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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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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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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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여...

DUMMY

끝없는 복습과 학습으로 이 세계관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이에 대한 대책은 충분히 준비와 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워낙 타고난 혈통이 혈통이라 그런지, 술법으로는 어지간한 도사나 신선은 평생 오르지도 못할 경지를 두달여만에 오르고.

신공이라 분류되는 무력은 아버지 광운의 끝없는 사랑덕에 자신도 실력도 붙어서, 그 근두운을 일격에 제압하지 않았던가.


이 상태라면 아직 멸망 플래그가 발발하기 전, 비교적 평화로운 현세로 내려가서 온갖 기연과 인연을 호로록 먹어버리면 되겠다고.

그리 생각해왔다.


허나 내가 한가지 잊고 있던 것이 있었다.


당대 신호, 광운은 그 힘과 위세가 가히 천신을 웃돌 지경이며 또한 그 성정이 호방하고 호탕하여 많은 이들의 존경과 호감을 사는 대장부라 했다.


다만 그런 성정이 바깥 즉 백성이나 부하들이라면 호감을 사기엔 충분하지만.

한 집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가족에겐 매우 골아픈 상대라는 것.


때문에 일족 최고의 현자라 불리는 어머니, 첩월화부터 상당히 골머리를 썩지 않았던가.


허나 나는 적장자.

나중에 태어날 주인공을 제외하면 유일한 혈육이자, 만일 광운이 천신으로 승격되어 승천하게 된다면 명실상부한 신호로 등극할 후계자이니.

그 광역성 광운 폭풍에서 좀 벗어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생각했다.


-짹짹!!


“...여기는 어디여.”


분명 내일 있을 현세행에 두근거리며 잠들었다.

현세 플래그를 정리해둔 서책과 간식거리 그리고 이런저런 물건들을 내 인벤토리 옷소매에 넣어둔 것은 당연.

그런데 눈을 떠보니, 내 침상을 제외한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


“낯선 천장... 아니 이거 그냥 숲속이잖아?”


찌르르 찌르르 풀벌레가 울고, 향긋한 풀내음과 흐르는 개울소리가 청명한 자연이 살아있는 숲속.

그 한가운데 사뿐히 놓여진 침상에서 눈을 뜬 것이다.


무슨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뭔...”




뭔가 질나쁜 장난이나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툭!


덮고 있던 이불 위에 왠 두루마리가 하나 툭 하고 떨어졌다.


“....”


뭔가 불길한 예감에 말없이 두루마리를 열어보면...



[유운 보아라.

지금 네가 있는 곳은 남섬부주의 당국(唐國)의 어드메이니라.

지금부터 너는 네 힘으로 우뚝 서서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느니라.

본래 우리 백호족은 현세의 네 주를 아우르는 대산군들. 너 역시 현세의 자연과 인세의 혼란함 속에서 너를 단련하고 또 발견하길 바란다.

다음 중천문이 열리는 날까지, 부디 건강하게 지내고 있거라.


-사랑하는 아비. 광운.]


“....”


잊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던 것이 아니라, 그래도 좀 정도랄 것이 있을 줄 알았지.


호랑이는 새끼를 절벽에서 굴려 떨어뜨린다고 하던가?

그거 다 정훈교육용 메카 독수리 같은 헛소리라고 들었는데, 이 광운이라는 호랑이는 그걸 신봉하는 축이다.


“원작에서도 제 아들들을 갑자기 현세에다가 던져놓고 알아서 살다가 십년후에 보자~ 했었지?”


이쯤되면 원작 유운도 좀 이해가 갔다.


생각해보라, 태어나서부터 떵떵 거리며 절대갑으로 군림하던 방구석 도련님.

그런 놈을 대뜸 야생 서바이벌에 덜렁 던져놨으니. 애가 안 엇나가고 베겨?


"아오오... 진짜."


어쨌든, 날씨도 좋겠다고 다시 침상에 뻗어 잘 수는 없는 상황.

그나마 다행히 인벤토리 주머니가 인첸트된 넓은 소매 속 도라에몽 주머니는 멀쩡했으니 다행인가.


“야, 야. 구름. 일어나봐.”


-웅~ 우웅???!


내가 봉운박 호리병을 꺼내 깡깡깡 두들기자 근두운이 스멀거리며 기지개를 폈다.

구름 주제에 자다 깬 목소리로 물부터 찾는게 아주 예술이다.


“야이씨. 너는 니 주인이 잠든 사이에 현세에 던져졌는데 자다 일어나 약숫물부터 찾냐.”


-웅!?


“설명은 무슨. 읽어봐.”


허공에서 뒹굴뒹굴 칭얼거리는 구름놈에게 대충 아빠놈의 서신을 던져주고 나는 일단 응천반부터 꺼내들었다.


어디로든 나침반, 그거 맞다.

그냥 나침반 나침반하기엔 뭔가 폼이 안살기도하고, 은근히 반응이 안 좋아서 주인 이름을 따라 대충 지어준 건데 좋아하는 것 같다.


-우우우....


구름어를 번역해보자면.

대충 ‘우와 화과산 원숭이들도 비슷하게 훈련 받았는데. 똑같네?’ 단다.


그 제천대성 손행자와 맞먹은 호랑이 아빠라니.

대단혀...


“아무튼... 마법의 나침반님. 제가 어디로 가야 무사히 정착해서 십년후에 떵떵거리며 살 수 있을까요?”


-차르르르...륵?


“이상하다... 고장났나?”


-파직!


이게 뭔 소리를 하냐는 응천반의 반응.

허나 내가 싱긋 웃으며 발톱을 드러내자 그제서야 이 요사로운 나침반은 빠르게 방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차륵! 차르륵? 차륵차륵!


동으로 서로, 남으로 북으로.

바쁘게 바늘을 돌려대던 응천반은 이내 정했다는 듯 척! 하고 서쪽을 가르켰다.


“오, 서쪽이라.”


그러고보니 백호는 사신수중에 서방을 다스리고, 또 백호의 신역 곤륜천 역시 환계의 서역에 자리한다.

첫 행보를 다른 곳도 아닌 서쪽에서 시작한단 점에서 꽤 의미 깊은....


“너 설마. 대충 백호는 서쪽이지 해서 안내하는 것 아니지?”


-...차륵.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샐쭉한 눈으로 나침반 바늘을 노려봤지만, 응천반은 나침반답게 바늘만 데굴거릴 뿐이었다.


“에효. 뭐,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봐야지.”


말하자면 지금은 맵에 물음표도, 퀘스트 창에 알림도 없는 극 오픈월드 상태.

이런 상황이라면 보물상자나 긴급 이벤트를 찾아 떠도는 것이 최선이었다.


“자, 두운아. 네 진가를 보일 시간이다.”


-웅!


근두운 역시 그간의 비행 수업에 질릴대로 질린 차.

출발하자는 내 명령에 신나선 몸을 부풀렸다.


“자! 가자!”


-우우웅!


* *          *



남섬부주 당나라.

한때 수많은 요마와 영물, 신령과 신선이 살아가던 현세의 땅은 인간들의 세가 넓어지며 혼란에 치닫고 있었다.


이미 제천대성이 승천하여 투불의 반열에 든지도 어언 오천년.

제천대성과 같은 요선들의 발호를 두려워한 천신들의 결정으로 천문이 닫히고.

그들의 이야기는 어린아이들의 옛날 이야기나 아름아름 내려오는 설화로 치부되고 있었다.


그 사이, 바다의 오색 구름 너머 가려져있던 이양(異壤)의 땅이 드러나며 들여온 이방의 문물이 성행하고. 신들이 사라진 자리를 왕과 황제를 자칭하며 혼란한 시대가 펼쳐졌다.


그 와중에 닫혀버린 천문 아래, 현세에 남겨져버린 수많은 영물과 영수들에겐 고통의 시간이 이어졌다.


위로는 혼돈을 틈타 세를 넓혀오는 요마와 요수들이.

아래로는 한창 세를 벌리며 그들의 힘과 권능을 탐하는 인간들이.


그 사이에 낀 영물들은 몇 남지 않은 대신령들 아래서 가까스로 연명하거나.

혹은 인간으로 분하여 간신히 인간 세상에 녹아들어 살아가고 있다.


허나, 무릇 인간의 배타성과 의심암귀는 천신조차 고치지 못한 인간들의 원죄.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의 이웃이자 스승이었던 영물과 신령들은 과거 이야기속의 잔재, 혹은 비밀을 아는 자들의 사냥감이 되고 말았다.


-퍼억!


“으끼악!!”


“아, 아버지!!”


깊디 깊은 산속 어딘가.

자식을 품에 감싼 사내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왜, 왜들 이러시오...!”


“흥! 사람도 아닌 놈이 새끼는 더럽게 챙기는구만!”


그런 남자와 아이를 보며 같잖다는 듯 침을 뱉은 남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집을 짜증스럽다는 듯 노려보았다.


“이 더러운 잡물의 피로 내 검이...!”


“사형, 적당히하고 내단이랑 물건 챙겨서 갑시다. 이러다 늦겠어요.”


숫재 때려 죽일 기세이던 남자를 바라보던 사내는 시큰둥하게 한마디 할 뿐, 말릴 생각이 없어보였다.


“사제, 좀 기다려봐. 이 잡물들이 인간행세를 하며 모아둔 재산이 어마어마하다구!”


“하긴, 누가 알아겠습니까. 그 유명한 금월 상회의 상회주가 인간을 능멸하던 요괴였을 줄은.”


사형 그리고 사제.

일반적으로 문파나 도관에서 같은 스승을 둔 이들끼리 칭하는 칭호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검은 야행복을 입었으나 그들은 바로 도관에 적을 둔 이른바 도사들이었다.


“다들 기겁할거다. 자기들 바로 옆에 있던 것들이 이딴 요괴 자식들이란걸 알면 말이야.”


“낄낄낄! 이정도면 저희도 본파로 올라갈 수 있겠죠?”


이제는 숨길 필요도 없다는 듯, 검은 야행복 아래 숨겨놨던 도복을 차려입는 사형제.

그 옷자락엔 선명한 태극 문양이, 그 발 아래엔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피가 웅덩이 져 있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산중에서 도를 구하며 수련한다는 이들이 검집에 피를 묻히고, 탐욕에 차 사악하게 웃는 모습이나.

인간의 옷과 신발 그리고 모자가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그것들을 피와 함께 뒤집어 쓴 체 숨을 거둔 이들은 멧돼지, 사슴등 짐승들이나.


“왜, 왜 들이러시오...! 우, 우리는 그저 조용히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일까.

신통력이 다한 것인지 피를 흘리던 상회주의 모습이 서서히 제모습으로 돌아갔다.


“아, 아부지...”


쫑긋 하고 하늘을 향해 높이 선 귀.

눈물이 그렁그렁한 왕방울만한 눈.

황금빛 털이 복실복실한 거대한 토끼가 아들 토끼를 보호하듯 품에 안고 있었다.


“호오... 이게 그 월묘라는 거구만?”


“이야, 내단은 본파에 바치더라도. 모피만 벗겨 팔아도 대박이겠네요!!”


눈 앞에서 사람이 동물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또 그 동물이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며 탄원하지만 정갈히 도복을 갈아입은 젊은 도사들은 눈하나 깜짝 않았다.


마치, 물건을 품평하듯 그들을 가늠하며 콧웃음칠 뿐.

도를 구한다는 이를 자칭하기엔, 그 눈은 이리떼의 그것을 너무나 닮아 있었다.


이것이 바로 현세의 상황이었다.

도를 구한다는 이들은 천상의 달도가 아닌 현세의 붉은 먼지에 몸을 더럽히길 즐기고.

마지막으로 지상에 남은, 한때 인간의 이웃이자 스승이었던 이들을 사냥감 취급하며 그 배를 갈라 내단을 취하고. 그들이 쌓아온 재산과 보물을 탐욕스레 갈취하는 이들.

그리고 그런 탐욕과 음심을 파고들어 세를 불리는 마귀와 요물들이 득세하는 세상이었다.


물론 개중엔 바른 뜻을 세워 마물을 배격하고 요물을 물리쳐 사람들을 계도하고자 하는 정도를 걷는 이들 역시 많았지만.

그런 이들이 손을 뻗기엔, 악은 간교하고 또 부지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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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1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6 2 11쪽
12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24.09.02 47 2 11쪽
11 "저! 돈 많아요!" 24.09.01 54 2 11쪽
» 여긴 어디여... 24.08.31 67 3 11쪽
9 현세로! 24.08.30 76 3 10쪽
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2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90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4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5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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