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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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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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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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DUMMY

그 작은 조각을 보자마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눈물 그렁그렁한 아기 토끼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응천반이 나를 이 현장으로 안내한 것인지 단번에 깨달았다.


‘그냥 긴급 구조 퀘스트 같은 건 줄 알았더니...’


이토록 절묘한 순간에, 절묘한 곳에 나를 데려다 줄 줄이야.

거대 토끼가 이끄는 영물들의 상단과 그 앞에 함정을 깔고 막아선 막나가는 도사들이란 시추에이션.

여기서부터 설마 혹시나 했는데, 딱 이 타이밍에 내가 도착했다고?


이쯤되면 그냥 툭하고 던져놓은 아버지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응천반과 근두운이 대단한건지모르겠네.


거기에 그 아빠 토끼의 상태를 보아하니 다행히 아주 숨이 넘어가기 직전 내가 도착한 상황.

그야말로 초장기 초떡상 예정 꿀주식을 모조리 쓱싹할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하마터면 늦을 뻔 했구나.”


“그, 그럼?”


대충 맥을 짚는 척하며 살짝 내 신력을 아빠토끼의 몸에 불어넣자 순식간에 피가 아물고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물론 안 그래도 약한 토끼 영물의 몸으로 자식의 몫까지 폭력을 감당한지라 딱 긴급처치만 한 것이지만.

언제나 말했듯, 이 세상은 내게 참으로 편리한 구석이 있었다.


“아가. 이게 보이니?”


도라X몽 주머니를 방불케하는 옷소매 주머니에서 나는 황금환약을 하나 꺼내 아기 토끼에게 보여주었다.


“이, 이게 뭔가요? 난생 처음 보는 기운이...!”


마치 당근을 앞에 둔 토끼처럼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기 금토는 내 손에 들린 금구슬 같은 환약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은 환약 하나면 현재 현세라면 어지간한 나랏님도 못구할 영약중의 영약이니까.


“이게 바로 진짜배기 금액환단(金液還丹)이란다.”


“!!”


달리 부르자면 금단이라 부르는 신선들의 약.

숨만 붙어 있자면 어떤 생물이든 팔팔하게 살아나고, 인간이 이를 먹으면 순식간에 오기조원을 이루어 초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보물중의 보물.


뭐.

내겐 식후 영양제 같은 것인지라. 혹시 모를 비상약 겸으로 챙겨온 것이다.

허나 내 말에 아기 토끼는 물론 뒤에 얼어있던 사이비 도사 놈도 놀라 움찔거렸다.


“호와아아!! 그! 금단?!”


“허허. 조그만한 녀석이 리액션도 좋지.”


모름지기 선의엔 댓가가 없다지만, 시큰둥하게 고개만 끄떡인다면 오던 복도 달아나는 법.

그런 의미에서 이 아기 토끼는 푹신푹신해 보이는 양 볼을 뽕실거리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참으로 흡족한 리액션이었다.


‘이런 녀석이 나중엔 산신들 목을 잘라다 쌓아놓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악당이 되다니...’


역시 좃간이 문제다. 좃간이.


“자, 거래하자꾸나. 너는 그 기물을, 나는 이 금단을 교환하는거야. 어떠냐?”


“호아아아...!”


아기토끼는 내가 손가락 사이로 굴리는 금단을 홀린듯이 바라보며 그 뽀송한 두 손에 목탑을 공손히 올려 내게 바쳤다.


“부, 부디. 받아주십시오...”


“좋다! 거래 성립!”


내가 휘릭하고 목탑을 받아 품에 넣고, 그 뽀송해보이는 손 위에 금약을 얹어주자 아기토끼는 한달음에 아빠토끼에게 달려갔다.


“뭐, 뭣이!? 저, 정말 금단이라고!?”


금단이라는 말에 뻣뻣하게 굳어 있던 사이비 도사놈이 눈을 희번덕 거렸지만, 말없는 내 미소에 다시 합죽이가 되었다.


‘어디, 감동 드라마에다가 양아치 난입을...’


결심했다.

아무리 비정하고 잔혹하고 개같은 선협물 세상이라 한들, 내가 신령으로 있는 한 최소 무협지 레벨로는 올려놓고 말 것이다.


‘...그래야 나도 뒤통수에 칼 꽂힐 걱정을 안하지.’


경지의 상승이나 위상의 승급을 위해서라면 기사멸조는 물론 부모자식도 없는 선협의 세계.

이런 쇼맨십과 거래라는 형식을 빌려 착실히 상하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어어하는 사이에 저 토끼가 내 배때지에 칼빵 놓는 꼴을 보게 될지 어찌 알아.


‘원작에선 어지간한 악녀보다 무서운 토깽이였다고.’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후다닥 달려간 아기토끼는 끙끙거리며 아빠 토끼 입에 황금단약을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아, 아버지! 정신 좀 차리셔봐요! 금단! 금단이에요!!”


“끄으응...”


그 조막만한 뽕실한 토끼손이 어렵사리 아빠 토끼의 입에 금약을 밀어넣고.

금약이 토끼의 입 속에서 녹아 사라지기 무섭게 아빠 토끼의 몸이 환한 황금빛에 휩싸였다.

갈라지고 터졌던 황금 피륙이 순식간에 회복되고, 부러지고 으스러졌던 뼈와 근육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화악!


마지막 마무리라는 듯 황금빛 기운이 조명탄처럼 환히 폭사했다.

그리고 광휘가 사그라든 자리엔 멀쩡한 모습으로 몸을 웅크리고 누운 거대 황금 토끼가 있었다.


띵띵 띵띵띵 띵!


축하한다!

달토끼는 황금 달토끼로 진화했다!


“오 이상한 사탕.”


모 주머니 괴물 겜의 진화를 보는 것 같은 광경에 내가 실없는 소리를 했지만.

다행히 내 헛소리에 반응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 아버지! 정말 아부지가 나으신 겁니까?”


“오냐. 누가 만든 금약인데. 효과 확실하고 말고.”


내 앞으로 주기적으로 할당되는 금약은 다름아닌 곤륜 최고의 술사이자 약사인 어머니, 첩월화의 작품.

어지간한 약선(藥仙) 저리가라 하는 흑호족 대술사의 약은 현세에선 만병통치약이나 다름 없으리라.


“좀 있으면 정신 차릴테니. 쉬게 두렴. 걱정되면 옆에 꼭 붙어주고.”


“네, 네! 캄사합니댜!! 큰 신님!!”


곤륜 신호전 가라사대.

거래가 아닌 은원으로 묶인 관계야 말로 천년을 가나니.

이대로 상단주가 깨어나면 현세에서 돈 걱정은 안해도 되리라.


“후후후.”


아주 성공적인 첫 발자국이라고 홀로 자화자찬하며 다른 금월 상회의 영물들을 둘러보려던 찰나였다.


“이 이런!! 그 귀중한 금약을 저깟 잡물에게 낭비하다니!”


갑자기 칼을 빼어든 사이비 도사가 겁을 상실한 듯 득달같이 내게 달려들어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이, 이보시오. 보아하니 필경 외유를 나오신 천계의 선동 같으신데.

아무리 그래도 천상의 금약을 나와 같은 천도를 숭상하는 도사가 아니라 저따위 잡물에게 베풀어서야 되겠습니까!!”


“....뭐?”


아니 겁을 상실한 게 아니라 정신줄을 놔버린건가?


“사, 사형을 해하신 일은 불문에 부칠 터이니. 일단 저 잡물들은 냅두고 나와 곤륜 본산으로 가십시다. 내가 바로 곤륜파 속가 문파인 청검문의 제자로써...”


“....”


와.

이건 뭐지?

참으로 신박하고 새로운 군상의 인간이었다.

이정도면 인간이 아니라 인간속 어드메로 따로 분류해줘야하지 않을까.


‘어떤 논리와 사고 회로를 거쳐야 저따위 개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지?’


이래뵈도 알바와 직장 생활을 전전하며 온갖 미친 인간 군상을 많이 봐왔기에,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얼빠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자기 사형이 유언이고 나발이고 수급 신세가 되버리고, 명백히 자신들이 학살하고 또 구타하던 영물들에게 약을 나눠주고 있는데.

당연하다는 듯 자신이 말하면 내가 아 그렇구나! 하고 따라 나서리라 생각하고 있는건가?


“...아가.”


“예이!”


내 부름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달려온 아기 토끼에게 소매에서 꺼낸 환단 주머니를 쥐어주었다.


“어! 어어!?”


“보아하니 저놈들이 가죽을 노리느라 구타만 가한 것 같구나. 다른 이들도 서두르면 살릴 수 있을게다. 한명씩 입에다가 넣어주렴.”


금액환단이 이상한 사탕이라면 내가 방금 던져준 약은 말하자면 기력의 덩어리.

하나만 먹어도 부활+풀회복은 거뜬하리라.


“네에! 큰 신님!”


내가 아랑곳 않고 환약이 가득 담긴 주머니를 던져주자 사이비 도사놈은 얼이 빠진 듯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아니. 아니 그 귀한 선단까지... 저, 저따위 잡물들에게...”


“허참.”


이런 기분도 참 오랜만이네.

곤륜천의 본가에선 내가 콧방귀만 뀌어도 사방팔방에서 달려와 머리를 박았는데, 방금 전까지 내 앞에서 피를 보던 놈이 당당하게 궁시렁거리는 꼴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자아가 비대한 것일까.


이 가엾고 불쌍하고 빌어먹을 영혼을 어찌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노라면, 열심히 뛰어다니는 새끼 토끼 손에 하나 둘 일어나는 영물들이 보였다.


“으으... 으엑? 월아 아가씨?”


“이, 이게 무슨.”


“나, 나는 분명 죽었는데!”


“음...”


신음하며 일어나는 영물들, 그리고 여전히 내 옆에서 추하게 빌빌거리는 도사놈.

그 둘을 번갈아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내가 지금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에 서 있는지 실감이 났다.


“일단. 예의부터 좀 주입시켜줘야겠네.”


“에?”


흉측한 인간놈은 끝까지 말귀를 못알아 듣고 어벙거렸고,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으로 내 의사를 표명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걱!


“엉?”


주제도 모르고 나를 내려다보던 사이비 놈의 두 다리를, 몸소 알맞은 높이로 만들어 준 것이다.


-철푸덕!


“이, 이게 무슨... 으아아아악!!”


제 다리가 잘린 줄도 모르고 땅에 엎어졌던 사이비는 제 무릎 아래는 멀쩡히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곤 비명을 질러댔다.


“모두 잘 들어라.”


신수식 군주론을 거진 세뇌에 가깝게 듣다보니 자연스레 나오는 오만한 말투.

허나 하나둘 정신 차린 영물들은 당황도 잠시 내 기운과 전후사정을 듣고선 후다닥 머리를 숙였다.


[이 땅의 걷고, 서고, 기고, 달리는 모든 기괴정영들은 내게 속한다.]


그냥 상투적인 관용구나 자뻑에 가득찬 중2병 드립 따위가 아니었다.

서방을 다스리는 백호는 유일하게 땅에서 태어나 하늘에 오른 신수이며, 환계가 닫히기 전까지 현세의 곤륜산을 통로로 오가며 지상의 선인들과 영물들을 다스리던 신수.

한마디로 트루 갓-로열 블러드다 이말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이 아닌, 땅에서 솟아나 신력을 부린 모든 것들이 세파에 밀려 아홉 하늘에 구슬피우니. 곤륜천의 주인께서 그 자식을 보내 이들을 긍휼히 하라하셨다.]


수미산 서천, 곤륜천의 주인.

그 이름을 모를 이는 영물중에 아무도 없었다.


태어나길 높디 높은 환계에서 태어난 다른 신수들과 달리, 본래 이 대지의 주인으로써 군림하다가 가장 뛰어나고 강력한 신수로 승천되어 신위에 오른 새하얀 털을 가진 범을 말이다.


[그런데...]


나는 위엄있는(쥐수염 예절 선생 코치ver.), 지극히 오만한 얼굴로 땅에 빌빌거리는 도사를 내려다보았다.


“히, 히이익!!”


슬쩍 목소리에 기세를 담은 것이 유효했는지, 밤 산길에서 호랑이라도 마주친 것마냥 놈은 새하얗게 질려선 덜덜 떨고만 있을 뿐.

아까 전처럼 뇌없는 소리는 감히 입밖에 내지도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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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1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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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1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5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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