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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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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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222

작성
24.09.0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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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저! 돈 많아요!"

DUMMY

“이! 더러운 잡물이! 어딜 손을대!!”


“요괴 주제에 어디 곤륜파 대도인이 될 도사님들께 고개를 뻣뻣히 들어!”


-퍽! 퍽퍽!


“아부지..!!”


“제, 제 자식만이라도... 제, 제발... 다, 다 드릴터이니...”


“푸핫!? 사형 이 금수놈이 아직도 주제를 모르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여기 지금 제 놈 것이 어디있다고?”


피를 흘리며 애원하는 커다란 금토의 모습에 손이라도 잠시 멈출 법 하거늘.

도복을 입은 이들은 피맛을 본 짐승처럼 흉악하게 비웃을 뿐이었다.


“꺽...꺼억...끄윽...”


“야. 됐다. 가죽 상할라.”


“오오! 보여주시는 겁니까?”


-스릉!


흡씬 두들겨 맞아 눈도 뜨지 못하는 금토를 향해 시퍼런 칼날이 드리웠다.


“혹시 모르니 다른 놈들도 숨통은 붙여놓으라고 한 거 잊진 않았지?”


“아유 당연하지요. 이 고생을 했는데, 원시천존께서도 갸륵히 여기사 영단 몇개가 나올지 어찌 압니까?”


‘아... 원통하다.’


인간이 대를 거듭하는 시간동안,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아등바등 살았것만.

자신과 뜻을 같이 하던 이들이 모두 한줌 고혼으로 스러지고, 먼저 앞세운 아내도 지키지 못한 와중에 하나뿐인 아이마저 죽게 된 것이다.


‘원통하다. 원통해...’


천문이 닫히고, 환계의 영성이 끊긴 현세.

신령이니 산신이니 하는 이들은 자신의 영역에 틀어박혀 인간들 마냥 장군입네 왕입네 행세하기 바쁘고.

그 횡포에 치가 떨린 자신과 같은 영물들은 인간으로 분하여 어렵사리 인간 세상에 녹아들었지만 결국 그 고생의 끝이 이것인가.


월묘 월정.

딱 오백년을 채운 달토끼는 훌쩍 다가온 자신의 죽음에 한탄만이 가득했다.

시퍼런 칼날이 천천히 목줄기를 파고들었지만, 이미 식어가는 몸엔 고통조차 없었다.


“자. 봐라. 이렇게 정확히 목을 따야 나중에 가죽이...”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자신을 죽이려는 저 도사란 놈들을 저주하리라.

살아서는 대적 못하였으나, 죽어서는 저 치들의 앞길을 지옥 불구덩이로 만들어주리라.


마지막으로 원념을 불태우며 월정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원수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려던 순간이었다.


-콰직!


“?!”


없어졌다.

마지막 힘을 짜내 기억하려했던, 칼을 들이대던 얼굴이 없어졌다.

흉측하게 남은 그 혓바닥과 아래턱을 제외하고 흉흉히 빛나던 눈이나 일그러진 흉소를 머금던 입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꺼. 꺼으.으...?”


-푸화학!


털썩

!

뿜어져 나오는 피보라조차 잠시 때를 잊고 한박자 늦게 뿜어져 나오고.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추한 신음성으로 의문만 표한 체 썩은 허수아비처럼 허망히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사, 사형?”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일.

도저히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 괴이한 상황에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도사는 머리를 잃고 부르르 떠는 시체를 보며 사형을 찾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돌아오지 않을 질문에 대신 답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음, 맞아 사형(死刑)이지. 아니 사형이 아닌가?”


“누, 누구냐!?”


마치 나들이를 나온 것처럼 맑디 맑은 천진난만한 목소리.

허나 듣는 것 만으로도 단전의 내기가 요동치고, 사방의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강대한 신력이 담긴 목소리였다.


“모, 모습을 드러내라!!”


본능적으로 느껴진 그 위압감에 어린 도사가 검을 뽑아들었지만, 목소리는 아랑곳 않고 이어졌다.


“사형이란 최소한 인간을 처벌한다는 의미잖아? 그런데 인두겁을 썼다고 다 사람이라곤 할 수 없으니. 이건 사형이라기보단 사냥 혹은 유해조수 퇴치에 가깝지.”


바로 그 옆에서.


“!?!?”


“뭐, 내 손톱이라도 갈아주게?”


티끌 하나도 용납하지 않을, 새하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사내아이가 그를 비웃고 있었다.


“....”


“음, 역시 직접 손을 쓰는 것보단 가볍게 바람만 그어버리는 것이 더 깔끔햐. 피는 묻으면 끈적끈적해서 불쾌하단 말이야.”


땅에 짓이겨버린 벌레를 보고 품평하듯, 일대에선 청검도인이라 이름 높은 자신의 사형을 쭈그리고 앉아 품평하는 아이.

마치 구름이 내린 듯 티끌하나 없는 새하얀 백발에, 정광이 찬란한 그 금안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빛으로 가득했다.


“너, 너는...!”


제 허리춤에 간신히 올 작은 아이것만, 그 형형한 금안을 마주하니 지난 십년간의 수행이 무색하게 도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안 것이다.


생물로써, 그리고 존재로써 차원이 다르다고.


눈앞의 존재는, 오래전 이 세상에서 사라진 진짜 신족(神族)의 일맥이라고 말이다.


* *        *


에혀.

원작 내용을 봐서 알고는 있었다지만, 이렇게 두 눈으로 개판 즉 현세를 보게되니 참 복잡한 심정이었다.


한때 무협지에 또 환장하고 살았던 만큼, 검을 든 정파의 도사들이나 도문의 협객들은 내심

만나는 것을 기대했다.


솔직히 그 개판 오분전인 원작 시간대보다 몇십년은 더 앞서 태어났으니 강산이 서너번은 롤백되었을 시간이란 말이다.

그러니 원작 좃간들이 그나마 인간의 탈은 쓰고 있지 않을까...?


내가 그런 기대를 하는 것도 아주 과한 기대는 아닐텐데.


그러나.

으레 세상일이 그러하듯, 기대한 대로 돌아가는 일은 거의 없는 바.

이렇게 처음 만난 도사란 것들이 도복만 입었지 산적떼나 그 이하나 다름없는 것들이라니.

저도 모르게 먼저 손이 나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뭐, 뒤진 쓰레기는 나중에 정리하고.”


지금은 응천반이 열심히 안내한, 내 첫번째 퀘스트에 집중할 때이다.


“끄. 끄으...”


머리가 몸과 사맛디 아니해진 시체 바로 앞.

피투성이가 되어 밤쯤 숨이 넘어가려하는 커다란 토끼 영물이 바로 내 퀘스트 대상이었다.


“....”


이미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피투성이 거대 토끼.

달토끼 즉 월묘라는 이름에 걸맞게 은은한 금빛 털을 자랑하는 토끼 영물은 간절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간청하는 것일까.

살려달라고? 아니면 원수를 갚아달라고?


“크, 큰 신님..!!”


모두 아니었다.

다 죽어가는 와중에도 털과 몸집을 부풀려 보호하고 있던 품 속의 작은 토끼.

변신이 풀린 새끼 토끼가 헐레벌떡 아비 품에서 기어나와 내 앞에 고개를 숙였다.


“큰 신님!! 제, 제발 저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아직 토끼의 입으로 말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지, 혀짤배기 소리를 하며 새끼 금토가 절을 올리며 애원했다.


“제발. 제발...!!”


내가 마지막 동앗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거의 땅에 엎어지다시피 달려온 아기 달토끼는 그 왕방울 만한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메달고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저, 저희 집에 돈 많아요! 그리구 이쁜 옷이랑, 보석이랑... 아! 또 영약? 같은 것도 있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일어나시면 그거 다 드릴거에요!”


음.

돈과 옷과 보석과 영약이라...

마치 어린 애가 빌 X이츠한테 ‘저 저금통에 백만원 있다요! 많죠!’ 하는 것을 본 기분인데.


“그리구... 그리구...!”


“저기, 아가. 이 형아? 아니 오빠가 말이다 사실 돈이 좀 많아요.”


그러니까 꺼져... 라는 소리는 당연히 아니다.

내가 아무리 불로장생,불로불사,불로소득이 최고 목표라지만 이런 어린 토끼의 주머니까지 털어먹을 정도로 막 되먹진 않았단 말이다.

자고로 외눈박이 나라에서 두눈을 뜨고 있다면 다른 놈들 눈깔 옆에 친히 눈구멍을 파주는 것이 바로 선협물 신족의 도리.


나는 이 인간 말종들의 선협계에 당당히 무협을 외치리라.


“그러니까. 잠깐 놓고...”


“이것도 드릴게요!!”


아기 토끼가 꺼내든 것은 일견 보기엔 볼품없어 보이는 작은 목탑 미니어처였다.

대충 내 손바닥에 쏙 들어올 법한, 작은 목탑 조각.

어디 절 같은 곳에 가면 대충 오천원에 팔 것 같은 비주얼의 손때 묻은 낡은 목탑 말이다.


“아가. 너 이게 뭔 줄아니?”


정말 어지간하면 그냥 오케이 땡큐하고 챙기겠는데, 상대가 상대다보니 한번 더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뭐, 이런 거 안 받아도 일단 은혜도 씌울 겸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이런 물건은 목구멍에서 손을 내놓아서라도 가지고 싶은, 아니 가져야 할 물건이었다.


“아, 아버님이 그러시길. 저희 월묘족의 보물이라고 했어요. 저희 일족이 아직 달나라 궁전에서 떡을 찧을 적에, 큰 신님이 떡 맛에 감탄하셔서 내려주신. 둘도 없는 보물이라고...”


“아하.”


달나라 궁전, 즉 월궁.

그곳에서 나온 물건이라.


“만약에 제가 위험해지면 이를 땅에 던지라 하셨어요. 그러면 위기를 모면할 것이라고...”


“그렇구나.”


심지어 아기 토끼의 설명이 이어지니, 내 직감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이건 먹어야한다.


“좋다. 그럼 거래하자꾸나.”


“..에?”


“비켜보렴?”


아직 아이라 그런지 새끼 금토는 중형견 정도로 내 품에 한아름 들어오는 크기였다.

설마하니 거래를 하자고 나설 줄은 몰랐는지 새끼 토끼는 그야말로 토끼 눈이 되어 호다닥 옆으로 비켜섰다.


“어디보자.”


피투성이가 되어 느릿하게 눈만 깜빡이는 월묘.

혹시나 했는데, 이 황금 털의 토끼에게 응천반이 나를 인도한 것인지 알 법 했다.


‘역시!’


금월상단.

피에 젖은 모피 아래 숨겨져 있던 목걸이에 쓰여진 네 글자.


금월상단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작중 산신의 비호가 아닌 현세에 생활하는 영물들의 단체들. 개중에서 가장 세가 막강하고 부유한 상단.

인간과 영물 심지어 요마와 산신령과도 거래를 트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인공 현운과 그 일행들과 적대하고 협력하길 반복하던 상단.

훗날 남섬부주의 가장 커다란 나라인 당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를 돈으로 휘어잡게 되는 이 세계관의 메가코프가 바로 금월 상단 아닌가.


‘아마도 시간대를 미루어보자면...’


내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구원의 눈빛을 보내는 새끼 토끼가 훗날 그 금월 상단의 주인이자 금력으로 인간 세상에 복수를 흩뿌리는 독기 어린 토끼 요마.

월아(月兒)이리라.


‘어렸을 적. 인간 도사들 손에 아버지를 잃었다고 했지?’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발악하여 도사들을 막아내는 사이, 월아는 간신히 도사들의 마수로부터 도망치고.

하루아침에 천애고아에 갈 곳 없어진 월아는 밑바닥에서부터 다시금 금월 상단을 일으켜 복수를 시작한다.


아버지의 재산을 노리고 밀고한 상단의 인간들.

이를 듣고 잔인하게 아버지를 죽인 도사들.

그리고.

지상이 이렇게 어지러운 와중에도 환계에 쳐박혀 영물들을 본체도 않는 신수들까지.


일신의 신력은 보잘것 없는 달토끼족이지만, 작중 주인공을 만날 즈음엔 당나라를 금력으로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상단의 주인이 되니, 그 복수는 허울 좋은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관을 움직여 산신들을 사냥하고, 요마들과 결탁해 온갖 금술까지 손을 뻗어 도문을 불태우고.

환계 사신수의 피를 이은 어린 신수들이 나처럼 현계에 던져지자마자 죽이겠다며 요마 살수들까지 보내지 않던가.


‘하마터면 아주 환장할 노릇이 될 뻔 했구먼.’


허나 타이밍 좋게도 내가 현세에 툭 던져진 날이 그 미래 초자본주의 빌런이 만들어지는 날이었던 것이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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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1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6 2 11쪽
12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24.09.02 4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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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여긴 어디여... 24.08.31 66 3 11쪽
9 현세로! 24.08.30 76 3 10쪽
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2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5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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