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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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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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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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왕의 보물

DUMMY

과거 아직 환계,요계 그리고 인간계의 경계가 희미할 시절.

자신을 따르는 백팔의 요괴들을 이끌고 삼계의 바다를 호령했던 대해적 응천.


어느 고명한 용왕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둥, 오래된 해양 마수의 현현이라는 둥 그 두꺼운 갑옷과 귀면 때문에 정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요주의 인물.

신출귀몰하게도 삼계에 걸친 대해를 동에번쩍 서에 번쩍하며 선단을 몰고다녀 신선과 천신들조차 어찌하지 못했는데. 그 결과 수많은 해안가와 선단이 응천의 해적 선단에 가라앉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자칭하길 삼계해왕, 타칭 해적왕 되는 인물이 바로 이 응천 되시겠다.

또한 응천은 해적왕이란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보물과 장보도에 대한 전설을 삼계에 뿌린 플래그 덩어리이기도 했다.

실제로 내가 노리고 있는 기연중에도 상당한 수가 이 응천과 얽힌 물건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의문인 것은 왜 곤륜산, 그것도 내 저택의 비밀 통로에 원작에도 없었던 그 대해적의 석상이 세워져 있는거지?


“하다못해 대심해와 맞닿아 있는 현곡도 아니고 말이야.”


혹시 내가 빠뜨린 정보라도 있나 고성능 두뇌 속 데이터베이스를 천천히 뒤져봤지만.

지지지난달 먹은 저녁 메뉴의 디저트까지 떠올랐음에도 응천에 대한 플래그는 지금 시점에서 발견될 것이 없었다.


참고로 디저트는 황금색 과일 모양의 떡이었는데, 어린 시종 하나가 군침을 흘리길레 하나 쥐어 보낸 기억이 있었다.


“혹시 단서가 될만한 게 없나?”


바람도 불어오지 않고, 별다른 냄새도 차이도 보이지 않는 열두개의 갈림길은 별다른 도움이 안됐다.

그렇다면 남는것은 한가운데 호기롭게 뭔가를 가르키고 선 석상.

천신과 선인 그리고 신수들까지 골머리를 썩게 만들었다는, 신수 입장에서도 전설속 인물인 만큼 뭔가 석상에 단서가 있지 않을... 저거 뭐야.


“엉?”


방금, 앞을 보고 있던 석상의 얼굴이 나를 내려다 본 것 같은데?


“뭐지. 그 착시현상 그런건가?”


그런데 착시현상이라는게 이렇게 전방위적이었나?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심지어 위로 아래로 점프하고 경공하고 보법까지 밟았는데 저 흉악한 귀면상은 계속해서 나를 쫒아왔다.


“...뭐지.”


슬쩍 떠오르는 영화에서도 이런 장면이 있었는데.

무덤속 치장품으로 서있는 석상인 줄 알았더니 살아서 움직이는 석상이라니.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한 공포에 나는 자연스럽게...


“선빵은 필승!”


선빵을 날렸다.


순식간에 치솟는 몸, 마치 번개슛을 연상케하는 일렁이는 벼락.

정확히 호선을 그리며 머리를 향해 떨어지는 발차기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일격.


초식의 초자도, 보법의 보자도 모르던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회피를 시키던 백호 특유의 반사신경과 체력에 뼈에 세겨진 고통은 내게 기절이라는 선택지를 지워버린지 오래.

조금이라도 놀라거나 아프다고 멈칫거렸다간 그대로 난타니, 한대라도 더 치자는 마음가짐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후웅!


“!!”


정확히 내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칼날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까앙!


다행히 그간 맞고 구른 짬이 있어 볼썽사납게 칼 한방에 목이 날아가는 불상사는 피했다.


“!@#!@#!!!! 이런 개XX!! 내 손톱!!!”


허나 맞받아 친 내 손톱은 불상사를 피하지 못했으니.

어째서 고문중 1티어가 손톱 뽑기인지 절절히 느껴보는 순간이었다.


“넌 뒤졌어!!”


시뻘겋게 열이 오른 시야 너머, 본능적으로 나를 향해 칼을 겨누는 석상이 한달음에 가까워졌다.


-?!


“놀랐냐? 어흥!”


이제는 나 역시 제법 익숙해진 초고속 기동.

주변에 일렁이는 잔상과 별가루처럼 푸른 잔뢰를 흩날리며 이번엔 내 주먹이 석상의 얼굴을 노렸다.


그런데.


-파사삭!


“...엉?”


그런데, 그런 고련과 고통의 자동공격 시스템은 너무나 허무한 끝을 맞이했다.

못해도 퍼엉! 하는 파괴음은 들리겠구나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흉악한 귀면은 내 호조가 닿기도 전에 먼지가 되어 산산히 흩어진 것이다.


“어엉?”


덕분에 혼신의 일격은 애꿎은 먼지만 흝었고, 나는 눈살을 찌뿌리며 급하게 몸을 뺐다.


“혹시 독인가?”


해적이 자신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독 함정을 설치했다는 짐작은 나름 타당한 것이었으나.

기감에도 호흡에도 문제가 없는 것을 보면 독이 살포되진 않은 것 같았다.

그저 석상만 고운 가루가 되어 흩어졌을 뿐.


혹시 뭔가 있을까, 한참을 들여다봐도 그저 고운 모래더미는 잠잠할 뿐이었다.


“뭐, 뭐였던거야...?”


괜시리 떨떠름해져서 모래더미를 빙 돌아 살펴보는데, 모래더미 아래 뭔가가 있었다.


“이건 뭐지?”


조심히 모래를 털어내고 이를 들어보니 그것은 내 주먹만한 나무상자였다.

반지 상자처럼 위 아래가 맞물려있어 여는 모양이었는데, 낡긴 했지만 그 위에 세겨진 복잡한 문양이나 손끝으로 느껴지는 올올한 기운을 보건데 필시 보통 물건은 아닐 것이다.


-달깍!


“오, 열린다.”


혹여나 부숴질라 조심조심 뚜껑을 열어본 그것은 나무함이 아닌 나침반이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건지 뿌옇게 먼지가 쌓여 옷자락으로 닦아내야 했지만, 그 외견만큼이나 이 나침반도 보통 물건은 아닌 듯 싶었다. 아니면 고장 났거나.


“아까전 석상도 그렇고 유통기한이 다됐던거야?”


원래 나침반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북쪽을 가르키는게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 나침반은 마치 초시계마냥 어지럽게 빙글뱅글 돌아가고 있었다.


-차륵! 차르르르... 차륵!


어지럽게 돌아가던 나침반에 고장났다고 혀를 차며 주머니에 쑤셔넣으려던 찰나.

갑자기 바늘이 사방의 통로중 하나를 가르키며 멈춰섰다.


“어?”


-휘이잉!


그리고 묘하게도 바늘이 가르킨 방향에서부터 갑자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집고 돌리고 방향을 바꿔봐도 나침반은 이쪽이라는 듯 바람이 일기 시작한 통로를 우직하게 가르키고 있었다.


“이러면 방법은 하나뿐인데.”


어차피 이 방향 이외에 다른 방법도 없고, 거기에 바람내음이 퍽 낯익은 것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내가 가려던 곳으로 이 길이 나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한없이 밝은 백호의 밤눈으로도 어두침침한 복도를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매끈하던 바닥은 사라지고,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지더니 저 멀리 밝은 빛이 보였다.


-휘이잉!


“출구다!”


습기 어린 세찬 바람, 거기에 코끝을 저릿하게 만드는 짙은 영기,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한달음에 통로를 박차고 나오니.

마치 망망대해 같은 새하얀 운해와 암초 같은 거대한 산봉우리가 나를 맞이해줬다.


“오오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이곳으로 이어질 줄이야.

이곳은 바로 환계의 중심지, 황룡의 영역인 황중천의 비경, 모든 구름이 태어나고 진다는 만운천이었다.


“우와아...”


순간 여기까지 온 여정과 목적도 잊을 정도로, 산봉우리 같은 파도가 파도치며 모이고 흩어지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휘이이잉!


“어디든 눈에 두어도 화보 같은 환계지만. 이건 정말 대박인데!”


그저 눈에 보이는 광경 뿐만이 아니었다.

바람과 함께 느껴지는 청명한 영기와 이 순간에도 내 꼬리와 머리의 귀를 간질이고 지나가는 새끼 풍백과 운백들.

인간이 아닌 신수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심장에 자리한 비경은 너무나 압도적이고 또 아름다웠다.


“...아 맞다.”


그렇게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없이 아름다운 운해를 보고 있으려니, 저도 모르게 흔들리던 꼬리에 뒷춤에 메달아둔 봉운박과 정체불명의 나침반이 걸리더랬다.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지.”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날개가 달리지 않은 이상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위험한 산꼭대기 운해.

허나 워낙에 피지컬도 뇌지컬도 사기급인 몸이라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읏차!”


가볍게 발을 구르며 산 봉우리 이곳 저곳으로 몸을 날리면, 아직 작은 내 몸은 마치 용수철처럼 이백미터는 족히 넘을 거리를 훌쩍훌쩍 뛰어올랐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눈 아래론 오로지 구름밖에 안보이는 봉우리에 도착하면, 저 멀리 새하얀 운해 너머로 이글거리는 일출이 고개를 내밀었다.


“히야아...”


전생엔 워낙 바쁘고 피곤해서 일출이 뭐라고 그렇게 산으로 바다로 보러 나가는지 이해가 안갔는데. 이제야 그 심정이 이해가 갔다.

이런 광경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면 몇번이고 산을 오를 값어치가 있지.


어차피 원작에 나왔던 그 구름이 나오려면 좀 걸릴 거고.

나는 옷소매에 넣어놨던 간단한 간식거리와 찻주전자를 꺼내 일출을 구경하며 요기를 했다.


“어디보자... 어차피 여기 있으면 싫어도 곧 보게 될거고. 지금은...냠냠.”


금가루를 뿌린 듯, 환한 일출에 반짝이는 새콤달달한 과자를 우물거리며 꺼낸 것은 바로 아까전 득템한 기이한 나침반.

아마도 그 기이한 팔차선 길목에서 나를 여기로 이끌어 준 것 같은 나침반은 아까전 정확히 방향을 가르키던 것과 달리 여전히 빙글뱅글 돌고 있었다.


“기묘한 물건일세...”


작중 온갖 플래그와 기연을 담당하던 정체불명의 대해적 웅천.

그의 아이템은 만약 게임이었다면 밸런스 파괴템으로 금지를 먹거나 현물 거래로 비싸게 팔렸을 사기템들 뿐이었다.


한번 휘두르는 것으로 해일을 일으키고 태풍을 부르는 검.

바닷물이든 흙탕물이든 한가득 담아놓으면 독한 술로 만들어주는 표주박과 끊임없이 맑은 물을 내뿜는 수통.

두르고 있으면 설령 해신이나 용왕의 공격이라해도 얼마든지 막아내는 망토.

차고 있으면 어지간한 상흔은 순식간에 낫는 황금 십자가 목걸이 등등.


해적이라는 직종 때문인지 묘하게 생존 특화된 신물들은 모두 웅천의 보물이었다.


그런 웅천의 석상이 놓여졌던 기이한 길목이 어째서 백호의 본진, 곤륜대산의 내 저택 백도어에 연결되어 있던 건지도 의문이지만.

그 의문을 차차하더라도 이 나침반은 정말이지 기묘한 아이템이었다.


“분명 그 여덟갈래 길목이 이 나침반에 공명했어.”


지금이야 정신나간 것처럼 빙글뱅글 돌고 있었지만, 아까전 한점 바람도 단서도 없는 와중에

나침반이 길목을 가르키자 정확히 대운천으로 길목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분명 이 나침반도 신물이라는건데...”


보통 이런 물건을 얻으면 우와! 득템이다!! 하면서 신나해야겠지만.

신물과 귀물은 한끗차이.

봉운박 같은 출처 확실한 물건이 아니고서야 종 잡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 이런 기묘한 물건은 기연보단 사망 플래그와 가까웠다.


“...그냥 버릴까?”


솔직히 아까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굵고 길게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은 이상 이런 정체 모를 물건은 버리는 게 이롭다.


-차륵!


“응?”


내가 툭하고 속마음을 내놓기 무섭게, 갑자기 빙글뱅글 돌던 나침반이 이번에도 한 방향을 향해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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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1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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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 해적왕의 보물 24.08.28 82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5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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