것의 배로 갚아주겠다고 발톱에 온 힘을 불어넣은 굉야.


“하하! 하하하! 하....어, 어래?”


허나 그가 이상함을 느낀 것은 그 직후였다.


‘바, 발톱이... 들어가질 않아?’


반탄강기인지 뭔지 하는 인간 고수들의 방어막도 순식간에 찢어버린 일격이 막혀버린 것이다.

그것도 기운도 영력도 하다못해 술법도 아닌.

그저 맨 몸뚱이에!


‘피, 피해야..’


-우드득!


굉야가 급히 몸을 빼려고 마음먹은 찰나, 끔찍한 고통과 함께 무언가 부숴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에이씨. 마음에 든 외유복이었는데.”


“!?!? 으아아아악!!”


숟가락보다 무거운 것을 든 적이나 있을 까 싶은, 굉야의 손에 비하면 너무나 자그마한 손이 그 손목을 쥐고 썩은 뿌리를 뽑듯 생으로 뽑아버린 것이다.


-푸화학!


“끼에에엑!!”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나오고, 졸지에 텅 비어버린 손목을 잡고 굉야의 입에선 비명 밖에 나오질 않았다.


이제는 잊어버렸던 그 끔찍한 고통에 굉야가 말도 못하고 신음하는 틈에도 그의 머리에 살포시 올라오는 작은 손길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약육강식? 그래 말 잘했다.”


“사, 살려...”


새하얗게 질린 굉야가 덜덜 떨리는 고개를 들어보면, 그를 내려다보는 휘황한 금안이 사납게 번뜩이고 있었다.


“내가 너보다 강하고, 니가 나보다 약한데. 내가 네 팔을 부수고 목을 꺾는다한들, 네가 무슨 할 말이 있지?”


“아, 안-”


-콰득!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가는 작은 손, 그리고 머리가 부숴지는 듯한 통증.

새카맣게 암전하는 시야.

그 너머로 보이는 백호의 금안.


산중대호. 마지막 산군. 대황산맥의 흉수.

대호 굉야.


그 이름이 명부에서 지워졌다.


* * *


“이렇게 또 플래그는 하나 또 제거.”


살생부라 명명한 명부에서 또 하나의 이름이 지워졌다.

여기 적힌 놈들이야 원작에서도 죄다 갱생불가 쓰레기들이었고, 세상에 이로운 영향을 미친 것이 없는 악당들이었으니.

껍질을 벗겨다가 식탁보로 쓴다 한들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호랑이 가죽을 벗겨다가 식탁보로 쓰면... 좀 그런가?”


아무리 살생을 밥먹듯 하는 살인마라곤 해도 사람 가죽을 벗겨다가 식탁보로 쓴다고 하면 기겁하지 않을까.


“그냥 적당히 근처 도관이나 관청에 넘기고 상금이나 타먹자고 해야겠다.”


-탁!


힘주어 닫은 명부록을 품에 넣어놓고 잠시 목 좋은 나무 위에 앉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허허, 소설 좀 걸러봤어야... 아니다. 아니다, 이정도면 뽑기운이 좋았던거지. 그렇다고 생각하자.”


만약 예전에 들춰보던 막장중세로판에 빙의했다면 주인공이든 엑스트라든 빌어먹을 커플들이 이어지기 전까지 처형장의 이슬각을 재면서 마음을 졸여야 했을 것이고.


즐겨보던 퓨전, 현판물이라면 주인공이 아닌 이상 거의 백퍼센트 사망각이 넘실거렸다.

길가다 마수 마주쳐서 주인공이 오기전에 끔살당하는 엑스트라 1이라니, 너무 슬프잖아.


제일 좋아하던 무협지 쪽이라면 나름 기연을 선점해서 역으로 주인공이 되거나 주인공인데 더 강해져 삼처사첩꾸리고 하하호호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전에 길거리를 전전하다 맞아 죽지 않았을까.


“그에 비하면 뭐. 지금은 나쁘지 않지. 그래 나쁘지 않아.”


돈?

인세의 금전이든 환계의 금석이든 내 소맷자락에 담겨있는 것만 해도 나라 한두개는 들썩이게 할 정도고.


무력?

작중 어느 인간 문파와 세가들도 건들지 못하던 영물도 내 손에 순식간에 컷이다.


외모?

말해뭐해. 거울만 봐도. 캬~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뭐하나 부족한 것 없고, 아쉬운 것 없는데.

내가 왜 이리 죽상에 한탄을 연발하는가.


문제는 이 세상이 사악한 요괴와 마물이 판을 치고, 그런 요마보다 더 막장인 천신, 신선들이 즐비한 선협의 세계라는 것이 문제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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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1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6 2 11쪽
12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24.09.02 47 2 11쪽
11 "저! 돈 많아요!" 24.09.01 54 2 11쪽
10 여긴 어디여... 24.08.31 67 3 11쪽
9 현세로! 24.08.30 76 3 10쪽
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2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5 3 10쪽
»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8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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