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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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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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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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유운

DUMMY


솔직히, 나는 그리 인터넷에서도 활동적인 인물 군상은 아니었다.

그냥 웹소설, 웹툰을 챙겨보긴 하는데, 재미 없으면 말고, 재미있으면 구독해뒀다가 틈틈히 찾아보고.

댓글도 귀찮고 좋아요, 하트도 아주 감명받았을 때나 한번 누르는, 그런 라이트한 독자가 바로 나란 말씀이다.


언제나처럼 지친 몸을 이끌고 한강로 번지는 노을을 멍하니 보며 찾아보던 웹소설을 이어보던 퇴근길이었다.


무협,현판,퓨전,대역물, 심지어 로맨스와 로판에 이르기까지.

피곤해서 공부도 눈에 안들어오고, 그렇다고 게임을 하기에도 너무 번잡한 지하철 통근시간은 순식간에 나를 SSS급 누렁이로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던 와중에 보게된 소설이 하나 있었다.

특이하게도 무협풍 무림과 도교쪽의 신선과 선계라는 주제가 섞인 서유기나 최유기(?) 같은 클래식을 넘어 고전에 가까운 선협물이라는 장르.


식사로 치자면 이제 중세 배경의 판타지물은 입에서 버터가 날 정도로 먹었고, 현판물 역시 배가 터질 정도로 줍줍해 먹은 하드코어 누렁이.


그런 와중에 문학시간이나 교양 수업때 잠결에 들리던 동양풍 판타지 세계관은 꽤 흥미로웠다....만 그 세계관이 꽤나 하드코어했단게 더더욱 인상깊었다.


“허허, 미친놈들 투성이구만.”


이게 신선인가 요괴인가 구별이 안가는 막장 신선들.

툭하면 민간인 학살은 기본에 저들끼지 싸운다고 도시 한두개 결딴내는 미친 신수들.

그리고 그들을 위협하는 찐또라이 요괴와 마귀들까지.


그런 와중에 주인공 형은 명실상부 백호라 오냐오냐 자란 망나니 도련님.

동생은 어머니를 닮아 새까만 색의 흑호라 어머니와 몇몇을 빼면 터부시 되는 차남.


그런 와중에 온후한 차남이 형을 밀어내고 진정한 백호로 거듭나 백호가 다스리는 곤륜천을 접수한다... 라는 전형적인 영웅서사 판타지 물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나름대로 익숙한 그 맛의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에 동양신화 스킨을 씌워놓은 것 같지만, 독자들이 보기엔 스토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소설 베스트에 맨날 나오는 멘트들이 하나 같이


-니들이 지금 느그들끼리 싸울 때냐.


-이 와중에 계속 저들끼리 쌈판 벌리면 망해야지 뭐.


-독하다 독해. 저래도 형(동생) 재끼겠다고 싸우냐.


등등인 것을 보면.

얘들 지금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나보지.


하루가 멀다하고 신선 놈들은 제 동족들을 어떻게 한마리 잡아 환단으로 만들지 고아서 탕약으로 만들지 입맛을 다시고.

요마란 놈들은 우주적 재앙을 끌어들여서 핫하! 다 같이 뒤져버리자 메타로 달려나가는데.

주인공 일족 포함 신수나 영수란 놈들은 권력다툼에 정신 팔려 맥을 못추다니.


거기에 작가놈이 시즌2 준비하러 간답시고 반년째 잠수중이라 이후가 어찌될지는 나도 기약이 없었다.


“세상살이는 다 똑같다는 건가.”


통쾌상쾌 사이다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이런 고구마 흐름은 갑갑하기 그지 없었지만.

가끔가다 터지는 사이다의 버프에 간신히 시즌1을 다 읽고 시즌 2를 기다릴 수 있었다.


“에휴....”


고통은 창작의 근본이라는데, 작가를 잡아다가 주리를 틀면 시즌2가 쭉쭉 나오지 않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폰을 넣자면 무미건조한 안내음이 내 행선지를 이야기해주었다.


[이번 역은 oo, oo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마침 환승해야하는 역에 다온 상태, 이번에 내려서 두어번만 건너가면 오늘의 피로도 끝이다.


”뭐, 재미 있는 일 좀 없나...“


흥미진진하게 읽던 소설도 다봐버리고 집에 들어가봤자 씻고 자지 않으면 내일 출근은 어림도 없는 상태.

쳇바퀴 돌아가듯 이어지는 일상에 한숨을 쉬며, 나는 오늘도 환승역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휘이잉~!


”엉?“


눈을 뜨자 보인 것은 푸르디 푸른, 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하늘이었다.

척 보기에도 시커먼 매연과 미세먼지로 가득한 서울 하늘은 아니었다.


“...단풍?”


가장 먼저 파아란 하늘 위로 하늘거리며 날아가는 것은 분명 단풍.

분명 오늘 아침만 해도 으슬으슬 추워서 서리가 내려앉았는데, 달짝지근한 바람내음에 섞여 휘날리는 것은 분명 울긋불긋한 단풍잎이었다.


눈을 데굴거리며 둘러보면, 검은 기와와 하얀 벽돌로 세워진 동양풍 담벽이 넓다란 운동장을 두르고 있었고.

그 너머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옷을 차려입은 거대한 산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다.


“우와...”


언제인가 단풍구경 간다고 나섰던 지리산도 저만한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는데.

못해도 백두산, 아니 그보다 에베레스트나 히말라야에 버금갈 거대한 산봉우리에 단풍이 만발하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그런데...”


간신히 단풍이 물든 절경에서 눈을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두리번 거리는 나를 걱정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도련님! 가주님, 도련님께서 정신을 차리셨습니다!”


“어서, 어서 의원을 들라하라! 도련님,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이게 뭔...?”


어디 사극이나 중드에서 나올 법한 동양풍 복장들.

티비 채널을 막 돌리다가 가끔 나오던 중국 무협 영화에 나올 법한 옛스러운 무복을.

누군가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시유! 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스탠다드 머슴룩을.

또 누군가는 대X금에서 본 듯한 궁중나인 복장이나 널널한 관복을.


회사에서도 눈치로 다해먹는다는 명성이 높았던 나조차 어디, 드라마 촬영장에 떨어졌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지만.

그렇다기엔 다들 너무 생활감이 넘쳤다.


“저기. 누구세요들?”


-!!!


최대한 자연스럽게, 조심스럽게 가장 앞에서 빌빌거리는 무사에게 살짝 물어봤을 뿐이지만.

왜인지 나를 바라보는 모든 눈동자들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 마냥 무시무시하게 뒤흔들렸다.


“도, 도련님. 기, 기억이 설마...?!”


“의원!! 의원을 불러라!! 치유술이든, 연단사든 치료 능력이 있는 이들이라면 아무나!!”


동양풍의 날개옷을 입은 여성들부터, 사극에서나 볼 법한 도복 같은 차림의 남성까지.

시야 안팎의 모두가 산불이라도 본 것 마냥 기겁하여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어... 으윽?!”


불 붙은 다람쥐들처럼 수많은 사극 등장인물들이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진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쨍한 아픔과 함께 기억이 밀려들어왔다.


“도련님?!”


“어, 어디가 편찮으신지요?!”


“지금 의원이 오고있다 합니다! 조금만 참으시면...!!”


밀려오는 낯선 기억, 속속히 뇌리를 파고드는 온갖 정보들.

마치 아이스크림 두통이 길게 이어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지난 후, 나는 한가지 깨달았다.


그렇다.

트럭에 치인 것도 아니고, 5700자 비판문을 원작자에게 보낸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애니를 보던 화면이 환히 빛나며 차원 전이한 것도 아닌.

그냥 눈을 떠보니 나는 심심풀이로 들춰보던 소설에 빙의해 있었다.


그것도 훗날 메인 빌런이 되는 세계관 최고 망나니, 주인공의 형이란 어정쩡한 배역으로 말이다.



* * *


환계.

인간들이 그저 가담항설과 신화,재담 속 등장인물들이라 생각하는 기기묘묘한 요괴, 정령, 영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일컫음이다.


한가운데 황중천에서 흘러나오는 황룡수의 거대한 뿌리로 엮여 동서남북의 사방산맥을 신수일족들이 대대로 다스려 오는 땅.


그 모든 땅을 내려다보는 환계의 네 하늘이 있었다.


동쪽엔 사시사철 따스한 봄날의 금수강산, 귀허천이 자리하며 비와 구름에서 태어난 청룡의 후손들이 이를 보듬고, 용과 비롯된 모든 일족을 다스린다.


서쪽엔 단풍이 아름답게 휘날리는 깎아지른 가을 봉우리. 곤륜천이 영지를 내려다보며, 그 위에 거하는 백호의 일족이 모든 범과 땅을 거니는 것들을 이끌어간다.


남쪽엔 언제나 열과 불이 이글거리는 여름의 대화산, 귀모천이 들끓는데. 그 주위에 둥지를 튼 주작들이 뭇 새들과 그로부터 일어난 모든 날 것들 위에 군림한다.


북쪽엔 살에는 듯한 칼바람이 넘실거리는 겨울의 대빙원, 현곡천이 외로히 서있는데. 그 산봉우리를 파고들어가 굴을 판 현무들은 모든 지느러미 달린 것들과 교류하며 지혜를 쌓아왔다.


사방을 다스리는 사방신수들의 일족은 그 힘이 여타 영물들 전부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으며 그 위세는 선계의 진선들이라 할 지라도 머리를 조아려야 마땅했다.


허나 그 힘에 따른 비극일까.


유난히 손이 귀한 신수일족은 나날히 줄어가는 혈족에 시름을 금치 못했다.

각 일족의 수장들이 왕위에 등극한지도 어언 오백년.

아직 수장들은 창창한 나이였으나, 늦도록 후계를 보지 못해 사방산맥의 봉우리엔 시름이 깊어져 갔다.

허나 그것도 옛말. 백호일족에서 난 후계자를 시작으로 신수 일족에 새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하니 온 환계가 들썩이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백호 일족의 경우, 일찍이 본 후계자 유운으로 득남의 경사를 맞이했으니.

현 백호족주 광운은 거진 일여년간 곳간 문을 열고 곤륜의 모든 범과 영물들이 기쁨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할 정도였다.


“그런데, 유운이 지금 상태가 아니좋다?”


백호족의 가주 광운.

오백년 전, 흉수의 침공으로부터 환계를 수호해내고 다른 신수일족들에 비해 밀리던 백호족을 단번에 청룡과 버금갈 대일족으로 키워낸 광운의 눈에서 전광이 폭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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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1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5 2 11쪽
12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24.09.02 46 2 11쪽
11 "저! 돈 많아요!" 24.09.01 53 2 11쪽
10 여긴 어디여... 24.08.31 66 3 11쪽
9 현세로! 24.08.30 75 3 10쪽
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1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 망나니 유운 24.08.26 135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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