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호박찐빵
작품등록일 :
2024.08.26 20:33
최근연재일 :
2024.09.09 21:52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252
추천수 :
49
글자수 :
71,222

작성
24.08.26 20:59
조회
99
추천
4
글자
10쪽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DUMMY


지금도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유운의 개차반 유년기.

영악하게도 어머니 아버지에겐 설설 기면서 제 아랫사람인 듯한 시종과 사범, 교사들에겐 온갖 횡포를 부리던 백호족의 폭군 유운의 개차반 일생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암만 횡포를 부려봐야 아직 어린 나이라 진짜 선은 넘기 전이라는 것이다.

만약 기억 속 망나니가 다섯살만 더 먹은 상태에서 내가 빙의했다면 나도 어찌 되돌릴 방법이 없었을 터.


“쩝. 어디보자...”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내려놓고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봤다.

이 몸, 유운의 기억과 전생의 기억이 어지럽게 섞여 복잡했지만, 그런 복잡함은 단박에 날려버릴 정도로 확실한 것이 있으니.


바로, 이 세계관에 즐비한 온갖 기연들과 이를 웃도는 막장 세계관.


처음엔 기연이고 나발이고 백호족의 성지에 즐비한 보물들을 챙겨서 인간계나 다른 조용한 세계로 넘어가서 은둔할까 했지만.


문제는 지금 이 생활이 너어어어무나 쾌적하단 것이었다.


생각해보라.

밥 먹기 전엔 돈걱정, 밥 먹고 나선 설거지 걱정하던 21세기 평균 노동자였던 내가 지금은 사극 속 황제가 부럽지 않은 호사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나는 설거지는 커녕 유운 이놈이 어떻게 생활한건지 내가 스스로 숟가락을 드니 식기를 들고 내 옆에 앉으려던 시녀가 놀라는 지경이었고.

편의점에서 1+1 라면에 눈을 번뜩이던 세월이 무상하게 메인부터 전체까지 호텔 뷔페는 저리 가라하는 정찬이 매끼니 나왔다.


옷은 동양식 의복이라 치렁치렁하고 이질적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매끄러운 원단과 금과 은이 아낌없이 들어가는 옷들은 왠만한 메이커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이걸 포기하고 어디 외딴 섬에 쳐박힌다고?

쉽지 않다.


“거기에... 어차피 도망가봤자 거기서 거기야.”


말했듯이, 안으로는 온갖 신수들의 암투와 분쟁이, 밖으론 인간계의 사악한 인간들과 마귀, 흉수들이 즐비한 세상이다.

혼자 살겠다고 튀어봤자 백호탕 해먹자고 요마나 미친 신선들에게 납치나 안당하면 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의미에서 인간계와 천계,선계,마계,요계 등등.

온갖 세상과 이어져 있는 이곳 환계는 매우 위험한 곳이지만 동시에 매우 좋은 사냥터이기도 했다.


거기에 내가 있는 곳은 그런 환계의 가장 강력한 종족의 성지.

이곳 만큼 안전하고 기연이 넘쳐나는 곳은 또 없는 것이다.


“도련님, 광운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았다.”


아무튼 내가 정신을 차리고 의원이 완쾌 진단을 내리고 나니 꽤나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먼저 식사를 한 후, 가족끼리 차를 마시고 나니 나는 곧장 연무장으로 향하면 가벼운 무장을 한 가주 광운이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를 맞이했다.


“어설픈 스승들 때문에 그간 고초가 심했다 들었다. 허나 걱정마라! 이 아비가 네게 백호들에게 내려오는 모든 것을 가르쳐 줄 테니!”


“옙! 잘 부탁 드립니다!”


“하하하! 기세가 좋다! 그럼 기초중의 기초부터, 즉 우리 백호일족이 어찌 곤륜천의 제왕으로 등극했는가 말해주어야겠구나.”


환계의 지배자들 사대 신수 일족들은 모두 여느 신선 못지 않은 도술과 법술의 대가들이었다.

비바람을 일으키고, 화염 폭풍을 몰고오고, 살에는 추위를 끌어올리는 등 왠만한 도사들은 물론이고 신선이라고 거들먹거리는 선계의 미친놈들도 신수들 앞에선 한 수 물러나야 했으니까.


그리고 개중에 전투력이라면 그 어느 신수를 압도하고도 남는 이들이 바로 백호.

환계의 주인, 황룡의 검이자 충직한 우장이라 칭송받는 곤륜천의 지배자들이었다.

허나 그들은 다른 신수들과 달리 본래 현계에 적을 두었던 영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범들이란 인간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자 산맥의 주인, 산신과 같은 존재로 이름이 높았지.”


인간들은 잊어버린 태고에 적잖은 범들이 커다란 산맥의 주인으로 군림하며 제 영역을 침범한

이들은 신마를 불문하고 모조리 죽이고 먹어치웠다고 한다.


“그런 범 일족의 힘을 보신 황룡께선 한가지 결단을 내리셨으니.

천계까지 맞닿은 봉우리와 명계와 이어진 나락굴이 공존하는 곤륜천의 주인을 범들에게서 뽑기로 하신 것이다.”


그리고 일어난 범들의 대전쟁.

곤륜대산에 만발한 붉은 단풍잎이 그토록 붉은 이유는 아직도 그날의 대격전때 흩뿌려진 범들의 피가 체 마르지 않아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곤륜천의 신위를 차지하기 위한 범들의 전쟁은 매우 치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대격전 끝에 살아남은 황호족, 금호족들을 거느리고 흑호들과 동맹을 맺어 곤륜천의 정상에 등극한 이들이 바로 우리 백호들이지!”


다른 범들이 강력한 발톱과 날카로운 어금니, 기기묘묘한 술법에 의지해 혈투를 벌일 때.

유일하게 백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참전해 다른 범들과 맞섰다고 한다.

그 모습에 다른 범들은 그들을 비웃으며 가장 먼저 그들을 죽이려 덤볐지만, 그렇게 덤벼든 범들중 살아남은 이들은 없었다고 한다.


다른 범들이 거들먹거리며 제 힘에 취해 각자의 산맥에서 왕 노릇을 할 때.

미래를 볼 수 있다 알려진 백호들의 수장은 훗날 강력한 범들조차 밀어내고 세상의 주인이 되는 인간들의 미래를 내어다 봤다.

하여 그 비결을 알아내고자 다른 일족을 이끌고 인간 세상에 투신했는데.

그리고 인간사의 희노애락과 온갖 문물들을 섭렵한 결과, 백호들은 다른 범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되었고 결국 곤륜대전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렇게 백호는 다른 강력한 산군과 산신들을 밀어내고 자신을 따르는 세 일족들과 함께 곤륜천의 신위에 등극했다.


“내 생각이 짧았던게지. 백호란 언제나 스스로 길을 터득하여 스스로 등극하는 존재들.

그런 백호에게 바쁘다는 이유로 다른 범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배우게 하다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숨이 나온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 가주.

허나 그 침중한 얼굴과 다르게 그 몸에서 치솟는 난폭한 기세는 마치 마주 달려오는 트럭을 보는 것처럼 내 본능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파지직! 파지직!


“직접 보거라. 직접 경험하거라. 그리고 직접 익히거라. 곤륜천의 신위를 얻은 백호의 저력을!”


“어, 저기. 일단 기본기부터 천천히 익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왜, 무협지 무공 수련 같은 거 있잖아.

연병장 구보 뛰기라던가, 산정상 찍고 오기라던가, 하다못해 태권도 품새 같은 그런거.


“하하하! 농담 치곤 제법이구나.”


“제길!”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 내가 상식적인 제안을 던져봤지만.


-콰앙!


광운으로부터 들려오는 답은 그저 폭발하는 파공음과 함께 내게 날아드는 웅혼한 일격이었다.


그 손은 백색의 뇌기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 손끝에 칼날처럼 솟아난 호랑이 발톱은 명검을 연상케하는 예기로 번뜩였다.


“뇌명호조(雷名虎爪)!!”


“으왓!?”


그 살벌한 공격에 등골이 서늘해지고, 머리에 솟아난 귀와 허리춤의 꼬리가 뻣뻣하게 솟았다.

백호족의 독문절기 뇌명호조수(雷鳴虎爪手).

개중에 예기로는 만년한철도 가른다는 백호의 호조가 나를 덮쳤다.


-쾅!


내가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기 무섭게 호조가 새하얀 잔뢰를 흩뿌리며 내가 서있던 자리를 분쇄했다.


저거, 맞았으면 최소 이틀은 의료실 신세였다.


“호오, 뇌명호조를 피하다니. 역시 운산보의 성취가 벌써 눈부시구나!”


“저기 아버님? 잠시 이야기를 좀...”


방금 전 움직임은 뭐라고 할까.

내가 움직였다기보단, 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 결과였다.

순간 시야가 흔들리고 심장이 펄떡이더니, 다리가 꿈틀거리며 순식간에 수백미터를 미끄러지듯 움직인 것이다.


‘이게... 신수의, 백호의 몸이란 건가?’


순간 내 몸이 바람이라도 된 것 같은 신묘한 기분에 살짝 감상에 취해있을 순간이었다.


“크하하하! 그렇다면 이것도 받아보거라!”


-우르릉!


한번 박참에 구름을 흩는 강맹한 보법과 이와 연계되는 패력의 각법.

아까전 내가 반사적으로 선보인 움직임과 비슷하지만, 더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내 앞에 들이닥친 광운의 다리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오. 이런.”


“벽퇴산!”


그리고 떨어지는 벼락을 머금은 내려찍기.

정확히 머리를 노리고 떨어지는 완벽한 내려차기에 내 몸은 또한번 기적을 보여주었다.


-쿠웅!


“우와으워으악!”


이번엔 아슬아슬하게 직격은 피했지만 그 여파에 휘말려 발이 꼬인 나는 공마냥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했다.


“흠, 아직 병상에서 일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그런게야? 언제까지 도망만 칠 생각이더냐?”


일순, 광운의 푸른 눈에 사나운 기세가 아른거렸다.

그러더니 그의 양손에서부터 강렬한 기파와 함께 새하얀 전류가 스파크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파지직!


“언제나 말했지. 벼락이란 하늘의 불. 물러서지도 멈춰서지도 않으니...!”


우리 같은 신수의 내기는 곧 신력이니, 그 자체로 천지조화의 영역에 속한 힘들이었다.

그리고 벼락은 그 자체로 강력한 직진성과 감전을 일으키니, 이는 설령 현무의 방어진이라 해도 막아낼 것이 아니라 했던가?


“그 몸에 세기거라!”


-콰르르릉!


천지가 뒤집히는 듯한 거대한 뇌성.

그와 함께 텔레포트라도 한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앞에 들이닥친 광운의 주먹이 내 배를 향해 작렬했다.


-퍼억!


“쿠에-”


세번의 행운은 없었다.

아니, 행운이나 내 반사신경 따위는 감히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벼락이 내 배에 직격하고.

내 작은 몸은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았다.


-쿵!


“윽!”


한번.


-쾅!


“켁!”


두번.


-탱구르르르!


“꾸에에에엑!!”


마지막 세번.


물수제비 조약돌 마냥 바닥에 두번 튕겨지고, 내가 그대로 백호볼이 되어 데구르르 구르는 것으로 오늘의 오전 대련은 끝을 맺었다.


“크어어어...”


“내 굉뢰를 보고 피하진 못했지만 이를 막아냈나. 거기에 내 뇌력을 다시 역으로 흘려보내? 으하하하하! 그러면 그렇지! 역시 장차 곤륜과 뭇 짐승을 다스릴 백호답도다!”


내가 아주 정석적인 자세로 바닥에 크레이터를 만들며 기절하는 사이,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선협물의 신(神)수저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욕심이 난다. 욕심이 24.09.09 30 2 11쪽
14 살생부와 활생부 24.09.05 45 2 10쪽
13 동상동몽(!) 호가호위(?) 24.09.04 45 2 11쪽
12 이런 기분 오랜만이야 24.09.02 46 2 11쪽
11 "저! 돈 많아요!" 24.09.01 53 2 11쪽
10 여긴 어디여... 24.08.31 66 3 11쪽
9 현세로! 24.08.30 75 3 10쪽
8 제천대성의 구름(수정완료) +2 24.08.29 78 3 11쪽
7 해적왕의 보물 24.08.28 81 5 11쪽
6 유적이 가족이 되었다 24.08.27 89 4 10쪽
5 선협식 제왕학 수업 24.08.26 102 3 10쪽
» 선협물이지만, 너무 쾌적하다 24.08.26 100 4 10쪽
3 차카게 살자 선협물에서 24.08.26 113 4 9쪽
2 망나니 유운 24.08.26 134 3 10쪽
1 프롤로그-오늘도 살생부엔 비가 내려 24.08.26 196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